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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미국인들은 케네디에 대해서 일종의 부채의식
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물론 케네디 외에도 암살당한 유
명한 미국의 대통령으로는 링컨이 있지만, 케네디의 암살이 너무나 강렬하게 사람들의
마음에 남은 것은 아마도 케네디의 암살은 그 암살의 순간이 너무나 선명하게 영상으로
만들어져 대중에게 공개가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 암살 장면은 몇십년
동안 계속해서 반복되어 사람들에게 보여졌고, 그 장면은 일종의 트라우마로 미국인들
의 마음에 새겨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그것은 자신들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그렇게 죽음을 당하는 엄청난 폭력을 직접 목격한 것과 더불어 자신들의 민주
주의가 모욕을 당했다는 느낌도 함께하는 것이 아닐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지
금도 미국 영화에서는 대통령의 암살을 다루는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진다. 그렇지만 그
영화들은 재미있게도 경호의 대상이 되는 대통령이나 대통령 주변의 스텝들의 모습이
그렇게 긍정적인 모습은 아니라 조금 더 편하게 보게 된다. 그것은 이미 신화적인 인물
이 되어버린 케네디와 비교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영화 사선에서도 그런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 사선에서의 주인공은 더티 해리와 석양의 무법자로 유명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다. 이 과거의 액션 스타가 이제는 너무나 진중한 액션과 노익장을 과시하는 영화들을 보
이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것이지만, 또한 사선에서는 그러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을 잘 살려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더불어 이 영화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세상의 범죄자들을 향해서 총을 휘
두르던 범죄자보다 더 무시무시한 마초 형사였던 더티 해리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클린
트 이스트우드의 연기에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바
로 미국의 가장 유명한 암살 사건인 케네디 암살에서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한다. 주인공
인 호리건은 바로 케네디의 경호원이었고, 결국 달라스에서 벌어진 케네디의 암살을 막
지 못한 것에서 시작되어 자신의 삶과 가정이 모두 무너지는 시련을 경험한 인물이다. 그
리고 그렇게 경호원이라는 삶과는 떨어져 비밀 수사관으로 활동하던 호리건은 운명처럼
대통령 암살이라는 사건과 이어지고, 다시 한 번 대통령의 경호를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CIA가 만들어낸 암살 기계를 너무나 매력적으로 소화해낸 이 영화
의 또 한 명의 매력적인 배우인 존 말코비치와 함께 사선에서는 이 둘의 대결이 만들어내
는 긴장감과 함께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대통령의 암살을 막아야 하는
호리건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더해져 숨막히는 영화를 만들어낸다.
경호원에 대한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캐빈 코스트너가 출연했던
보디가드 이후였을 것이다. 자신의 생명을 던져서 경호 대상자를 살려야 한다는 경호원이
라는 직업은 영화화하기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멋진 소재이기도 하지만, 또한 경호 대상자
의 모습 때문에 조금은 짜증스러운 영화가 되기도 한다. 그러한 경호원이라는 익숙해진 소
재를 이 영화 사선에서는 개인적인 의미에서 자신의 과거를 돌파해서 다음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그 역을 연기한 배우가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것을 통해서 더
욱 흥미롭다. 그것은 과거의 막나가는 마초 배우가 이제는 나이를 먹고 과거와는 다른 진
중한 연기로 스스로를 새롭게 증명하는 것과 더해지면서 영화의 결말에서 케네디에게 하
지 못했던 것을 해내는 장면에서 분명하게 관객들에게 전해진다. 그렇게 사선에서는 대통
령 암살이라는 단순한 소재보다 훨씬 많은 것을 담아낸 영화라고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