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와 그레고리]라는 영화에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분한 로즈라는 교수가 이런 말을 한다. 왜 영화 속의 사랑과 현실의 사랑이 다를까? 영화 속에서는 중요한 장면에서 음악이 흐르지만 현실 속에서는 흐르는 음악이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은 음악과 어우러진 두 주인공의 모습에 빠져 사랑을 낭만적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다. 트랜디 드라마와 로맨틱 영화에서 음악이 빠질 수는 없다. 그런 로맨스 영화나 드라마의 붐을 타고 우리에게 많은 음악들이 소개되었지만 영상과 떨어져도 여전히 사랑 받을 수 있는 생명력은 음악가의 내공이 얼마나 깊은가에 달려 있다.
가을동화에 나왔던 [Return To Love]가 감미로웠고 가슴을 애릿하게 했었다. 가을동화라는 포장지로 싼 어여쁜 모양의 초콜릿 상자 같았다고나 할까. 물론 맛도 달콤했기 때문에 케빈 컨은 지금도 사랑 받고 있다. 이 앨범에는 그 음악이 없지만 이번 앨범은 가을동화의 감수성과는 다른 앨범이다. 빗소리 같고, 고요하게 쌔근대는 아기의 숨소리 같고, 가볍게 부는 바람 같은 음악이다.
[Embracing The Wind-추억이 푸르는 풍경]이라는 타이틀 제목부터 이 앨범이 현재 진행형의 음악이라기 보다는 과거의 향수를 떠올릴 수 있는 서정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신디사이저가 깔린 첫 곡부터 케빈 컨은 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신디사이저는 화려하게 연주가 가능한 악기지만 조용하면서도 신비한 분위기를 내는 데에도 좋은 악기이다. 어쿠스틱 기타를 써서 튀지 않게 멜로디를 잡아 낸 노래들도 좋고, 피아노로만 이루어진 곡도 좋다. 피아노는 격정도 잘 담아내지만 고요도 잘 잡아 낸다.
전 곡이 골고루 마음에 와닿았지만 7번과 8번 음악에 폭 빠졌다. 사실 그만큼 매혹되었다는 건 아니니까 폭 빠졌다는 표현은 잘못되었지만 현실과는 다른 분위기의 살랑살랑한 느낌이 매력 있다. 제목도 [신비로운 숲], [동화 속의 자장가]이다. 자장가의 자장자장 아기를 토닥이는 그 조근조근함이 잘 배어 있는 음악이다.
슬픔에도 너무 빠지지 말라고, 기쁨도 잔잔하고 당연하게 받아 들이라고 이 음악들이 이야기를 한다. 소박하게, 담담하게, 편안하게 세상을 받아 들이라고. 이 앨범의 음악은 포근하지도 쓸쓸하지도 않았다. 부드럽고 상냥한 음악이라는 느낌이다. 뭔가 나에게 소곤소곤 말을 거는 음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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