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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서야 비로소 번역가 '김석희'씨를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지난해 읽은 힐러리 클린턴의 자서전 <살아있는 역사>과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등의 번역가임을 알고 나서야 ‘아, 이 분이 그 분이구나!’ 생각했으니... 이 책은 저자의 두 번째 '십년짜리 자서전'인 셈이다. <북마니아를 위한 에필로그 60>이후 십년 동안의 번역후기를 정리한 두 번째 책이므로... 앞으로 십년 후 세 번째 십년짜리 자서전을 쓰고는 은퇴하고 싶다고 한다.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에 무한한 호기심을 느끼며, 그 중 몇 권은 벌써 구입목록에 넣어 두었다. 그동안 번역한 작품과 원작가, 그리고 그 작품 및 저자에 관한 배경설명이 꼼꼼하게 잘 돼있으면서도 그 작품을 읽어보고 싶게하는 매력을 풍기는 책이다.
번역가라는 직업은 언어적 기술만 가지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새삼 느낀다. 원작자 못지않은 필력에, 해당 분야뿐만 아니라 작품과 작가 등에 관한 제반(諸般) 사항들에 대한 배경지식과 전문지식을 두루 갖추는 것이 제대로 된 번역가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요건인 것 같다. 그것은 분명 웬만한 지적호기심과 인내력이 없다면, 몇 십 년은커녕 단 일 년도 하기 힘든 직업일 것이다. 자신의 발자취를 남기며 나날이 새로운 삶을 살고있을 저자의 그런 바람을 통해, 내가 그토록 동경(憧憬)하는 삶의 실체를 느끼게 된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삶 말이다. 대게 우리는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설령 안다고 해도 이런 저런 수 십 가지 이유를 들며 포기해 버린다. 그것은 현실과의 타협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포기하는 것이 꿈을 좇는 것보다 훨씬 쉽기 때문아닐까?
현실에 부대끼며 '해야할 일'에 우선하며 살아가다가 문득 중년의 문턱을 훌쩍 넘어, 노인이 되겠지... 문득,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훨씬 적게 남았음을 감지하게 되면 어떤 생각이 들까? 이 책은 물론 번역가 김석희 씨의 역자 후기 모음집이지만, 직업적 번역가로서의 삶에 대한 생각을 잠시나마 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출판사 리뷰 中>
대한민국은 여전히 번역을 홀대하는 나라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전공 분야의 고전을 번역해도 연구업적으로 대접을 안 해주는 학계의 풍토는 연구자들을 점점 번역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한국어 능력은 경시한 채 외국어 실력만으로 좋은 번역을 할 수 있다는 생각도 양질의 번역서 출간을 어렵게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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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석희씨의 후기모음집이다. 부제는 '김석희, 내가 만난 99편의 책 이야기'. ![]() 최근 번역가 되는 법 그리고 번역가로 먹고사는 법에 대한 책을 한 권 읽었다. 그 책에서 저자가 던졌던 번역가의 매력(?) 중 하나가 떠올랐다. 번역가는 1권의 책을 번역하기 위해서 그 책의 우수한 독자가 된다. 단순히 읽는것에 그치지 않고, 때론 저자조차도 놓치고 있었을 지 모르는 문맥과 문맥 사이의 미묘한 의미까지 추적해간다. 그러므로, 그 책에 대해서 번역자만큼 전문가는 흔치 않다. 따라서, 그 책에 대해 가장 잘 소개할 수 있는 사람도 번역자가 아닐까? 그렇다면, 번역자들이 적극적으로 그러한 책들에 대해 후기나 서평을 쓰고 그런 것들로 원고료를 받거나 모아서 책을 펴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책으로 펴냈을 경우 오래오래팔릴수록 그것은 작곡가의 저작권수입처럼 꾸준하고 안정적인 연금이 되어줄 수 있다. 이 책을 보면서 그 이야기가 떠올랐다. 번역자라는 직업, 책을 사랑하고 성실하고 꾸준하게 노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해봄직한 것이 아닐까. 여하튼, 이 책은 김석희씨의 역자 후기집이다. ![]() 가장 먼저 읽은 챕터는 '쥘 베른'에 대한 부분이다. 김석희씨는 '로마인 이야기'의 번역으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열림원출판사에서 간행되는 '쥘 베른 선집'을 출판사에 제안한 사람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잘 팔리지 않는지 후속권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황제의 밀사 , 인도 왕비의 유산 등의 작품을 국내에 완역으로 처음 소개하는데 공헌하신 분이다. 후기에는 베른의 개인적 이야기부터 소설들의 시대적 배경과 그 이야기들이 아름다운 문장들로 기록되어 있다. 그 글은 여타의 후기처럼 적당히 쓰여진 느낌이 들지 않는다. 글쓴이는 머리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책을 번역할 때마다 역자 후기를 쓰는 일에도 제법 정성을 쏟는 편입니다. 원고지 15~20매 정도를 쓰는 데 며칠씩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 딴에는 역자 후기를 번역에 최선을 다한 노력의 한 증표로 삼고 싶기 때문이지요. ... 저자와 원서에 대한 예의를 표하는 마음으로 좀더 충실한 소개와 의미를 담어내려고 애쓰곤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번역자의 도리일뿐더라, 책 속에 번역자의 흔적을 그나마 남길 수 있는 내밀한 즐거움이기도 할 테니까요. 8p~9p 쥘 베른에 대한 이야기도 그러하다. 단순히 책의 내용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지식을 통하여 바라본 내용들을 적고 있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로빈슨 크루소와 15소년 표류기 그리고 신비의 섬의 연관성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해저2만리의 네모선장의 국적에 대한 쥘 베른과 출판업자의 충돌도 흥미로웠다. 쥘 베른의 소설이 단순한 공상소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대적인 배경에 대한 풍자가 담겨있다는 것도 구체적인 사실들과 함께 알게 되었다. 위에 언급했듯, 이 글을 쓰기 위하여 글쓴이는 장시간의 번역의 괴로움도 잊고 다시금 스스로를 글쓰기에 몰입시켰을 것이다. 물론, 그 괴로움이 즐거운 괴로움일지도 모르지만. 이 책에서 다룬 책들중 읽어보았거나, 관심이 가는 책이 있다면 그 꼭지글이라도 읽어보길 권한다. 다 읽기에는 너무 분량이 많다. 좋은 글들이지만, 가급적이면 해당되는 책을 먼저 읽고 읽기를 원한다. 후기란 그런것이 아니겠는가. 자칫 서두르다 스포일러를 당하기 십상이다. 독서의 재미는 내 머리속에서만 펼쳐지는 그 고유의 상상하기에 있으니까. 오늘도 좋은 책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즐겁고, 이 이야기를 나눌 공간이 있다는데 감사를 표하며 잡문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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