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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전기의 모범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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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실제 주인공이라 할 핸드볼신화의 주역들은 이 영화를 마뜩찮아 한다는 기사를 읽었었다. 극중에 가난에 치여 열심히 핸드볼을 한 것으로 나왔던 선수의 원 모델은 “세상에 그렇게 가난했었니?”하는 주변 반응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라는 것이다. 실화를 영화나 드라마로 할 때는 극적인 재미를 위해 과장, 축소,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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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실제 주인공이라 할 핸드볼신화의 주역들은 이 영화를 마뜩찮아 한다는 기사를 읽었었다. 극중에 가난에 치여 열심히 핸드볼을 한 것으로 나왔던 선수의 원 모델은 “세상에 그렇게 가난했었니?”하는 주변 반응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라는 것이다.

실화를 영화나 드라마로 할 때는 극적인 재미를 위해 과장, 축소, 왜곡하는 것이 필수적인데도 우리 사회는 아직도 합리적으로 이해를 하지 못한다. 그게 우리네 수준일 것이다.

거기다 더해 한 사람의 일대기를 다루는 전기는 가장 사실적이어야 할 부분에도 왜곡과 미화를 일삼는다.

픽션이 가미된 곳에선 리얼이라 믿고 가장 엄밀한 현실에선 픽션을 가미한다.

이 아이러니라니...

한 사람의 일대기를 다루는 책에서 (특히나 자서전) 객관적인 평가나 사료 없이 미화를 일삼을 때 아무리 훌륭한 내용도 가치가 급전직하한다.

돌베개에서 조선의 화가들 시리즈를 내면서 첫 번째로 낸 ‘조선 남종화의 마지막 불꽃 - 소치 허련’을 읽기 전 그런 걱정을 했었다. 워낙 한 지방에서 신성시 되는 인물이고 보니 엄정한 평가를 하기가 힘들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읽어갈 수록 완전히 기우였음을 느꼈다.

소치로 박사학위를 받고 소치연구회를 만들어 학술지를 만들던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를 대중에게 펼쳐 보인 ‘소치 허련’은 과연 학자다 싶은 엄밀함과 아울러 자신이 사랑하는 한 예술가를 한 사람이라도 더 알아주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가미한 극적 재미까지 학자가 쓰는 전기는 어떠해야 하는지 보여준 전범이다.

워낙 소치의 일생이 극적이기도 하고 살아온 시대가 극적이기도 하지만 그에 정통한 연구자가 아니면 사실을 이만큼 맛깔나게 요리하기도 쉽지 않은 일.

소치의 이름에 대한 추적, 도깨비가 문인화에서 처음 발견된 것. 등등 이 책은 단순한 전기라기 보다는 빛나는 연구성취를 담은 연구논문이기도 하고 요모조모 뜯어볼수록 재미난 소설 같기도 하다.

특히나 연보는 어찌나 자세하고 재미난지 연보만으로도 그가 살았던 시대를 알 것 같다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 소치가 나이 40이던 1847년 헌종13년에는 제주도 대정으로 김정희를 세 번째 찾아갔고 그림은 ‘소동파 입극상’ ‘산수화’를 그렸다. 그 해 6월 프랑스군함 글로아르호가 세실 소장의 국서에 대한 답을 받으러 오다 전라도 고군산열도 해안에 좌초했고 碧梧社가 결성되었다는 식이다.

자기만 알고 좋아하는 연구에서 대중에게 손을 내민 이런 예술서가 많아질 때 ‘한국인에게 문화는 있는가’라며 자조하는 목소리가 잦아들게 되지 않을까.

이런 시리즈를 기획하고 1권부터 탄탄한 내용을 선보인 돌베개에도 고맙고 19세기에대한 연구가 이만큼 온 것을 보여준 김상엽이라는 연구자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r******2 2008.09.25. 신고 공감 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