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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항상 선택을 하도록 강요받는 삶을 살고 있으며, 그 선택에 의해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이 반드시 있다. 바이첸바움 교수는 우리의 삶을 이끌어가는 하나의 시류인 컴퓨터공학에 대해 그 이면에 놓여있는 부작용과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함으로서 맹목적인 추종을 경계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 있어서, 이 책은 컴퓨터공학에 관련된 연구직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그러나 후반부로 진행해 갈 수록 그의 논리는 과격하고 비약적이다. 특히 '가상적'이라는 개념에 대한 반박은 맹렬하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가상적인것은 진실이 아니므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 라는것이다. 흉내내는것은 실제가 아니므로 진짜와 같아질 수 없으므로 거짓이고, 이러한 거짓인 가상적인 것들은 교육에서 배제되어야 하며 직접적인 실험과 경험에 입각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게임은 현실에 대한 고찰을 마비시킨다고 말하고 있으며 CD의 음악은 주파수에 의한 진동에 불과한 것이므로 직접 듣는것에 비교할 수 없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역시 인간을 흉내내는 것이지 인간이 될 수 없으므로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아무 반대 없이 그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 CD와 같은 전자 매체가 분명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라, 전자기기가 플레이해주는 음악이 없는 세상을. 음악이 듣고싶다면 콘서트홀을 찾아가야 한다면 어떻겠는가. 카세트테이프와 CD가 없었더라면 이렇게 음악이 대중화되고 쉽게 접할 수 있고 누구나 가수가 되는 꿈을 꿀 수나 있었을까? 인공지능에 대한 변명을 하자면, 현대의 인공지능 연구는 인간을 똑같이 흉내내는 일은 이미 포기했다. 더이상 만화에 나오는 아톰과 같이 인간과 대화하고 인간과 유사한 행동을 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려 하지 않는다. 현대의 인공지능은 무질서에서 질서를 찾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수조개가 넘는 웹 문서들 중에서 원하는 문서를 찾는 정보 검색 분야에서 활발히 이용되고 있고, 영상에서 자막과 같은 특징을을 찾아내고, 제품에서 불량품을 발견하는 일들에 이용되고 있다. 좀 더 실생활에 밀접한 적극적인 가치를 찾는 일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류는 수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오류가 존재한다 하여 존재 자체를 없애버릴 필요는 없다. 그리고 바이첸바움 교수는 인간은 특별하며 이러한 인간의 특별함을 인정하는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라 여기고 있다. 인간이 특별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저버리는 사람들로 매도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을 특별하다고 여기는 부류들은 항상 문제를 일으켜왔다. 인간의 역사에서 대규모의 살육은 언제나 그러한 자들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십자군 전쟁이 그러하였고 홀로코스트가 그러했다. 남아메리카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백인과의 혼혈이며, 호주의 원주민들은 거의 멸족 상태에 이르고 있다. 이런 죄악은 누가 저지른 일인가? 나는 인간이 다른 자연의 어느 요소들보다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이 자신을 낮추고 다른 존재들을 존중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특별한 존재라면 이렇게 세상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지 않을것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는 것이 모든 진리 탐구보다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나는 종교가 없다. 특히 서구의 창조적인 관점을 인정하기 어렵다. 인간이 문명을 만들어 현재에 이른 이유는 창의적인 능력에 있는것이 아니라 학습에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지식과 전통이 전승되어 발전해 온것이 지금의 사회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배우지 않은 사람에게서는 아무것도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는다. 연구자들이 하는 가장 처음의 일은 과거의 연구를 찾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가장 창의적인 것으로 보이는 음악과 미술 역시 수많은 연습과 수정의 결과로 만들어지는 것이지,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바이첸바움교수의 글은 대단히 논리적이고 비판을 가하기 쉽지 않게 잘 되어있다. 그러나 곰곰히 살펴보면 그의 주장에 대한 비판에는 두리뭉실하게 답하고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은 바이첸바움 교수와 인터뷰어와의 대화 형식으로 되어있지만 인터뷰를 진행한 군나 벤트씨는 사실상 바이첸바움 교수의 지지자라고 볼 수 있을 만큼 호의적이다. 과거에 바이첸바움 교수와 그의 대척점에 서있는 다른 학자들이 논쟁을 벌였음을 알 수 있는 구절이 곳곳에 있는데, 그 논쟁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보고싶다. 나의 짧은 논리와 지식으로는 바이첸바움 교수의 주장을 제대로 반박하기가 어려우니 답답하기만 하다. 하지만 좋은 부분은 인정해야 하는 법, 생각해 볼 만한 구절을 몇 인용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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