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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표지가 인상적인 동시집이다. 이옥용작가는 독일에서 독문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번역문학가로 활동하고 레고래와 래고가 첫 동시집이다. 푸른문학상과 새벗문학상을 수상한 바가 있는 작가다.
부탁과 대답의 형식을 갖춘 동시도 재미나고 바둑이를 향해서 시간을 좀 떼달라는 부탁을 하는 나, 내 부탁을 들은 바둑이가 나에게 대답을 하는 대답편은 바둑이지만 너무너무 바빠서 시간을 나눠줄 수 없다고 하는 내용이다. 왜냐면 신발 물어뜯어야지, 껌 씹어야지, 개미봐야지, 소리들어야지, 냄새 맡아야지... 그런 것 같다. 동물도 가만 있는 것 같지만 오감이 발달해서 잠시도 가만 못 있으니 말이다.
너 누구나? 사람 특이하게 생겼구나 그래? 너 혼자니? 응 넌 이상한 물고기구나. 왜 친구들이 없어? 지금 바다를 조사하는 중이야 뭐라고? 조사 중이라고 그런 걸 왜 해? 우리는 다 아는데
<잠수부와 돌고래>의 전문이다. 둘이 주고받는 대화가 재미있기도 하다. 한 편으로는 자연을 가만두지 못하는 사람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둘의 대화가 뚱딴지 같으면서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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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낯설지 않은 시인의 이름과 빨간 표지의 앙증맞은 책이 나를 책 속으로 이끌었다. 작은 핸드백에 넣고 다니며 읽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또한 아이들의 고사리 손으로 잡아도 부담이 없을 정도로 아담한 사이즈가 정말 마음에 든다. 한 편 한편의 시에 순수하고 깜찍한 재치가 느껴져 읽으며 웃음을 머금고 연한 미소를 띄며 잔잔한 감동으로 시집을 읽었다.
엄마가 삐쳤다
엄마가 삐쳤다. 엄마는 어른인데 왜 삐치지? 나는 아이니까 작년에도 삐칠 수 있고 올해도 삐칠 수 있고 내년에도 삐칠 수 있다. 내가 어른이 되면? 그 때도 삐치고 싶을 때는 삐치고 싶다. 엄마도 그럴까? 그래도 엄마는 어른이잖아. 아이였을 적 엄마가 가끔씩 나타나는 것일까? 그 아이를 보고 싶다. 그리고 아는 척도 하고 싶다.
우리 아이들도 엄마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겠지 하는 후회의 생각을 했다. 사실 난 2달에 한 번 정도는 삐진다. 내가 삐지면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삐지는데 아무것도 안 한다. 아이들과 남편이 알아서 밥을 해 와서 먹으라며 난리를 치면 못 이기는 척 하며 밥을 먹는다. 그 대신 엄마는 하루 동안 아무것도 안할 것임을 선포한다. 엄마도 가끔은 화나고 삐질 수 있음을 알려준다. 이럴 때 우리 아이들도 ‘엄마가 힘들구나’ 하고 이해 해 준다. 그러면 새 힘이 나서 몇 달을 가족과 나 자신을 위해 열심히 산다.
동시에 나오는 화자는 엄마의 어릴 적 아이를 만나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아는 척 하며 엄마의 어린 시절을 들여다보고 싶어 한다.
탑 산꼭대기 조그만 탑 고개가 갸우뚱 쓰러질까 말까? 생
각 중
높이 솟아있는 탑을 보면 누구나 쓰러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쓰러질까 말까 생각 중’ 이라는 생각은 하기 힘들다. 이처럼 이 시집에는 재치와 다양한 생각이 어우러져 있어 시집을 읽으면서도 마음껏 재미와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고래와 래고>에는 저학년이나 고학년, 어른 할 것 없이 누구나 읽어 공감할 수 있는 동시들이 가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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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책 리뷰를 쓸 때면 항상 반성문으로 시작한다. 워낙 시라는 것을 접해보지 않았을 뿐더러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접해줄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래서 아이들도 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에까지 미치면 반성문을 피해갈 수가 없다.
처음에는 읽고 싶은 만큼만 읽을 요량으로 책을 펼쳤는데 조금만 조금만 하며 넘기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까지 다 읽었다. 시라는 것이 어찌 보면 그다지 어려운 것도 아닐 텐데 괜한 선입견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친구 생일 선물을 정성스럽게 준비했지만 차마 떨려서 보내지 못한 시를 읽으니 소심한 둘째가 떠오른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말이다. 가끔은 은근한 풍자를 하는 시들도 있고 때로는 웃음짓게 만드는 시들을 읽자니 이 시집을 읽는 각양각색의 아이들이 각자의 감흥대로 느끼고 받아들이겠구나 싶다.
생물이건 무생물이건 모든 것에서 느끼는 것들을 적어 놓았다가 다듬어서 시를 만든다는 시인의 글을 읽으니 앞에서 읽었던 시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냥 잠깐 스치는 생각일 수도 있고 며칠씩 가슴에 남아 있던 것들도 있으리라. 우리는 그것들을, 시인이 힘들게 내놓은 것들을 쉽게 눈만 움직이며 얻어가는 것이고. 그래도 마음에 무언가가 남으니 그것으로도 시인은 기뻐하리라 위안을 삼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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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와 래고> 이 동시집을 읽고 느낀 점을 한 줄로 표현해보라고 하면 딱...아이 눈에 비친 세상을 아이의 표현을 빌어 쓰고 있는 아이의 일기장을 보고 있는 느낌이였다. 첫 페이지에 나오는 첫 동시 <나랑 다르네>를 보면 '엄마한테 호두과자 세 개를 / 싸 달라고 했다. / 봉지를 열어 보니 다섯 톨이 들어 있었다. / 나 같으면 딱 세 톨만 넣었을 텐데. / 엄마는 다르네. / 나랑 다르네.' 에서 처럼 말이다.^^ 당연히 세 개를 싸 달라고 했으니 자신 같으면 세 개를 넣었을 텐데, 엄마는 왜 두 개를 더 넣어 주었을까~~. 나하고는 다른 엄마... 그렇지만 이 아이는 두 개를 더 넣어 준 엄마의 손길에서 사랑을 느꼈을테고 그 느껴진 사랑만큼 호두를 먹는 내내 참 행복했을것 같다. 혹, 그 아이는 이제 친구들에게도 과자를 나눠줄 때 두 개 달라면 세 개를 주지 않을까~^^ 이처럼 정말 아이의 마음이 느껴지는데... 어른이 쓴 동시라니~~.
아이들을 위한 동시지만 어떤 동시는 어른들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기도 하는데 이 동시집에 실린 동시들 중에 2부에 엮어 놓은 동시들이 특히 더 그랬다. 사회적으로 문제시 되고 있는 부분들을 동시로 표현한 시들로 그 시를 읽게 되는 아이들에겐 공감을~ 그 시를 읽어주는 어른들에게는 부끄러움을 안겨주는 시가 아닐까 싶다. 2부에 실려있는 동시 중에 <빨리>라는 동시에선 '빨리 일어나고 / 빨리 밥 먹고 / 빨리 학교에 갔다. / 그러나 수업은 빨리 시작하지 않았다. / 빨리 놀고 / 빨리 배우고 / 빨리 싸웠다. / 그러나 키는 빨리 크지 않았다. / 빨리 물 주고 / 빨리 해 주고 / 빨리 꽃 피라고 빌었다. / 그러나 선인장은 죽어버렸다.'를 읽으면서 무엇이든지 사랑 한 줌 소금 한 줌 양식 한 줌 노력 한 줌... 그 에 따른 시간 한 줌이 켜켜이 쌓이고 쌓여야 탄탄하고 건강할텐데...... 그런데 언제부턴가 빨리 크길 바라는 마음에 성장촉진제를~ 빨리 읽기를 바라는 마음에 원작을 줄여 쓴 독후용 글들을~ 공부도 선행학습으로 하는 등... 부끄러운 현실이다.
우리아이는 이 동시집 제목과 같은 동시 <고래와 래고>는 말놀이 같다며 좋아하고, 동시집을 다 읽고나서 어떤 시가 가장 기억나느냐고 했더니 <지구를 얼마나?>라는 시란다. '말 많은 나 / 그 말 다 이으면 / 지구를 몇 바퀴나 돌까? / 금성까지 갈까? / ......' 이 시를 읽고선 자기도 쬐금 말이 많다고 생각하는 우리아이~ 자신은 하룻 동안 한 말은 달까지 가고 일주일 동안 한 말을 다 이으면 명왕성까지 갈 것 같다면서 낄낄댄다~. 이 시처럼 유머있는 시들도 있고, 짧은 동시지만 톡~ 쏘는 기발함을 느끼게 하거나 재치있는 시들도 많은~ 참말 재밌는 동시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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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를 읽다보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시라는 것은 늘 멀고도 어렵게만 느꼈다. 우리가 읽는 것은 잠시이지만 아마도 쓰는 사람은 얼마나 고민을 하고 난 뒤 글을 쓸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 동시집을 읽으니 역시 친근하다.
새 일기장
일기장을 새로 샀다.
우리는 일기장이나 새 노트를 사면 새로운 마음을 가진다. 이런 시들이 이 동시집에는 가득하다. 한 편 한 편이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마치 아이들의 일기장을 몰래 보는 듯한 느낌도 들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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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시집의 특징은 마치 대화를 하듯 써 내려갔다는 것이다.
이 동시를 읽으면서 엄마를 생각하게 된다. 무심히 넘겼던 것을 건드려준다. 엄마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시를 읽어보는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엄마도 삐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까?
동시에는 이런 힘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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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와 래고>는 '시읽는 가족' 시리즈의 2권이다. '고래'와 '레고'를 재치 있게 연결하여 지은 「고래와 래고」를 표제시로 하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동시들을 4부로 나누어 실어 놓았다. 전체적으로 강한 흡인력을 지닌 동시는 없었지만, 작고 아담하고 귀여워 아이들의 순진함을 느낄 수 있는 동시들이 가득했다. 또 최정인의 그림은 이 책에 실린 동시들에 딱 어울려, 동시를 읽고 상상하는 즐거움을 한층 더해 주었다.
이 시집의 1부는 '엄마가 삐쳤다'이고, 2부는 '거북 생각', 3부는 '심심' 그리고 4부는 '꿈'이다. 1부에서 읽었던 동시들 중에서는 아이가 바둑이에게 보내는 '부탁'이란 동시와 바둑이가 아이에게 보내는 「대답」이라는 동시가 재미있었다. 아이는 하루 종일 놀기만 하는 바둑이가 부러워 바둑이의 시간을 반 아니면 1/3쯤이라도 빌리고 싶어 하는데, 바둑이는 신발도 물어뜯고 개미도 봐야한다며 절대로 시간을 줄 수가 없다고 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모든 시들이 아름다운 모습이나 고운 마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영희네는 23평/ 수철이네는 9평 반지하/ 경수네는 50평/ 숫자로 집값이 딱딱 나온다지?/ 그런데 왠지 다들 벌거벗은 것 같다./ 괜히 쑥스럽다.’라는 시 「괜히 쑥스럽다」에서는 우리사회의 빈부 격차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고, 「우량아 콩」에서는 하얀 옷 입은 박사님이 시험관에서 꺼내 농부의 노고, 근심, 걱정 기쁨에 대해 알지 못하는 우량아 콩을 통해 유전자 조작의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변화」와 「고양이들과 구름들」에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 현상을 시로 그려 내었다. 시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세상을 바로 보는 눈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면, 이 시는 우리 시대의 심각한 고민거리를 그냥 넘어가지 않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있다. 심장에서 ‘미안해!’가 튀어나왔다. 입으로 냉큼 달려갔다. 그렇지만 입은 성문을 열지 않았다. ‘미안해!’는 눈으로 갔다. 눈은 제일 좋은 의자를 내 주었다. -「미안해!」전문 우리는 마음속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여러 번 되뇌면서도 차마 이 말을 꺼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자존심 때문에, 또 때로는 쑥스러움 때문에…. 막상 하고 나면 별로 어려울 것도 없는데, 왜 그렇게 하기가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다. 이런 우리들의 마음을 동시는 잘 드러내고 있다. 입은 여전히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지만, 마음은 얼마나 그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눈을 통해 드러난다는 것을 시인은 다섯줄의 짧은 시로 섬세하게 잡아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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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사랑하는 시 19
(최종규 . 2013 - 동시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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