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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에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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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1권 서평 마무리에 왕건이를 건졌다고 표현했다. 그런데 2권까지 읽고 나니 이건 왕건이가 아니라 완전 잭팟이다!!!       대단한 소설이다. 그러나 이걸 객관적으로 100% 대단하다고 주장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타입이 완전 내 타입이라는 이유때문이다. 내가 얼마나 중간자적인 시각을 지닌 놈인지 몰라서 누구에게나 대단한 소설일 것이라는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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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1권 서평 마무리에 왕건이를 건졌다고 표현했다. 그런데 2권까지 읽고 나니 이건 왕건이가 아니라 완전 잭팟이다!!!

      대단한 소설이다. 그러나 이걸 객관적으로 100% 대단하다고 주장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타입이 완전 내 타입이라는 이유때문이다. 내가 얼마나 중간자적인 시각을 지닌 놈인지 몰라서 누구에게나 대단한 소설일 것이라는 말은 못하겠다.

 

      중국 속담중에 '난득호도(難得糊塗)'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고사중에 하나라고 한다. 여기서 그 유래까지는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뜻은 이렇다. 잘난 놈이 바보인 척 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이렇다. 바보인 척 하는 것이 실보다 득이 많다는 것이다. 지극히 동양적인 사상이자, 중국인들의 성향을 잘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강자 앞에서 엄청 굽실거면서 속으로는 늘 딴 생각을 하는 종족들이니 말이다. 물론 내가 만나본 중국인간들에 한해서 말이다. 

      나는 이 말에 지대하게 찬성을 하면서도 항상 상황을 잘 살펴야 한다는 전제도 따른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이나, 어떤 나라에서는 잘난 척을 해야만 하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나도 난득호도를 가슴에 두고 실없는 소리를 삑삑 잘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역시, 갈길은 멀다. 누가 성질을 건드리면 바로 본성이 튀어나오니 말이다.

 

      앞서 1권 서평중에 뭔가 숨기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었다. 2권에서는 그 숨겨진 뭔가가 약간 고개를 내민다. 난 개인적으로 1권보다 2권이 더 좋았다. 1권이 에프리티프라면 2권은 메인코스라고나 할까? 

      앞서 말한대로 이 작품의 사상적인 골격은 '난득호도'이다. 그러고 주인공은 그것을 아주 잘 실천하는 인물이다. 주인공은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바보이다. 어쩌면 너무 현명한 인간이라서 슬픈 느낌이 들 지경이다.

      그러니까, 사람이 너무 많은 걸 깨달아 버리는데서 오는 공허감 같은 것이다. 이건 범인이 느끼는 허무와는 큰 차이가 있으리라 보여진다.

      과거 제인마치와 양가위가 주연했던 [연인]라는 영화에서 이런 말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세상을 너무 일찍 알아버려서 후회가 된다는 식의 얘기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 바보가 좀 그렇다.

 

      아라이는 정말 절묘하게도 삶이 많은 부분을 에피소드로 엮어내고 있다. 정말 놀라운 건 작가의 통찰력이다. 물론 가끔 이건 작가의 편견이 아닐까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전반적인 느낌은 대단한 통찰력을 지닌 작가라는 생각이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행간의 의미는 그가 얼마나 깊은 생각과 폭넓은 통찰을 가진 작가임을 보여준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1권에서 말한 내용과 더불어 그 모든 것을 시종 담담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익살스럽게 말이다. 2권에서는 거기에 추가하여 사람의 감정을 쥐락펴락하기도 한다.

      게다가 뭔가 가슴속에 애잔한 슬픔같은 걸 느끼게도 만든다.

 

       내가 이 작품을 대단하다고 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것이다. 사람을 지혜롭게 만든다. 그러니까 이런 거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지혜로운 행동들, 현명하다고 불리는 것들, 그러나 살아가면서 모두 잊어버리고 만것들, 그 모든 것들을 다시 떠오르게 만들어준다.

       자기 계발서처럼 대놓고 강제로 떠 올려야 돼!!! 라고 소리치는 게 아니라, 잔잔하게 마치 스며들듯이 그렇게 떠오르게 만든다.  

       웃기고,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며, 뭔가 애잔한 슬픔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잘 읽히고 강한 흡입력도 가지고 있다. 거기에 덧대어 독자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많은 생각들을 해주게 만들며 결정적으로다가!!!! 지혜로움이 뭔지 떠오르게 만든다.

       아아, 이 양반 완전 굿이다. 거기다가 베리 하나 추가요.

b******k 2008.12.0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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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함과 바보의 차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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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色에 물들다 1,2권 서평]   강렬한색깔에 아름다운 꽃무늬가 너무나도 예쁜 책표지가 우선 눈길을 끌었다. 거기다 요즘 티베트의 독립운동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로 티베트가 많은 관심을 끄는 지라 이 소설의 저자가 바로 티베트인이라는 점이  이 책을 더욱 읽고 싶게 했다. 티베트하면 오체투지밖에 모르던 나에게 티베트의 문학을 통해서 티베트를 알게 될것 같아 많이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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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色에 물들다 1,2권 서평]

 

강렬한색깔에 아름다운 꽃무늬가 너무나도 예쁜 책표지가 우선 눈길을 끌었다.

거기다 요즘 티베트의 독립운동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로 티베트가 많은 관심을 끄는

지라 이 소설의 저자가 바로 티베트인이라는 점이  이 책을 더욱 읽고 싶게 했다.

티베트하면 오체투지밖에 모르던 나에게 티베트의 문학을 통해서 티베트를 알게 될것 같아

많이  기대를 했다.

하지만,기대를 했지만, 재미보다는  다만,역사적 사실들의 발견에 더욱 기대를 하며,

이 책이 좀 슬플것이며,좀 어렵거나 지루할것이란  예상을 사실 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예상이 틀렸음을 알게 됐다.

이 책은 너무나도 재미났고,티베트의 문화와 역사등과 어울려 그속에서  우리가 사는 세상사에

대한 유머를 통한 풍자등이 어울려져  여운이 오랜동안 남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티베트 최고권력 투스의 둘째아들이지만,바보다.

아버지가 술을 먹고서 어머니에게 아들을 낳게 했기 때문에  머리에 약간 이상이 있는 나를 낳았다.

그리고,나에게는 어머니가 아버지와 결혼하기전  죽은부인과 낳은 첫째 아들인 똑똑한 형이 있다.

투스의 후계자자리는 형이 똑똑한지라 모든사람들은 형이 될것이라 여기기 때문에  후계자 계승

문제로 싸움걱정 없는 두 형제는 사이가 아주 좋았다.

어머니가 비록 바보아들을 낳았다고 한탄을 해도 나는 아름다운 티베트의 자연과  투스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마음대로 노예를 부릴수 있는등 배가 고프지도 않는 행복함이 있었다.

13살이 되던 그해,나는 비록 예쁜여자가 어떤건지도 모르지만,나의 시녀 '쌍지촐마'로 인해서

남녀간의 애정행각을 배운다.

그리고,아버지 마이치 투스는 자신의 소족장의 아내를 범하고,그녀의 남편을 죽인다.

이로 인해 어머니의 명령을 받은 소족장을 죽인 소족장의 집사 뚜오지츠렌에게 그녀도

죽이라고 시킨다.

하지만,일은 잘못되어 뚜오지츠렌이 오히려 아버지의 하인에게 죽임을 당하고,그 일로

뚜오지츠렌의 남은 가족들은 쫓겨나게 된다.

쫓겨나던날 밤,뚜오지츠렌의 아내는 투스의 창고에 불을 지르고,자신은 그불길속에서 죽으며,

자신의 아들들이 그원수를 갚을것이라는 저주를 내린다.

 

나에게는 아버지가 노예들중 마음에 드는 녀석을들을 고르라고 하셔서 ,내가 고른 망나니의

아들 어린 얼이와 노예 뚜오랑쩌랑이라는 충성을 맹세한 두 노예도 있다.

나는 비록 머리가 약간 이상한 바보지만,똑똑한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인 교만이나

자만은 없다.

나는 어려 우여곡적을 겪으며,똑똑한 형도 할수 없는 여러가지 일을 해서 아버지 마이치 투스보다

더 부자가 되고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는 타나를 아내로 맞는다.

그렇게 해서 투스자리르 놓고 형과 나는 서로 계승다툼을 하게 되는데....

그러다가,나의 어이없는 행동으로 투스자리를 형에게 계승한다는 아버지의 말이 떨어지고,

타나는 바보인 남편을 배반하고 형과 함께 잠자리를 같이 하다가 지진이 나고..(내용은 생략)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이본이 중국과의 전쟁에서 패망하던 시절에서 부터 중국공산당과

중국 국민당이 싸우던 시절이 배경이다.

그시대의 배경이 되는 양귀비 아편도 나오면서 그시대의 사회상도 그려진다.

 

이 책에서 주인공인 나는 자신이 바보라고 이야기 하고,주위 사람들도 그를 바보취급을 하지만,

그가 하는 행동과 그가 생각하는 것은 바보가 아니라 오히려 똑똑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보다

더 똑똑하거나,현명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는 아주 많이 인간들의 군상이 나오는데,그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사의 여러인간들을

상징하는것 같았다.

똑똑하다는 마이치투스,형,어머니,타나,왕뻐투스등 이들은 사실은 똑똑하다기 보다는 세상의 

때에 찌들어 세상살이의 처세술에 밝은 이들이고,주인공 나는 바보라는 놀림을 받지만,

꼭 필요한것만 알고 행동하는 지혜로운 사람이었고,윙사버이시 라는 사관이나 작은 아버지는

현명하고 똑똑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인간들의  이야기들은 때로는 어이없게 느껴지다가도 어떨때는 현명하다는

느낌도 들다가,심각한듯 한던 순간에 웃음을 주는 유머스러움도 갖고 있어서,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인것 같은 친근감도 느끼게 한다.

 

어찌보면 ,그시대의 암울하고 힘든 시절에 대한 이야기들이지만,저자는 결코 침울하다거나,

절망적인 이야기가 아닌,(비록 굉장히 사실적인  소설이지만), 웃음과 주인공들간의 사랑이

느껴지게 한다.

마지막,끝부분에서 주인공의 죽음과 투스의 몰락이 슬픔과 아쉬움을 남기며,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이 소설을 통해서 티베트인들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서 그리고,그들의 삶에 대해서 알게 되서

좋았고,이책의 주인공들을 통해서 세상사 인간들에 대한 풍자가 많은 생각들도 하게 했다.

 

비록 '나'는 바보라고 하지만,내가 보기에 그는 '바보인척 하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그리고,읽으면서 그에 대한 정감이 느껴졌고,이 소설은 정말 재미나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서 재미란 꼭 오락적인 그런 재미가 아니라 "뭔가 인생에 대해서 세상살이에 대해서

똑똑함이란 뭔지,바보란 뭔지"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그런 기회도 주게 해서

마음이 뭔가 꽉차는 그런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다.

s******2 2008.07.1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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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하게 침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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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으로 넘어가면서 상황은 조금 반전된다. 시간은 계속해서 빨라진다. 시간이 빨라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바로 '끝이 다가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보는 그 끝을 예감했고, 종종 투스가 되고싶다는 욕심을 부려보기도 하지만 자신이 바보임을 잊지 않는 총명함을 유지한다.(바보가 유지하는 총명함이라니.. 아이러니다) 결국 투스는 바보의 예감처럼 끝이 난다.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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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으로 넘어가면서 상황은 조금 반전된다.
시간은 계속해서 빨라진다. 시간이 빨라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바로 '끝이 다가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보는 그 끝을 예감했고, 종종 투스가 되고싶다는 욕심을 부려보기도 하지만 자신이 바보임을 잊지 않는 총명함을 유지한다.
(바보가 유지하는 총명함이라니.. 아이러니다)

결국 투스는 바보의 예감처럼 끝이 난다.
마지막 챕터를 읽으며 '색에 물들다'가 말하는 진짜 '색'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것은 문명이고 정치이다. 색깔있는 사람들이 물들이는 그것. 그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계속해서 있어왔던 물들임이다.
작은 나라 티베트는 그렇게 중국의 색깔에 물들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것이다.
나와 다른 취향, 나와 다른 성격, 나와 다른 것들에 대해 우리는 마치 흰색과 빨간색을 경계짓듯이 구분하며 살아간다.
개성시대, 현대시대라고 해서 그것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개성을 존중하는 듯 보이지만 그것도 내가 용납할 수 있는 만큼에 한해서일 뿐이다.
조금 낮아지긴 했지만 울타리는 울타리인 것이다. 그 경계를 몰랐고 울타리를 몰랐던 바보, 그리고 투스는 그곳에서 소멸되어버렸다.
소설 속에서 표현된 짧은 티베트역사의 배경을 통해 우리 전 세계의 역사의 흐름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와 같이 투명하게 이 곳을 바라보고 싶다. 그렇게 투명하게 살아가고 싶다.

 

내가 영리한지 어떤지 잘 모르지만 그녀를 무척 사랑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나는 타나를 잊을 수가  없었다.
"사랑이 뭐냐? 얘기해보렴." 사랑하는 아버지가 물었다.
"뼛 속에 거품이 생기는 거예요."
하권 p36

타나는 나에게 전부가 뭔지, 영원히 가진다는 것이 뭔지를 가르쳐주었다.
"당신은 나를 슬프게 만들어. 가슴이 아프도록 말이야."
타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남자를 그렇게 만들지 못할 거면 나는 이 세상을 살아가지도 않을 거예요."
느닷없이 그녀가 이 세상에 없으면 정말 편안할 거라는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
하권 p97

그래, 그런 이야기는 한밤중에 잠을 깼을 때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내 심장에 천천히 발작을 일으키는 독약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바람이 불고 있다. 하늘의 구름과 땅의 풀들이 모두 끝도 없이 흔들려 심각한 이야기들을 무게감 없이 가벼운 것으로 만들어버리고 있다. 우리가 나눈 많은 이야기는 바람 따라 날려갔고 내 가슴에는 그림자조차 남지않았다.
하권 p217-218

그의 말투가 대단히 엄숙했다. "내 말은, 색깔 있는 중국 사람이 왔다는 겁니다."
이번에는 금방 알아들었다. 색깔을 갖지 않은 중국 사람이 여기 오는 경우는 장사해서 돈을 좀 버는 장사꾼이거나 아니면 황 사부처럼 목숨을 보전하려는 사람 정도였다. 하지만 색깔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달랐다. 그들은 우리 영토를 자기들의 색깔로 물들이려는 것이었다. 하얀 국민당원이나 붉은 공산당원들은 전쟁에서 승리하면 가는 곳마다 자기가 숭배하는 색깔로 물들인다고 들었다.
하권 p280

t*****0 2008.07.0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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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들이 만든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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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느낀점]   티베트 몰락의 슬픈 우화 그 두번째 이야기..... 침묵하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바보가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어 나타났다. 한편으로 그가 바보가 아님을 나타내는 증거였다. 한편 똑똑한 미래 투스는 전쟁에 실패하여 병이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를 사람들은 바보로 불렀다. 그가 정말 똑똑한지 아니면 단지 신이 도움을 받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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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느낀점]

 

티베트 몰락의 슬픈 우화 그 두번째 이야기..... 침묵하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바보가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어 나타났다. 한편으로 그가 바보가 아님을 나타내는 증거였다. 한편 똑똑한 미래 투스는 전쟁에 실패하여 병이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를 사람들은 바보로 불렀다. 그가 정말 똑똑한지 아니면 단지 신이 도움을 받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똑똑한 바보는 승리의 기쁨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내 여 투스(롱꽁 투스)의 외동딸(타나)을 아내로 얻은 것이다. 그리고 그는 아버지보다 더 큰 재물을 손에 얻었다. 하지만 재물도 여자도 바라지 않은 상태가 더 아름답고 순수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라는 것을 손에 넣으면 전부를 다 얻은 것이 아닌게 되었다.   

 

그는 똑똑하면서도 아침이면 또다시 멍청해졌다. 그가 품은 의문때문이었다. '나는 누구지, 난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 이 문제에 맞딱뜨리면 꿈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아 무척이나 괴로웠다. 그는 조용히 자신에게 말했다. "너는 마이치 가문의 북쪽 변경에 있다." 아내 타나가 물었다. "지금은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깨달았나요?" 그는 대답했다. "집에" "당신이 누군지 아세요?" "바보, 마이치 가문의 바보야." 자신의 존재는 늘 현재에 머문다. 사람은 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꿈을 꾸지만 우리는 현재에서만이 살 수 있다. 스스로에게 늘 되묻는 질문과 답. 그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늘 현재에 머물렀던 것이다. 바보는 많이 생각할 줄 몰랐다. 어쩌면 그 단순함이 정답이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그는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현재의 투스였다. 아버지는 늙었고 형이든, 자신이든 누구에게든지 투스의 자리를 물려줄때가 되었다. 

 

그가 아무리 멋진 전략을 세우고, 멋진 정책을 펼치고, 멋진 말을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내를 얻고, 하늘아래 가장 부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여전히 그를 투스의 후계자로 인정해주지 않았다. 그가 후계자가 된다면 분명 형은 전쟁을 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더 분명한 것은 그가 정말 바보일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가 일궈놓은 많은 일들이 순식간에 무너질지 모른다는 두려움때문이었다. 결국 형을 투스의 후계자로 지목하였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분명히 잘못을 저지른다. 교만한 사람은 자기가 무슨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 쉽게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른말하는(바보도 투스의 자격이 있다는 말을 함) 사관의 혀를 자른뒤로 바보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침묵했다. 아름다운 아내가 말을 걸어도, 자기를 낳아주신 부모가 말을 걸어도 그는 침묵을 일관했다. 그의 아내는 마침내 그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는 침묵했다. 그 침묵이 또 다시 그를 바보로 만들었다. 사람들이 다시 그에게 친절했다. 아무도 그가 사람들을 해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렇듯 입을 열지 않는 침묵 속에서 다시 세상 곳곳을 돌아다녔다. 아내는 그를 무시했고, 그의 눈을 피해 미래의 투스(형)과 동침했다. 그 모습에 분노한 나머지 이제까지 하지 못한 말들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스스로 그는 침묵함으로써 강해졌다 생각했다. 말이란 참 무섭다. 책 속에서 바보는 자주 침묵한다. 그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은 속으로 말할뿐이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살면 세상은 혼탁해진다. 상대방이 아무리 중죄를 지었다 할지라도 계속 말을 함으로써 죄인은 내가 되어버린다. 아내의 부정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일단 말을 하면 실수를 저지르고 입을 다물고 있게 되면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내의 부정을 말하고 싶을때마다 그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역시 바보는 신의 아들이다. 복이 참 많은 바보다. 그가 원하든 원치않든 미래의 후계자인 형이 자객의 손에 죽음을 맞이했다. 음탕한 아내는 그에게 돌아왔다. 그의 아내는 그 후로도 자주 부정한 짓을 저질렀다. 아내의 아름다움은 독이었다. 형도 아내의 독에 빠져 눈이 멀게 되었고 아버지 투스도 늘 여자의 색에 취해 눈이 멀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색, 권력에 눈이 멀었다. 바보도 왜 자신이 투스가 되고 싶은지도 모른채 마냥 투스가 되고 싶었다. 그것이 권력의 힘이다. 아버지보다 더 많은 재산과 권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스가 되고 싶었다. 왕이 되고 싶었다. 그가 원하는 게 바로 투스였다.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아버지는 형이 죽고 난후 원기를 회복하여 쉽사리 투스의 자리를 물려주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전보다 더 막강해졌다. 시간이란 참 이상하다. 해가 뜨고 지는 것으로 시간을 재면 시간은 변함이 없지만, 어떤 사건을 시간으로 계산할때라야 시간의 속도가 달라진다. 사건이 많이 발생할수록 시간은 빨리 지나간다. 투스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오래지 않아 투스는 없어질 것이다. 바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사실을 깨달았다. 투스의 절대적 권력이 먼지처럼 하늘로 흩어져 공기와 함께 사라질거라고 믿었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투스의 권력도 역사가 되어 흘러갈 것이다. 그는 투스의 마지막 만찬을 성대하게 준비했다. 역사로 남게될 투스들을 위한 만찬이었다. 하지만 초대받은 투스들 중에는 그 사실을 깨달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흥청망청 기생들을 품에 안은채 술과 고기를 먹으며 향락을 즐겼다. 오직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바보뿐이었다. 바보는 더 이상 투스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투스들이 몰락하는 장면을 보면서 서서히 즐겼다.

 

중국의 통치 아래 있었던 투스는 민주당과 공산당의 싸움으로 무너져 갔다. 중국이 다시 막강한 나라가 되면 오직 한 사람의 왕만 필요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왕이라고 칭하는 자들을 허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대상이 바로 투스였다. 투스의 몰락은 대지를 덮은 먼지처럼 사방으로 흩어져 갔다. 모든 것이 사라졌다. 하지만 사람이란 정말로 이상한 존재여서 이제 투스가 먼지 임에도 불구하고 최후까지 지존의 자리를 지키려 노력한다는 사실이다. 그의 아버지는 자신이 '마지막 투스다'라며 외치며 먼지와 함께 사라져갔다. 하얀 국민당원이나 붉은 공산당원들은 전쟁에서 승리하면 가는 곳마다 자기가 숭배하는 색깔로 물들이게 되어있다. 권력이란 그런것이다. 바보도 색에 물들었지만 그 색의 허무함을 깨닫고 하늘로 날아갔다.

 

바보의 마지막 말이다. '나는 마이치 투스의 정령이 회오리 바람으로 변해서 하늘로 올라가고, 남은 먼지는 다시 떨어져 대지로 돌아 가는 것을 보았다. 나의 시간도 다가왔다. 나는 평생 바보로 살았다. 그러나 지금 나는 바보도 아니고 똑똑한 사람도 아니며, 투스 제도가 끝날 무렵에 이 기이한 땅을 돌아다닌 외로운 사람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 하늘은 나를 보게 하고, 듣게 하고, 경험하게 하고, 때로는 초연히 있게도 했다. 하늘은 바로 이런 목적으로 나를 바보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다.' 바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그것은 먼지였다. 마치 그것이 영원할것처럼 누리다가도 먼지처럼 사라지는 것이 권력이다. 한번 물이 들면 그 물을 빼기 힘든 게 바로 색이다. 권력의 맛을 보았던 바보도 투스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여자의 맛을 보았던 바보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색이란 그런 것이다. 하지만 오로지 바보만이 그 사실을 깨달았다.  

 

 

l*********g 2008.07.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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赤 과 白 로 어우러진 황홀한 슬픔
"赤 과 白 로 어우러진 황홀한 슬픔" 내용보기
강렬한 표지가 눈을 사로잡는다.  色에 물들다 라는 제목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묘한 매력이 뿜어 나온다. 작가 아라이의 이름도 낯설다. 그러나 이미 작가 아라이는 중국 현대문학의 최고 권위 '마오둔 문학상' 을 수상했고 중국 본토까지 그 명성이 자자한 티벳의 작가라고 한다. 아,  이 강렬함은 티벳의 빛인가. 지금 티벳은 어떤 色으로 물들고 있을까. 작가 아라이가 자신의 표현
"赤 과 白 로 어우러진 황홀한 슬픔" 내용보기
 강렬한 표지가 눈을 사로잡는다.  色에 물들다 라는 제목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묘한 매력이 뿜어 나온다. 작가 아라이의 이름도 낯설다. 그러나 이미 작가 아라이는 중국 현대문학의 최고 권위 '마오둔 문학상' 을 수상했고 중국 본토까지 그 명성이 자자한 티벳의 작가라고 한다. 아,  이 강렬함은 티벳의 빛인가. 지금 티벳은 어떤 色으로 물들고 있을까. 작가 아라이가 자신의 표현하고 싶었던 티벳은 어떤 것이었을까. 달라이 라마의 숨결을 드러내고 싶었을까, 아직도 티벳은 존재하고 살아 있다고 말하고 싶었을까.
 
 티벳의 지역적 영주 제도라 말할 수 있는 투스 제도는 강력한 권력의 표상이다. 그 투스가 된다는 것은 세상을 얻은 것이지만 투스의 세습은 장자로 이어지고 우리의 주인공 바보는 장자가 아닌 둘째 아들이다. 이름처럼 그는 정말 바보일까? 눈이 내린 초봄, 바보의 눈에 흰(白)색으로 물든 아침,  마이치 투스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최고 권력자의 위상에 바보 아들은 언제나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바보라는 이름에 숨겨진 복선을 이미 우리는 알아차렸다. ' 바보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원한을 품지도 않으면 기본적인 사실만을 볼 수 있다. 때문에 어지간한 일들이라도 바보는 나름대로 안전한 위치를 지킬 수도 있다고 여긴단 말이다. ' 1권 88쪽  다만 바보의 진정한 모습을 기다릴 뿐이다
 
 거대한 중국과 독립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믿지만 중국의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는 투스들은 서로가 서로를 경쟁하며 살고 있다. 자신의 힘을 확장하기 위해 서로 전쟁을 일삼으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이야기의 중신에 있는 마이치 투스가는 중국의 특파원으로 부터 양귀비를 얻어 재배하게 되고 이로 인해 세상은 온통 붉은(赤)세상이 된다.  이 붉은 빛으로 인해 세상은 흔들리게 된다. 세상 모두가 무시하는 바보는 자신의 정체성에 흔들리지만 자신 역시 투스가 되고 싶은 욕망이 있음을 확인한다. 모든 투스가 너도 나도 양귀비를 싶을 때 곡식을 심어야 한다는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것 역시 바보이지만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다. 점점 더 강해진 마이치 투스가는 두 아들에게 관리할 지역을 주고 그 과정에서 바보가 가진 힘을 확인하게 된 다. 최고 권력자에게는 많은 적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바보에게는 모두가 그를 추앙하는 사람들뿐이다. 바보에게 무엇이 있었을까. 높은 곳이 아닌 낮은 곳으로의 시선, 불쌍한 이들을 돌보는 마음이 있었다.
 
 티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풍습, 제도, 문화를 그대로 드러내며 그들이 가진 슬픔을 표현하고 있다. 거대한 중국과 티벳의 관계는 마치 최고 권력 투스와 그의 통치를 받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권력이란 영원할 수 없다. 탐욕적인 마이치 투스, 투스가 되기 직전 죽음을 맞이한 형, 그리고  투스없어질꺼라는 미래를 읽은 바보. 티벳은 이렇게 점점 작아지고 있는지 모른다.
 
 이 책의 원제 진애낙정(塵埃落定) - 먼지는 결국 아래로 떨어진다 이다. 부와, 명예, 권력 모두가 결국은 아무 것도 아닌 것.  그러나 그런 허무함과는 다르게 책은 무척 재미있다. 줄거리의 구성도 탄탄하고 가속력을 가진 책이다. 바보라는 주인공의 번뜩이는 재치와 그의 고뇌를 묘사가 탁월하다. 붉은 양귀비와 물결치는 연두빛 보리밭에 부서지는 햇살, 바람을 맞으며 산책하는 바보의 모습을 상상하면 저편에 한 편의 아름다운 수채화로 이어진다. 티벳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책속에서 가득함을 느낄 수 있다. 순간, 소금을 뿌려놓았다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세상에 태어남과 동시에 바보라는 이름을 부여받는 바보가 느끼는 자조적인 슬픔은 내내 마음속에 남는다.  '바라지 않으면 그 상태로 순수하다.' 2권 30쪽의 글처럼 아마도 죽기 전까지 바보가 바란 세상은 욕망과 화려함의 색(赤)이 아닌 높고 낮음이 없는 모두가 평화로 어우러지는 색(白)이 아니었을까 싶다.

 

r*********s 2008.07.13.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투스들의 필연적인 몰락, 누구에 의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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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를 떠올리면, 영혼이 태어나면서부터 잃어버렸던 신성을 되찾게 해주는 불교 경전 『티베트 사자의 서』, 히말라야 고지에 움튼 달라이 라마의 신비로운 나라, 맑은 영혼의 고향, 분노한 신들의 안식처……, 이런 몽환적인 인상들이 먼저 그려진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 작가 피터 시스는 그의 아름다운 그림책 『티베트』에서 이렇게 내 머릿속에 한 번 새겨진 전설 속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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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를 떠올리면, 영혼이 태어나면서부터 잃어버렸던 신성을 되찾게 해주는 불교 경전 『티베트 사자의 서』, 히말라야 고지에 움튼 달라이 라마의 신비로운 나라, 맑은 영혼의 고향, 분노한 신들의 안식처……, 이런 몽환적인 인상들이 먼저 그려진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 작가 피터 시스는 그의 아름다운 그림책 『티베트』에서 이렇게 내 머릿속에 한 번 새겨진 전설 속 티베트가 지워지지 않도록 야성의 자연과 어울려 욕심 없이 맑은 영혼으로 살아가던 지상의 태곳적 낙원으로 티베트에 대한 환상을 더욱 공고히 해주었다.

 

그때도 현재 티베트가 중국의 속국이라느니, 티베트에 겸손하고 선량한 티베트인들보다 오만하고 거드름 빼는 중국인이 더 많이 산다느니 떠들어대는 말들을 들었었다. 또한 그때도 인도에서 망명 정부를 세우고 티베트 독립 운동을 펼치고 있는 달라이 라마가 중국과 동화되어 고유한 정신을 잃어가는 티베트를 안타까워한다는 소식도 전해 들었었다. 그럼에도 ‘무욕의 삶을 아름답게 가꾸어가는 자유롭고 신성한 나라’라는 티베트에 대한 환상을 잃고 싶지 않았다. 티베트 사람들과는 동떨어진 공간에서 별개의 삶을 이어가는 내가 티베트의 현실을 직시하든, 티베트에 대한 환상만을 품든, 그것은 아무 상관 없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라고 쉽게 치부했다.

 

그러나 현실 속 티베트는 남루하고 비참하고, 먼 신성을 구하기보다는 당장의 자유로운 생존권을 지키는 데 삶의 온 힘을 바쳐야 한다. 티베트 사람들은 중국의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에 맞추어 필사적으로 독립을 외쳤다. 비단 중국만을 향한 외침은 아니었을 것이다. 일제 시대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을 전 세계에 알리려 했던 것처럼, 그들도 세계의 이목이 중국으로 집중되어 있을 때 자신들의 정당한 독립을 온 몸, 온 마음으로 부르짖었다. 그 부르짖음은 나를 향한 것이기도 할 것이다. 지금 티베트의 억울하고 참혹한 현실을 알아만 달라고.

 

티베트 작가 아라이의 『색에 물들다』는 강력한 투스의 바보 아들의 시선으로 티베트 투스들이 몰락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이야기해 나가지만, 바보 아들의 이야기에는 비장하고도 장중한 비극미가 서려 있다. 아라이는 소설가로서 탁월한 작가다.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면서 소설 속 인물들을 개성적으로 형성하는 힘도 굉장하고, 아름다운 묘사력도 반할 만하며, 곳곳에 숨겨둔 상징들과 메타포도 은밀하기 그지없다.

 

소설로서의 매력은 부인할 수 없지만, 『색에 물들다』에서 ‘투스’는 중국과 가까운 티베트 변방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부족장을 일컫는 말로, 중국으로부터 하사받은 호칭이다. 말 한마디 한마디로 생사여탈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투스의 권위는 결국 중국으로부터 나오며, 중국에 의해 투스는 몰락한다. 더 비약하자면 소왕국 티베트 투스의 몰락은 시대의 필연적인 귀결이지만, 투스의 존재 기반을 세우는 것도, 그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도 온전히 중국의 의지라는 말인 것만 같다.  노예와 백성들의 생사여탈권을 움켜 쥔 투스들이지만, 이 투스들의 생사여탈권은 중국에게 있다는.

 

이것은 순전히 이 소설이 “중국 현대문학의 최고 권위 ‘마오둔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홍보 문구를 보고 의심을 떨치기 어려워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편견일지도 모른다. 중국의 문학상을 받고 중국인들까지 열광시킬 정도라면 중국의 시각에 순응하여 중국인의 입맛에 맞도록 교묘하게 써진 것이 아닐까,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중국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광고 문구가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도 권력의 무상함과 매력적인 인물 바보 아들에 좀더 집중하여 소설 읽은 감상을 남겼을 것이다. 또 헷갈린다. 소설을 문학 자체로만 즐겨야 할지, 문학 이외의 것을 연관 지어 의심해 봐야 할지.

z***e 2008.07.1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