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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일 때 그 곳에 간다
▶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 대관령, 양양의 조산리 앞바다, 말무리 반도, 청령포, 만항재, 김삿갓 계곡, 태안반도, 용유도, 자유로 사실 작가가 가본곳 중에 난 몇 군데를 가보질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 더욱더 그 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다. 20여년전 김화영교수의 행복의 충격을 읽으면서 정말 시간적 여유와 경제적 여유가 될 시점에는 꼭 지중해 앞바다와 프로방스의 더 넓은 초원길을 가고싶다고 생각했고 시간이 많이 흘러지만 지금도 그런 생각이 간절하다. 이 책은 매력은 아마도 읽는 독자마다 느껴지는 감흥이 각양각색으로 달를것 같다는 점일 것이다. 작가처럼 한번이라도 모두 갔다온 이에게 느껴지는 생각이나 나처럼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처럼... 하지만 책의 마지막장을 덥고 눈을 감았을때 마치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비슷하리라 생각된다.
▶▶ 여행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에게 크나큰 매력덩어리이다. 18세기 연암이 청나라가 갔다오면서 집필한 열하일기에서도 느껴지 듯이 출발할 당시 낮선곳으로 행보가 설레임과 감동과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한편의 인생여정으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하물며 어린시절 소풍이라는 작은 여행에도 전날밤 잠을 설치는데... 아마도 우리모두는 어느날 갑자기 아무런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충동에 항상 젖어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성이라는 고약한 발목잡이가 있어 선뜻 실행에 나서지 못하지만, 길을 나선다는 것은 한편으론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자연에 대한 정복욕도 있지만 다른 면에서 약간의 망설임과 두렴움도 상존하는것 같다. 그것도 다름아니 혼자서 길을 떠나 여행을 한다는것은 더욱더 그런 미묘한 생각들에 잠기게 될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범인이 혼자 길을 떠나기가 쉽지는 않는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혼자 떠나는 여행은 자신을 발견하는 길이라는 말에 공감이 되는 부분이다.
20여년전 학창시절 3박4일의 일정으로 동해 낙산사와 설악산을 혼자갔다온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 버렸지만 지금도 그 때의 감흥을 잊지 못해 혼자서 길을 나서고 싶은 충동은 항상 존재하는것 같다. 처음 출발할땐 혼자라는게 왠지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았다. 항상 나가 아닌 우리라는 하나가 아닌 둘 이상으로 존재했기 때문이고 그런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삶을 살아가고 있는것이기 때문이겠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혼자만의 자유를 느껴보는것도 좋을것 같다. 물론 그런 여건이 갖추어지면 더 좋을테지만 막상 그런 여건이 갖추어져도 떠나지 못하는게 인생의 다반사일 것이다.
혼자일 때 갈 수 있는 곳, 혼자일 때 가도 항상 반겨줄 수 있는 곳, 혼자일 때 가도 항상 변함없는 곳, 작가처럼 몇군데는 아니더라도 정말 내게 맞는 그런 곳 한 군데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나 자신이 아닌 어쩌면 타인들의 삶에 내가 맞추어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 때 마다 정말 그런 곳 한 군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하염없이 들게 하는 책이다. 한편으로 그런 대상이 있는 작가가 부럽기도 하고 시샘도 나게 만드는 책인것 같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고 나니 더욱더 나 자신에 대한 생각들이 많아진다. 타인의 공간에 맞추어서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 그리고 나 자신만의 공간에 대한 생각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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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다니던 시절, 중간에 비는 시간이 생기면 친구들과 학생회실에 몰려가서 수다를 떨곤 했다. 저녁이거나 공강 시간이 길면 커피숍이나 호프집에 가기도 했었으니, 핸드폰이 없던 시절 별다른 연락이 없어도 가 보면 누구든 만나지기도 했다. 그때는 왜 그렇게 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마음이 없었을까. 그런데 이제 나이를 먹어 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된다. 혼자 있을 수 있을 때는 혼자가 싫었으나, 직장과 가족 때문에 여간해서는 혼자가 될 수 없는 이제서야 혼자 있고 싶어지다니. 그런 마음에서 <혼자일 때 그곳에 간다>(2008, 박상우 지음, 시작 펴냄)을 공감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내 마음의 옥탑방>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하고 여러 권의 작품을 출간한 저자에게도, 문학적 재능에 회의를 느끼고 글을 쓰지 못해서 괴롭고 답답한 나날을 보낸 적이 있었단다. 그럴 때 사진기 둘러메고 혼자 길을 떠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망상자아를 버리고 근원자아를 만나기 위해 떠나는 길, 진정한 자아로 온전한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을 채우고 돌아오는 혼자만의 여행은 저자에게 하나의 충전이었다. 그렇게 닦아놓은 10곳을 사진과 자신의 글과 느낌과 정보를 더해 우리에게 선사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여행지는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 대관령, 양양 조산리 앞바다, 말무리반도, 청령포, 만항재, 김삿갓 계곡, 태안반도, 용유도, 자유로이다.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은 포근하게 깔린 흙길과 20미터가 넘는 전나무들이 합해 800미터가 넘게 이어져 있다고 한다. 녹음이 우거진 사진과 흰 눈이 쌓인 사진이 연이어 나와서 그 길의 표정을 잘 나타낸다. 전나무 숲길을 걸어 일주문을 지나 적멸보궁으로, 소금강으로의 1박 2일은 저자에게 인생의 일주문과 같은 역할을 한단다. 매번 잃어버린 나를 찾아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그런 곳, 내가 나를 부르고 내가 나를 만나고 내가 나를 되찾는 곳이라고 하니 그 얼마나 충만할 것인가.
책을 죽 읽어나갈수록 <혼자일 때 그곳에 간다>가 아니라 <그곳에 가면 혼자가 된다>로 책 제목을 바꾸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무 생각없이 현실에 기진하게 살아가는 나도 그곳에 가면 나를 부르고 나를 만나고 나를 되찾을 수 있을 듯한 느낌이, 저자의 쨍하니 선명한 사진과 글에 들어 있다. 다음주에 여름휴가가 시작된다. 딸을 데리고 여행을 떠나야겠지만, 둘이 있어도 오랜만에 혼자가 되는 시간을 맛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된다. 멋진 사진과 글 모두 맛있게 읽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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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반가운 이는 물론 소설가 박상우님이다. 그의 소설을 잘 알지는 못해도 <내 마음의 옥탑방>을 읽던 그 시절이 내가 졸지에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 스스로를 감당 못하던 그 시절이었기에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나름 어린 시절 작가를 꿈꾸던 나였기에 새로 발표되는 소설들이나, 무슨 문학상이나, 올해의 소설등등등 따위를 찾아 읽으면서 샘도 부리고 내 신세를 한탄하던 때였기에 아직도 그 기억이 새로운가 보다. 물론 지금은 나의 주제를 잘 알고, 써 주시는 작가분들의 노고와 재능에 감사와 감탄을 아끼지 않으면서 고마운 마음으로 글을 읽고 있는 자칭 성실 독자이다.
또 하나 반가운 것은 월정사 가는 길이었다. 새파랗던 시절 친구들과 좋아하는 교수님과 함께 걷던 그 길. 우리는 거기에 전나무숲길이 있는지도 몰랐고, 그토록 비 온 뒤의 향기 가득하게 나를 맞아줄 줄도 몰랐다. 그저 집을 떠나서 친구들과 놀러 간다는 것. 강의실에서나 뵙던 교수님과 함께 여행을 간다는 것에만 들뜨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비가 내린 오후에 도착한 오대산. 그리고 그 향기 가득한 전나무 숲길은 하루 종일 재잘 거리고 노래하고 먹던 우리의 입을 다물게 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문 입들. 스적이는 바짓가랑이 스치는 소리만 들리고, 아직 새들은 비를 피하고 있는지 숲은 고요했다. 그 적요함 덕에 우리는 그 날 오후의 아름다운 산책을 기억할 수 있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찾은 월정사는 주차장을 옮겨 놓는 바람에 숲길을 제대로 걷지도 못 한 채 나를 서운케 했다. 세월이 가면 모든 게 변한다. 월정사 주차장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던들, 그 푸르던 날의 기억이 재현될 리도 없건만, 괜시리 툴툴거리며 눈을 흘겼던 기억이 있다.
저자는 '혼자'란 가족이 없거나 자폐적 삶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자기 삶을 스스로 운영할 수 있는 주체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나이를 먹을만큼 먹은 나는 진정 '혼자'일 수가 있을까? 월정사고 말무리 반도고 청령포고 만항재고, 아니 하다 못해 태안반도일지언정 나는 스스로 혼자서 떠날 수 있었던가. 누가 나를 막는 이도 없고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혼자'이지 못할까? 혼자서 여행을 가면 심심힐까 두려운가. 다른 이와 함께 놀러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나를 찾아서 '혼자'일 수 있는 그 곳. 나는 내 청춘의 아름다운 날을 두고 온 월정사에서 그 곳을 만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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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르릉 찌르릉 새의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는 산에 오를때 그저 막연히 부족한 체력 탓으로 조용히 자연을 만끽할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산속의 냄새가 참으로 좋았다. 시원하면서도 달콤한 그 냄새는 나의 후각을 자극시켰고 고달펐던 산행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다. 그리고 커서는 산에 오르지 않았다. 그저 오를때 힘들다는 이유로 말이다. 이 책의 작가는 자신만의 보물 같은 장소를 공개 한다. 작가 자신의 사연과 함께 그 장소의 매력까지 소소히 적고 있다. 어느 여행에세이 보다 마음에 와 닿았고 어느 여행자 부럽지 않는 그의 모습이 부러웠다. 나도 대학 다닐때 딱 정해진 고등학교에서 벗어나니 나만의 아지트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만의 아지트는 아니지만 마음이 답답하거나 고민이 있을땐 벤치에 앉아서 생각을 하곤 했다. 혹은 친구들과 같이 점심을 시켜먹기도 했다. 그리고 더 어렸을 땐 명절때 시골에 가면 동네 친구가 있었다. 그러면 우리 시골집 앞뜰에서 조개껍질과 돌을 가지고 소꿉놀이를 하고는 묻어두곤 했다. 그리고 다음에 와서 파보곤 했다. 그곳의 어쩌면 나의 아지트가 아니였을까? 마음이 복잡할땐 조용한 곳에 가서 안식을 취하길 바라는 마음은 다 같으리라 본다. 하지만 멀미가 심한 나는 먼곳에 가기는 어려웠고 늘 가까운 곳에 나 혼자만의 공간을 정하곤 했다. 그런 마음은 누구에게나 들지 않았을까? 이 책의 장소들을 콕콕 찝어두었다가 다음에 꼭 같이 가고 싶은 사람과 함께 가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아직은 혼자는 왠지 무섭고 어색하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이유가 있는 곳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아늑하고 부러운 일이다. 나는 사실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여유로웠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어느덧 작가와 함께 그곳에 가있는 듯한 마음까지 들었다. 정말 책의 장소에 가서 이 책을 읽어도 그만 일거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리고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그동안 우리나라안의 이렇게 좋은 곳을 두고도 외국에만 가고 싶어하고 외국에만 관심을 두었던 내가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고 부끄러웠다. 외국 또한 우리나라와 다른 그 무언가가 있지만 먼저 우리나라의 곳곳도 한번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름 휴가철 북적거리는 곳보다 이런 조용조용한 곳에서 마음의 휴식을 취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주위에서 휴가를 가는 사람들에게 추천해도 좋을 것 같다.
산문집으로 박상우라는 작가를 처음 접했지만 그의 다른 글들도 궁금해졌다. 다음번에는 그의 소설을 한번 읽어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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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일 때 가는 나만의 '그곳'은 없다 비록 비는 내리지 않지만 반갑지 않은 태풍 소식에 꼼잡도 할 수 없던 주말 오후, 후덥지근한 날씨 때문에 형광등의 열기조차 짜증이 났던 나는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다른 사람의 여행이나 엿보자 싶었다. 잠깐, 그는 혼자일 때 가는 '그곳'이 있는가본데 나만의 비밀스러운 '그곳'은 어디더라? 주위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여행을 자주하는 탓에 나름 방랑기가 있다고 생각한 나였지만 막상 떠오르는 곳이 없었다. 언제나 나는 혼자인데, 왜 없을까? 사실 혼자서 길을 떠나곤 하지만 그 여행의 목적지에는 항상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떠나는 이유는 사람이 그리워서였고, 혼자 떠나는 여행이었지만 온전히 혼자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만의 '그곳'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그곳'을 엿보고 한번 따라해볼까?
그리움과 아쉬움이 가득한 '그곳' 내가 한 곳도 가지지 못한 '그곳'을 무려 10곳이나 가지고 있는 저자는 분명 부자다. 게다가 아주 고마운 사람이다. 이렇게 공개해 버리면 그만의 '그곳'이 될 수 없을텐데 그는 기꺼이 공유하고자 한다. 또 고마운 것은 '그곳'이 모두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이 나라 안에 있다는 것이다. 해외 여행지는 멋지기는 하지만 '동경'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언젠가는 가보게 되겠지, 이 나라 밖을 나서면 꼭 저 곳을 가봐야지, 하며 속으로 다짐은 하지만 아득하기만 하다. 뜬구름처럼. 설혹 가게 되더라도 그 많은 곳을 어떻게 다 가보리. 어딘가는 분명 '동경'으로 남을 것이다. 반면에 이 땅의 '그곳'들은 다르다. 이미 다녀온 곳도 있고, 마음만 먹으면 지금이라도 당장 달려갈 수 있는 곳도 있다. 그래서 그리움과 아쉬움이 남는다. '그곳'을 갔던 시절과 함께했던 사람들이 그립고, 미처 내가 보지 못했던 풍경이 아쉽다. 어느날 문득 그 그리움과 아쉬움이 나를 그곳으로 데려가 줄지도 모른다.
그의 여행에 지칠 줄 모른다! 저자가 오랫동안 다녀온 곳을 한번에 따라가려면 지칠 법도 하다.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 자신을 따라오는 독자들이 지칠까봐 저자는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시원하게 찍힌 사진을 감상할 수도 있고, 머리 식힐 겸 소설을 읽을 수도 있다. '그곳'과 함께한 누군가의 시를 읽을 수도 있고, 그 사연을 들을 수도 있다. 그 쉼 속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법성게' 풀이였다. 오래전 그 뜻도 모른채 무작정 외웠던 '법성게였다. 외운 것이 아까워서라도 언젠가는 그 뜻풀이를 해보리라 마음 먹었었는데 종교서적도 아닌 여행에세이를 통해 해결하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나의 일상영역은 어디까지일까? 나름 여행 좀 한다는 나의 일상영역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위로는 서울? 아래로는 땅끝마을, 서쪽으로는 태안반도, 동쪽으로는 호미곶 정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니 완벽한 일상영역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온전한 나만의 '그곳'이라고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나도 부자가 되고 싶은데, 그렇게 하려면 정말 부지런해져야겠다. 시간은 일몰을 향해 달려가지만 어두컴컴했던 방 안은 맑게 갠 날씨 덕분에 오히려 환해졌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내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번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소설가가 아닌 여행기를 쓰는 산문가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2008/07/21 by 뒷북소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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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와 함께 내 마음이 가는 곳을 생각해 본다. 삶의 무게가 어깨와 머리를 짓누를 때, 사람들과의 관계에 지쳐 쉬고 싶을 때, 마음이 편안해 지는 안식처를 찾고 싶을 때, 지금의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여행을 찾는 경향이 강했다. 무엇을 위해 떠나는 것일까? 생각하기 전에, 지금이 너무 싫어 무작정 도피한다고 할까. 결국 시간이라는 무기와 자연이라는 편안함이 내 마음을 달래주곤 했다. 하지만 그건 나를 찾기 보다는 현상을 피해가는 작은 도피처일 뿐이였다.
혼자일 때 그곳에 간다는 제목이 좋았다. 왠지 자기만의 아지트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가가 가려 뽑은 10개의 공간에는 작가의 깊은 사연이 담겨있다. 박상우라는 작가를 이전까지는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 그의 작품과 자유에 대한 생각, '나'란 존재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알 수 있어 좋았다. 1999년 이상 문학상 수상 이후 10년간의 칩거와 여행 생활동안의 흔적이 담긴 그의 작품은, 이제 이 작품을 계기로, 새로운 작가 활동의 시작을 암시하며서 끝이 난다. 더 높이 날기 위한 휴식이라고 할까, 자기만의 깊은 사색이 담겨있는 그의 모습에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말무리 반도'와 동일 제목의 책을 지었던 작가의 사연과 말무리 반도의 가게집 처자와의 사연도 인상적이었다. 하나의 작품에는 보이지 않는 뒷 이야기들이 많은가 보다. 그 뒷 이야기는 작품과 맞물려 더욱 작품을 읽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말무리 반도>의 또다른 남자 주인공인 저자의 오랜 친구를 보내기 위해 떠났던 대관령으로의 여행과 여행의 끝에 그의 죽음을 인정하고, 종료를 통한 새로운 시작이라는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 역시, 대리체험이라고 할까, 저자의 경험을 통해 또 하나의 경험을 하는 느낌이었다.
# 모든 관계의 출발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소설을 쓰겠다고 마음 먹고, 광산촌으로 교사를 자원에서 생활했던 시간들, 글은 안 써지고, 고뇌와 시련을 겪었던 그의 시간들이 더욱 작가를 깊이있는 작가로 만든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가면을 쓰는 것처럼 연극배우의 삶을 살아야 하는 인생을 깨닫게 해준 용유도, 원유 유출로 생채기를 입었기에 마음으로 품어주어야 하는 태안반도, 호연지기를 느낄 수 있는 청령포, 작가의 인생의 분기점이 된 말무리반도 등 잘 알지 못했던 작가의 아지트를 이 두 발로 꾹꾹 다니면서, 저자의 기분과 나의 체험을 비교해 보고 싶은 충동이 생겨났다. 나만의 아지트인 장소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중요한 건 여행이 아닌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라는 저자의 말에 동감한다. 모든 관계의 시작은 나로부터 시작 되기에, 자신을 잘 아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 나만의 숨결, 나만의 사연, 나만의 에피소드가 있는 곳이 존재할수록, 힘겨워 보이는 세상이 무게가 삶을 압박할 때, 잠시 내려놓을 수 있다 믿는다. 혼자서 당당히 떠나는 여행! 내 의지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돈과 시간이 주어졌을 때, 삶이 힘겨울 때 저자가 귓속에 들려준 그의 아지트로 떠나 보아야 겠다. 그리고 나만의 아지트를 늘려 나가야 겠다. 삶의 무게에서 벗어나기 위한 나만의 공간의 필요함을 알려준 책이다.
빗소리를 들으며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고 나니 어둠과 함께 비가 그쳤다.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어둠 속 풍경과 함께, 나와 관계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아야 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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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책의 프롤로그에서 혼자 길을 떠나는 이유는 <망상자아>를 버리기 위해서 라고 한다. 달리 말하면 <근원자아>를 만나기 위해서 라고 한다. 진정한 자아를 만나고 싶고, 진정한 자아로 살고 싶다는 갈망 때문에 길을 떠난다고 하였다. 작가는 글쓰는 일이 직업이라서 더더욱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거라고 짐작해 본다.
아니 요즘 세상에선 글쓰기가 전문인 작가외에도 모두들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살아가는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 작가처럼 세상사는게 정말 힘들다고 느껴질때 한번 씩 찾아갈만한 곳을 평소에 예비해 놓는 지혜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자신이 찾아간 그곳에서 자연을 접하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돌아오면 그래도 한동안은 복잡한 세상살이에서 버틸 힘을 얻을테니 말이다.
백팔번뇌를 안고 오르는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길에서 부터 길이 보이지 않을때 찾아가는 곳이라고 말한 대관령, 그리고 너무나 매료되어 작품까지 탄생시킨 말무리반도, 단종의 한많은 사연을 간직한 청령포등을 작가가 소개하는데로 따라 다니면서 나또한 가슴이 시원해지기도 하였다가 애달픈 사연에서는 눈물이 핑 돌기도 하였다.
여섯살때 이사가느라 헤어진 첫사랑 소녀를 만나기 위하여 가출을 하였다는 작가의 고등학교적 얘기에 나도 모르게 안타까웠다.작가가 애써 찾아간 그곳에서 첫사랑을 만나지 못하였기에 말이다. 또한 작가는 시베리아 여행을 마치고 온후 그후유증때문이지 글이써지지 않는 작가로서의 고통속에서 찾아간 말무리반도에 매료 되고 급기야는 <말무리 반도>라는 작품을 발표하기도 한다. <역시 글쟁이는 어쩔수 없군..>싶어졌다.
책을 읽다보면 일종의 보너스랄까..책의 내용에 걸맞도록 작가다운 배려를 한게 돋보였는데 예를 들자면 <김삿갓 계곡>편에 나오는 김삿갓에 대한 일화같은것이다. 어디 그뿐인가..빼곡한 글씨만으로는 눈이 피곤해질 독자를 위한 센스도 좋았다. 바로 책의 많은 부분을 숲이나 바다 사진으로 꾸민것인데 이 사진들을 작가가 직접 찍은 거라면 작가는 글쓰는 일대신에 사진작가로 나서도 될듯 하다.
책의 앞부분에 소개된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을 작가를 따라 걷다보니 나도 모르게 생각나는 곳이 있었다. 내가 사는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곳에 있는 광릉 수목원 숲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갈수도 있는곳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알아주는 광릉수목원의 숲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다보면 그렇게 마음이 편안할수가 없다.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나무 향기에 취해 있다보면 숲길은 이내 끝나고 만적이 허다했다. 내가 사는 동네도 공기가 좋은 편인데 수목원 숲길에서는 맑은 공기 이상의 그 무엇이 나를 끌어 당기는게 느껴진다. 편안함 - 바로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편안함인 것이다. 아마 작가도 혼자서 길을 떠나 자연에서 제일 먼저 느끼는게 편안함이 아닐까 싶다.
책의 표지에 나와 있듯이 이책은 작가가 자신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섰을때 혼자서 잘가는곳을 소개한 책이다. 복잡한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이 책에 나와 있는곳을 찾아가서 작가처럼 편안함을 느끼고 돌아왔으면 하고 소망해 본다.
이책에서 작가가 다닌곳은 주로 경기도, 강원도,충청도 권역인데 이책의 원고를 끝낸 직후부터 남쪽으로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무창포, 마량리, 동백정, 선운사, 쌍계사,섬진강, 하동,구례,마이산,통영등지를 여행 하였다는 작가는 한세월이 자나후에 <혼자일때 그곳에 간다>의 속편으로 남도를 배경으로 한 책이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너무 늦지 않게 그 책이 나오길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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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아상'으로 인해 책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 책을 짚어 들었다. 모르겠다. 위로가 됐는지. 책은 가능하면 맑은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
잘 만든 여행 산문집이다. 사진과 글이 잘 어우러진다.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인 것 같은데, 절묘한 편집으로 책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
저자가 강원도에서 잠깐 교사 생활을 해서 그런가 여행지는 강원도 쪽이 많은 편이다. 여행에 관한 생각들을 그 지역의 역사와 자신이 쓴 소설 등과 잘 버무려 놓았다. 혼자일 때 그곳에 가는 이유는 자신을 찾기 위해서인 것 같다. 정직하게 자신과 대면하기 위해서 저자는 여행을 떠난다.
책이라는 것이 양면성이 있는 것 같다. 스스로를 발견하기 위한 도구이면서, 스스로에게서 점점 더 멀어지게 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항상 책이 만능이 아님을, 책도 결국 물을 건너기 위한 나룻배이기에 물을 건너면 버려야 할 도구임을 알면서도, 책을 통해 익힌 알량한 지식이 스스로 목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럴 때 정말 혼자 그곳에 가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혼자 훌쩍 떠나지 못하고 골방에 처박혀 책장을 넘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금 마음이 맑은 날 가만 가만 책장을 넘기며 감상한다는 이 책은 우리 삶에 최고의 선물이 되어 줄 책이다. 저자의 글발과 편집이 잘 조화된 책이다.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 나는 나를 만날 수 있을까. 지금 같아서는 영원히 불가능한 일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