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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에 대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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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외롭고 고독하다. 혼자이건 누구와 함께건, 또는 어린 시절을 연장한 어른이건 가족을 이루고 있는 어른이건, 또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건 아니건,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이건 그 환자를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든 말이다. 그래서 여기 조경란이 선사하는 위로의 책이 있다. 그건 간혹 사랑이 되기도 하고 우정이 되기도 하고 문학이나 철학 등의 책이 될 수도 있고 그 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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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외롭고 고독하다. 혼자이건 누구와 함께건, 또는 어린 시절을 연장한 어른이건 가족을 이루고 있는 어른이건, 또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건 아니건,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이건 그 환자를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든 말이다. 그래서 여기 조경란이 선사하는 위로의 책이 있다. 그건 간혹 사랑이 되기도 하고 우정이 되기도 하고 문학이나 철학 등의 책이 될 수도 있고 그 책의 작가나 또는 독자가 되기도 한다. 
어찌 보면 그녀는 이미 우리에게 외로움과 고독의 치유를 <식빵 굽는 시간>부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고소한 빵 냄새로 우리를 위로하듯이 말이다. 또한 세련된 문체로 깔끔한 문학을 선사하던 조경란이 정열적이고 치명적인 사랑과 성애를 음식을 통해 최고로 지독한 복수를 하는 <혀>로 이어 놓았다. 그리고 이번엔 문학과 철학으로, 책과 글쓰기로 연결시켜 준다.       
<풍선을 샀어>에서는 사람들과의 관계보다는 니체의 학문 속으로 들어갔던 여자와 공포증을 앓고 있는 젊은이의 권리가 스스로에 대한, 타인에 대한 위로이다. 따로따로 외롭고 고독하던 너와 내가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관습과 질서에 얽매여, 잊고 있던 우리의 권리가 바로 그 위로이다. 따로 홀로 떨어져있던 동안 잊고 있었던 권리를 되찾는 게 바로 그 위로인 것이다. 너와 나는 그럴 권리가 있는 것이다. ‘J, 너는 실수할 권리가 있고 도움을 청할 권리가 있고 분노를 느낄 권리가 있고 울 권리가 있고 놀랄 권리가 있고 마음이 변할 권리가 있고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J, 너 자신을 즐겁게 할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타인을 미워할 권리가 있어. 마지막으로 나는 말했다. 그리고 J, 너는 운전을 할 권리가 있어. (...) 내가 가진 권리들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에게는 아프다고 말할 권리가 있고 책을 읽을 권리가 있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그에게 의지할 권리가 있고 진실을 말할 권리가 있고 잠을 잘 권리가 있다. 나에게는 토마스의 위로와 충고에 저항할 권리가 있고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아도 될 권리가 있고 J를 생각해도 될 권리가 있다.’
그리고 책이 있다. 철학과 문학이 있다. 그래서 <형란의 첫 번째 책>에선 ‘쓴다는 건 종이 위에 나를, 나의 표상 하나를 거기에 내려놓는다는 게 아닐까요.’라는 여자의 말이 마치 자신의 삶에 대한 책을 자신이 쓰는 듯한 느낌을 주며, 길을 잃고 헤매는 남편에게도 메시지를 전해준다.
‘시간이 흐른 후 나도 나의 삶을 살았다, 썼다, 그리고 사랑했다, 라고 짧게 요약할 수 있다면 나의 삶은 아주 실패한 것으로 끝나지는 않을 거예요. 쓰야키 씨, 혹시 그를 만난다면 이렇게 전해주시겠어요? 그가 맨 처음 글을 쓰기로 했을 때, 그것은 삶을 위해서였다는 걸 부디 잊지 말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스스로 위로를 만나기도 하지만 <버지니아 울프를 만났다>에서는 작가를 만나고 작가의 얘기를 듣는다. 마치 그녀를 보고 그녀의 말을 들으며 스스로 위로를 받듯이. 또한 ‘내가 만약 아무것도 쓰지 않는다면 내 인생은 그냥 빈 종이로만 남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작가에게 이별을 고하고 스스로 안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2007, 여름의 환>에서 이 위로의 방법은 바로 거짓말이다. 거짓말을 함으로써 스스로를 변호하고 숨어버리고 알리바이를 만드는 것이다. 아무 이유 없이 하는 내 거짓말은 온전히 내 것이다. ‘내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여덟 가지 분류 중 거의 모든 사항에 속할 만큼 다양할 때도 있지만 대개는 아무 이유가 없을 때가 많다. 나는 그것이 진정한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거짓말쟁이는 진정한 미식가처럼 혀로 음식을 맛보거나 말을 밖으로 뱉어낸 후 입술이 맞닿은 뒤에 탄성이 이어지는 정교한 소리에 큰 만족감과 기쁨을 느낀다.’<마흔에 대한 추측>에서는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변화를 느끼고 그에게도 위로가 되는 ‘나’가 있다. ‘닥터 현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귀를 열자, 이야기가 열렸다. 세상에는 아주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고 그것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그를 통해 나를 발견하고 세상의 존재를 인정하고 나를 그 세상 속에 넣을 수 있게 되었으며 또한 그에게도 나 자신 세상의 창구가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작가의 말에서 조경란은 이렇게 말한다. ‘책 자체가 좋습니다. 위안과 힘이 되는 책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책을 읽고 쓰는 행위를 통해서 저는 사랑의 가능성과 일상적인 것들 안에 감추어진 변화의 힘을 믿게 되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꽃 피는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말하고, 그것을 글로 쓸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풍선을 샀어>, 이 작품집으로 한편 고독해졌지만 또 한편 그 고독에 대한 위로를 배로 받았다. 외롭고 힘들 때, 뛰어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장벽이 나타났을 때, 도무지 나를, 세상을 이해할 수 없을 때, 어딘가로 숨어버리거나 홀로 우는 대신 풍선을 불어보자. “후후훕, 훕훕-” 그러고 나면 온 힘을 다해 풍선을 불었듯, 앞으로 나아갈, 변화를 가져올 어떤, ‘삶의 특별한 의지’가 생기지 않을까.
g******i 2008.12.09. 신고 공감 3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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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을 샀어(조경란씨를 좋아하는분들은 읽지 마시길...)
"풍선을 샀어(조경란씨를 좋아하는분들은 읽지 마시길...)" 내용보기
먼저 이번 리뷰는 그다지 좋은 내용이 없으므로 조경란씨를 좋아하시거나 조경란작가님은 절때 읽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 뭐 그런다고해서 별다른 내용이 있는것은 절때 아님...--ㅋ     풍선을 샀어.이번 가을이 시작하던 10월 3일 우연히 편의점에 들렸다가 구입하게된 책2008년도 동인문학상 수상작인줄 알았다면 절때 사지 않았을 것인데....읽느라 1달이 넘게 걸려버린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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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번 리뷰는 그다지 좋은 내용이 없으므로

조경란씨를 좋아하시거나 조경란작가님은 절때 읽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 뭐 그런다고해서 별다른 내용이 있는것은 절때 아님...--ㅋ

 

 

풍선을 샀어.
이번 가을이 시작하던 10월 3일 우연히 편의점에 들렸다가 구입하게된 책
2008년도 동인문학상 수상작인줄 알았다면 절때 사지 않았을 것인데....
읽느라 1달이 넘게 걸려버린 단편 소설집이라니......
얼마만큼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줄은 굳이 말할 필요까지는

책을 읽는내내 왜이리 책이 불편하게 느껴지던지
다 읽고 나서 알게된 사실이지만 그동안 조경란이라는 작가의 슬럼프로 정말
힘든 나날을 보낸후 발표하게된 작품이라고 하는군

여러 단편작품중 대부분이 역시나 작가의 심리상태를 적나라하게 나타낸듯한
작품들이 다수 포진...

보통 이런 단편집을 읽고다면 그 중 유독 기억에 남는 작품들이 하나씩은
또는 두,세개까지도 있을법도 한데..
이건 당췌...내용이나 느낌이나...어떻게 보면 주제까지도 원체 비슷비슷
했던거 같기까지 하니 원

그래도 타이틀 작이라고 "풍선을 샀어"가 그나마

뭐 나같은 문학의 ㅁ 자도 모르는 녀석이 위대한 소설가님의 책을놓고
이런저런 말하는것도 아니올시다 이지만..
어떻게 보면 어차피 나같은 문외한까지도 만족시켜주는 작품이야 말로
진정한 작품이 아닐까???
진정 좋은 영화가 어느 노부부를 살아생전에 처음으로 극장으로 발길을 하게 만들었다고
하는것 처럼 말이야....(아마 서편제 였던가??)나야 서편제 보지도 않았지만.

여튼 이제 3년의 공백을 깨고 슬럼프도 벗어 났다고 하시니 조경란 작가님의
여섯번째 소설은 재미있는것으로 써주시길...기원드립니다.


  저기 말야, 만약 공포가 오면 그걸 예상하고 받아들이는 거야. 그리고 그것을 인식하면서, 기다리면서 내버려두는 거야. 그리고 현재 네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거야. 그 다음엔 공포와 함께하면서 공포를 견뎌낸 성과를 인정하고 그 기회를 네가 불안을 견딜 수 있다는 걸 연습할 기회로 삼는 거야. 그리고 또다시 공포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고 그걸 받아들이는 거야.

 

J, 너는 실수할 권리가 있고 도움을 청할 권리가 있고 분노를 느낄 권리가 있고 울 권리가 있고 놀랄 권리가 있고 마음이 변할 권리가 있고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J, 너 자신을 즐겁게 할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타인을 미워할 권리가 있어. 마지막으로 나는 말했다. 그리고 J, 너는 운전을 할 권리가 있어.

 

두려움을 극복하는 길을 뒤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거다 J. 그것은 변화를 뜻하는 것일지도 몰라. 스스로 깨닫지 못했던 삶의 특별한 의지가 있다면 그건 아마 풍선처럼 둥글고 부풀어 있을 것 같다.

 

-- <풍선을 샀어>

 
* 어느 한가지 메시지를 전달하느라 이렇게 많은 문장과 정력을 소비시키는 글은 처음 보는듯 하다.
나처럼 단순한 인간들은 한 문장을 읽는 도중 단어의 압박에 지쳐 버린다.





진도가 너무 나가지 않는 책 덕분에 방심하고 있다가
읽을책이 똑 떨어져 버렸다.
"그날밤의 거짓말" 이나 "일식"을 읽어줘야 할꺼 같은데..말야
흠..흠..흠..

YES마니아 : 로얄 y******t 2008.11.10.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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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란 작가가 주는 풍선을 날려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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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을 샀어    달팽이에게    형란의 첫번째 책    버지니아 울프를 만났다    밤이 깊었네    2007, 여름의 환    마흔에 대한 추측    달걀          '가장 좋은 반찬은 허기(虛飢)다'라는 말이 있다.     며칠 굶은 사람처럼 몹시도 배가 고플 때 물에 밥 한술 말아 김치 얹어 먹을 때 밥이 무척 달게 맛있다는 걸 느끼는 걸 보면 위의 말이 딱 맞음을 알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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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선을 샀어

   달팽이에게

   형란의 첫번째 책

   버지니아 울프를 만났다

   밤이 깊었네

   2007, 여름의 환

   마흔에 대한 추측

   달걀

 

 

 

   '가장 좋은 반찬은 허기(虛飢)다'라는 말이 있다.

    며칠 굶은 사람처럼 몹시도 배가 고플 때 물에 밥 한술 말아 김치 얹어 먹을 때 밥이 무척 달게 맛있다는 걸 느끼는 걸 보면 위의 말이 딱 맞음을 알 수 있다.

 

 

    책도 그런 것 같다 - 책 뿐만 아니라 매사,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마지못해 시간 떼우기 용으로 손에 드는 책과 이야기에 굶주렸다가 좋아하는 작가의, 역시나 그 작가답다싶게 쏙 마음에 드는 책을 손에 쥐었을 때 기쁨은 배고팠을 때 느끼는 허기(虛飢)를 채워주는 물에 말은 밥처럼 모자람이 없다.

 

 

    단편소설들이지만 참으로 내용이 풍족하고, 몇 번이고 다시 읽어 외워버리고 싶을 만큼 욕심나는 구절도 많고, 슬픈 인물들에 몰입되어 몇 번이나 울컥울컥하기도 했다.

 

 

 

    이 책 제일 앞에 실린 [풍선을 샀어]를 다 읽고나선, 밥통에 남아있던 밥을 모두 물에 말아 먹었음에도 미처 허기진 배가 다 채워지지 않아 숟가락 쪽쪽 빨며 또 다른 무언가를 갈망하게 되는 그런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b******2 2009.08.1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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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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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감염된듯 지냈다는 말을 하고 싶다- 풍선을 샀어- 두려움, 변화 달팽이에게- 생명 또다시 죽음 형란의 첫번째 책- 상실과 실패 밤이 깊었네- 무채색, 우울 마흔에 대한 추측-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것에 대한 불안감.   조경란의 단편을 읽으며 머리속에 남던 생각들이다.   마음에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 대한 상실을 가지고 살아간다는것은 삶의 치명적인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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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감염된듯 지냈다는 말을 하고 싶다-

풍선을 샀어- 두려움, 변화

달팽이에게- 생명 또다시 죽음

형란의 첫번째 책- 상실과 실패

밤이 깊었네- 무채색, 우울

마흔에 대한 추측-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것에 대한 불안감.

 

조경란의 단편을 읽으며 머리속에 남던 생각들이다.

 

마음에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 대한 상실을 가지고 살아간다는것은

삶의 치명적인 오류라고 생각했다.그리고 살면서 결핍에서 오는 불안감은 

스스로를 캄캄한 코너로 자주 밀어 넣곤했다.

하지만 조경란의 상실과 결핍은 다른것을 들려주었다.

건조하지만 섬세하고 빛나는 아름다운 문체에 홀려

금방 읽어버린 여덟 단편이었다.  

책을 다 읽고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를 미진한 무언가가 가슴에 남았다.

등뒤로 아픈돌처럼 흘린 땀과 전염병에 감염되 불안하고 유쾌하지 못한

신열과 찝찌름함 같은 느낌.

다 읽고 다시 펼쳐보지도 않을거면서 한동안 책을 품고 다니고

오래 옆에 두고 잠들었다.

 

이 단편에 대해 무언가를 이야기 하고 싶다.

이야기 하고 싶다고 원하는 만큼 가슴은 답답했다.

 

이 답답증이 가슴에 옮아오고 부터 일상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

버려버리고 싶은데 무엇을 찾아봐도 백신이 될수 없다.

 

쿵하고 눌러 앉아 버린 무거운 풍선하나 날려버리길 원하는데

모든것 앞에서 그저 무력하다.

그래서 무척 피곤한 상태이다.

  

YES마니아 : 로얄 s****7 2009.02.1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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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아쉬운 조경란적이다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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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글을 쓰는 작가, 당연 모든 작품이 같을 수는 없다. 같아서도 안 될 것이다. 조경란을 떠올리면, 아무말 없이 곁에서 나를 지켜보는 누군가를 만나는 듯한 느낌, 가만 마주 앉아 켜켜히 쌓아둔 슬픔을 가져갈 것 같은 사람으로 다가온다. 그녀의 글 때문이리라.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났던 소설, ‘나의 자줏빛 소파’, ‘불란서 안경원’을 참 좋아한다. 장편도 만났지만, 단편에
"약간 아쉬운 조경란적이다라고 할까" 내용보기
 오롯이 글을 쓰는 작가, 당연 모든 작품이 같을 수는 없다. 같아서도 안 될 것이다. 조경란을 떠올리면, 아무말 없이 곁에서 나를 지켜보는 누군가를 만나는 듯한 느낌, 가만 마주 앉아 켜켜히 쌓아둔 슬픔을 가져갈 것 같은 사람으로 다가온다. 그녀의 글 때문이리라.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났던 소설, ‘나의 자줏빛 소파’, ‘불란서 안경원’을 참 좋아한다. 장편도 만났지만, 단편에서 느껴지는 조경란의 글이 더 좋다. 

 풍선을 꼭 사야할 것만 같았다.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고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유독 떠나는 이, 남겨진 이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나를 지켜주는 이들은 언젠가 모두 나를 떠나고 만다. 죽음으로 인한 영원한 부재이거나, 사랑의 이별, 그래도 남겨진 이의 삶은 계속 이어진다. 어김없이 하루를 맞이하고 살아내야 한다. 

 매번 그녀의 소설에는 요리가 등장하고, 나이가 등장한다. ‘풍선을 샀어’ 에서 독일에서 돌아온 주인공은 어린 조카와 가족들을 위해 요리를 한다. 누군가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여성 화자가 많았던 기존의 소설, 그러나 이 소설에서 남성 화자가 등장하는 두 소설, ‘달팽이에게’ 와 ‘달걀’ 이 갖는 변화는 크다. 예상할 수 없는 아니, 치유할 길이 없는 알츠아이머, 파킨슨, 치매라는 질병을 안고 사는 소설 속, 고모, 엄마, 이모.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내 의지로 어쩔 수 없는 가족의 죽음, 부모를 대신해 나를 키워주고 지켜주던 고모, 이모의 죽음을 말하지만, 결국 남성 화자를 통해 여자를 이야기한다. 고모라는 여자, 이모라는 여자, 그들이 사랑한 여자들에 대한 초상이다.  

 남편을 찾아 낯선 도시에 지도 한 장을 의지하며 길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는 ‘형란의 첫번째 책’. 형란에게 지도는 남편에게로 가는 유일한 길이며,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할머니가 손녀인 나를 떠나보내는 ‘버지니아 울프를 만났다’에서 버지니아 울프는 손녀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말해준다. 작가의 전작에서도 항상 결핍은 있었다. 다만, 그 전작들에서는 결핍, 그대로로 남았다. 이 소설집에서는 부재를 채울 수 있는 긍정, 희망을 보여준다.  부드러워지고, 느슨한 느낌을 받는다. 어쩜 작가 역시 삶에 대해 떠남에 대해 좀 자유로운게 아닐까 싶다. 

 
쓴다는 건 종이 위에 나를, 나의 표상 하나를 거기에 내려놓는다는 게 아닐까요. 이것은 보잘것없는 지도 한 장에 불과하지만 이 얇고, 가벼운 한 장 종이 위에 나는 나의 첫번째 표상을 내려놓았어요. 그러므로 이것은 나의 첫번째 책입니다. 오직 단 한 사람만이 단 한 권의 책과 조우할 수 있듯이 이 지도 또한 누군가와 다시 만나게 될 거예요. 서로 다른 곳에 있지만 1월의 편서풍과 7월의 무역풍 속에서 우리는 간은 바람과 같은 기후로 살고 있듯. 우리의 은밀한 의식은 이 한 페이지 위에서 다시 만나게 될 거예요. 119~120 쪽

 인간의 고독, 우울함, 내면의 출렁임을 하나 하나 풀어나가는 ‘밤이 깊었네’, ‘마흔에 대한 추측’은 가끔씩 소리 내어 웃거나 울고 싶은 우리네 모습을 발견하게 한다. 전체적으로 소설은 하나로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독일에서 니체를 공부하고 돌아온 이도 독일로 사랑을 찾아 떠나는 이도 홀로 남겨졌지만 우울을 이겨내려는 몸짓들도 다르지만 하나의 모습이다. 고립되지 않고 관계를 맺으려 노력하려 애쓰는 흔적들이 조경란의 변화인지 모른다.  서른을 노래했던 작가, 이제 그녀는 마흔을 노래한다. 치열한 삶, 둔탁하면서도 날카롭던 그녀의 글을 떠올리기에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떻게 할까.

 그녀의 책을 만나면서 나 역시 내게 올 마흔이라는 초상을 그려본다. 모나지 않기를, 혹여 두려움이 닥쳐오더라도 나만의 풍선을 기억하고 있기를.
r*********s 2008.12.04.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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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넘어선 메마름으로 바짝 말라버린 메시지... <풍선을 샀어>
"도를 넘어선 메마름으로 바짝 말라버린 메시지... <풍선을 샀어>" 내용보기
소설들은 어딘지 푸석푸석하다. 윤기가 없는 소설들에는 바짝 마른 건기의 냄새가 가득하다. 비 내려야 할 시기가 한참 지나고 또 한 시기쯤이 더 지나서, 찾아왔던 코끼리도 발을 돌리고 물 냄새의 기억마저도 사라진 듯한 메마름만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작가의 건조함은 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구상의 모든 것이 자연의 일부이듯 소설도 자연의 일부라면,
"도를 넘어선 메마름으로 바짝 말라버린 메시지... <풍선을 샀어>" 내용보기
  소설들은 어딘지 푸석푸석하다. 윤기가 없는 소설들에는 바짝 마른 건기의 냄새가 가득하다. 비 내려야 할 시기가 한참 지나고 또 한 시기쯤이 더 지나서, 찾아왔던 코끼리도 발을 돌리고 물 냄새의 기억마저도 사라진 듯한 메마름만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작가의 건조함은 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구상의 모든 것이 자연의 일부이듯 소설도 자연의 일부라면, 이제 이 소설들에도 비, 내려야 마땅할 터인데...


  「풍선을 샀어」.
  “어느 날 토마스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풍선을 사라. 그것은 나의 친구이자 주치의였던, 훗날 베를린의 샤리테 병원 신경정신과 닥터가 된 토마스가 내게 내린 치료 방법 중 하나였다. 불안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때마다, 호흡이 거칠어질 때마다 나는 숨을 깊고 빠르게 쉬면서 후, 후, 훕훕훕, 풍선을 불며 호흡을 조절했다.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해도 쉽게 공황 발작을 일으키지 않도록 과호흡 상태에 익숙하게 만들기 위한 일종의 호흡 훈련법이었다...” 머나먼 도시에 살던 당시에 받았던 도움은 이제 오라버니의 집에서 살며, 니체의 삶의 방식을 따르고자 노력하는 내가 학생으로 있는 J에게로 전수된다. 그나저나 탄력없는 나의 삶이 니체의 삶을 따라 잡을 수 있겠는가.


  「달팽이에게」.
  “비 오는 날이다. 그리고 밤이다... 달팽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었다. 땅이나 나무가 젖어 있어 아무리 먼 데라도 달팽이들이 쉽게 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 고모 숨이 위태롭게 끊어졌다 이어지고 있었다... 가장자리부터 차츰 하지 고모는 희미해지고 있었다.” 나의 위태로운 사랑과 겹쳐지는 하지와 요지라는 두 고모의 죽음의 이야기...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한다고 해도 끄덕없이 어디론가 움직이고야 마는 사랑과 죽음에 대하여...


  「형란의 첫번째 책」.
  “나는 돌아가서 남편의 책상 앞에 앉을 생각이에요. 거기 앉아서, 그가 돌아오기를 다리겠어요. 시간이 흐른 후 나도 나의 삶을 살았다, 썼다, 그리고 사랑했다, 라고 짧게 요약할 수 있다면 나의 삶은 아주 실패한 것으로 끝나지는 않을 거예요...” 남편을 찾아서 찾아간 낯선 나라의 낯선 도시, 그 도시에서 자신을 받아들여준 나와 다를 바 없는 이방인의 무리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남편의 행적을 좇다 마주친 도서관의 쓰야키 씨를 향하여 주절주절 이야기를 한다, 내 생에 최초의 작품처럼...


  「버지니아 울프를 만났다」.
  “... 나는 다시 버지니아 울프를 만났다... 나는 지금부터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무엇을 하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기 전에는 아무 일도 진짜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을 쓰면 고통의 원인이 줄어들고 거기에서 벗어나는 길이 하나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될 거라고도 말이다...” (작가의 자의식은 소설 속의 주인공을 통해 자꾸만 연예인을 만나듯 유명 문인 혹은 철학자를 만나게 하나보다.) 뇌에 물이 차오르는 할머니에게 떠밀려 이국의 도시에서 이국의 사람들과 살아가는 그녀의 구슬픔 따위...


  「밤이 깊었네」.
  “의혹도 베일도 다 사라지는 느낌이지, 라고 B는 밤에 관해 말했다... 밤이 오면 가까이 있는 것들에 대한 느낌이 달라진다고 B는 말했다... 그리고 또 B는 말했다. 밤은 나를 죽음으로 걸어가도록 설득하지. 생동적이고 매혹적인 것은 싫다고 말했던 사람이었다. 그건 사실일 것이다. 그런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면 나를 만나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러나 우리는 동시에 알고 있었다. 밤이 생동적이고 매혹적인지...” 파킨슨병에 걸려 조금씩 굳어가는 엄마, 그리고 어느 날 나무를 들이받고 죽어버린 B... 깊은 밤, 깊은 밤처럼 떠올릴 수 있을 법한 사람들을 위하여...


  「2007, 여름의 환(幻)」.
  “... 거짓말을 하는 데 필요한 첫번째 조건은 적어도 거기에는 두 사람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 이외의 다른 한 사람이.” 아우그스티누스의 거짓말 그리고 남편의 손가락에서 사라진 결혼 반지와 나이 어린 연인 B와의 술자리... 사실 정말 속이기 이려운 것은 ‘나 이외의 다른 한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일 수도 있는 것 아닐까...


  「마흔에 대한 추측」.
  “... 나는 내 삶을 냉정하게 돌아보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나는 올해 삼십구 세가 되었고 이제 칠 개월 후면 마흔 살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닥터 현을 찾아가 자문을 구한다. 그리고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이 나의 동년배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겨우 깨닫게 된다. 가장 단순한 삶을 위하여, 라는 제언이 붙을만하다. (그러고보니 삼개월 후면 이제 마흔 하나가 된다. 추측조차 불가능하구나, 혹은 추측의 가치조차 없거나...)


  「달걀」.
  “... 내 주머니 속으로 가비가 그 파란색 달걀을 불시에 쑥 집어넣었다. 무슨 돌덩어리라도 짊어진 사람처럼 나는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베를린에 갔다 우연히 만나게 된 가비라는 여자, 그리고 떠나는 날 가비에게서 받은 달걀 한 개의 무게... 그리고 한때는 유명 탁구선수였으나 이제는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던 이모의 죽음...


  사실 정신을 아주 바짝 차리고 읽는다고 해도 이 작가의 메시지를 읽어내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그만큼 쉬울 수도 있다. 소설가가 인용하는 여러 작가들을 읽어 내는 것으로, 소설가가 인용하는 여러 사례들을 읽어 내는 것으로 메시지에 갚음을 해도 상관이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소설의 메시지와 작가가 거론하는 사례들의 매칭이 매끄러워보이지는 않는다. 커플 매칭 사이트에서 억지로 소개시킨 남과 여, 같다고 하며 조금 지나치려나. 하지만 뭐, 그렇게 해서 결혼에 골인에 이르는 커플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까...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08.10.0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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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게 둥글게 누군가를 감쌀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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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을 샀어 :: 조경란 <마흔에 대한 추측> 에 나오는 그녀처럼 나도 애니어그램의 4번 타입이었다. 책에 써 있는 대로라면 민감하고 안으로 움츠러드는 유형으로, 생각이 많고 소심하며,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는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싶지만 사회적인 기술이 부족하고, 너무 효율적이거나 행복한 것은 옳지 못하다 생각하며, 만성적이고 장기적인 우울증과 무력감을 갖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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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을 샀어 :: 조경란

<마흔에 대한 추측> 에 나오는 그녀처럼 나도 애니어그램의 4번 타입이었다. 책에 써 있는 대로라면 민감하고 안으로 움츠러드는 유형으로, 생각이 많고 소심하며,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는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싶지만 사회적인 기술이 부족하고, 너무 효율적이거나 행복한 것은 옳지 못하다 생각하며, 만성적이고 장기적인 우울증과 무력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얼핏 보면 사람 누구나가 한번쯤은 스쳐가는 감정 같은데도, 소설 속의 그녀나 나나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고 결국 상담 병원의 신세를 지는 일이 종종 있는 것을 보면 어쩔 수 없이 그 유형에 분류될 것 같다.

소설 속에는 더 자세히 풀이 되어 있지 않았지만 애니어그램 4번 타입에 속하는 유형은 대체로 부모에 대해 부정적인 경험과 기억을 갖고 있다고 했다. 어쩌면 부모에 의해 받은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사람들 중 특히 예민한 사람들이 4번 유형으로 자라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부모 때문에 지금 내 성격이 이렇게 된거라고. 세 번째 결혼을 하고 24년만에 내 앞에 나타난 어머니가 내가 먼저 찾아주었단 이유만으로 나에 대한 죄책감을 홀가분하게 벗어던지고 다시 아무런 종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을 때 나는 이번에는 정말로 버림 받았다는 생각에 견딜 수가 없었다. 내 가치가 어머니의 손으로 바닥에 내던져진 것 같아 삶의 의욕마저 잃어버렸다.

모든 것이 다 어머니 탓 같았다. 핏줄로부터 그런 상처를 받았으니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예전에 있었던 인간 관계의 실패도 어머니 탓이었다. 4번 타입답게 내 감정을 이해 해주는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던 건 어머니가 그런 기술을 알려주지 않아서라고 생각했다. <풍선을 샀어>의 J처럼 공황장애에 시달리며 바깥에 나가면 주변에 민폐를 끼치고 미움을 받을까 과도하게 친절한 모습만 보이다가 점차 발길을 끊고 집으로만 숨어들 게 된 것도 다 어머니가 그렇게 만든 거라고 원망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편했다. 애초에 어머니가 망쳤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난 4번 타입이 된거라고. 난 4번 타입이니까 앞으로도 내내 이렇게 살거라고.

그러다 비슷한 유형을 만났다. 서로 같은 타입이라는 것을 첫눈에 알았던지 친해지기는 다른 사람들과 사귀는 것보다 수월했지만, 문제는 그나 나나 똑같은 단점을 갖고 있다는 거였다. 충돌할 일이 생기자 결국 그 단점끼리 부딪히게 되었다. 그를 비난하려 하다가 그제서야 나를 바로 보게 되었다. 나는 누구에 의해 4번 타입이 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4번 타입을 자초하고 그것을 기꺼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렇게 분류해준 것에 정체성을 찾은 마냥 기뻐하며 쉘터로 이용해 파고 들었다는 것을. 내가 언제나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그들도 바로 문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명심하지 않는 부주의한 마음 때문이라는 것을. (p242)

그와 나는 <2007, 여름의 환> 의 그녀처럼 조금만 권태로워져도 자기 존재가 녹아 없어지기라도 하는 마냥 넘쳐나는 자기 연민을 주체하지 못했다. 서로를 믿지 못해 늘 불안해 했다. 상대가 아플 때는 <달팽이에게>나 <달걀>에서 치매와 알츠하이머를 앓는 가족을 대하는 심정 마냥 상대의 아픔을 어떻게 해주지 못해 쩔쩔매고 미안해 하다가 이내 부담스러워하며 도피를 하기도 했다. 4번 타입을 선택한 '개인주의자' 인 우리는 누군가 자신을 들여다 봐주고 어떻다고 분석해주길 바라고 무언가 창조적인 영감을 주길 갈망하면서 정작 누군가에게 그렇게 해주는 데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오는 쓸쓸함과 권태는 단지 그 값을 치루는 것에 불과한데, 이것마저 누구의 탓이라 둘러댈 수가 있을까?

그러니까 4번 타입이 된 건 어디까지나 내 선택이다. 거기에서 오는 불편함과 단점에 대해 남 탓할 것 없이 모두 내 몫으로 끌어안고 가능한한 개선해 나가면서 사는 수 밖에 없다. 그걸 깨달은 이후로 나는 나와 같은 유형의 그를 내 곁으로 더 잡아 당기지 않는다. <버지니아 울프를 만났다> 의 그녀에게처럼 내가 지구라면 그는 화성이나 토성일 것이다. 영영 더 가까워질 수 없어도, 공전하는 주기가 서로 달라도 우리는 항상 그만큼만의 거리는 유지할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혼자가 아니라고 안심하고 위안할 것이다. <달걀> 을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는 소설 속의 그처럼, 상대의 마음이 깨질까봐 두려워서, 내 몸에 두드러기라도 돋을까봐 걱정되서 관계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세상 살기 버거운 마음 병 하나쯤 앓고 있을지 모르지만, 함께 풍선을 후후 불며 호흡을 맞춰 나가리라.

그렇다고 아파도 괜찮아! 하고 호기롭게 말할 자신은 아직 없다. 다만 아팠던 게 다행이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음 좋겠다. 그래서 이런 책이, 세상의 모든 책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나보다 세상 경험이 더 많은 작가도 세상 사는 게 여전히 서툴다고, 아무리 훌륭한 책을 읽어도 잘 안되더라고 고백하면서도 나지막히 한마디를 덧붙혀준다. 그래도 괜찮지 않았니?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우리는 그래서 글을 쓰게 되는 거잖아, 하고. 책을 가만히 덮으며 그래요, 하고 대답해보았다. 그래요, <밤이 깊었네> 에서처럼, 아픈 일 덕분에 더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아요. 어머니는 원망스러웠지만, 그 아픔을 이렇게 글로 풀어낼 수 있었거든요. 그건 단지 저만의 이야기겠지만, <형란의 첫번째 책> 처럼 지도 위의 작은 점에 불과하겠지만, 저는 이것으로 분명 좀더 나아져 갈거예요. 그래서 좀더 둥글게 둥글게, 누군가를 감쌀 수 있게 될거예요. 이제부터 조금씩요.


YES마니아 : 로얄 q****e 2008.12.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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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풍선 [한국소설-풍선을 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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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잡는 순간부터 깊이 푹 빠져들어 한꺼번에 다 읽어버린 것은 아니고, 한 편 읽고 두었다가 또 한 편 읽고, 그러기를 일주일이 지났다. 이 책은 나를 그렇게 이끌었다. 한꺼번에 다 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읽으라고, 오래 잡고 있으라고, 하나하나에 빠져 보라고. 나는 시키는 대로 했다.   오래 전에 이 작가의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고, 내 취향의 소설이었다는 기억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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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잡는 순간부터 깊이 푹 빠져들어 한꺼번에 다 읽어버린 것은 아니고, 한 편 읽고 두었다가 또 한 편 읽고, 그러기를 일주일이 지났다. 이 책은 나를 그렇게 이끌었다. 한꺼번에 다 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읽으라고, 오래 잡고 있으라고, 하나하나에 빠져 보라고. 나는 시키는 대로 했다.

 

오래 전에 이 작가의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고, 내 취향의 소설이었다는 기억이 있고, 기회가 된다면 볼 것이다 생각했던 기억이 있고, 그래서 이 책을 읽었는데, 읽고 난 후 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는 마음에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니, 내가 읽은 게 의외로 적다. 나는 뭐했을까.

 

소설 속 화자의 입을 빌려 보여주는 작가의 내면에 대한 서술, 혹은 눈에 보이는 풍경과 보이지 않는 풍경에 대한 묘사가 참 좋았다. 나는 이런 글을 보면 그저 따라 적고 싶다는 생각만 한다. 내가 소설가가 아니라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읽고 즐기기만 해도 좋은 독자라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글을 쓰는 동안의 작가의 아픔이나 고달픔 따위는 모른 척하고 내 마음 짚듯이 구절구절을 짚었다.

 

살아서 이런 글을 읽고 있는 내가 축복을 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은 외로웠으나 이 글을 읽고 있는 내 삶은 외롭지 않은 것이다.  

 

YES마니아 : 로얄 j***6 2008.09.01. 신고 공감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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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와 살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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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집에는 작가의 물음이 하나 흐르고 있다.   여덟 가지 이야기를 하나로 꿰어놓은 그 물음은 단단하지만 투명하고도 유연한 낚싯줄 같아서 잘 있지만 잘 보이지는 않는다.     잘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잘 있는 그 물음은 우리들의 인생에서도 똑같은 양태로 존재한다. 잘 보이지 않아, 잘 잡히지 않아 잊고 살지만 언제나 잘 있다가 결정적 순간에 우리를 놓아주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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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집에는 작가의 물음이 하나 흐르고 있다.

 

여덟 가지 이야기를 하나로 꿰어놓은 그 물음은

단단하지만 투명하고도 유연한 낚싯줄 같아서

잘 있지만 잘 보이지는 않는다.  

 

잘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잘 있는 그 물음은

우리들의 인생에서도 똑같은 양태로 존재한다.

잘 보이지 않아, 잘 잡히지 않아 잊고 살지만

언제나 잘 있다가 결정적 순간에 우리를 놓아주지 않는 물음으로.

 

<풍선을 샀어>는 '우리는 누구와(혹은 무엇과)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여덟 번 던져본 소설집이다.

 

---------------

 

* 나는 아직도 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이따금 안개가 차오르듯 정신이 문득 몽롱해지는 것도 여전하다. 내 안에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느낌 또한 변한 게 없다. 그러나 나는 죽음에 관해 생각하는 진짜의 내 모습이 어떤 것인지, 그것만은 알게 되었다. 달팽이들은 대부분 알에서 깨어난 바로 그 장소에서 평생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어떤 달팽이들은 꼬물꼬물 기어 먼 바다를 건너가기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희고 둥근 달팽이 알, 그것은 지금 내 눈에 고인 이 눈물을 닮은 것 같다. 고모들이 내 손바닥 안에 쥐여주고 간 것, 나는 기적적인 생을 받아 쥔 사람이다. 그러니까 나는, 고작 지름이 삼 밀리미터도 안 되는 달팽이 알 앞에서 비죽비죽 눈물이나 훔치고 있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달팽이에게'에서 

 

* 나는 돌아가서 남편의 책상 앞에 앉을 생각이에요. 거기 앉아서,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겠어요. 시간이 흐른 후 나도 나의 삶을 살았다, 썼다, 그리고 사랑했다, 라고 짧게 요약할 수 있다면 나의 삶은 아주 실패한 것으로 끝나지는 않을 거예요. 쓰야키 씨, 혹시 그를 만난다면 이렇게 전해주시겠어요? 그가 맨 처음 글을 쓰기로 했을 때, 그것은 삶을 위해서였다는 걸 부디 잊지 말라고 말입니다.

__'형란의 첫번째 책'에서

 

* 마흔이 되면 내가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하다. 여전이 글이 안 써진다고 투덜거릴 것이고 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할 것이며 어딜 가서는 마작을 둘 때 그랬던 것처럼 행운이 오는 좋은 자리, 이를테면 남쪽과 동쪽, 굴뚝이 있는 쪽, 겨울에는 따뜻한 불이 있는 쪽으로 기웃기웃 눈치 보면서 먼저 앉으려고 애쓰고 있을 것이다. 나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떤 일이 나에게 세게 부딪쳐 왔을 때 적어도 그것이 토끼 때문이라는 생각은 더 이상 하지 않게 될 것 같다. 좀더 유연해진다면 좋겠다. 내가 갖고 있는 신념이란 게 고착되어 있다면 스스로를 새롭게 발전시켜나갈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추구하고 부딪져봐. 나는 잠깐 망설인다.

__'마흔에 대한 추측'에서

s****5 2008.07.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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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람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빛과 뒤섞여 있을 때가 아닐까요?
"그래도 사람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빛과 뒤섞여 있을 때가 아닐까요?" 내용보기
조경란 작가의 단편을 처음으로 읽었다. 집에 고이 모셔둔 『국자이야기』를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아직도 못 읽고 있었다. 그의 책이라곤 겨우 장편 『혀』를 읽은 것이 다이지만 이 책 『풍선을 샀어』를 읽으면서 '참 좋다'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연륜이란 어느 분야에서나 있게 마련인가 보다. 누구나 한번쯤 반짝할 수는 있지만 그 반짝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간도 필요
"그래도 사람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빛과 뒤섞여 있을 때가 아닐까요?" 내용보기

조경란 작가의 단편을 처음으로 읽었다. 집에 고이 모셔둔 『국자이야기』를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아직도 못 읽고 있었다. 그의 책이라곤 겨우 장편 『혀』를 읽은 것이 다이지만 이 책 『풍선을 샀어』를 읽으면서 '참 좋다'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연륜이란 어느 분야에서나 있게 마련인가 보다. 누구나 한번쯤 반짝할 수는 있지만 그 반짝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간도 필요하고 노력도 필요하고 또 재능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에겐 어쩌면 부담스러운 말이겠지만 조경란 작가는 그 반짝임이 사라지지 않는 그런 작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며 들었다.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문체와 작가적 장인 정신의 절정!" 그의 초기 작품을 읽지도 않고서 이 말에 백번 공감이 가는 것은 그만큼 그가 보여주는 문체와 구성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는 뜻일 게다.

 

모두 8편의 단편이 실린 이 책에서 작가는 유독 '상처'에 대해 말을 많이 한다. 표제작인 「풍선을 샀어」에 나오는 '나'는 철학을 공부하기 위해 독일로 유학을 갔다가 십여 년 만에 귀국한다. 형제라곤 하나 있는 오빠도 분가하여 이제는 부모만 살고 있는 집에 들어가 '몽테뉴처럼 커다랗고 천장이 높은 원형의 서재를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안고 도착하지만 그곳엔 이미 오빠 내외가 육아를 핑계로 들어와 살고 있었다. 겨우 백화점 문화센터의 철학 강좌를, 그것도 선배의 도움으로 열게 되면서 강좌를 들으러 온 공황장애자 J를 만나게 된다. 아버지의 자살이 자신에게도 미칠 것이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이 그를 공황장애자로 만들었듯이 그녀 또한 한때는 막막한 세계가 주는 두려움으로 힘들어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치유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그들의 '상처'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길은 뒤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거"라고 말하면서 치유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 다른 '상처'에 대한 이야기인 「달팽이에게」와 「달걀」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두 남자는 어릴 때 부모를 여의고 각기 고모와 이모에 의해 키워진다. 그 두 남자의 인생은 어릴 때 목격한 부모의 죽음으로 인한 '상처'에 의해 그늘이 드리워진 인생을 살게 되지만 또 다른 죽음, 즉 고모와 이모의 죽음으로 인해 새로운 인생을 살 수도 있을 거라는 '치유'를 받게 된다.

 

작가가 말하는 '상처'는 이 책에서 유독 '가족'과 연관이 있다. 위의 두 작품 외에도 「밤이 깊었네」의 엄마, 「버지니아 울프를 만났다」의 할머니가 그러한데 독특한 가족 구성에서 겪게 되는 고통과 불안들이 결국은 '나'라는 존재와 화해하면서 더불어 가족이 아닌 타인과도 소통하게 되는 '치유'의 과정을 세심하고 은밀하게 혹은 철학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8편에 나오는 주인공 모두 1인칭인 '나'이기에 어떤 면에서는 '나'라는 1인칭을 사용하면서 작가 자신의 타인과의 소통에 대한 두려움을 보여준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이제는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타인과 혹은 독자들과 소통하기 시작한 작가의 심정이 엿보이는 듯했다.

 

해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2007, 여름의 환(幻)」이다.

 

"거울, 즉 부드러운 어떤 하나의 막을 통과하면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와는 전혀 다른 한 세계가 나온다. 신비한 것은 그것이 분명히 존재하는 또 하나의 세계라는 것이다. 그 거울 속으로 한 여자가 걸어 들어간다. 여기와는 다르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거울 저편의고요한 삶. 지금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삶. 그런 것이 누구에게나 필요할 것 같다. 물론 나에게도 그런 것이 필요하고 특별히 뜨거운 바람이 훅훅 끼쳐오는 여름이면 더욱 그런 것이다." p192 

j****o 2008.07.08. 신고 공감 0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