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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에 늦바람이 불어 세상구경을 하고 있습니다만, 사실은 25년 전 미국에서 공부할 때도 틈만 나면 가족들을 차에 태우고 대륙을 누비며 구경에 나서던 때가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미국을 돌아다니면서 구경한 이야기를 써볼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그때는 주로 자연경관을 보러 다녔던 것 같습니다. 본토의 48개 주 가운데 오른쪽 위아래 귀퉁이 몇 곳을 제외하고는 서른 몇 개의 주에 발자국을 남길 정도로 바쁘게 돌아다녔는데, 가족들과 함께 하다 보니 볼거리를 찾아 구경하는 것 말고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는 그런 여행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무려 289일 동안 미니밴을 타고 8만3천km나 되는 길을 혼자서 한 여행을 담은 <글 위의 바람이 되다>를 읽고서는 ‘정말 이런 일이 가능할까?’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어쩌면 서울과 부산 거리의 세배나 되는 거리를 하루에, 그것도 혼자서 운전해서 달린 기억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루에 300km도 안되는 거리를 달린다면 크게 무리가 가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또 하나의 차이는 누군가를 만나 공동의 화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젝 케루악의 <길 위에서>보다는 존 스타인벡의 <찰리와 함께 한 여행>에 더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당연히 자연경관에 대한 느낌과 함께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이 책의 큰 줄거리입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사진도 볼거리입니다.
가보지 않은 땅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 일단 저질러놓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는 모험심이 넘치는 어머니의 피를 물려받은 표시를 이렇게 나타냈던가 봅니다. LA에서 시작한 여정은 북동쪽으로 나가 미네소타에서 북쪽 끝에 도달한 다음 동쪽으로 나아가 미국 동부해안을 따라 내려왔가가 뉴올리언즈에서 미시시피강을 따라 북상해서 다시 미네소타에 갔다가 내려와 남쪽 해안을 따라가다가 멕시코국경을 따라 서쪽으로 나아가 서해안에 도착해서는 알래스카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 워싱턴주에서 끝나는데, 몇몇 도시에서는 만나지만, 제가 지나갔던 길과는 거의 겹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미국이라는 거대한 땅덩어리를 누비고 다녔기 때문인지 저도 겪었던 그런 상황을 맞기도 했는데, 예를 들면 멕시코국경 인근 마을에서 생각지도 않게 여권제시를 요구받는 상황 같은 것입니다. 국내여행이라서 별 생각 없이 여권을 집에 모셔두고 떠난 여행길 고속도로에서 여권을 보여달라는데 답답한 노릇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것도 마치 뺑소니를 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인 끝이라서 더욱 난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핸드폰도 없던 시절이라서 휴일에 누구와 연락을 취할 사람도 없었죠. 결국 사정사정을 해서 양해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도 천행입니다. 고속도로에서 과속을 하다가 미끄러져 길가 도랑으로 빠진 것도 꼭 같은 상황입니다.
아쉬운 점은 유타주의 국립공원 가운데 브라이스 캐년, 캐년랜드, 자이언캐년 등을 그저 전설 가득한 ‘마법의 땅’이라고 정리해버리기엔 너무나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장소라는 것입니다. 여행길에서 만난 흑인들에게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꼈다고 했습니다만, 제 경우는 그들마저도 우리를 차별대우하는 것은 씁쓸한 추억도 적지는 않습니다. 제 경우는 사우스다코타에서 대평원이 어떻게 생겼는지 실감했습니다만, 저자는 캔사스가 그랬던 모양입니다. 동화 <오즈의 마법사> 탓이었을까요? 대평원에서 바람을 실감했다는 것입니다. “대평원의 바람이 전하는 말은 거의 예외 없이 원초적이다. 때론 부드럽게 쓰다듬듯 말하고, 때론 광폭하게 절규하듯 얘기를 풀어놓는다. 그러나 그 물음의 요지는 언제나 ‘산다는 게 무엇이냐’ 한가지로 들린다”라고 했습니다. <길 위에서 바람이 되다>라는 제명이 여기에서 나온 모양입니다.
자연에 관하여, 아니면 유적과 역사에 관하여 이야기를 하다보면 건조할 수밖에 없는데, 역시 사람들과 만난 이야기를 풀어놓으니 따듯함이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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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지루한 일상생활에 지치면 바람을 찾게 된다. 바람을 찾는다는건 자유를 찾게 된다는 것이고, 자유를 찾게 된다는건 즉, 여행이 그립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결국은 여행기를 찾아 읽게 되었고, 그렇게 많은 여행기들 속에서 "길 위의 바람이 되다"를 만났다. 오로지 낡은 밴과 지도, 약간의 짐, 그리고 자유를 찾아 떠나고픈 열망을 가지고 아메리카를 유랑한 저자가 너무나 부러웠다. 시골의 작은 교회에서 지미카터 전 미 대통령을 만난 에피소드는 흥미로웠다. 미국이라는 큰 나라의 최고 지도자 자리에서, 작은 시골 교회의 성경 교사를하고 있는 모습이 가슴시릴정도로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여러편의 글을 읽으며 내 자신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아직은 아니다." 였다. 하지만, 한참후에 또 다른 답이 나왔다. 언젠가, 아니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빨리 내가 떠나게 될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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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엽의 『길위의 바람이 되다』는 본인 스스로 역마살 때문에, 혹은 남 밑에서는 일 못하는 자유분방한 성격이라 고민이라 생각하는 사람에게 “네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한번쯤 해보라”고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것 같다. 40년 내내, 바람같이 떠돌아다니는 삶을 동경해 온 나 역시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한 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내용은 미국 생활을 접어야 하는 50세의 평범한 가장이 미니밴 한 대와 지도 한 장으로 미국을 동서, 남북으로 헤집고 다닌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부제에서도 언급했듯이 ‘집시처럼 떠돈 289일, 8만 3000km 아메리카 유랑기!’. 장장 10여개 월에 걸쳐 40여개 도시에 발을 딛고서 그 곳의 사람들과 만나고 느낀 이야기를 읽는 동안, 지은이가 여행초기에 가졌던 생각부터 여행 종착시점의 느낌이 그대로 실려 있고, 그대로 느껴지는 게 신기하다. 여행서가 여행을 통한 삶의 반추 내지는 인생을 되돌아보는 책이라지만, 대부분의 책들이 여행자 개인의 감정에 치우쳐 혹은 여행 일정에 치우친 글들로 가득 차 있는 반면, 김창엽의 『길위의 바람이 되다』는 여행지에서 겪은 일화들이 잘 찍은 사진과 함께 나란히 배열돼 있어 생생한 느낌이다. 또,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야말로 생로병사의 애환이 느껴진다고 할까……."나는 오늘저녁 어디로 갈 지 모른다. 갑자기 세상이 막막해지고 가슴이 먹먹해졌다"고 고백한 첫 출발시점부터 유랑을 마칠 때 쓴 “역마살이 다소 해갈됐는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물리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정신적으로는 그렇다고 대답을 못하겠다”는 고백으로 인해 더욱 믿음직스럽다. 그야말로 평범한 일반인의 여행기이고, 나도 한번쯤 용기를 가져 볼 수 있고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동시에. 내가 여행하는 동안에도 이런 생각이 들겠구나...하는 선험자로서의 생생한 경험과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동짐감이 느껴진다. 사실 여행하고 싶고, 훌훌 털어버리고 떠나고 싶은 이들이 한둘인가. 다만 혼자이기 때문에 무섭고, 외롭고, 돌아올 곳이 없어지면 어쩌난 하는 불안감에서 못 떠나고 있는데, 과감히 도전장을 내던지고 실행하면서의 온갖 생각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오히려 용기를 갖게 해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뉴욕과 워싱턴을 다녀온 지 이제 겨우 보름 남짓 되었다. 그런데 다시 가고 싶다. 하늘을 덮어버리는 마천루와 형행색색의 다른 피부를 가진 사람들 속에서 나라는 존재는 미미했지만, ‘낯선 곳에서의 혼자’라는 느낌이 눈물 날 만큼 무서웠지만, 오히려 나를 더 잘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굳이 미국이 아니라도 좋지만, 오히려 미국이라서 더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밑바닥부터의 삶이 너무도 익숙한 나라라는 것이다. 그런데 언뜻 들여다본 미국이라는 나라가 오히려 민족주의적이고 보수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궁금증이 생긴다. 김창엽의 『길위의 바람이 되다』는 이런 궁금증에 더욱 부채질을 해버렸다. 진정, 세계 제일국가로서의 명성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과연, 저자는 무엇이라 생각할까? 혹, 온대부터 냉대에 이르는 넓은 기후분포대를 가진 넓은 나라가 담은 인구수만큼이나 다양한 민족과 인종들을 품어낼 수 있는 그 넉넉함이 혹 그 원인은 아닐까?? 섣부른 답은 몇 년 후에 확인할 일이라지만, 머릿속은 너무도 복잡해지고 있다. “꿈”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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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가 궁금할 때 여러 가지 객관적 자료를 찾아보는 방법이 있다. 국토 면적, 인구수, 수도, 행정구역, 주요 민족 등. 그러나 그런 자료로는 그 속까지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다. 그 속이 궁금할 때 동원하는 수단 중 가장 효율적인 것이 여행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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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계절을 보내면서 많은 여행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나도 적지 않은 여행서를 접하고 있다. 허나 이 책 <길 위의 바람이 되다>는 '여행서'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뭔가 다른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다. 내 마음 속 책꽂이에서도 여느 여행서들과는 다른 한 켠에 자리한 이 책은, 책 표지에도 쓰인 '유랑기'라는 표현이 꼭 들어맞는 책이다. 정처없이 이리저리 떠돌아 다닌 이야기. 이는 여행과는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사전적인 의미만 봐도 '여행'은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인데, 이 책의 저자가 미국 전역을 돌아다닌 것은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한 것이 아니라 '정처없이 이리저리 떠돌아 다닌' 것이기 때문이다. 제목 그대로 길 위의 바람이 되어, 불고 싶은 방향으로 이리저리 정처없이 떠돌았다.
20년 가까이 신문기자 생활을 했던 저자는,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역마살을 어찌하지 못하고 '이국의 하늘 아래서 죽음을 맞으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2006년 8월, 훌쩍 미국으로 떠났다. 이미 2000년부터 6년을 미국에서 보낸 뒤였지만, 이번의 미국행은 달랐다. 어린 시절부터 그토록 소망했던 '떠돌이'가 되기 위해 나선 길이었다. '깨달음을 갖고 돌아오라'는 아내의 당부에 '그냥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오는 걸로 만족해달라'며 떠난 길이었다. 이번 여행길에서 그와 함께 한 것은 그의 발이 되어주고 잠자리가 되어주고 보호막이 되어준 미니밴 한 대와 약간의 짐과 지도 한 장이 전부였다. 그가 챙겨간 것은 그 정도뿐이었지만, 실상 그와 함께한 것은 미국이란 대륙의 광활한 대자연이었다. 미국의 산과 들과 물과 바람과 바위가 그와 함께 했다.
2006년 늦여름 샌타바버라에서 출발한 저자의 '유랑'은 2007년 초여름 시애틀에서 막을 내렸다. 장장 289일 동안 거대한 미국 대륙의 이곳 저곳을 열심히 떠돌았다. 어느 한 곳에 오래 머물러 구경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저 열심히 내달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함께 속도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속도감을 중시하는 진짜 이유는 단순히 일정을 하루 이틀 줄이는 데 있지 않다. 먼 여행길에서 옷깃을 스치듯 나눈 인연에 더 많은 여운이 있고 더 많은 얘기가 자리잡듯이, 가벼운 만남이 불러오는 끝없는 상상을 즐기고 싶은 게 내가 속도를 내는 이유다.' 창 밖으로 스쳐가는 풍광들이 주는 무한한 상상. 바로 그 상상을 즐겼던 것이다. 또한 '차창으로 스쳐지나가는 풍경들을 즐기고, 콘크리트 구조물이 가득한 도시보다는 자연에 훨씬 애착을 느끼는' 스타일은 나와도 잘 맞아 나는 저자와 함께하는 이번 미국 여행길이 별 다섯 개도 부족할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자이언캐니언의 천지개벽을 연상케하는 아침 풍경, 수피리어 호수의 안온한 일출, 빠져도 죽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마이애미의 비췻빛 바다, 미시시피 강의 동서로 펼쳐진 대평원, 사람의 존재를 모래 한알과 같이 만들어버리는 콜로라도 고원...책 속의 사진 한 장과 몇 줄의 글로 만나는 모습들이었지만 내 가슴에는 내내 가벼운 흥분이 일었다.
내가 '미국'이라는 나라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I ♡ NY'이라는 이미지로 대표되는 거대한 도시 뉴욕이었다. 미국에 대해 잘 아는 바가 없어 떠오르는 것도 많지 않지만 그 외에 연상되는 것도 전부 고층빌딩 숲 사이로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는 대도시의 모습들 뿐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만나면서 아메리카 대륙이 품고 있는 대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고, 바로 이것이 미국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던 '미국=I♡NY'이라는 이미지는 이제 장엄한 대자연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었다. 내가 미국을 방문할 일이 생긴다면, 이 책 속에 나와있는 것 같은 대자연의 이미지를 느끼러 가고 싶다. 그때가 되면 나도 저자처럼 열심히 달려야지. 그리고 그 짧은 만남이 주는 무한한 상상 속으로 빠져보고 싶다.
* 책 속 밑줄 긋기.
- 세상은 때때로 넋을 놓고 봐야 아름답다. (p.28) - 산에서 내려다보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그런 세상을 한동안 보고 있노라면 이번에는 내가 달라진다. 한데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면 세상도 세상일 터다. 그렇다면 변한 것은 애초부터 세상이 아니고 나였을 것이다. (p.107) - 세상에 안 미친 사람이 어디 있나요. 우리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미쳐서 살지요. (p.112) - 고향, 내 것, 우리 것은 절실한 것이다. 마이너리티라면 특히 사무치게 그리운 대상이기도 하다. 집을 떠나와 밖으로만 나돌면서 문득문득 그런 것들이 떠오를 때면 뼛속이 다 시린 듯 절절한 심정이었으니까. (p.131) - 나의 존재를 한없이 가볍게 한 것은 아마도 억겁의 땅이 가진 심원한 무게였을 것이다. ... 콜로라도 고원에서 사람의 존재는 바위 꼭대기에 앉아 있는 모래 한알쯤과 별로 다를 게 없다. 한순간 존재하다가 물거품처럼 사라져서 이런저런 원소들로 낱낱이 분해돼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게 유기물의 한계이고 보면, 모래 한알만도 못한 게 인생사인지도 모른다. (p.284) - 현실은 때때로 꿈의 천적이다. 단 한 번의 망치질로 꿈을 산산조각 내는 힘이 있다. (p.3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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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바람이 되다는 집시처럼 떠돈 289일, 8만 3000km 김창엽씨의 아메리카 유랑기이다. 본인 스스로 주체할 수 없는 역마살의 소유자라 말한다. 가보지 않은 땅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 모험심은 우리들 가슴 한켠 언제나 비상등마냥 깜박 깜박 켜져있을 텐데도 쉽게 행동하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인데 이 사람 참 대단하구나 싶다 ~ 하지만 대단하다는 이 말속에는 부러움, 시샘과 함께 걱정이 동반한 것도 사실 ~ 하루이틀, 한두달도 아니고 365일중 289일을 온전히 유랑하는 것에 썼으니 보이지 않는 곳 말못할 고생이 얼마나 심했을까 싶은 . . 여는글을 보면 진짜 대단한 사람은 본인이 젊어서 못한일을 대신 한다며 건강 조심히 하라며 흔쾌히 허락한 노모와 돈을 꿔서라도 경비를 마련해볼테니 이번 여행이 오로지 '수행의 길'이었음 한다며 보내준 그의 부인이지 않을까 싶다. 돈 안들이고 차를 개조해 몇가지 짐을 싣고 떠날때 차량정비만큼은 철저히 받았음 싶은 주위 사람들처럼 나 또한 그러했는데 한 번 손보기 시작하면 돈 들어갈 데 많을 것 같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서 시작하는 것은 그간 내가 살아온 방식과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 말하는 이 사람. 이 사람의 여행길이 조금은 걱정되지만 괜히 설렌다. 번지점프대에 올라 언제고 떨어질 준비를 하는 사람 마음마냥.
라스베가스의 화려한 조명이 아닌 사막해보이는 사막의 모습, 8월의 사막은 신부보다 아름답다다고 특히 어둠이 내린 사막은 고혹적이기까지 하다니 ~ 아 ~~ 벌써부터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온다. 발을 헛디뎌 넘어지다 엉겁결에 붙잡은 나무의 가시에 찔려서 손바닥이 이틀동안 얼얼했다면서 찍어올린 사진한장엔 아~ 이사람 사진쟁이구나 싶은게 나를 보는 기분이었다. 멋진곳, 좋은곳의 풍경을 보면서, 맛있는것을 먹을때도 물론 카메라를 꺼내들고 사진을 찍지만 다쳐 아픈데도 그 가시를 뽑는게 먼저가 아니고 그 모습을 꺼내들고 증명사진을 찍은 이 사람이야 말로 진짜 '사진쟁이'가 아닐까 굉장히 멋지고 웅장한 모습의 자연이 하나가득 담겨있지만 그 중에서도 나의 시선을 확 잡아끈 것은 세계 1위의 민물호수, 수피리어의 일출모습이다. 일출, 일몰이 바다와 다른 점은 호수 표면이 잔잔하다는 것. 거울 표면처럼 매끈한 호수 위로 아침해가 붉은 알갱이가 되어 떠오르는 모습은 정말 헉 하고 호흡을 멈출 정도 !!! 미네소타의 덜루스에서 위스콘신의 애시랜드를 경우해 미시건의 마켓과 수세인트메리, 캐나다 온타리오의 해밀턴, 뉴욕의 버팔로에 이르기까지 5대호 주변을 따라 달린 1,500키로미터의 여정이 줄곧 편안하고 감미로웠다며 아메리카라는 커다란 정원의 연못가를 산책하는 기분이었다는 그의 표현은 정말 최고 ~ 이 순간만큼은 그곳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여행한 그가 세상에서 젤 부러운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차를 타고 네 계절을 걸쳐 노숙을 해가며 아메리카를 누비고 다닌 사람. 강자보다는 약자, 도시보다는 자연, 다수보다는 소수에 관심을 갖은 사람. 그가 여행하면서 본 근사한 풍경, 마음 따뜻 다정한 사람들, 재밌는 이야기들을 시원한 에어컨 바람 밑에 앉아 편히 읽었더니 살짝 미안해지려한다.
(객사라는 말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기 시작했다며 이국의 하늘아래서 죽음을 맞으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 떠나고픈 열망은 상사병과 비슷한 일종의 열병이고 그 맘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객사'에 대한 생각만큼은 바꿔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해서라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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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 바람이 되다 - 김창엽
길위의 바람이 되다. 부제 ; 집시처럼 떠돈 289일, 8만 3000km 아메리카 유랑기. 캠핑카 & 미니밴을 타며 여행하는 것을 꽤 오래전부터 꿈 꿔왔다. 길위의 바람이 되다는 내가 꿈꾸던 그런 여행이다. 미니밴을 타고 거기서 먹고자고 하며 여기저기를 떠도는 여행. 생각만 해도 나에겐 꿈만같다. 그러나 그 꿈만 같은 일을 해낸 사람이 바로 여기있다 . 김.창.엽.
오랫동안 신문기자로 활동하며 미국에 살던 그는 스스로 집시의 운명이라고 칭한다. 그는 운명같이 집시처럼 아메리카의 이곳저곳을 떠돈다. 눈 가는대로, 손이 핸들을 움직이는 곳으로..
이 책의 첫 느낌은 일단 "와 표지 멋있다." "제목도 진짜 멋있다.".. 책을 펴보면 " 와 사진이 많다~", "와 글씨 작다.." 진짜 내 눈을 단번에 사로잡은건 일단 표지였다. 흑백배경에 미니밴.. 거기다가 눈으로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사진들.. 그것도 컬러다! 각각 장마다 사진이 배치되어 있다. 얼마전 제목만 보고 단번에 땡겼던 여행 책이 있는 데 그 책은 사진이 흑백이여서 완전 실망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일단 사진부터 찬찬히 봐본다. 역시 날 실망 시키지 않는다. 세세하고 독자가 알아야함직한 사진이 가득해서, 눈과 그걸 느끼는 마음이 즐겁고 행복하다. 그래서 사진가 빼어나고 편안한 글솜씨가 책을 못덮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저자가 기자출신이라서 여느 여행 서적보다 글이 정돈되어 있다. 사진밑에 일일히 설명되어있는 사진설명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글에서 여행하는 사람 특유의 여유로움과 한적함이 느껴져서 부러움이 가득했고, 저자의 눈앞에 펼쳐진 모습, 자연경관등의 묘사가 굉장히 생생하다. 저자가 여행을 하며 보고 느끼는 것들, 긴박했던 순간, 평화로웠고 행복했던 순간들이 머릿속에 펼쳐지기도 한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조지아주 플레인스의 시골교회에서 만난 전 미국 대통령 지미카터에 대한 내용이었다. 퇴임 후,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서 인근주민들과 생활하고, 시골 교회에서 성경공부교사로 나서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겹쳐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머릿속에 꽤 많은 기억이 남는다. 전 대통령이라는 신분으로 작은 시골교회에서 시골교회 성경공부교사로 나선다는게 참 신선했다. 나이가 많이 듦에도 불구하고 그런 멋진 일을 해낸다는거 자체가 너무 멋있었다.
음 책을 읽으면서 느낀건 좀 우습지만.. 이 책은 2006년에 여행한 기록이다. "차로 다녔으니까 기름값이 어마어마 했겠군.." 그나마 그때는 지금보단 기름값이 덜 비싸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지랖 넓은 나..ㅋ
아무튼 여행의 지침과 고달픔에 나오는 귀소본능을 물리치며 결국 그는 여행의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얼마나 자신이 자랑스러울까.. 아마 그에겐 죽을때 까지 잊지못하고, 잊어서도 안되는 추억이겠지?
좀 덧붙이자면 처자식이 있는데 너무 오래 떠돌며 여행하는거 아닌가 하며 이상한 오지랖으로 저자의 아내를 걱정했던 내가 참 웃기다ㅋㅋㅋㅋ 아마 내 남편이 나하고 강호 내버려 두고 혼자 여행하다가 1년 가까이를 여행하다가 온다고 하면 영영 떠나버리라고 할지도..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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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길위를 떠돌다 길위에서 죽는 '객사'라는 말을 입에 올릴 만한 베짱이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저자 사진에서 보듯이 보통의 아저씨 풍모를 한 남자가, 그것도 가족이 있고 돈벌이를 해야하는 보통의 40대 남자가 그 말을 입에 올리고 마침내 길을 떠났다는 사실 자체가 참 놀랍다. 그는 "'객사'라는 두 글자가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두어 해 전이었다"라는 말을 감히 하고, 식구들에게 결심을 말한 후 길을 떠나 미국과 캐나다 두 나라, 결국 북미 대륙 전체를 10개월여에 걸쳐 돌아다닌 기록을 남겼다. 떠돌다 외국의 어디쯤에서 죽고싶다고 말하는 남자와 같이 사는 나는 그의 여행기를 재미있게 읽었고, 그리 사는게 말 만큼 그리 처량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저자 김창엽이 직접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북미대륙을 돌아다니는 여행을 따라다니며 6년전 혼자 보름정도 미국을 버스타고 돌아다녔던 기억이 새로웠다. 나역시 저자처럼 노숙자 차림이었는데 미술관 앞에서 줄 서 있다가 차림새를 본 한국귀부인으로부터 무시를 당해보았고, 새로운 도시에서 어디가야 싼 데서 잘 수 있을까 잠자리를 걱정하면서 다녀보았기에 그가 나날이 느꼈던 을씨년스러움을 공감할 수 있었다. 다른 한편 그렇게 힘든 과정을 견디는 자신이 뿌듯하기도 했던 시절이었다. 보통의 사람이 막연하게 마음만 먹고 있는 일을 훌쩍 해치운 사람을 보면서 느끼는 부러움을 안고 저자가 여행길에 만난 사람과 풍광을 같이 만나면서 읽기를 마쳤다.
그는 마음 가는대로 여기저기 쏘다니자고 떠난 길이었으나 매번 어두운 공원 구석에서 못된 사람을 만나 해를 입을까봐 조심하며 자야하는 시간을 보내고 정작 '밤시간의 두려움과 고민'이라는 경험을 가장 큰 수확으로 갖고 집으로 돌아갔다. 어쩌면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게 여행에서 오는 두려움을 상쇄시키는 것이리라. 돌아갈 곳 없이 떠도는 삶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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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이곳 한국에 있지만 마음은 이미 여행을 시작하고 있다.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말을 어렵게 꺼냈지만 이미 가족들은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심정으로 여행을 허락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