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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이라는 여행: 황학주 포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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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여행기도 좋은 사진들도 나쁘지 않았지만, 내 마음에 쏙 드는 재미있는 여행기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아니면 책이란 시간을 쪼개 읽어야 소중한 법인데, 요즘 책에 파묻혀 살고 있어서 독서에서 재미를 못 느끼는 것일까??   저자는 베네치아, 이탈리아, 아프리카를 다니며 떠오른 단상들을 마치 시처럼 써내려가고 있다. '당신'이나 존댓말을 사용하는 문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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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여행기도 좋은 사진들도 나쁘지 않았지만, 내 마음에 쏙 드는 재미있는 여행기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아니면 책이란 시간을 쪼개 읽어야 소중한 법인데, 요즘 책에 파묻혀 살고 있어서 독서에서 재미를 못 느끼는 것일까??

 

저자는 베네치아, 이탈리아, 아프리카를 다니며 떠오른 단상들을 마치 시처럼 써내려가고 있다. '당신'이나 존댓말을 사용하는 문체를 읽고 있으면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 생각난다. 어떤 남성들이 TV를 볼 때 '드라마'와 같은 픽션을 왜 보는지 모르겠다며 뉴스, 다큐, 스포츠 프로그램만 보는 것처럼, 내게 시는 참 이해할 수 없는 장르이다. 내가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더라면 언어와 은유의 아름다움을 누리며 재미있게 읽었을텐데, 구체적인 기승전결이 잡히지 않아 이해하기도 집중해서 읽기도 어려웠다. 보고 듣고 만난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써 있어서 덜 시적인 부분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분량상으로는 5분의 1도 안 되었던 것 같아 아쉽지만...

 

사진이 참 좋다. 밝고 북적일듯한 베네치아를 저자는 쓸쓸한 느낌이 드는 흑백 사진으로 찍었다. 모든 사진을 저자가 찍은 것은 아니란다. 그리운 베네치아와 이탈리아도, 생소하지만 광활한 풍경과 착할 것 같은 인상의 사람들이 찍힌 아프리카 사진도 보기 좋았다. 사진 속 이야기를 시적으로 풀어주는 저자의 능력도 시인으로서 참 탁월한 것 같다.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축구공을, 구충제와 물을 건네고 학교를 지어주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주는 인간적인 저자의 삶이 멋있었다. 그래서 글 속의 '당신'은 누구인가?? 저자의 연인, 여행, 자연, 독자인 나 자신을 대입해본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1년 전 당신들과 함께한 여행의 기억을 곱씹어보고 싶어서였다. 나는 줄곧 그리고 여전히 그곳이 그립고, 아직도 그리고 앞으로도 여행병에서 허덕일 예정이다.  

 

랜드 360 폴라로이드가 하는 일

사진을 찍습니다. 에이즈로 죽어가는 환자의 얼굴 가까이 가만히 카메라를 들이대면 고개를 끄덕여줍니다. 어서 찍어. 쇼나어로 속삭여줍니다. 나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그들의 얼굴을 찍어 보여줍니다. 작은 영정 사진입니다. 자신의 사진을 가족에게 남기고 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눈빛은 맑고 흔들립니다. 고마워, 라고 말해줍니다. 인간의 목숨은 그냥 한 번 있고 마는 것이 아니라고 단 한 장뿐인 폴라로이드 사진은 가까스로 말하려는 듯합니다. 얼마 마시지 못한 물병이 놓여 있습니다. 벌써 마지막 눈짓을 보내고 아무렇게나 떨어지는 가냘픈 꽃송이가 동시에 몇 개 생겨날 듯합니다. 흘려버린 노른자처럼, 짤막하게 까불대던 촛불처럼. p. 281



YES마니아 : 플래티넘 o****2 2011.06.29. 신고 공감 1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