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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 마초 산도칸을 환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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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okan - Le Tigri di Mompracem :: Emilio Salgari 아! 정말 아쉽다. 왜 이 책이 이제서야 번역되어 감수성을 잃어버린 이 나이에 읽을 수 밖에 없었을까! 20년전에만 읽었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흥분하고 공상의 세계에서 희희낙락 했을텐데! 이 책을 국내에 소개한 장본인이나 다름없는 움베르토 에코에게는 물론,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파블로 네루다, 루이스 세풀베다 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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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okan - Le Tigri di Mompracem :: Emilio Salgari

아! 정말 아쉽다. 왜 이 책이 이제서야 번역되어 감수성을 잃어버린 이 나이에 읽을 수 밖에 없었을까! 20년전에만 읽었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흥분하고 공상의 세계에서 희희낙락 했을텐데! 이 책을 국내에 소개한 장본인이나 다름없는 움베르토 에코에게는 물론,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파블로 네루다, 루이스 세풀베다 등의 쟁쟁한 문인들과 심지어 체 게바라에게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가가 에밀리오 살가리 라는데, 정말 이런 작가가 왜 이제서야 국내에 소개 되었는지 한탄할 노릇이다. 그만큼 이탈리아 문학이 아직까진 우리나라와 거리가 떨어져 있다는 반증이다. 물론 비단 이탈리아 문학만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말이다. 번역 문학 리스트에서 영미 문학과 일본 문학을 제외하면 고작 한줌 정도밖에 안되는 빈약한 타국 문학 카테고리를 보면 세계 문학이라고 아우르는 것도 민망스럽고 우리의 번역 문학이 얼마나 편중 되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독자인 나부터가 그런 편식에 길들여져 있다는 게 부끄럽다.

지금이라도 소개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랄까. 그런데 과연 살가리의 다른 작품이 앞으로도 계속 소개될런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이 책부터 주목을 끌어야할텐데 솔직히 20대 이상이 읽기엔 옛 추억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데 그칠 것 같고, 가장 영향을 줄 만한 독자층은 10대라고 봐야 하겠는데 출판사가 의지를 갖고 그런 마케팅을 할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다. 표지부터가 너무 무성의하다. 미적 감각이 부족한 내 안목탓일 수도 있겠지만, 박력 넘치는 내용에 비해 너무나도 김빠지는 밋밋한 커버라 에코의 신작에 맞춰 부랴부랴 발간하느라 이랬을까 하는 억측마저 하게 된다. 차라리 무리하게 욕심내지 말고 청소년 소설 전문 출판사에 양보하는 편이 낫지 않았으려나. 그러면 이후의 속편도 안정적으로 담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인데 말이다.

나 어렸을 때야 표지가 어떻건 내용만 재밌으면 평생 기억에 남으니 별로 연연할 필요는 없었지만, 요즘은 커버로 책을 고르는 시대니만큼 좀더 주의를 끌었으면 좋았을 뻔 했다. 특히 화려한 표지 디자인으로 소문난 출판사라서 아쉬움이 더하다. 커버를 보고 책을 고를지언정 막상 읽고보면 커버와 책 내용은 별 연관성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도 좀처럼 아쉬움을 버릴 수가 없다. 그만큼 이 책이 널리 보급 되었으면 하는 갈망과 그로 인해 속편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강해서다. 사실 그러면서도, 과연 이 시대에 이 책이 얼마나 먹힐까 싶은 우려심도 없잖아 있다. 20대 이상보단 감수성 강한 10대에 더 어필할 것 같지만 요즘 10대의 취향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책을 읽으며 옛 추억을 회상한 옛날 감수성의 나야 재밌다고 낄낄 거리며 읽었지만, 요즘 10대들에겐 같은 해적물이라도 영화 [캐리비언의 해적] 이나 만화 [원피스] 가 더 와닿지 않을까?

이쯤에서 내용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는데, 사실 스토리는 매우 단순하다. 말레이시아의 한 지역에서 잘 나가던 해적 두목이 어느날 우연히 금발의 외국 아가씨에게 꽂혀서 만사를 제치고 그녀를 납치해 와 결혼한다는, 참 설명하면서도 유치해서 이쪽이 먼저 웃게 되버리는 내용이다. 주인공 산도칸은 그야말로 마초의 전형이다. [캐리비언의 해적] 의 잭 스패로우나 [원피스] 의 루피처럼 대책없는 해적 선장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같은데, 그 대책없음이 아연실색할 만큼 막장이라 차라리 전자의 둘이 산도칸에 비하면 훨씬 계획적이고 이성적으로 보일 정도다. 사랑 하나면 무조건 다 된다고 다짜고짜 적진으로 무단 돌진 하는 것도 그렇고, 만신창이가 되어 패퇴 하면서도 자존심 하나로 큰소리 땅땅 치는 모습을 보면 그의 절친한 친구 야네스의 만류가 아니더라도 읽는 쪽에서 먼저 [제발 좀] 하는 소리가 튀어나온다. 게다가 결과적으론 부하도 다 죽이고 자기 땅도 빼앗기고 도망가는 건데도 합리화도 설득도 너무 빠르다.

어이가 없어야 하는데, 근데 이 부분이 재밌는거다. 책을 붙잡고 읽다가 만화나 영화를 보는 마냥 도중에 으하하 하고 웃어버리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막무가내 열혈남아 산도칸이나 철없는 금발이 너무해 마리안나, 그리고 순진하고 무식한 산도칸의 부하들이 정말 재밌고 귀엽다. 물론 작가나 산도칸은 독자를 웃기려고 한 행동은 아니었겠지만 변해버린 시대와 감수성과 맞바꾼 나이로 읽기에는 이만큼의 즐거움이라도 느낄 수 있어 다행이랄까. 합리적인 시대에 맞춰서든 이성적인 나이에 맞춰서든 내용의 허술함을 꼽자면 한도 끝도 없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뭐 있나. 배를 타듯 책에 몸을 실어 맡기면 돌아오는 것은 카타르시스의 파도다. 여기에서는 만사가 주인공 편이니까 세상이 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것 같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도 험난한 고초들도 의지만 있으면 어떻게든 되는 해피엔딩인거다. 나야 여자니까 여기까지만 느꼈어도 한번쯤 근사한 마초를 꿈꾸는 남자들이라면 무언가 마음 속에서 불끈거리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살가리를 이탈리아의 쥘 베른으로 부른다지만 이 책만으로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더 먼저 생각난다. 아무래도 열혈 해적물이다 보니 그렇다. 그런데 살가리에 비하면 스티븐슨은 오히려 점잖게 느껴진달까. 국민성의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이태리인다운 살가리의 활력과 열기가 이 책 한권만으로 듬뿍 느껴진다. 막무가내로 보이지만 사랑을 논하는 데에 있어선 셰익스피어의 정취마저 감돌 만큼 매우 낭만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더욱 후속작이 아쉽다. 고향을 등지고 새로운 곳으로 떠난 산도칸은 마리안나와 행복하게 잘 살았을까? 많은 것을 잃었지만 용맹한 몸프라첸의 호랑이로서의 아성을 되찾았을까? 또한 이탈리아의 스티븐슨으로서의 살가리가 아니라 쥘 베른으로서의 살가리도 매우 궁금하다. 현대에 있어선 다소 빈약한 내용일지라도 순수함과 낭만만큼은 그때를 못 따라갈 것이기에, 그것만으로도 그의 책은 재조명 되고 읽힐 가치가 있을 것이다.
YES마니아 : 로얄 q****e 2008.07.22.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