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메마른 감성의 시대가 도래하는 듯한 요즘이다. 모두가 영어를 잘 해야 하며 명문대에 진학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찌르는데, 세상 어떠한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비정함을 소유한 이들은 참으로 좋을 것만 같다. 학창 시절 내내 나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고 오로지 주어진 공부만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좋을 거 같다는… 하지만 이성과 감정 중 어느 한 쪽에 치우친 사람은 인간답지 못하다는 평을 듣기 일쑤이다. 한 나라 역시 마찬가지라 하겠다. 경제적인 풍요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은 높은 문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천민 자본주의라는 손가락질을 받기 마련이다. 반대의 경우도 별로 행복한 예엔 해당하지 않는다. 제 아무리 높은 문화를 일구었더라도 그 문화를 지켜낼 힘이 없다면, 안타깝게도 그 문화는 승자에 의해 사라지고야 만다. 우리의 역사책은 가야라는 나라를 다루는데 얼마나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는가? 열두 개의 소국들이 모여 만든 연맹체였던 가야는 주변의 어느 나라보다도 높은 문명을 이룩했다. 하지만 백제와 신라라는 강대국 사이라는 그들의 지정학적 조건은 강성한 국력을 가진 국가로의 성장을 이루기에 불리했다. 실제로 가야연맹체는 562년 대가야의 멸망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대가야의 마지막을 장식(?)한 왕의 이름은 도설지왕이다. 삼국의 통일을 이룬 진흥왕이나 백제의 부흥을 이끈 성왕에 비해 도설지왕이라는 이름은 낯설기만 하다. 한 나라를 멸망으로부터 구해내질 못했으니 한없이 나약할 것만 같단 생각이 들 따름이다. 그가 얼마나 높은 문학예술적 소양을 지녔을지는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왕부터가 이러니 가야라는 나라에 대한 이해는 한없이 미천할 것이다. 나라의 이름을 딴 악기인 가야금이 오늘날까지도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는 심히 낮을 따름이다. 오늘날에도 약소국에서 태어난 이들의 삶은 비참하다. 불과 한 세기 전만 해도 우리 역시 나라 잃은 설움을 견디어 내야만 하지 않았던가? 국운이 기운 대가야의 악사였던 우륵의 삶 역시 그러했을 것이다. 제 아무리 뛰어난 재주를 타고 났다 하여도 국가는 그를 보호할 힘이 없었다. 그의 딸이자 수제자인 은야 역시 그러했다. 아버지의 끼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그녀는 또래 중에서도 유독 뛰어났다. 그와 같은 뛰어남이 없었더라면 우륵의 제자가 되기도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도설지왕의 사랑을 얻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뛰어난 연주 솜씨도 험난한 세태를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녀에게 드리워진 어둔 운명에 결국 그녀는 잠식당하고야 말았다. 한국인의 정서라하면 흔히들 ‘한’이란 단어를 떠올린다. 은야 그리고 우륵의 삶에서 한을 느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손수 가야금을 가르치면서도 은야가 자신의 딸임을 알아채지 못했던 우륵, 두 눈을 스스로 멀게 만들면서까지 사랑하는 임을 찾아 대가야로 향했던 은야. 어느 인물의 한이 더욱 깊을지 알 순 없지만, 만일 대가야가 강대국이었더라면 두 인물 모두 이와 같은 아픔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결국엔 나라마저 잃은 도설지왕 역시 강대국의 왕이었더라면 역사에 길이 남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렇게 모든 것이 잊혀졌다. 모든 것이 잊혀지고 남은 것은 영혼을 움직이는 연주 뿐이었다. |
|
예술과 사랑을 위한 은야의 삶. 읽고 나니 가슴에 진한 여운이 남네요. 그리고 음악 너무 좋아요. 소설이 소재가 가야금인 만큼 국악이 빠져 있어서 다소 아쉽긴 하쉽긴 하네요. 은야의 예술적 재능처럼 OST에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국악이 포함되어 있었다면 더욱 의미 있었을텐데.. 영상음악소설이니 영화나 드라마로 하루 빨리 볼 수 있길 고대해 봅니다. |
|
사실 책 내용이 어떤건지 아무 정보없이 손에 들었는데, 삼국시대와 대가야가 망하기전 이야기로 우륵이야기이자, 우륵의 가상의 딸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니, "은야"는 결국 우륵의 딸인 모양이다. 실지 이런 딸이 있었나 해서 검색해 봤더니 없는걸 보니 허구의 인물인가 보다 한다.
우륵은 가야금을 만든 대가야 출신 사람인데, 간혹 가야금과 거문고를 헷갈려 하는 터라 이 책을 읽고 우륵이 "가야금"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깊이 되새김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나 더 외우기도 쉬워졌다. 대가야 출신 가실왕의 명을 받아 만들었다는 12현의 가야금. 요즘은 우리 문화가 많이 사라져 가는 현실이고 보니, 가야금 연주를 어디서고 쉽게 들을 수 있는건 아니다. 텔레비젼 "국악한마당" 정도에서나 들을 수 있는 연주. 그 은은하면서도 힘있는 가야금을 이야기하면서 또한 남모르는 로맨스를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출생이 비밀과 맞물려 이야기가 흐르고, 그 중심에는 대가야와 주변 삼국의 정세, 그리고 숭고한 사랑이 넘쳐흐르는 이야기다. 대체로 문체가 쉽게 쉽게 돼 있어서 마음만 먹자하고 읽으면 몇시간만에 후딱 읽어버릴 만큼 속도감이 좋다. 물론, 그럼에도 나는 늘 게으름을 피우다 이삼일을 잡고 있었지만...... 어쨌거나 가벼운 듯 하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는 이야기라고 해야하나. 그렇치만 어째 좀, 작가가 시나리오를 주로 쓰는 작가라 그런지 책에서도 그런느낌이 여기저기 비친다. 배경묘사나 주변인물들의 묘사에서 영화를 찍을때의 느낌처럼 쓰여지기도 하고, 대사가 주를 이루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무조건적 허구는 아니지만, 소설이다 보니 새로운 로맨스가 흥미를 돋우기는 하는데 문제는 가야금 연주하나로 적이 항복을 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어째 좀 <은야>라는 주인공을 너무 신처럼 만드는 기분이 들어서 유치한 느낌이 좀 들긴한다. 뭐 그런일이 아예 없으란 법은 없지만 너무 모든게 쉽게쉽게 되는 느낌이 강하다. 특히 주인공에게 힘을 실어주기위해 너무 오바스러운 기분이 드는것이다.
그래서 사랑이야기가 숭고하지만 전체적인 책느낌이 가볍다라고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가야금 연주를 이렇게 CD로 만든듯 한데..... 요즘 CD 안들어본지가 오랜지가 그냥 요건 패쓰하는걸로..... (줘도 안 듣는.......;;;) 요즘은 그저 이런 음악하나 듣기도 귀찮다. 여튼 그래도 책읽으며 간간히 검색하며 읽으니 나름 역사공부는 좀 된다. 우륵, 대가야, 금관가야, 신라의 상황, 진흥왕, 지후왕후, 가실왕, 월광태자등등..... 역사공부는 요렇게 가벼운 책 읽고 하는것도 나쁘진 않은것 같다. 물론, 좀더 고증된 책을 더불어 찾아읽는건 필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