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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주 최근까지 회사 내에서 영업업무를 맡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한 발은 영업팀에 걸쳐 놓고, 다른 한 발은 지원팀에 걸쳐 놓게 되었다. 부서명이 지원팀인 것인 뿐이지, 조직이 크지 않은 벤처기업이다 보니 영업과 생산 그리고 개발에 포함되지 않는 모든 업무는 지원팀의 업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계에서부터 인사, 총무, 재무뿐만 아니라 구매까지도 총괄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요즘은 야학 학생도 아니면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책을 찾아가며 공부를 하는 매우 금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다른 건 그렇다치고 월 결산 보고를 위한 제조 원가 명세서, 손익 계산서, 대차대조표 작성 등의 업무 때문에 6개월 간을 '재무제표 읽는 법', '재무제표 분석', '재무제표 무작정 따라하기'같은 책들을 읽느라고 거의 고학생같은 시절을 보냈는데, 이제는 회사 가치를 평가하라니. 누가 생각해도 이 건 둘 중에 하나다. '엿 한 번 먹어 봐라' 아니면 '난 널 믿는다'.
전자라는 생각도 약간 들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후자로 생각하는게 여러모로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아서,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인터넷 서점에서 '가치평가'로 책을 검색해보고, 적당한 내용을 싣고 있을 것 같아 보이는 책 중에서 페이지 수가 가장 작은 이 책을 주문했다. 이 출판사에서 출판된 책을 몇차례 훑어본 경험이 있어, 자세한 해설이나 예제는 없지만 있는 것들은 최대한 다 나열하고 있는 이 책이 여러모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자세한 해설이나 예제는 없지만, 회사 가치를 평가하는 거의 모든 방법을 나열하고 있었다. 일단 책을 받자마자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책을 독파한 후에, 동일 업무를 회사에서 맡고 있는 지인 몇몇에게 전화를 걸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평가 방식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그 평가 방식에 대한 자세한 계산 방법 등을 인터넷에서 찾아 꾸역꾸역 요청 받은 일정 내에 보고를 마쳤다.
업무의 완성도야 어떻든 간에 일단 보고는 했으니, 수정이나 첨삭이 필요하면 다시 업무 지시가 내려올테고, 그 때까지 시간은 벌었으니 다시 한 번 책을 조금 찬찬히 읽어 두어야 할텐데... 이 집에서 나온 책들은 왜이리도 설명이 필요 이상으로 간단 명료해서, 도무지 초보자가 이해하기 어렵도록 만들어 놓을 것일까?
(BOOK : 2010-004-0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