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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전에 새로운 작품을 들고 나타난 이와이 슌지 (岩井俊二) 감독의 한일역사에 대한 발언을 듣고 참으로 감동하였다. 느낌이 참 투명하다 싶었는데 심지도 굳다 싶었다. 그러다가, 그의 이 작품이 생각났고, 언젠가 책에는 영화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는 글을 읽은 적도 있어서, 부랴부랴 검색했다. 다 품절인데, 한 군데엔 품절표시가 뜨지않았고 매우 적은 수량을 확보하고 있으니 빨리 주문하라는 연락을 받아 바로 주문했다. 창고에서 오래 묵었다보다. 책은 깨끗한데, 표지의 저 회색이 날아가 거의 흰색이 되어 버렸다. 시험이 끝나면 일본원서를 제대로 뭘 읽을까 고민하는 재미로 주문을 하고 받아보며 시험공부를 견뎌냈는데, 이리저리 하다보니 이 작품으로 결정했다. 그런데 잘한거 같다. 단어가 꽤 좋다.
공부의 연장으로 노트에 단어를 적어가며, 번역서를 확인하며.,문장을 소리내어 읽어가며 (한문 등으로 의미는 파악되나, 확실히 그 단어를 알고있는지 확인하기 위해...목이 좀 아팠다) 읽었기에 그런지, 무척이나 감정이입이 되서 울컥하고 울기도 하고, 귀여워서 웃기도 하고, 다 읽고나니 좀 가슴이 먹먹하기도 하고...그랬다.
여자 후지이 이츠키 (藤井樹)의 집을 찾아간, 와타나베 히로코 (渡辺博子)가 그녀를 기다리다가, 문밖에서 쓴 편지 문장을 읽는데 뭉클했다 (p.89~90). 영화를 본 적이 매우 오래전 일인지라 가물가물하지만, 밖에서 쓰는 글인데 세로줄로 샤프펜슬인가 아주 세밀한 펜으로 아주 예쁘고 정갈하게 써내려가는 장면을 기억했다. 자신이 오해했음을, 만나러 왔지만 용기가 안났음을.
오타루 (오타루는 너무 좋아서 두번이나 찾아갔다. 2008년과 올해. 이 작품을 의식한건 아니지만, 작품속의 집은 불탔음에도 참 조용하고 예쁜 도시란 생각에 정이 갔다. 일본여행하면서 살고 싶은 동네가 두군데인데, 하나는 쿠슈의 구르메, 그리고 홋카이도의 오타루)에 살며 도서관에서 일하는 후지이 이츠키와, 동경출신으로 고베에 사는 회사원인듯 와나타베 히로코를 동일한 헤어스타일로 연기한 배우를 보며, 두 여인을 헷갈리지 않았듯, 두 인물의 캐릭터가 매우 다른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후지이 이츠키의 서술을 들으면, 다소 왈가닥에 정신세계도 재밌고 (그래서 도서관에서 이상한걸로 2인자) 그래서 편지를 받고 범죄까지 상상하며 무서워하다가, 또 오해가 풀리니 와나타베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귀찮은듯 하면서도 편지를 쓰고 그림이 그려진 답안지를 찾아내서 보내는 그녀가 귀엽고, 또 맨처음에는 연인의 죽음에 초월한듯 새로운 연인도 있는 와나타베 히로코지만 아직 마침표를 끝내지 못한 여운에 편지를 보내고 또 후지이 이츠키와 자신이 매우 닮았다는 사람들의 주장과 자신의 목격에 결국 충격과 울음, 분노, 궁금증을 가지는 순수와 이중적인 면모가 대조적으로 조금 음울하게 다가왔다. 뭐랄까 미스테리의 요소도 있는듯, 영화는 가물가물해도 이미 대강의 줄거리는 알고있음에도 세밀한 부분이 매우 아기자기한 재미로 다가왔다.
p.142에서 바뀐 시험지를 찾으려고 어두워질때까지 기다린 여주 이츠키가, 남주 이츠키를 부르고 그가 놀라는 장면에선, "꽤나 앙칼진 목소리였다"는 문장보다는 "凄みの味の効いた声” 란 문장의 뉘앙스가 먼저 다가와 웃었다.
영화에선 중점적인 부분에 집중을 하기에 세부적인 것은 생략되지만, 소설로 받아들이면 더 자세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역시나 상상력이 증폭이 된다. 아키바가 먼저 히로코를 좋아했지만, 이츠키의 고백으로 뺐겼고, 등산에서 리더를 맡았지만 절벽에서 떨어진 그를 두고 산에서 내려오는 결정을 내린다. 결국 히로코를 연인으로 맞이했지만, 그녀에게 화를 내지 못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의 속마음에 대해서 이러저러한 상상을 했다.
여하간, 미스테리적인 재미도 충분했다. 일본인은 역시... 모르는 이로부터 아는척 온 편지에 대한 추리, 분명 국도가 됬다는 곳으로 보낸, 죽은 연인에게 보낸 편지에 답장이 오는 것에 대한 추리, 그녀가 첫사랑이 아닐까 주고받는 편지로 조용히 모색하는 것, 모교인 이로나이(色內) 중학교의 도서실에선 '후지이 이츠키 게임'이 벌어지고...그리고, 조각칼로 찌를뻔했다는 둥, 전학간 소년의 자리에 놓인 꽃병에 놀랐다가 아이들 장난임을 알자 화를 내고 병을 부수는 과격함을 지는 소녀 이츠기가 왜 내내 그 모든 실마리 - 자꾸만 곁에 있고 싶고. 누군가 그녀를 울리는 것을 참지못하고. 자꾸만 그 이름을 종이위에 쓰고싶고. 그녀의 모습을 외우듯 그려보고 싶은거 - 에서 발견되는 진실, 즉 '사랑의 증상'을 감지못했는지 등등.
![]() (이게 답일까나~)
표지 그림에서 눈 속의 잠자리가 결국 소녀 이츠키의 추억 속에서 실재하여, 현재에서의 이츠키의 죽음이란 진실과 직면하는 순간과 겹치면서, 죽은 후지이 이츠키가 마치 아름답게 얼음속에 박제되었던 잠자리마냥 언제나 투명하고 먼 곳을 보는듯했던 인물로 보여진다. 그 장면에서 얼음 위를 위험하게 회전했던 택시마냥 이츠키의 마음도 흔들리고 (아마 그래서 병이 났을거야. 자기도 모르고 있던, 멀리 살더라도 죽지만은 말았으면 하는) 내 마음도 흔들리고 뭉클하였다.
영화에선 결국 후지이의 죽음을 몰랐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소설의 결말보다는 조용히 편지로 끝맺었던 영화 부분이 좋았지만, 신영상파감독으로서의 아름다운 영상의 영화도 무척 좋았지만, 그의 소설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소리내서 읽으면 매우 꼼꼼히 읽어가면서, 각 인물마다 바뀌는 분위기, 영화에선 생략된 개개인들의 개성과 역사, 심리 등도 알아가면서 매우 재미있게, 그리고 매우 가슴 아프게 읽었다. 맨처음 장면에서 연인의 죽음에 초연해보였던 히로코가 편지에서 이츠키의 장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고 말하는 부분 등, 조용히 사랑이 엿보였고, 첫사랑과 닮았기에 자신을 선택하였나 (영화에 없던 고백장면도 매우 독특하고도 재미있었다) 괴로워하고, 결국 모든 편지를 보내는 부분은 좀 매정한듯 하게도 보였으나 글쎄 내가 책 속으로 들어가 그녀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맨처음 그녀를 마주하고 그토록 오래 망설였던 거나 프로포즈 등을 보면, 죽은 후지이 이츠키도 무척 많이 고민했을 거라고. 과거의 첫사랑과 닮아서 맨처음 끌렸겠지만, 결국 소녀와 다른 모습의 히로코를 사랑했을 거라고.
(원작에는 없는 장면도 있고, 영화의 소녀는 보다 현재의 와나타베 히로코쓰럽다. 소설 속의 소녀는 좀 더 왈가닥이던데.. 근데 왜 이리 이쁜거니. 배시시 웃으며 책을 끌어앉는 모습)
맨끝에 붙여진 해설, 말도 안되게 짜증나는 감상문인데, 도대체 왜 들어간 건지 모르겠다. 이와이 슌지 감독과의 친분을 과시하기 위해서 아님, 자기도 고교시절 잘나갔다고? 참나.
p.s: 1) 예전에 매우 예쁜, 손수건같은 수제 일본문고커버를 쿠슈의 유후인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 이후는 전혀 비슷한 부류를 만날 수가 없었다. 어저면 그렇게 깨끗하게 책을 보는건지 일본중고책을 볼때마다 감탄을 했는데, 책커버를 씌우니 역시 가방 안에서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었다. 여하간, 어릴적 문고판을 본 이후로 이렇게 작은 문고판을 다시 보니 (음, 영어 문고판도 있지만 뭔가 느낌이 달라) 뭔가 아른하다. 특히 맨뒤에 이 출판사에 찍어내는, 이 작품과 비슷한 류의 책 소개가 세로로 쭉 나열된 점이, 어릴적 큰언니의 문고판 책을 자꾸만 생각나게 한다. 우리나라는 왜 문고판이 안나올까.
2) 사망한지 2년이 지났는데 일본은 3주기이다. 나이는 하나 덜 세면서, 죽음은 하나 더 센다. 죽음을 멀리하고픈 걸까.
3) 그가 눈오는 산에서 떨어졌을때 마지막으로 불렀던 노래, 마츠모토 세이코 (松田聖子)의 '푸른 산호초 (青い珊瑚礁)' 글쎄, 왜 아이돌..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녀의 이 노래였을까...후지이 이츠키는 선생님의 말대로 매우 특별한 사람이었던듯. 여하간, 영화의 캐스팅은 정말 완벽했던거 같다.
(이 노래 무척이나 리버스엣지 오카와바타탐정사무소 (リバースエッジ 大川端探偵社) 의 忘れないで~忘れないで~忘れないでね~~~~~ 노래랑 비슷하다. 그때 마츠모토 세이코의 헤어스타일이 대 유행이라더니 그것도 비슷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