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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유와 이언진, 그리고 새로운 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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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던 바다가 출렁이더니 통신사 일행이 탔던 배가 나타납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배가 사라져 버리고, 거짓말처럼 텅 비어 버린 바다를 검은 구름이 덮습니다. 바다 속에서 무엇인가가 솟아올라서 검은 구름을 산산이 흩어놓는데, 그것은 옥처럼 푸른 고래였습니다. 고래 등에는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신선이 타고 있었으니, 그 신선은 바로 이언진이었습니다. 이언진이 무엇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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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던 바다가 출렁이더니 통신사 일행이 탔던 배가 나타납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배가 사라져 버리고, 거짓말처럼 텅 비어 버린 바다를 검은 구름이 덮습니다. 바다 속에서 무엇인가가 솟아올라서 검은 구름을 산산이 흩어놓는데, 그것은 옥처럼 푸른 고래였습니다. 고래 등에는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신선이 타고 있었으니, 그 신선은 바로 이언진이었습니다. 이언진이 무엇인가를 내게 던졌는데 받아서 손을 펼치자 물건도, 바다도, 고래도, 이언진도 없었습니다. 한바탕 꿈이었습니다. 꿈에서 깨어 보니 형 같고 부모 같았던 스물일곱 살의 이언진은 세상을 떠난 후였습니다.

<소년, 아란타로 가다> (2008, 설흔 지음, 생각과느낌 펴냄)는, 이처럼 이언진의 죽음을 지켜본 청유가 그들의 만남과 헤어짐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시작됩니다.

 

1763년, 일본의 새로운 쇼군 취임을 축하하기 위하여 파견된 통신사 일행에서 이언진과 나(청유)는 처음 만납니다. 나는 통신사 일행에 끼는 대가로 조선의 인삼을 일본에서 밀매하기로 했는데, 그에 관련하여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언진이 도와 준 것을 계기로 이후를 함께 하게 됩니다. 당시 일본은 데지마 섬을 외국에 개방하여 기술과 문물들을 도입하는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학문은 발달하지 못하여, 통신사 일행의 시구를 얻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일본에 머물던 어느 날, 통신사 일행에서 인삼과 관련하여 살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 일은 일본인 한 명을 참수하는 것으로 서둘러 마무리를 지었지만, 사실은 나와도 관계가 있었고, 돌아가신 역관 출신 아버지, 내가 사랑하는 연희, 연희의 아버지인 역관 이정까지 모두 얽힌 복잡한 문제였습니다. 신분과 재력과 권력이 거대한 문을 만들어 조선 사람들을 얽매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언진은 양반의 서자로 태어나 신분의 한계를 안고 있었습니다. 넘치는 재주와 뛰어난 솜씨뿐만 아니라 자존심과 현실의 문제를 타파하고자 하는 개혁 의식도 있었지요. 그런 그는 문이 열리지 않으면 부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언진은 재기와 실력으로 일본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지만, 자신이 지은 시가 연암 박지원에게 폄하되고 조선에서는 그의 시를 인정하는 이가 아무도 없음에 절망합니다.

문을 두드리다 지친 이언진이 죽고 나서, 나는 그 문을 두드리거나 부수는 대신 새로운 문을 찾으러 아란타로 떠나기로 합니다. 이제 나는 이언진이 탔던 그 고래를 타고 바다를 자유롭게 떠다닙니다.

 

책 뒷부분에 실린 통신사의 이야기는 다채로운 그림들을 수록해 놓아서 읽기에 재미있습니다. 일제 침략이라는 결말을 이미 알고 있어서인지, 시대에 따라 통신사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안타깝습니다.

 

소년이 차분하게 들려주는 이언진과 자신의 이야기는, 서얼과 양반, 중인이라는 조선시대 계층의 차이, 신기술을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일본의 모습과 기술을 천시한 조선의 비교, 재능과 자존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합니다. 그 안에는 이언진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가득 깔려 있습니다.

신분보다 재능과 기술을 중시했다면 지금의 우리는 바다를 유유히 누비는 고래처럼 자유로울까요? 이언진이 요절하지 않고 재능을 꽃피울 수 있었을까요? <소년, 아란타로 가다>는 34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당시의 조선과 일본을 느끼도록 합니다.

돈 벌기가 인생의 목표였던 청유가 이언진을 만나 새로운 눈을 뜨는 것처럼, 좋은 분을 만나시길, 아니면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 주시길 기원합니다.

y*****9 2008.07.0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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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통신사 살인사건에 휘말린「소년, 아란타로 가다」
"조선 통신사 살인사건에 휘말린「소년, 아란타로 가다」" 내용보기
표지가 인상적입니다. 머리를 땋은 소년이 청옥빛 고래와 손잡고 하늘을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이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무엇보다 '아란타'가 어디지? 하는 궁금증을 유발합니다. 찾아보니 아란타(阿蘭陀)는 네덜란드라고 하네요. 문득 하멜이 떠오릅니다. 1653년 제주도에 표류한 뒤 1663년부터 1666년까지 4년간 여수 전라좌수영에 억류되어 있다가, 1966년 9월 일본으로 탈출했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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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인상적입니다. 머리를 땋은 소년이 청옥빛 고래와 손잡고 하늘을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이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무엇보다 '아란타'가 어디지? 하는 궁금증을 유발합니다.

찾아보니 아란타(阿蘭陀)는 네덜란드라고 하네요. 문득 하멜이 떠오릅니다. 1653년 제주도에 표류한 뒤 1663년부터 1666년까지 4년간 여수 전라좌수영에 억류되어 있다가, 1966년 9월 일본으로 탈출했던... 그와 관련이 있는걸까? 생각이 꼬리를 뭅니다. 궁금증을 간직한 채 책장을 폅니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좁고 긴 골목에 자리한 것은 책방들이었습니다. 지금껏 여유롭게 거리를 둘러보던 이언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내가 다가가자 그는 약간은 화난 표정으로 책을 한 구너 건넸습니다.
"이 책 제목 좀 읽어 봐라."
떠듬떠듬 제목을 읽었습니다. 물러날 퇴退, 시내 계溪... 그것은 바로 퇴계 이황 선생의 문집인『퇴계집』이었습니다. 반가웠습니다. 멀고 먼 땅에서 조선의 책을 만날 줄이야.
"『퇴계집』이 어떻게 여기에 있지요?"
"『퇴계집』은 왜인들이 신주 단자 모시듯 하는 책이다. 신유한이 통신사를 다녀온 뒤 남긴『해유록』에 보면 왜인들의 집집마다『퇴계집』이 있다고 되어 있다."
부끄러웠습니다. 왜인들도 모두 가지고 있다는『퇴계집』을 오늘에야 처음으로 보았던 것입니다. 이언진이 또 다른 책들을 꺼내더니 혀를 끌끌 찼습니다.
"유성룡의『징비록』, 강항의『간양록』, 김성일의『해사록』이 다 있구나. 조정의 온갖 비밀스러운 일들이 담겨 있는 책들이 보란 듯이 왜인들의 책방에 꽂혀 있어. 왜관을 드나드는 통사 무리들이 돈에 눈이 멀어 넘긴 것들이겠지. 우리는 왜인들을 모르는데 왜인들은 우리를 속속들이 알고 있으니, 참..."

- 설흔, 소년, 아란타로 가다. page 121~122


이언진이 일본의 책방골목을 둘러보며 타국의 문화를 배척하는 것도 모자라 자국의 문화마저 존중할 줄 모르는 조선의 현실에 탄식하고 있습니다. '나'는 부끄러워 하네요.

이 소설의 근간이 되는 역사적 사건은 ‘계미사행’입니다. 계미사행이란 1763년(영조 39년), 새로운 쇼군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보낸 477명의 사절단을 말합니다. 주인공 '청유'는 이 계미사행에서 한어 역관인 이언진을 수행하는 임무를 받은 소년입니다.


"청유야, 서기 나리는 서얼이시다. 그건 나리의 앞에 높은 벽이 있다는 뜻이지."
그랬구나. 비로소 늘 모호했던 성대중의 태도가 완전히 이해되었습니다. 서얼은 양반이되 양반이 아닌 존재였지요. 조선 땅은 굳건한 신분제가 뿌리박힌 곳이었습니다. 양반이라도 본처의 자식이 아니면 서얼로 취급받았습니다. 서얼은 어찌 보면 나 같은 중인보다도 못했습니다. 보고 듣는 것은 양반과 같으나 그것들은 그저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서얼은 원칙적으로 나랏일을 맡아보는 관리가 될 수 없었습니다. 일본으로 떠나는 통신사나 청나라로 떠나는 연행사 같은 것이 있으면 서기 같은 임시직이나 맡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그러니 보통 때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놀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거나 집에 들어앉아 벽을 마주하며 혼자 학문을 하는 길밖에는 없었습니다. 세상이 바뀌어 전혀 다른 세상이 되기 전에는 말입니다.
"그래도 나리는 멋진 분이다. 포기하지 않으시니까. 두드리면 언젠가는 문이 열릴 것이라 믿는 사람이다. 꿈을 가진 사람이란 말이지. 알겠느냐?"
"네."
"나는 다르다. 물론 내게도 꿈이 있다. 하지만 두드리는 건 성미에 맞지 않아. 기다리다 보면 문이 그냥 열리리라고는 믿지 않기 때문이지."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문을 부수고 뒤엎으면 된다."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무기도 없는데요?"
"무기가 왜 없느냐?"
"어디에 있는데요?"
"시가 나의 무기이다. 시를 무기로 쓰려면 다른 이의 시와는 달라야 하는 것이다. 내 시가 서기 나리의 시와 다른 것은 그러한 까닭이댜. 알겠느냐?"
네, 라고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지만 나는 이언진의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총도 칼도 아닌 시가 무기라니 처음 듣는 말이었습니다. 부수고 뒤엎는 것과 새로운 시를 쓰는 것이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나는 질문을 던지려다 말았습니다. 지금 그는 나를 상대하고 있으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었습니다. 나도 그럴 때가 있는데 그럴 땐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최고입니다. 잠시 후 그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물론 나의 방식은 위험하다. 사람들은 기존의 틀과 다른,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나리가 경고한 것도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청유야, 나는 역관이다. 미천한 자라는 뜻이지. 꿈을 꾸는 역관이 그 꿈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겠느냐? 열리지 않는 문을 한없이 두드려 제발 열어 달라고 애걸해야 하겠느냐? 차라리 문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가야겠느냐?"
그가 원하는 답은 분명했습니다. 애걸하며 살아 봤자 얻을 게 없다는 것은 나 또한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문을 부수겠습니다."
"그래. 바로 그것이다. 나는 나의 무기인 시로써 문을 부술 생각이다. 그런데 청유야, 너는 무엇으로 문을 부수겠느냐?"
- 설흔, 소년, 아란타로 가다. page 155~158


시가 나의 무기라는 말, 왠지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아, 책장을 살펴보니 <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입니다>라는 책이 꽂혀 있습니다. 멕시코 사파티스타 반란군 부사령관 마르코스가 지은 책이네요. 글이 샜습니다. 돌아가,

조선 통신사를 따라 일본에 건너간 주인공 '청유'는 어느 살인사건(조선의 통신사 일행 중 최천종이 일본인에 의해 칼에 찔려 사망합니다)에 휘말리면서, 자신의 꿈과 조선의 현실을 반추해 봅니다. 이언진이 신분제도로 인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없었던 한 서얼을 언급하면서 '청유'에게 묻네요. 소년은 과연 어떠한 대답을 구할까요? 그 여정에서,

'아란타'는 그 물음의 끝 아니면 시작입니다. 

l*****o 2011.08.1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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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따라 잠시 머문 250여년 전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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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실화인지 소설인지는 책을 하루 만에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반나절 만에 다 읽고 덮는 순간까지도 확신할 수가 없었다. 작가가 청유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냈다는 구절을 읽었음에도 이 소설이 가상이라고 하기에는 책의 머리글에 있던 고서점 이야기가 발목을 잡았다. 이런 애매모호한 상태는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어쩐지 이번만은 사실이던 허구이던 양쪽 나쁠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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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이 실화인지 소설인지는 책을 하루 만에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반나절 만에 다 읽고 덮는 순간까지도 확신할 수가 없었다. 작가가 청유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냈다는 구절을 읽었음에도 이 소설이 가상이라고 하기에는 책의 머리글에 있던 고서점 이야기가 발목을 잡았다. 이런 애매모호한 상태는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어쩐지 이번만은 사실이던 허구이던 양쪽 나쁠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간 이후 내가 역사를 접할 수 있었던 시기는 고작해야 교양 수업을 듣던 순간이나 역사 스페셜을 볼 때가 전부였다. 그런 나에게 조선통신사라는 대명사는 뿌연 연기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별과 같았다. 깜빡 깜빡 힘겹게 그 빛을 이어가던 별은 이제는 조금은 걷힌 안개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알리고 있었다.



 



  실존 인물이었다는 이언진과 허구로 만들어낸 인물 청유 그리고 조선시대 최고의 문장가이자 실학자인 박지원 사이에서 나는 전지적 작가 시점과 1인칭 관찰자 시점을 오가며 철저한 이방인으로써 때로는 그들의 친숙한 친구로서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250여 년 전의 그다지 자세하지 않은 이야기가 재미있을 리는 만무했지만 그렇다고 지루해서 하품이 나오지도 않았다. 250여 년 전의 중인과 서얼이 겪어야 했던 신분의 벽과 재능을 펼치지 못한 아쉬움 그리고 일본처럼 일찍이 문명에 눈을 뜨지 못한 아쉬움에 가슴이 저며 올 뿐이었다.



 


 청유라는 십대 소년을 통해 만난 일본은 지극히 개방적이었으며 그들의 야만성 뒤에 숨겨져 있던 무시무시한 가능성과 노력은 자주 등장하지 않는 짧은 문장들 속에서도 잘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왜 그리고 유학이라는 것에 사로잡혀 어두운 장님과 같은 세월을 보내왔는가. 그 폐해와 잔재는 왜 아직까지도 남아 영향을 미치는가. 어지러이 흩어지는 생각 속에서 나는 가만히 모든 것을 놓아두기로 했다. 단지 지금 내가 느끼고 싶은 것은 청유라는 소년과 뛰어난 문장가였던 이언진의 아름다운 우정 그리고 새롭게 가슴 속에 새겨 넣은 조선통신사라는 역사적 사실이다. 어찌 보면 250여 년 전의 성장소설이라 할 수도 있겠다. 자신의 길을 찾아 아란타로 떠나는 청유를 나는 마치 막내 동생을 먼 타국에 이민 보내 듯 애틋하고도 아련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행복해졌을까?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가지고있던 벽을 깰 무기를 손에 넣었을까? 그 답은 해피엔딩이었으면 한다.

s******g 2008.07.03. 신고 공감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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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아란타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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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연암 박지원의 '우상전'을 모티브로 하여 가상 인물인 주인공 최청유를 통해 18세기를 살았던 한 소년의 삶을 그리고 있다. 1763년 새로운 쇼군의 취임을 축하하고자 일본으로 떠났던 조선 통신사 일행들이 겪었던 살인과 자살 사건이 그 배경이다. 한일사 희대의 미스테리라는 이 사건은 역사적으로 실제 일어났던 사건으로 조엄을 정사로 한 '계미사행'때 발생했던 사건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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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연암 박지원의 '우상전'을 모티브로 하여 가상 인물인 주인공 최청유를 통해 18세기를 살았던 한 소년의 삶을 그리고 있다. 1763년 새로운 쇼군의 취임을 축하하고자 일본으로 떠났던 조선 통신사 일행들이 겪었던 살인과 자살 사건이 그 배경이다. 한일사 희대의 미스테리라는 이 사건은 역사적으로 실제 일어났던 사건으로 조엄을 정사로 한 '계미사행'때 발생했던 사건이라고 한다.

 소설의 중심인물은 둘이다. 박지원의 '우상전'의 주인공이며 역사적으로도 실존했던 '이언진'이라는 천재시인과 가공의 인물인 '최청유'라는 소년이 바로 그들이다. 비록 중인의 신분이지만 시문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던 이언진. 자신의 신분적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스물일곱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이 천재 시인을 추모하기 위해 박지원은 '우상전'이라는 소설을 남겼다고 한다. 여기에 푸른 꿈을 안고 살아가는 소년 청유의 이야기가 덧대어진다. 통신사의 역관 이언진과 그를 수행하는 소년 청유는 조선과 왜를 오가며 많은 일을 겪게되고 자신들의 꿈을 위해 길을 떠난다. 모티브는 '우상전'이라는 슬픈이야기였지만, 소설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언진과의 만남과 통신사의 사행을 통해 본 변화해가는 일본의 모습을 바라본 소년은 자신의 꿈을 위해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불운한 삶을 살았던 이언진과는 다른 방식으로... 

 

“나는 역관이다. 미천한 자라는 뜻이지. 꿈을 꾸는 역관이 그 꿈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겠느냐? 열리지 않는 문을 한없이 두드려 제발 열어 달라고 애걸해야 하겠느냐? 차라리 문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가야겠느냐?”

 

“내가 나의 삶에 대해 아는 것은 오직 한 가지입니다. 나의 삶은 문을 두드리거나 부수는 삶이 아니라 새로운 문을 찾아 여는 삶이라는 것. 그것이 바로 이언진과는 다른 내 삶의 방식입니다. 나의 가족, 아버지이자 형이었던 이언진이 조선에서 결코 이루지 못했던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나는 이른 새벽부터 깊은 밤까지 열심을 다해 살 것입니다.”

 

 이 책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성장소설이다. '우상전'을 지은 박지원은 불운했던 이언진의 삶을 안타까워하며 소설을 지었지만, 이 소설의 작가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청유'라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그의 유지를 이어받도록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다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묻고 있다.

"너는 무엇으로 문을 부수겠느냐?"    

n*********1 2008.06.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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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아란타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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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통신사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실제 통신사 일행이었던 인물과 가공인물(주인공 청유)을 적절하게 배치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 주인공 청유는 역관의 아들로,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려 했던 아버지를 매우 수치스럽게 생각한다. 아버지의 이른 부재로 가난을 뼈져리게 느낀 청유는 부자가 되어야겠다는 신념으로 기회를 잡고자 통신사 일행에 어렵게 끼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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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통신사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실제 통신사 일행이었던 인물과 가공인물(주인공 청유)을 적절하게 배치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

주인공 청유는 역관의 아들로,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려 했던 아버지를 매우 수치스럽게 생각한다. 아버지의 이른 부재로 가난을 뼈져리게 느낀 청유는 부자가 되어야겠다는 신념으로 기회를 잡고자 통신사 일행에 어렵게 끼어들게 된다.

함께 일행에 있던 이언진과의 만남은 청유를 다른 삶으로 이끈다.

죽은 아버지의 친구 이정을 지극히 공경했던 청유는 그가 아버지를 죽음으로 이끈 장본인이라는 걸 알게 되고 이언진과 함께 한양으로 올라간다.

이언진은 중인 신분으로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있는 시인이나 세상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것에 깊이 좌절하고 27살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다.

 

글을 쓰는 사람은 유난히 병이 잘 나고

시 쓰는 사람은 시름을 너무도 잘 알지

그것들 모두를 한 몸에 지니고 있으니

다른 이에게 주지도 받지도 못하겠네

 

쑤시는 뼈와 살을 문질러 보네

팔이 저려서 요강도 못 들겠네

그래도 시를 들으면 잊지 않으려고 고개를 끄덕,

혹시라도 밥 먹다 잊을까봐 걱정이 태산

 

이언진의 시다.

왜 글을 쓰는 사람은 아플까?

모든 생로병사, 희노애락을 글로 담아내는 아픔.

속으로, 글 속에 모든 것을 담아내는 고통이 그토록 힘든 것일까?

 

시는 중독일 것이다.

독이 온 몸에 퍼질 수록 죽음이 다가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불가항력

시는 사랑일 것이다.

내 몸이 부서져도 모든 것을 바치고 싶은 것

그에 얼굴을 바라보고 있어도 그리운 것

그리움에 잊지 않으려 온 몸으로 감싸 안는 것

 

 

YES마니아 : 로얄 u******1 2010.02.1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