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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재미있게 읽은 X(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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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림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요즘은 책을 읽을 여유가 없어서 주로 만화를 빌리는데, 그마저도 가능하면 단 권, 길어도 3편 이하만 빌리고 있다. 산문으로 된 책은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하고, 나의 독서는 주로 대중교통 안이나 걸어가면서 이루어지는데 그 환경에 적합한 것은 만화이기 때문이다.   만화의 경우도 가능하면 그림체가 예쁘고 내용이 복잡하지 않은 것으로 선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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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림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요즘은 책을 읽을 여유가 없어서 주로 만화를 빌리는데, 그마저도 가능하면 단 권, 길어도 3편 이하만 빌리고 있다. 산문으로 된 책은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하고, 나의 독서는 주로 대중교통 안이나 걸어가면서 이루어지는데 그 환경에 적합한 것은 만화이기 때문이다.

 

만화의 경우도 가능하면 그림체가 예쁘고 내용이 복잡하지 않은 것으로 선택한다. 그림체가 예쁘다는 기준은 등장인물이 미남과 미녀라는 것이 아니라 선이 복잡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내용도 복잡한 것은 피하고 있다. 그 기준에 의하면 이 책은 전혀 알맞지 않다. 여학생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치고는 그림체가 너무 거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뒤표지의 카피가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열일곱,

서랍 속에 넣어둔

서툴렀던 우리들의 시간'

 

이어서 독자들의 짧은 촌평이 실려있는데, 그것들도 인상에 남았다. 그중에 한 편만 소개한다.

 

'여고 시절 내 일기장을 다시 들춰 본 느낌이다.

그 시절 아주 특별하다 생각했던 내가 그저 독한 사춘기를 겪은 거였구나 깨닫게 된다. -30대 독자 김아름-'

 

아, 열일곱 여고생들의 이야기구나, 그렇다면 뭐 별것이 있겠는가, 혹시 좀 무겁다고 해도 사춘기 첫사랑이나,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 정도겠지, 혹시 가정의 경제적인 어려움일지도…….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고 선택한 이 책을 읽으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내 예상이 너무도 정확해서 숨이 막히는 듯했다. 이 책에 대한 나의 예상은 사춘기의 고민이라면 '첫사랑, 공부, 가정의 경제'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정확하게 일치한 것이다. 다만 첫사랑이 또래 남학생이나 선생님, 이런 대상이 아니라 일본의 비주얼 록그룹 엑스 재팬(x- japan)이었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가 또래(범희, 나영이, 혜영이 등)들이 단체로 팬클럽을 만들 정도로 열성팬이었다. 그녀들은 고2에서 고3이 되고, 입시를 치르는 것이 이 작품의 시대적인 배경이니 공부가 부담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뿐만 아니라 주인공 소민이네는 지지리도 가난하였다. 책을 펼치기 전에 예상했던 '첫사랑, 공부, 가정의 경제' 이 그대로 일치하는 것이 전혀 즐겁지 않고 답답했다. 하나같이 머리 아픈 내용들이 아닌가.

 

둘째, 처음에는 책장을 넘기는 것이 힘겨울 정도로 부담스러웠다. 등장인물들은 고2에서 고3으로 올라가는 여고생들이고, 주로 학교생활이 배경으로 나온다. 여고 시절! 얼마나 아름답고 낭만적인 낱말인가? 그런데 이 책에 등장하는 여고생들은 복장만 여고생일 뿐, 얼굴은 괴물 그 자체였다. 중요한 등장인물은 물론이고, 학급 친구들 모두 미소녀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 하나도 없단 말인가. 미모는커녕 하나같이 괴물처럼 보였다. 작중 화자이면서 주인공인 소민이네 식구는 부모님과 남동생까지 4명인데, 가족 모두 평균 이하의 외모를 지니고 있다. 담임선생님은 전형적인 꼰대 스타일이고, 선생님 중에는 별명이 미친개일 정도로 무지막지한 인물도 있었다. 괴물 같은 그림체를 통해 삶에 지친 인물들의 우울한 내용들이 펼쳐지는 것을 보다 보니 눈은 물론 마음까지 고단했다.

 

나를 더욱 힘겹게 한 것은 음악에 대한 나의 배경지식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소민이를 비롯해서 중요한 등장인물들인 친구들은 일본의 비주얼 록그룹 엑스 재팬(x- japan)의 열성팬들인데, 나는 엑스재팬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했던 것이다. 등장인물들은 그 멤버인 스기조, 요시키, 파타, 히스, 토시 등에 대해서 그 음악을 논하고, 외모까지 평가하고 있는데 나로서는 외계어를 듣는 듯 뜬금없을 뿐이다.

 

셋째, 제자들을 생각했고, 나는 어떤 교사였나를 생각하면서 뭉클한 마음을 느꼈다. 등장인물들은 1990년대에 여고시절을 보냈는데, 그 무렵 나도 교단에 있었다. 내 기억으로 내게 배운 학생들이 일본 록그룹에 열광한 것 같지는 않은데 서태지와 아이들, 동방신기, HOT, 젝스키스 등에 관심을 두었던 듯하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관심사에 대해서 거의 아는 것이 없었다.

 

이 작품에서 미친개로 나오는 남교사는 소민이가 보고 있던 엑스재팬의 앨범을 압수했다가 격하게 항의하는 그녀에게 돌려주었는데……, 오히려 소민이와 범희가 순순히 돌려주는 미친개의 태도에 놀랄 정도였다. 미친개는 학창 시절에 비틀스에 심취했던 추억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미친개 정도의 이해력이 있었을까를 생각했다.

 

넷째, 답답한 가운데에서도 일말의 희망이 느껴졌다. 가난한 부모, 친구들과의 갈등, 떨어진 성적, 남동생과의 다툼……. 주인공인 소민이에게는 실오라기 같은 희망도 보이지 않던 학창 시절이었다. 그러나 소민이는 졸업을 했고, 그럭저럭 대학에 갔으며, 만약 이 글이 작가의 자전적인 내용이라면 그런대로 성공한 삶이 아니겠는가? 소민이의 모습은 나의 아내와 딸과 제자들의 학창 시절이었을 것이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이런저런 고민들을 이기고 잘 자란 무수한 소민이들이 고맙고, 소민이와는 다른 면에서 풍파를 헤치고 온 남학생들도 대견할 뿐이다.

 

책장을 펼쳤을 때 답답하던 마음들이 어느 순간에 평온해지고, 희망까지 느끼게 되었으니 나와는 좋은 인연의 책인 듯하다. 그러나 이런 책을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 다른 뜻은 없다. 군대 시절 이야기를 마치 영웅담이라도 털어놓는 듯 자랑하는 남성들이 그러면 한 번 더 군대에 가겠느냐고 하면 손사래를 치는 마음일 뿐이다. 즐거운 사연만 읽어도 시간이 부족한 세상인데, 답답한 내용들을 왜 또 만나겠는가?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어려운 내용은 전혀 없다. 50쪽 정도는 인내심을 갖고 읽어보고, 그래도 매력이 느껴지지 않으면 책장을 덮으면 될 것이다. 여고시절의 추억을 지닌 여성들은 자신들의 자화상을 보듯 몰입할 수 있을 듯하고, 남성들도 여학생의 세계를 엿보는 즐거움이 있으리라고 본다.

 



이 책의 몇 장면(26~27, 156~157, 228~229쪽) 들이다. 처음(고2)부터 끝(대1)까지 대부분 여학생들이 등장하는데, 외모가 예쁘다고 생각되는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계속 보다 보니 적응이 되는 것을 보고, 사람은 습관의 동물인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y******3 2022.08.18. 신고 공감 6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