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나 유명한' 연주자의 '너무나 유명한' 음반이라서 첨가해 붙일 말이 있을까 하지만, 잘된 것에는 칭찬이 아까울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솔직히 밝히자면, 난 여전히 이 음반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염두에 두고 산 것이지만, 그 해석의 명쾌함에 반했다뿐 많은 부분을 흘려들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쇼팽의 3번 연습곡 "이별"을 제외하면 나에겐 모두 생소한 곡들이었다. 재미있게도 최근 슈베르트의 '악흥의 순간'과 '즉흥곡' 악보를 구한 뒤에야 뒤늦게 이 음반 속에 슈베르트의 3곡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곡들에서 리히터의 연주가 주는 감동은 각각의 곡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긴장감을 과장되지 않게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데 있다. 연주 효과가 큰 2번 즉흥곡도 말할 나위 없지만 '악흥의 순간' 1번의 연주는 그가 아니면 안될 것 같은 음색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생소한 리스트와 라흐마니노프의 연주는 미개척지로 남아있다.. 무엇보다 이 음반의 강점은 바로 '라이브 녹음'에 있다. 1번 트랙의 '전람회의 그림' 프롬나드를 들어보라. 연주자를 맞이하는 박수소리가 그치자 곧 연주가 시작된다. 근데 어줍잖은 내가 들어도 리히터의 미스터치가 두 군데 들린다. 그리고 끊이지 않는 관중들의 기침 소리들.. 난 라이브 녹음의 이런 요소들이 처음에는 낯설고 음반의 완성도를 깎는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난 오히려 이런 미스터치나 관중들의 호흡을 이 음반의 가치로 여기기 시작했다. 내가 발견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시간이 지날 수록 관중들이 내는 콜록콜록 기침소리의 횟수가 준다는 것이다. 이것은 연주자도 마찬가지인 듯 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연주장에 모인 사람들은 그만큼 연주에 집중하면서 흡인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
| 이 음반은 단적으로 말해서 "리히터가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임을 증명"해 줄 수 있는 녹음이다. (어쩌면 그의 모든 녹음이 어느 하나 예외없이 그가 최고임을 증명해 주고 있는 지도 모른다.) 20대에 독학으로 이미 경지에 올랐으며 네이가우스의 교육 아래 거장의 면모를 갖춘 그의 전성기 녹음들은 "위대하다"는 수식어로 일관해도 좋은 음반들이다. 그리고 이 소피아 실황은 전성기 리히터를 대변해 줄 만한 명반이다.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하나만 들어도 알 수 있다. 그의 피아노 음색은 대체로 어둡다. 그리고 그의 연주는 하나같이 곡 전체를 조감하며 핵심을 명확히 집는다. 그에 열정과 힘으로 가득 찬 연주는 청중을 무아지경에 빠지게 한다. 이 전람회의 그림 연주 역시 곡이 전개가 되면 될 수록 음의 집중력이 높아지더니 놀라운 강약조절로 온 청중을 완전히 사로잡는다. (청중들의 기침소리가 점점 잦아드는 것만 들어봐도 알 것이다.) 그리고 클라이막스에 다다르면 피아노의 울림이 공연장 전체를 가득 매울 듯 웅장해진다. 정말 숨이 막힐 듯 하다. 이 연주만 보더라도 평점 별 5개는 줄 수 밖에 없다. 당일 공연의 리히터가 선정한 주제는 '낭만주의'였는지 슈베르트, 쇼팽, 라흐마니노프 등은 다 연주가 뛰어났다. (리히터가 연주하지 않은 작곡가도 있었는지 할 정도로 그의 레퍼토리는 방대하다.) 그 중 괄목할 만한 또 다른 레퍼토리라면 "리스트"다. 리스트의 [잊혀진 왈츠]도 잘 연주했지만, [초절기교연습곡]은 정말 완벽하다. 특히 5번 '도깨비 불'을 들어보면 리히터가 기교에도 절정해 달한 피아니스트임을 알 수 있다. ps : 음반의 단점이라면 음질이 다소 좋지 않고, 특히 '필립스 50주년 시리즈'의 디자인은 참 성의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매번 곡이 끝날 때마다 들리는 박수소리로부터 느낄 수 있는 실황의 분위기나 리히터의 열정이 느껴지는 위대한 연주는 이 음반의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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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도 피아니스트 리히테르의 CD를 하나 구입했었는데 베토벤의 '열정' 연주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그래서 1958년 소피아 리사이틀이라는 최고의 실황 앨범이라 불리는 그의 앨범을 하나 더 냉큼 구입했다. 곡들이 익숙하지만은 않아서 아직 큰 기쁨을 누리고 있지는 못하지만 낯익은 피아노 곡들 실황앨범이 주는 독특한 매력이 좋은 느낌을 준다.
아직 나의 섯부른 판단일지 모르지만 리히테르는 다른 연주자들의 연주에 비해 전반적으로 조금 빠른 속도로 연주하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는다. 박하우스의 브람스 연주랑 비교해봐도 그렇고, 전람회의 그림 연주도 그렇고...
그리고 약음은 더 약하게 강음은 더 강하게 연주하는 것 같기도 한데 그 느낌이 '열정' 연주에선 더 곡을 감성적인 열정으로 느껴지게 하는거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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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질이 극악무도하다. 58년이면 스테레오 기술이 있었을텐데, 모노 음질인데다가 실황의 특성 상 잡음이 많이 섞여 있다. (나는 실황의 잡음을 좋아하지만 꺼리는 사람도 분명이 있을 터) 하지만 NEVERTHELESS! 이 음반에는 별점 5개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피아노를 부서져라고 두들기는 건 호로비츠의 <전람회>와 같지만, 둘의 해석은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 호로비츠가 특유의 농밀한 낭만성에 충실하여 미스터치와 약간의 흠결을 과잉된 서정성으로 무던하게 넘기는 반면, 리흐테르는 뚝뚝뚝 타건에 미스터치가 거의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 둘 다 내가 좋아하는 <전람회>지만 개인적으로는 리흐테르 쪽으로 손이 좀 더 가는 편이다.
<전람회>만 듣고 리흐테르를 무뚝뚝하다고 판단하지 마시라. 슈베르트와 쇼팽, 리스트를 연주한 리흐테르는 <전람회>의 리흐테르와 표정과 느낌이 다르다. 슈베르트와 쇼팽이 너무 건강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슈베르트의 즉흥곡 2번과 리스트의 <저녁의 조화>는 딴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압권이다.
디누 리파티의 브장송 실황과 함께 참으로 아끼는 리사이틀 녹음이다. 충만한 감수성과 완벽한 기교, 그리고 팔색조 같은 감각. 리흐테르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음반이다.
* 필립스의 Great Recording 50 시리즈의 커버를 좋아하지 않아서 별점을 하나 제했다. 오리지널스 시리즈처럼 LP 커버가 크게 프린트 된 것을 더 좋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