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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르와 로랑, 우연에 이끌리다[빨간 수첩의 여자]
세상엔 신비스러운 존재들이 있는데, 알고 보면 늘 같은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은 우리의 삶에 갈림길이 나타날 때마다 거기서 보초를 선다.-파트리크 모디아노,[슬픈 빌라]
파트리크 모디아노를 읽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
아침 9시경이면 오랑주리 공원 근처에서 양손을 트렌치코트 주머니에 꾹 찔러 넣은 채 공원을 배회하는 작가. 백발이 성성한 머리카락의 그는 살짝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짓는다. 길에서 마주친 여자에 대해 묻자 아무런 기억이 없다면서 바로 다음 순간엔 전국의 모든 경찰관들이 부러워할 만큼 상세한 묘사를 한다. "상당히 어려운 질문이군요....오데옹 극장 뒤에서였죠. 비가 내리는데 그 여자가 길에서 나를 불러 세웠습니다....책에 사인을 해달라는 거였어요....제법 운치 있는 날이었어요, 미소가 참 아름다운 여자더군요. 키는 그다지 크지 않았고, 입술 오른쪽에 미인점이 있었고, 립스틱은 ....물론 빨간색이었죠,,," 그리곤 곧 바람에 코트자락을 날리며 모퉁이를 돌아 사라져간다.
이런 느낌의 작가라면, 몇 번을 읽고 또 읽어도 지루하지 않을 것만 같은데 아직까지 나를 파트리크 모디아노의 세계에 이끌어준 사람이 없었던 것을 원망한다. 이 책 속에서 서점 주인으로 나오는 로랑이 슬쩍 그 세계를 보여준 셈이다.
로랑이라는 남자, 르 카이에 루주라는 서점을 운영하는 남자는 어느날, 출근길에 쓰레기통 위에 놓여 있는 보라색 핸드백을 발견한다. 경찰에 신고하려다가 미루어지는 바람에 자신의 집에 가져가서 일단 핸드백을 우르르 쏟아보았더니...
아바니타 향수병, 화장품,금색 라이터, 검정 몽블랑 볼펜, 머리핀, 빨간 플라스틱 주사위 한 쌍 등이 들어 있었다. 빨간색 몰스킨 수첩과 함께.
솔직히 나한테는 나 같은 여자 친구가 필요하다. 난 내가 나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로 시작하는 빨간색 수첩에는 다양한 메모가 적혀 있었는데 짤막한 수필과도 같은 <나는 ~을 좋아한다.>,<나는 무섭다>,<나는 ~을 좋아하지 않는다> 에 해당하는 내용들도 들어 있었다. 우아하면서도 유연한 필체의 글을 읽으면서 로랑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한 사람의 가장 내밀한 속내를 담은 수첩, 아마도 아무에게도 모든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을 수첩을 온전히 읽을 행운을 누린 로랑은 곧 그녀에 대한 열렬한 호기심에 휩싸인다. 직접 수첩의 주인을 찾아주어야겠다고 생각한 로랑은 수첩 주인이 '로르'라는 이름을 가졌다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그녀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한 수사에 돌입한다. 우선, 가장 먼저 한 일은 그녀를 직접 만나 책에 사인을 해준 적이 있는 작가 파트리크 모디아노를 만나는 것이었다!
마침내 로르의 집을 찾아낸 로랑은 핸드백 도난 사고로 인해 의식불명에 빠진 로르가 돌아올 때까지 로르네 고양이에게 밥을 주러 집을 방문하면서 로르의 삶에 깊이 개입하게 된다. 우연히 이끌려온 곳이 바로 운명의 장소일 줄이야! 로르가 퇴원해서 집에 왔을 때, 세탁소 전표를 뒤져 찾아낸 그녀의 원피스와 핸드백을 고스란히 남겨두고 로랑은 로르의 삶에서 조용히 퇴장한다. 주소도 남기지 않고 자취를 감춰버린 로랑. 웬 남자가 자신을 찾아내기 위해 그토록 많은 수고를 무릅썼다는 사실을 좋아한다고 수첩에 이어 적은 로르는 이제 반대로 로랑을 찾아나선다. 그들의 우연에 개입한 보초는 과연 누구일까?
잔잔하게 이어지는 자그마한 일들은 우연의 연속이지만, 그 우연이 정말 우연히 일어난 일일까? 작가는 시종일관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한가로운 바람같이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들의 만남은 우연에서 시작했지만 필연으로 이어질 것 같은 예감이 그 편안한 분위기에서 조금씩 조금씩 싹터간다. 서점 주인과 금박 공예가의 우연인 듯, 우연 아닌~ 부드러운 사랑 이야기가 오래오래 긴 여운을 남긴다. 이것저것 곁눈질하게 만드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묘사한 부분도 마음에 든다. 구석구석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문장들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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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매개로 한 로맨스를 상상한 적이 있다. 그것은 이미 영화에서 종종 다루는 매개물이라 그럴 것이다. 가방을 줍고, 궁금함을 담아 조심스레 열어보고, 주인을 찾게 되어 그 주인과 연애가 시작된다, 뭐 그런 식이다. 꼭 가방이 아니더라도 전공서적이라던가 카메라 등은 연애를 시작하는 주요 소품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딴 소리지만 김정은의 고모 김경희가 지금은 처형된 장성택에게 작업 걸기 위해 선택한 것도 역시 전공서적이었으니 말이다. 즉, 중요도가 있어 보이는 물건은 나와 호감이 있는 사람이 서로 연결될 수 있는 주요 수단임은 분명하다. 이번에 읽은 <빨간 수첩의 여자>에 나오는 핸드백이 바로 그 주요 수단이다. |
![]() 로르의 핸드백 안에는 빨간 수첩뿐만 아니라 파트릭 모디아노의 '한밤의 사고', 파리스코프, 립밤, 진통제 에페랄 강, 머리핀이 들어 있다. 로랑은 이러한 것들을 꺼내 놓고 주인에 대해 추측한다. 그러다 파트릭 모디아노의 책 한밤의 사고에서 멈춘다, 사고가. ![]() ![]() 타인을 알아간다는 것과 이해한다는 것, 둘은 어려운 일이다. 맨 처음 얼굴을 만나 알아가는 것이 있고-이건 꽤 번거로운 일이다. 얼굴 대신 목소리, 편지로 된 언어로 만나는 것이 있다. 로랑은 독특하게도 핸드백으로 다른 사람의 삶을 먼저 이해하기 시작했다. 아는 것이 아니라 이해부터 하기 시작한 것이다. 만약, 로르의 핸드백에 모디아노의 책이 없었더라면-기억의 상실과 그것들을 찾아 떠나고 갑작스런 사고로 생의 바닥부터 훑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 다음날 경찰서로 다시 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나 더, 빨간 수첩이 있다. 단단하고 빨간색이니 눈에 잘 띄고 두꺼워서 끝까지 채우기 힘든 그 수첩에 빼곡히 적힌 글들이 로랑의 사고를 정지하게 만든다. 자신이 써 놓고도 나중에 읽지 못하는 부끄러운 내밀한 고백들이 적힌 수첩은 로랑의 삶을 흔든다. 모디아노가 출몰하는 공원에서 그를 기다리기로 한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서 로르의 립스틱 색깔까지도 이야기 해주는 착하고 부끄러움 많은 작가는 이 소설이 말하고 싶은 주제를 에둘러 말한다. 기억은 안나지만 그 기억을 가지고 타인을 추적하는 모디아노 소설을 관통하는 흐름들. ![]() 소피칼의 작업은 그래서 흥미롭고 이 소설과 연결된다. 계약과 약속된 만남이 아니라 우연과 우연이 주는 반복이 타인을 이해하고 노력할 수 있게 만든다. 로랑과 도미니크의 첫만남, 짧은 눈맞춤으로 서로의 마음을 전하는 것도 훌륭한 일이다. 하지만 외면이 주는 반함이 아니라 내면부터 들여다 볼 수 있게 되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 무서워 하는 것, 책장에 꽂힌 책들, 영감이 번뜩여야지 알아낼 수 있는 상형문자로 조각된 이름. 경찰관도 부러워 할 만한 기억력을 가진 실존 작가의 등장과 소설을 짜임새 있게 만들어 주는 인용된 책들, 유머를 겸비하면서 진지함을 잃지 않는 문체. 다음 책, <프랑스 대통령의 모자>도 읽어보겠습니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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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나의 일상이 현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수많은 우연 속에서 아내를 만나고,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고, 예전에는 생각도 못한 낯선 집에 살고 있다. 결국 우리의 삶은 우연과 우연이 쌓여서 만들어낸 현실이라는 세계 속에 있다. 그런데 우연과 현실은 너무 거리감이 있기에, 우리는 현실 속에서 항상 낯설음 느낀다. 이것이 우리가 아직도 현실을 낯설게 느끼는 이유이다.
프랑스 소설이 대부분 그렇듯이, 이 소설도 처음에는 조금 지루하다 싶을 정도의 느린 속도로 전개된다. 로르라는 한 여성이 자신의 집 앞에서 택시에 내리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순간 낯선 손이 그녀의 핸드백을 잡아채고, 그녀는 핸드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힘을 준다. 낯선 손은 그녀의 머리를 잡아 문에 부딪히게 하고, 그녀는 혼미한 상태에서 핸드백을 빼앗긴다. 핸드백과 그 속에 든 핸드폰과 열쇠를 다 빼앗긴 그녀는 자기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건너편 호텔방에서 잠든다. 그리고 며칠 동안 혼수상태에 빠진다.
나는 사람들이 모두 해변을 떠난 뒤 물가를 따라 걷기를 좋아한다.
로랑은 핸드백의 주인을 찾기 위해 만나기 어렵다는 모디아노도 만나고, 그녀의 핸드백에 적혀 있는 세탁소 전표를 가지고 그녀가 맡긴 원피스까지 찾지만 끝내 그녀의 이름이 로르라는 것밖에는 알지 못한다. 같은 시간 로르는 병원에서 혼수상태로 누워 있었다. 그러던 중 그는 우연히 그녀 핸드백의 열쇠 꾸러미에서 그녀의 성과 이름을 함께 발견하고 그녀의 집을 찾아간다. 그녀의 집에는 그녀가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동안 고양이를 돌보는 직장 동료가 있었다. 직장 동료는 자신이 해외로 출장을 가야 한다며 로랑에게 고양이를 맡긴다. 이제 로랑은 낯선 여자의 집에서 매일 그녀의 고양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 처해졌다. 이 우연을, 이 낯섬을, 이 환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소설은 마치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것 같다. 로랑이 수첩을 통해 만나는 로르라는 여인은 실제 하는 여인일까? 로르는 자기가 혼수상태에 있을 때 자신의 고양이를 돌봐주었다는 로랑이라는 남자가 실제 인물인지 혼란스러워한다. 소설은 페트릭 모디아노나 여러 명의 작가와 소설이 등장하면서 소설과 현실을 넘나든다. 이 소설의 가장 관심을 끓었던 부분은 소설의 마지막 부분이다. 회복한 로르가 겨우 로랑의 서점에 도착하면서 말을 거는 장면이다.
로랑은 방금 딸랑 소리를 낸 문 쪽으로 얼핏 고개를 돌렸다. 펜치와 헝겊을 이용해서 천장의 물이 새는 수도관 연결 부분을 임시로 막으려는 중이었다. 누수 탓에 문고판 책들의 일부가 흠뻑 젖었다. 3주 전 상수도 수리를 할 때 어딘가 깨진 모양이었다. 물은 조금씩 흐르면서 선반 여러 개를 적셨는데 아무도 그걸 발견하지 못 했다. 안녕하세요. 책을 좀 찾는데요...... 잘 오셨습니다. 로랑이 온 힘을 다해서 구리 링을 죄며 대답했다. 저자가 누군지는 모르고요...... 그래도 줄거리는 아시나요? 로랑이 수도관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물었다. 링이 1밀리미터쯤 움직였다. 로르는 끼고 있던 털 장갑과 목도리를 풀었다. 어느 날 아침, 길에서 여자 핸드백을 발견한 서점 주인 이야기예요. 그 사람은 그 핸드백을 자기 집으로 가져가서 안에 들어 있던 물건들을 다 꺼내 본 다음 핸드백 주인을 찾기로 결심해요. 그래서 결국 여자를 찾았는데, 막상 여자를 찾아낸 다음엔 바보같이 도망쳐 버리죠, 사다리에서 얼어붙은 로랑은 천천히 여자 쪽으로 눈을 돌렸다.
아마 요즘 같은 시대에서 로랑은 스토커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로랑의 호의는 범죄로 몰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낯섬과 우연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 삶은 얼마나 삭막할까? 오랜만에 가슴을 뛰게 하는 소설을 만났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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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노상강도에게 핸드백을 뺏겼고, 그 핸드백을 그가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주인을 찾아주고자 핸드백을 열었을때의 묘한 긴장감과 기대감은 곧 문장의 묘사로 나를 집중시켰다. 그녀의 단서를 찾기 위해 본의 아니게 그녀의 것을 살펴보게 된 남자. 빨간 수첩에 적어놓은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 싫어하는 것들을 읽으면서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상상했을 것이다. 우여곡절끝에 그녀의 집 문을 두드렸을 때 얼마나 떨리고 설레였을까? 그런데 등장하는 건 그녀가 아닌 낯선 남자라니. 핸드백을 찾아주고자 했을뿐인데 정작 그녀는 보지 못하고 그녀의 집에서 고양이를 보살펴주게 되었다. 아무 조건 없이 며칠을 돌봐주고 그렇게 조용히 사라져버린 그를 이번에는 그녀가 찾게된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신의 물건이 되돌아왔고, 고양이가 잘 지내고 있었고, 집 안의 모든 것이 그녀에게 괜찮다고 하는 것처럼 평온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그 남자가 있었다. 우연히 서로의 삶 속에 스치듯 개입하게 된 그와 그녀. 그 스치는 듯한 작은 인연이 어떻게될지 읽는내내 궁금하고, 기대하게 되고, 설레였다. 프랑스식 유머라고 해야할지, 블랙유머라고 해야할지 중간 중간 재밌기도 하고, 공감되는 문장들도 보여서 마음에 닿기도 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서 읽었다. 어딘가 조금씩 완전하지 않은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서로에게는 완전한 평온함과 따뜻함을 선물했던 그들이 참 다정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의 이름은 "로랭", 그의 이름은 "로랑", 그녀의 이름은 "로르" 로랭과 로랑과 로르가 들려주는 재밌는 이야기에 푹 빠져보길. 한국에는 처음 소개된 작가인데 그의 다음 책도 빨리 접해봐야겠다. 그걸로 끝이었다. 누군가의 삶에서 어쩌면 그리도 쉽게 사라져 버릴 수 있을까? 하긴 누군가의 삶에 들어갈 때도 그에 못지않게 쉬웠지. 우연, 어쩌다 주고받은 몇 마디 말 같은 것이 지속적인 관계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우연한 사건, 주고받은 몇 마디 말이 그 같은 관계의 끝이 되고 말았다 - p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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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주 중요한 무엇인가를 곁에 두고 지나쳤음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그것이 사랑일 수도, 직업일 수도, 새로운 도시 또는 새로운 나라로의 이동일 수도 있다. 요컨대 또 다른 삶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곁에 두고 지나치는 동시에 매우 가까이 다가갔기 때문에, 최면에 가까운 멜랑콜리의 순간에 놓이게 될 때면 이따금 그 가능한 것의 파편이나마 움켜잡을 수 있다. p.192 한밤중 집 앞 출입구에서 핸드백을 날치기 당한 여자인 로르. 집 열쇠며, 지갑, 핸드폰 모두 핸드백 속에 있었기 때문에 집에 들어갈 수도, 친구에게 연락을 할 수도 없다. 로르는 집 맞은편의 호텔에 양해를 구해 하룻밤만 외상으로 지내게 된다. 하지만 날치기를 당할 때 머리를 어디 부딪혔는지 피가 나기 시작했고, 다음날 아침 호텔 종업원에 의해 발견되었지만 의식을 찾지 못한다. 서점 주인인 로랑은 쓰레기통 위에 버려진 핸드백을 발견하고 그것을 주워 경찰서로 가지고 간다. 경찰서에서는 한 시간이나 지나야 분실된 핸드백에 대한 문제를 처리해 줄 수 있다고 했고, 서점 문을 열어야 했던 그는 그것을 서점 위 자신에 집에 놔둔다. 분실물 센터에 가져다줄 수도 있었지만 어쩐지 궁금증에 사로잡힌 로랑은 핸드백 속에서 주인에 대한 단서를 찾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다. 다만 가방 속에 있던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인 파트릭 모디아노 책에 있던 사인에서 로르라는 여자의 이름만을 알게 된다. 인터넷 서점의 신작 메일을 받았을 때 책 표지가 인상적이라 기억에 남았던 책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에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읽게 된 책. 이유는 모르겠지만 여자에게 핸드백을 찾아주고자 하는 로랑. 핸드백 때문에 여자친구와 사이가 안 좋아져도 별로 개의치 않는 남자. 핸드백 속에는 오래전 찍은 몇 장의 사진과 빨간 수첩 속에 좋아하는 것들을 써놓은 글들, 그리고 머리핀과 열쇠 뭉치를 발견하지만 그 어디에도 로르의 집 주소나 연락처, 친구들에 관한 것은 발견하지 못한다. 로랑은 핸드백에 관한 것을 딸인 클로에에게 이야기하고 어떻게 할지 조언을 듣게 된다. 그리고 병원에 실려가게 된 로르가 며칠간 출근을 하지 않자, 그녀가 걱정돼 집으로 찾아온 친구인 윌리암이 호텔 측이 남긴 메모를 보고 그녀가 있는 병원으로 간다. 나는 웬 남자가 나를 찾아내기 위해 그토록 많은 수고를 무릅썼다는 사실을 좋아한다(지금껏 나를 위해 그토록 애쓴 사람은 아무도 없다) p.207~208 추리소설 같은 전개에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로랑은 아무것도 몰랐지만 로르가 어떤 여자인지, 핸드백 속의 물건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던 것인지 알았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그녀를 찾고, 만나서 핸드백을 돌려주기를 바랐다. 만나면 잘 어울릴 것 같았던 한 쌍. 하지만 더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버린 로랑과 돌아온 핸드백을 보고 로랑을 찾으려고 하는 로르. 그리고 클로에의 깜찍한 행동. 책 표지나 뒷편에 적힌 설명만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던 내용이었지만 즐겁고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마지막엔 가슴이 콩닥콩닥 설레는 부분도 있었고. 오래전 읽은 다른 책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지만 오랜만에 이런 책을 읽어서 그런지 좋았다. 가볍게,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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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앙투안 로랭을 설명하는 앞날개의 첫 문장에서 소설가이며 동시에 기자,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이라는 작가의 프로필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와 함께 골동품 열쇠 수집가라는 직업이 하나 더 따라붙는다. (작가는 골동품 판매상을 하다 사정이 어려워지자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골동품 열쇠 수집가이며 소설가인 사람이 쓰는 소설에 왠지 믿음이 갔다. 그리고 소설은 이 믿음에 부합한다.
앙투안 로랭 Antoine Laurain / 양영란 역 / 빨간 수첩의 여자 (La Femme au Carnet Rouge) / 열린책들 / 252쪽 / 2016 (2014)
ps. 주인공 로랑은 서점 주인이고 책 속에는 파트리크 모디아노를 (파트리크 모디아노는 아예 소설 속 등장인물로 등장한다) 비롯해 많은 프랑스의 현대 작가들이 언급된다. 이것들도 살짝 재미있는 요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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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수첩의 여자』는 『프랑스 대통령의 모자』와 함께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앙투안 로랭의 소설이다. 지난 2014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프랑스 내에서만 4만 5천부 이상이 판매되었고 영화화가 결정되었으며 해외에서도 변역 출간되어 사랑을 받았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 책을 읽어 본다면 그 인기를 실감할것 같고 영화로 만들기에 딱일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될 것이다.
이야기는 우연히 어느 날 아침 평소와 같은 루틴대로 하루를 시작하던 서점 주인 로랑이 길가의 쓰레기통 위에 올려진 핸드백을 발견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놔두면 곧 도착할 쓰레기차가 가져갈 것이기에 내적 갈등을 한 끝에 핸드백을 경찰서에 가져다 주기로 결심한다.
그날 아침 단수를 모르고 있었던 로랑은 평소처럼 제대로 씻지 못한 후줄근한 차림새였기에 그런 남자가 여자의 핸드백을 들고 길을 걷는 모습은 주변의 관심을 끌게 된다. 결국 인적이 드문 길을 찾아 경찰서에 도착한 로랑은 지금 당장 이 분실물을 처리하기엔 이미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집으로 가져온 그는 주인을 찾아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핸드백 안에 든 모든 물건을 끄집어 내서 단서를 찾는다. 세탁소에서 물건을 찾아야 하는 메모지가 있었지만 어느 세탁소인지, 이름은 누군지도 없었고 자신에 대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담은 몰스킨 노트를 발견하지만 이 또한 주인에 대한 단서는 없다.
로랑은 이혼남으로 현재 도미니크라는 여성과 만나고 있는데 여자의 육감이 대단한 것이 그녀로부터 괜한 오해를 사지 않으려 핸드백을 숨기지만 로랑이 딱 한 번 주인을 유추하기 위해 공중에 뿌렸던 향수로 그녀는 뭔가 석연치 않음을 직감하고 다음날 바닥에서 발견한 머리핀으로 결국 로랑이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다고 단단히 오해해 가버린다.
유일한 단서는 로랑이 핸드백 속에서 발견한 파트리크 모디아노가 쓴 『한밤의 사고』안에 <로르에게, 빗속에서의 우리의 만남을 기억하며. 파트리크 모디아노>라고 적혀 있는 글에서 얻은 '로르'라는 이름 뿐이였다.
더이상 그 어떤 진척도 없는 가운데 이혼 후 엄마와 살고 있던 딸 클로에를 만나는 날 이 모든 이야기를 들려준 로랑은 딸의 의견대로 서점 주인인 자신의 직업을 활용해 드문불출하는 이 작가가 평소 산책하는 곳을 기다린 끝에 만나게 된다. 그리고 로르라는 여자에 대해 묻게 되는데...
그렇다면 이 핸드백의 주인공이자 빨간 수첩의 여자는 누구이며,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녀는 로랑이 핸드백을 발견하기 전날 밤 집앞에서 괴한을 만나 머리에 부상을 입고 핸드백을 빼앗긴다. 결국 열쇠가 없어 집으로 가지 못했던 그녀는 길 건너편의 호텔에 묵게 되지만 전날의 상처로 인해 의식불명의 상태로 병원에 실려오게 되었던 것이다.
그저 분실물 센터에 가져다준다면 쉽게 해결되었을 일이고 번거롭지 않았을 일이지만 로랑은 기꺼이 주인을 찾아주려는 온갖 노력과 불편을 감수하고 결국 자신이 찾은 그녀의 원피스와 핸드백을 들고 그녀의 아파트로 향하게 된다.
로르는 남편을 잃은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로랑은 핸드백을 찾아준 수고스러움을 넘어 병원에 있는 로를를 대신해 그녀의 고양이를 돌봐주기도 하지만 그녀가 집으로 돌아오려고 할 때쯤엔 사라지라고 하고 흥미롭게도 이제는 반대로 로르가 로랑을 찾아내려 하는데...
로랑이 로르를 찾아가는 과정과 그 반대의 전개가 상당히 흥미롭게 그려져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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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수첩의 여자
[ La femme au carnet rouge ]
- 국내 첫 소개되는 신예 작가 앙투안 로랭의 대표작! - [우발적이고 가슴 짠하고 우스꽝스럽고 관능적인] - 모두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고백
우연히 분실물을 발견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이 책에서는 보라색 가죽의 핸드백을 우연히 발견하면서 게다가 경찰서의 복잡한 절차를 핑계삼아 일어난 주인찾아주기 이야기래요. 나라면? 예쁜 보라색 가죽 핸드백을 가져야지~ 하지 않을까 싶지만 다행이 책속에서 주은 사람은 남성이에요. 남성?? 길에 버려진 핸드백에 관심을 가질 남성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아마 우연이 필연이 되기위한 징조 아니었을까요? 프랑스 소설을 딱히 재미있게 읽은 기억은 없지만 프랑스의 낭만에 웬지모르게 이끌려 읽어보게 된 소설이에요. 그리고 읽지 않았다면 평생 후회했을 소설이기도 하구요.
소설은 한 여성이 집앞에서 택시에 내린 후 현관을 열러던 찰나에 소매치기를 당하는 장면에서 시작되요. 그 여성은 가방을 빼앗기지 않으려다 밀쳐저 부상까지 당하고 다음날 깨어나지 못해 병원에 실려가게되요.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로랑은 우연히 핸드백을 주워서 경찰서에 가져가지만 바쁜 경찰과 절차에 밀려 도로 핸드백을 가지고 집으로 오게되요. 핸드백과 마주한 로랑은 호기심에 소지품들을 관찰하고 주인을 찾아주어야겠다 생각하게 되요. 모르는 여인의 소지품이 든 핸드백때문에 만나던 애인과 헤어질 정도로 그는 이름모를 여인에게 푹 빠지게 되요. 그녀의 빨간 수첩에 적혀있는 그녀의 이야기가 마치 내가 알고있던 사람인양 가깝게 다가와요. 이혼한 아내와의 딸 클로에와 가방의 비밀을 공유하며 단서찾기에 몰입해요. 알아낸건 고작 로르라는 이름과 인상착의 뿐. 세탁소 전표로 그녀의 옷도 찾았지만 그 이상의 소득도 단서도 남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로랑의 서점에서 열린 작가 사인회에서 상형문자를 해독하는 모습을 보곤 그녀의 소지품에서 보았던 열쇠고리 속 상형문자를 떠올려요. 그렇게 그녀의 이름을 알아낸 로랑.... ......
하드표지에 250페이지 분량의 얇은 로맨스 소설이에요. 강렬한 사랑이야기가 아닌 사랑을 시작하려는 이들의 설렘과 과정을 그려낸 로맨스에요. 이야기의 진행은 차분하게 흘러가는데 소설 속 인물들의 대화마저도 서술처럼 주루룩 나열되어 있다보니 흐름상으로 파악은 어렵지 않지만 집중력을 요구하는 부분도 있어요. 그리고 예상못한 이야기의 판타지적인 반전과 인물들의 심리는 간접적으로 그들의 행동을 통해 표현하는 점도 감성을 상상하게 하는 점에서 깊이 빠져들게 하더라구요. 제일 마음에 들었던건 로르가 로랑을 찾아와 건넨 말이에요. '책을 찾고 있는데......' 어찌나 로맨틱하던지~ 닭살이 돋지않는 맨트에도 불구하고 꿀떨어지는 말은 누구라도 사랑에 빠지게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당차고 섬세한 로랑의 딸 클로에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러워요. 막장에 반전에 강렬한 요소는 하나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에 판타지같은 사랑스러운 이야기라 읽어보시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에요! 웬지모르게 프랑스의 로망을 담긴 소설같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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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쓰레기 집하장에 꽤 있어보이는 핸드백을 발견한다면.....당신은 어떤 행동을 하겠습니까? 실제로 우리부부는 주차장에서 빨간지갑을 발견한적이 있었다. 그것도 바로 우리 자동차 앞에 떨어진 지갑 !! 주차장 주인에게 찾아 주라고 할수도 있었지만 어쩐지 믿지 못해서 ( 지갑속에는 현금이 꽤 있었기에...) 일단 지갑을 파출서로 가져다 주기로 하고 인근을 찾아봤는데 아무리봐도 파출서가 없다. 이걸 어쩌나 싶은 참에 걸어가는 경찰아저씨를 발견하고 냉큼 뛰어갔다. 근데 웬걸 .....경찰아저씨는 그자리에서 112에 신고하시지 왜 굳이 파출서로 가져다 줄 생각을 했냐면서 약간의 의심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셔서 살짝 기분이 상했다. 그리고 그 절차도 꽤나 번거로워서 앞으로 다시는 바닥에 떨어진 지갑은 그냥 지나가자고 여겼던 지라 이책의 줄거리가 꽤나 흥미롭게 다가왔다.
집까지 고작 50미터 불가한 거리에서 로르는 자신의 핸드백을 한 남자에게 날치기를 당했다. 핸드백을 뺏기지 않으려고 안간힘 쓰던 그녀를 밀쳐버리고 핸드백을 들고 달아났다. 두려움에 떠는 로르는 겨우겨우 호텔에 도착한후 사정이야기를 전하고 하룻밤 잘방을 구한다. 상처를 닦아내던 그녀는 현기증을 느끼고 그대로 잠에 빠져든다.
작은 서점을 운영하고 있던 로랑은 우연히 쓰레기통위에 올려진 핸드백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보라색 가죽으로 된 핸드백은 아주 말짱한 상태 ,한참을 핸드백을 보고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던 로랑은 이내 그 핸드백을 들고 경찰서로 가져다 주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경찰서안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로 붐볐고. 로랑의 이야기는 빨라야 한시간후에나 가능하겠다는 경찰의 말에 다음날 다시 오는게 좋겠다면서 보라색핸드백을 들고 경찰서를 나선다.
우연히 가방속 내용물을 살펴보던 로랑은 빨간수첩속에서 기록된 그녀의 이야기와 추억이 담긴듯한 물품에 묘한 끌림을 느꼈고...이내 자신이 직접 핸드백의 주인의 찾기로 결심하면서 그녀의 이야기가 담긴 수첩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조금씩 로르에 대해 알아가면서 어느새 얼굴도 모르는 그녀를 좋아하게되는 로랑.
잔잔하게 시작되는 이야기들...보라색 핸드백의 그녀를 찾기위한 로랑의 고군분투...그리고 마침내 그녀를 찾았지만 ......그녀 앞에서 자신을 들어낼수 없는 로랑 .....그리고 의식없는 사이에 벌어진 일들을 알게된 로르역시 로랑에 대한 관심을 보이면 역으로 그를 찾기위해 서점을 탐문하기 시작하면서 마침내 둘이 만나는 장면은 정말 꽤나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겨졌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