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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짙은 러시아적 가을의 서정을 담고 있는 듯한 연주.
"너무도 짙은 러시아적 가을의 서정을 담고 있는 듯한 연주." 내용보기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은 4계절을 놓고 볼 때,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세계인 것처럼 여겨진다. 언제인지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보칼리제’가 내가 처음 만난 라흐마니노프였다. 그러다가 충격으로 다가온 두 번째와의 그의 만남은 ‘피아노협주곡 2번’이었다.   1984년인 것으로 안다. 그해 늦가을부터 다음해까지 나는 누나집인 삼천포에서 기거하게 되었고
"너무도 짙은 러시아적 가을의 서정을 담고 있는 듯한 연주." 내용보기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은 4계절을 놓고 볼 때,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세계인 것처럼 여겨진다. 언제인지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보칼리제’가 내가 처음 만난 라흐마니노프였다. 그러다가 충격으로 다가온 두 번째와의 그의 만남은 ‘피아노협주곡 2번’이었다.

 

1984년인 것으로 안다. 그해 늦가을부터 다음해까지 나는 누나집인 삼천포에서 기거하게 되었고, 그 곳의 유일한 음악다방인‘노산다실’과 독서공간인 ‘삼천포 문화원’그리고 막걸리 제공터인 ‘삼천포 재래시장’을 매일 출근하다시피하며 청춘을 썪히고 있었다. 그 때 당시에는 지금과는 달라서 고전음악 전문잡지가 그렇게 많지 않았었다. 동아일보사에서 발간한 ‘음악동아’는 읽을거리와 고전음악 정보와 음반정보를 제공하는 기다려지는 음악잡지였다. 그 때에 이벤트(어떤 내용인지는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응모에 당첨이 되어 알렉시스 바이젠베르그와 카라얀이 협연한 EMI발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의 tape를 받기에 이르렀다.

 

처음 대한 라흐마니노프는 당시 내가 좋아했던 차이코프스키의 1번이나 베토벤의 4번, 5번, 쇼팽의 1번과는 사뭇 다른 암울하고 무거웠었다. 그러나 그 음악 속에는 깊은 가을이 담겨져 있었고, 인생의 고뇌가 침잠되어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기에는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 음악은 어느 순간 깊은 밤 흔들리는 불빛아래에서 사색과 번뇌의 공간을 이끌어가는 ‘단테의 베르길리우스’가 되어있었다.

 

세월이 흘러 되 돌이켜 보면 그 때를 계기로 많은 연주자의 연주를 듣게 된 것 같은데, 특히 리히테르와 카라얀, 아르게리치와 샤이, 미켈란젤리와 그라시, 호르비츠와 오먼디, 아쉬케나지와 프레빈, 아쉬케나지와 콘드라신 등이 깊은 맛을 느낄 수 있게 해 준 것 같다.


이 중에서 가장마음에 드는 연주는 누구 것이었냐? 라는 물음에 나는 아쉬케나지와 협연한 런던심퍼니의 앙드레 프레빈과, 모스크바 필하머니 오케스트라의 키릴 콘드라신을 두고 잠시 고민한 끝에 아쉬케나지와 모스크바 필하머니 오케스트라의 콘드라신의 연주입니다 라고 답할 것이다.

 

왜냐하면 아쉬케나지와 콘드라신의 음반은 너무도 짙은 러시아적 가을의 서정을 담고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제1악장 Moderato에서 둔탁하게 시작되는 음색은 라흐마니노프 그 자신의 러시아풍적 기질을 음악적인 형상으로 풍부하게 표현하고 있는 듯하며,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모스크바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야 말로 정통의 러시아의 음색을 만들어 내고 있는 듯하다. 제2악장 Adagio sostenuto 에서 피아노는 목관악기와 더불어 꿈길을 걷고 있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며, 제3악장 Allegro scherzando에서는 오보에를 선두로 하여 그 비극적 가을의 그림자를 농염하게 익혀내며, 극복하는 그 환희가 가슴을 뻥 뚫어주는 듯하다. 전체적으로 러시아적 노스탤지어가 가득 찬 연주로 참 좋은 연주이다.


이 곡은 너무도 유명하여서 명반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명반은 자기 귓속을 통해 자리 잡은 그의 가슴속에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의 아쉬케나지의 라흐마니노프 연주는 나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명반이라 여겨진다.

 

l********e 2007.12.13. 신고 공감 9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