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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의 저력 김기영. 그리고 충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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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부인, 남편 그리고 첩이라는 묘한 삼각관계를 통해 한 가정이 비극으로 치닫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드러난 비극은 비단 가정의 비극을 넘어서, 특정한 국가와 시대의 비극 심지의 근대성 자체의 비극을 암시하고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성불구 남편은 가부장제와 유교적 전통(대를 잇기)을 그대로 드러내는, 그러면서 아직은 계몽되지 않은 전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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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부인, 남편 그리고 첩이라는 묘한 삼각관계를 통해 한 가정이 비극으로 치닫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드러난 비극은 비단 가정의 비극을 넘어서, 특정한 국가와 시대의 비극 심지의 근대성 자체의 비극을 암시하고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성불구 남편은 가부장제와 유교적 전통(대를 잇기)을 그대로 드러내는, 그러면서 아직은 계몽되지 않은 전근대적 인간상을 대표하고 있다.


반면 부인은 이 부인은 남편의 성적 무능과 직업적 무능을 극복할 정도의 사유능력을 보이는 사람으로써, 남편의 직장과 자신의 가정을 지배하고 관리하는 사람이다. 그녀는 회사에서 지속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관리하며, 이 관리가 집으로 오면 남편의 체중과 혈압을 지속적으로 체크하는 양상으로 드러난다. 그녀는 이러한 남편의 신체를 관리하지만, 정작 남편의 성불구는 회복되지 못한다. 그녀 역이 일종의 무능력한 관리자임을 여기서 보여주는데, 이러한 무능력의 틈을 충녀가 비집고 들어온다. 이에 대해서는 조금 있다 이야기하기로 하자. 계속해서 부인은 자신의 남편뿐 아니라 아이들을 용돈을 통해서 관리함으로써 가정에서 자신의 지배력을 완벽히 행사한다. 결국 아내의 이런 모습은 계몽주의적 주체가 보여주는 관리자이자 지배자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 준다. 이런 존재인 ‘주체’에 대한 아도르노의 비판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여기서 등장하는 부인의 모습은 근대의 병리적 현상을 이미지 자체로 보여준다. 특히 이 부인이 첩의 위협에 못 이겨 첩 살이를 허용함에도 그녀를 봉급과 여러 가지 계획으로 지배하고 관리하려 한다는 점에서 이 부인은 계몽의 ‘편집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끝으로 남편의 첩으로 등장하는 윤여정은 기성세대에 도전하는 용기가 ‘청춘’이라고 하는 니체의 절규를 몸에 새기면서 이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유린한다. 그녀는 이 둘 사이에 벌레같이 기생하며, 쥐처럼 이들의 관계를 갉아먹는다. 그러면서 그녀의 욕망은 쥐의 번식성처럼 커지면서 점점 이 둘의 관계를 잠식해 들어간다. 전근대든 근대든 그녀는 이런 이름들에 얽매인 사람들의 부자유를 선언하면서 이들의 부자유를 교묘히 드러내는 것이다.


특히 이 영화에서 유난히 식사장면이 많다는 것은 이들이 공존하는 공간이 분열된 욕망의 공간이며 공동체적 연대의 공간이 아님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윤여정이라는 배우는 바로 이 분열된 욕망의 식탁위에서 기식하는 일종의 벌레이자 쥐인 셈이다. 결국 하나의 식탁위에서 셋이 보여주는 다양한 충돌은 한 가정 내부의 충돌이자, 한 사회 내부의 충돌이며, 전근대, 근대, 포스트 근대의 충돌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영화에 여전히 아쉬운 점은 ‘가부장적 권력’에 대한 무의식적 무비판성이 종종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가부장적 권력에 대해서 무관심하다는 점은 이해가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뜬금 없다거나 불편하다고 느낄 정도로 가부장적 표현을 무반성적으로 용인하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다. 그리고 이 영화가 비극적면서도 다소 보수적으로 끝나는 부분은 기어이 아들의 ‘기만’에 의해 윤여정이 파멸을 겪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전근대와 포스트 근대가 사망하고 근대가 살아남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감독의 현실에 대한 냉소이기도 하지만, 현실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두 역사에 대한 감독의 역사철학이 드러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의심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정말 80년대에 만들어진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시대를 앞선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가 자신의 집에서 화재로 죽었다는 사실은 한국 영화계로서는 엄청난 손해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t******3 2009.08.12. 신고 공감 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