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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 년간 난 마치 언제나 엄마였다는 느낌으로 살았던 것 같다. 밥 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아이 스케줄 정리하고 등등.. <단어장>도 그런 느낌으로 읽기 시작했다. 비록 딸은 아니지만 언젠가 우리 아들이 중학생이 되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생활을 할까? 미리 알고 대비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다. 최나미 작가의 전작도 읽어 본 적이 없는 지라 표지 느낌이 이 책에 대한 전부였다.
내용은, 우령이라는 아이가 입학하는 날부터 시작하여 겨울바다를 찾아가는 데까지 대략 1년 정도의 생활을 담고 있다. 엄마, 이웃의 친한 언니, 학교, 선생님, 친구들, 그 들과의 끊임 없는 이야기 거리들. 그런데 이상한 건 분명 내가 그 시절을 겪은 지 한 참이 되었는데도 그래, 그래, 맞아, 맞아, 이랬었어, 아직도 그런가? 라는 생각들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 속에서 빙빙 돌아다녔다. 물론 "기가"라든가, 휴대폰 , 급식 등 이전과는 달라진 과목과, 용어와 문화들이 배경이지만 내 과거로의 여행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내 학창 시절에도 열매같은 아이, 혜린이 같은 4차원 소녀, 소은이같이 얄미운 아이도 있었고 선생님을 연인처럼 좋아해서 가슴 아파하던 친구도 있었다. 평소엔 희미하게 밖에 기억할 수 없었던 그 시절이 책을 읽으면서 마치 영화 장면,장면처럼 스치고 지나가면서 미소도 지어지고, 그리움에 가슴도 아렸다.
그리고 한 편으론,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세대간의 갈등이 크다고, 아이들 사춘기때가 인생이 가장 고달플 때라고 인생 선배들이 말을 할 때 , 문득 아이가 커가는 게 두렵기도 했는데 이 작품 속 아이들의 모습이 내 아이들의 모습이라면 그렇게 겁내지 않아도 되겠다고 안심이 되었다.
이 작품은 이 또래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고, 또 좋아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우령이와 친구들처럼 밝고 씩씩하게 자라줬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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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다 읽고 중학교 1학년 진우령과 친구, 가족의 이야기구나 생각했다. 꽤 괜찮은 성장소설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단어장>이라는 소설 제목이 너무 생뚱맞게 느껴졌다. 왜 제목이 단어장이지? 영어,중국어, 일본어 단어장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소설 전체에서 한번도 단어장이라는 단어도 나오지 않았는데... 그래서 다시 살펴보았다. 8개의 장으로 되어 있었는데 그 소제목마다 단어의 뜻 풀이가 되어 있고 그 소제목과 어울리는 사건이 서술된다. 마치 백일장에서 주어지는 주제에 맞게 시나 수필을 쓰듯, 그 제목에 맞게 소설이 전개가 된다. 이것을 알고 나니 이 작품이 더 근사해 보였다. 1. 시차적응- 중학교 입학하면서 신열매를 만나게 되고 얼렁뚱땅 철친이 되는 과정이 나온다. 2. 피장파장 - 엄마와 텔레비전을 두고 다툼이 생겼는데 텔레비전 2대가 모두 사라져버린다. 3. 선전포고 - 영채의 외고 간 언니가 나타나면서 영채의 모습이 영웅시되고 수학여행에서 열매를 감금하는 사건이 생기고 영채가 중간 시험에서 커닝을 해서 전학가는 사건이 생긴다. 4. 천기누설 - 민찬기 담임선생님의 죽도가 큰 소재가 되어 학교에서의 체벌 문제가 대두되고 학급의 모든 학생들이 협동하며 비밀을 말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5. 상대성 원리 - 초등학교 동창 재준과 열매를 소개팅 시켜주고 미묘한 감정이 흐르는데 결국 소은이가 재준이와 사귀게 되어 우령이와 열매가 아주 신선한 관계로 돌아온다. 6. 접속장애 - 이 부분이 가장 재미있다. 1학년 6반의 급식쿠데타를 계기로 1,2,3학년이 순번없이 함께 먹게 되고 1학년 다른반 혜리이란 친구를 만나게 된다.한달간 친하게 지내는데 4차원 혜린이와 접속 장애가 일어난다. 그리고 절교하게 된다. 7. 무임승차 - 과학교사 서윤빈 선생님에 대해 첫사랑을 기록한다. 하지만 그 선생님의 사람을 기억하는 못하는 습관과 학생을 대하는 태도에 실망한다. 짝사랑을 무임승차라고 표현해서 많이 힘들어한다. 8. 재활용 - 겨울바다에 가서 마음껏 바라보고 새롭게 시작한다. 사별한 엄마와 중학생 딸, 그리고 이혼한 엄마와 고등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 딸의 재활용 가족이 시작된다.
각각을 떼어 놓아도 이야기가 완성될 정도로 이야기 구성이 완벽하다. 중학교 1학년생의 밝고 경쾌함, 고민들이 모두 들어있다. 첫사랑, 우정, 친구간의 갈등,학교 생활, 불만, 가족에 대한 사랑 등이 모두 들어 있다. 쉽게 읽고 많이 생각하는 좋은 청소년 성장소설이다. 단어의 뜻을 적어도 8개는 확실히 알 수 있어서 더욱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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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한 가지를 선택하는 순간 다른 한 가지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은란여중 교복을 입고 교문을 들어서던 그 날부터 내가 선택하고 또 선택하지 않아 존재하지 않게 된 일들 사이사이에는 나와 같은 고민을 하며 지냈을 얼굴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말 많고 탈 많았던 영채는 은란여중을 지우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까? 서로 다른 언어로 얘기하던 혜린이는 진정으로 통하는 친구를 만나게 될까? 한 톨도 예쁜 구석이 없는 소은이는 언제쯤 외롭다는 느낌을 알게 될는지……. 열매 얘기만 나오면 아직 서먹한 재준이와 치고받고 싸우는 날이 다시 올까? 은빈이와 승민이, 그리고 내가 떠나보낸 첫사랑 서윤빈 선생님……. 심지어 진경 언니와 아줌마, 엄마마저도 어설프고 서툰 내 열네 살의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해 준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내 영혼의 단짝 쉰열매까지도. (218-219쪽)
열세 살에 천착하던 작가가 드디어 열네 살 탐구를 시작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열세 살을 줄기차게 그리던 작가는 이제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교육부가 인정하는 청소년, 중학생이 된 진우령을 중학교에 입학시키는 것으로 작품을 시작합니다. 그러고는 진우령이 그 해 십이월에 경포대의 겨울 바다를 맞는 것으로 맺고 있으니 작가는 이제 명실상부 열네 살을 탐구하는 작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열네 살, 작가가 그리는 진우령의 출발은 상기되어 있습니다. 하얀 블라우스, 푸른색 재킷에 푸른색 치마, 까만 스타킹과 맨질맨질한 구두까지, 중학생 제복을 사뭇 만족스러워합니다. 게다가 우렁이, 지렁이 하며 유치하게 싸움 거는 남자애들도 없고 말 많고 탈 많아 신경 쓰이던 몇몇 여자애들과도 같은 학교가 아니라는 점에서 자유를 얻은 기분까지 느낍니다. 그러나 방학 때 짧게 자른 머리가 아직도 자라지 않아 교복과 어울리지 않은 것처럼 우령은 입학식부터 어설프기 그지없습니다.
사실 진우령은 처음 접하는 중학교라는 신세계에 대해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다 경험해 보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초등학교 4학년 때 같은 반이던 신열매를 입학식에서 만나면서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열매는 타고난 정보력과 오지랖으로 우령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며 우령의 경험을 앗아가니 말입니다. 그리하여 우령의 거부와는 상관없이 어느새 신열매는 우령과 공통된 경험을 가장 많이 하는 친구가 되어버립니다. 언니들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커닝을 하여 학교를 떠들썩하게 한 영채, 4차원 소녀 혜린, 이쁜 구석이 없는 소은이, 열매의 남자친구가 될 뻔한 재준이, 은빈이와 승민이, 서윤빈 선생님……. 우령의 열네 살을 채우는 사람들과 가장 가깝게 지내다 드디어는 영혼의 단짝이 됩니다. 그러고 보면 열네 살의 나도 가장 가깝게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열네 살 내 딸 해인이의 이즈음도 식구보다 가깝게 제 친구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