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2012년 65세 이상의 치매환자가 54만1,000명이었지만 2050년에는 271만 명으로 5배 가까이 증가할 것이란 예측을 했다. 암보다 더 무서운 질병으로 인간에게 고통을 안겨줄 치매는 경제적 부담도 문제지만 가족들이 당하는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고통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정부에서도 발 빠른 대처를 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치매 간병인 중 60%가 가족이고 이들 중 30%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보면 이 질병은 천형(天刑)이라고 일컬어졌던 한센병처럼 가족 구성원의 삶을 잔인하게 파괴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
‘어웨이 프롬 허(Away From Her)도 이런 부류의 영화다. 44년 동안 서로를 사랑하며 행복한 삶을 살았던 그랜트(고든 핀센트)와 피오나(줄리 크리스티) 에게 찾아온 치매로 인해 “그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심리적 관점에서 그리고 있다. 제목이 의미하는 것처럼 남편 그랜트는 사랑하는 아내 피오나에게서 떨어져 시간적, 공간적, 심리적으로 떨어져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아내를 향한 남편의 사랑은 조금 더 변함이 없지만 아니 더 절절한 사랑으로 바뀌지만 치매로 인해 44년의 기억을 조금씩 잃어버리고 있는 아내는 병세가 깊어질수록 남편으로부터 멀어져 간다. 생떽쥐베리 이었던가? “사랑은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
‘우체통’ 이라는 단어를 기억하지 못하기에 피오나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한다. 자신의 코트를 의자에 걸쳐 놓고도 옷걸이에서 옷을 찾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그랜트는 인자한 웃음을 보낸다. 44년간 함께 살아온 아내를 보며 ”이제부터 내가 당신을 지켜 줄 거야!“ 라는 의지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두부 자르는 것처럼 쉽게 나눌 수 없기에 젊은 날의 사랑은 격정적이고 노년의 사랑은 의지적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뜨겁고 정염(情炎)적인 사랑이 지나간 자리는 의지적이고 책임감이 따르고 희생적인 사랑으로 바뀐다. 이것이 영원한 사랑의 모습이다. ‘어웨이 프롬 허’가 감동을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억을 잃어버리고 있는 피오나의 아픔도 공감대가 있지만 자신으로부터 멀어지는 아내를 바라보며 한결같은 사랑을 보여주는 남편의 순애보를 볼 수 있기에 영화는 감동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 “생각 하나가 사라지면 모두 사라지고 말아요.” 라며 기억을 잃어가는 아내는 “때가 되었다”며 스스로 요양병원에 입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만 남편은 허락할 수 없다. 왜냐하면 자신이 끝까지 지키고 책임져야 할 사랑이기에 마지막까지 아내 옆에 있고 싶기 때문이다. 그랜트는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반대 의사를 밝히다가 아내의 의견을 존중한다. ![]()
한 달 동안은 적응기간 때문에 피오나를 만날 수 없기에 한 달이 지난 다음날 꽃을 사들고 병원을 찾아 피오나를 봤지만 그랜트는 가슴이 무너진다. 병세가 악화된 그녀는 남편을 알아보지 못하고 나아가 오브리(마이클 머피 분)라는 남자와 사귀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는 남편이 보는 앞에서 그 남자에 대한 절실한 사랑을 아무렇지도 않게 표현한다. 이때부터 “내가 이런 경우를 당하면 어떻게 할까?” 란 생각을 하며 영화에 몰입한다. 아내에게 찾아온 새로운 사랑에 대해 남편으로 질투를 느낀다면 아직 감정적인 사랑이 남아있는 것이리라. 그랜트가 어찌할 바를 모르며 당황해 할 때 병원에 있는 간호사 크리스티는 그를 격려하며 힘이 되면서도 그의 착각이 무엇인지 알게 한다. "여기에서 일하다 보면 깨닫는 것이 많아요. 그 중 하나가 남편들은 살아오면서 아내에게 잘해주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아내의 생각은 다르다는 것이지요." 누구나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이기에 모든 문제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린다. 누구보다 아내를 사랑했지만 그랜트에게도 한 순간의 과오가 있었다. 교수 시절 자신을 잘 따르던 제자에 한 순간 마음을 빼앗겼던 그랜트는 이로 인해 이혼의 위기도 있었기에 아내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죄값으로 생각한다. 아무리 사랑하며 수십 년을 함께 살아온 부부라 할지라도 왜 갈등이나 아픔이 없었을까? 간호사 크리스티의 한 마디가 마음에 남는 것은 이제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 성숙한 남편이 모습이 자신에게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나이 들수록 사랑 고백은 단순해지는데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는 세상의 모든 남자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남길 수 있는 가장 진솔한 사랑고백이지 않을까?. 아내가 멀어질수록 그랜트는 자신에게서 문제의 원인을 찾고 결국에는 아내를 위해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는 단계에 이른다. 가슴을 울리는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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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에 이런 사랑을 가진 부부가 있을까?”라며 현실의 모습을 부정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라는 카프카의 말을 인용한 박웅현처럼 좋은 영화는 자신 안에 잠자고 있던 감각을 깨트리며 진정한 삶의 모습을 깨닫게 한다. 그것이 영화의 힘이다. 영화의 결론에 대해 비판적으로 말하는 관객들도 많지만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란 고백을 진정으로 아내나 남편에게 할 수 있는 부부라면 충분히 공감되는 결론이다. 한 여자를 지극히 사랑했던 사랑의 힘은 충분히 44년 동안의 사랑을 기억할 수 있다고 믿기에 젊은 여자 사라 폴리 감독의 결론을 비판적으로 보지 않는다. 또 하나 영화를 보는 내내 ‘닥터 지바고’의 영원한 연인이었던 ‘라라’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는데 줄리 크리스티 때문이다. ‘닥터 지바고’에서 지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던 그녀는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예쁘게 나이 들어 더욱 매력적인 여배우의 기품 있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부부가 함께 보면 좋은 영화다. 기지가 있는 남편이라면 아내의 손을 잡으며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란 한마디의 고백을 넌지시 흘려도 좋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아내는 영화를 통해 이미 진정한 사랑의 힘을 알았기 때문이기에 쉽게 마음이 무너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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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앨리스 먼로의 소설이 영화로 백합처럼 피어났다. 캐나다의 설원을 배경으로 44년을 함께 산 부부의 이야기다. 그녀를 사랑했고, 사랑해서 그녀의 또 다른 사랑을 지켜보고 받아들이는 한 남자의 사랑이 조용하고 잔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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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기억이 사라진다고 해서 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잖아
살아온 모든 시간과 즐거움과 행복과 고통과 그런 것들을 모두 잊었다고 해도 말이야 그래도 여전히 이렇게 존재하는데 말이야..
늘 그렇지만 기억에 대한 단상은 설명하기 어려워
취해버려 이성과 절제 능력이 완전히 상실한 순간에도 그래서, 나 외의 사람만 나를 기억할 뿐 나는 나를 전혀 기억할 수 없는 블랙 아웃된 시간조차도 그것이 나였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는데..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이 자꾸 머리속을 겉돈다. 그것보다는 자기 세계에 스스로 갇혀버린다는 말이 맞지 않을까? 현재는 자각하지도 기억하지도 인식하지도 못하면서 알 수 없는 과거의 파편들 속에서 헤매는 것 같은..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병상에서 혼자 꿈을 꾸는 사람처럼 중얼거리던 그 세계 거기에 분명 무언가가 세월에 묻혀버려 잊히거 버려졌던 고유 세계가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고 그렇게 믿고 싶었었다.
닥터지바고의 라라 아름답게 늙는 방법 치매에 걸려도 매력적일 수 있는 방법 그런 건 어디에서 오는걸까
-2008년 4월 14일,
*슈퍼스타 프로젝트 2탄, 버리고 떠나 황폐된 집에서 건져온 글.. 매우 개인적인 것들 퍼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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