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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 예술 문화계 파르테논 신전 기둥 같은 이들의 인생과 예술관을 인터뷰로 풀어놓고 있다. 내가 그간 읽어온 어떤 미학론보다 진솔하게 와 닿도록 쓴 글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이라는 같은 땅에 내가 살고 여전히 어려운 예술 환경과 인식과 세태를 같이 겪고 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소개된 이들 상당수 작고하셨다. 1986년 초판 이래 꾸준히 애독되었지만 지금은 절판된 게 안타깝다. 이 책은 계속 읽을 가치가 있다.
(※본문 사진은 모두 김동희 사진작가)
화가 장욱진(1917~1990)
가야금 황병기(1936~)
건축가 김중업(1922~1988)
시인 김종삼(1921~1984)
화가 유영국(1916~2002)
가곡 여창 김월하(1918~1996)
전통무용가 이매방(1927~2015)
토우 제작가 윤경열(1913~1999)
조각가 최종태(1932~)
연극 연출가 유덕형(1938~)
조각가 문신(1923~1995)
작곡가 백병동(1936~)
화가 박생광(1904~1985)
‘한국화는 조선조 이래 남종 수묵화가 대세여서 그의 화풍은 독특하고 이색적이었다.’ “그는 사실적 소재를 정교하게 그려 그것을 평면화로 재구성, 추상주의 경향을 보인다. 살포시 들어올린 한국 건축의 처마 곡선, 창살, 나전칠기의 문양, 고구려의 고분벽화, 불화, 신들린 무당의 세계가 펼쳐진 무속화 등 전통예술과 민속에서 딴 것, 여기에다 원근법 무시를 통해 현대적 조형의 시도를 했다. 그의 그림에서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강렬한 단청 채색이다. ‘원초적 색감의 복귀’로서 색채는 선이나 표현의 종속이 아니라 그 자체가 구성이 된다. 이것이 화면 전체를 누비는 철선(鐵線) 같은 윤곽선들과 함께 종래 한국화의 정적 세계를 깨뜨리고 생명력을 가져온다. 그 동감(動感)으로 작품은 ‘새로운 민화’ 같이 느껴진다.”(p262~2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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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예술가들].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 일과 예술가의 대치는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았다. 프로인 예술가에겐 그들의 예술이 곧 일인데, 우리가 사회 통념상으로 익혀온 예술가와 일은 동떨어진 것으로 여겨온 것이 현실이다. 일을 통해 생활의 일용한 양식을 얻고 삶을 꾸려나가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도 예술가는 생활과는 거리가 먼, 허공에 붕 뜬 발을 가진 이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일하는 예술가들]이란 제목은 그들의 예술로써 밥을 먹고 사는 철저히 프로인 예술가들을 탐구했다는데서 의의를 찾아야 할 것이다.
인터뷰는 흔히 기싸움이라고 한다. 선문답처럼 툭툭 내뱉는 원로 예술가들을 상대로 기사를 쓴다는 것은 대단한 긴장감을 요하는 일이리라. 늘 단아하고 정돈된 한 마리 학과 같은 글을 쓰기로 유명한 작가 강석경이지만 일반인의 시선으로 보면 기괴하기까지 한 그들의 말을 정리하고 그들의 인생을 또다시 한 편의 글로 보여준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작업이었을지 상상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이 글이 씌어진 것이 20년이 다 되어 오기 때문에 생존하고 있지 않은 분들도 있고, 대부분이 젊은 세대들에게는 낯선 이름들이 대부분이다. 가야금 작곡가 황병기 선생 정도나 알까, 대부분은 흑백 사진처럼 기억의 저편으로 숨어버린 사람들인 것이다. 하지만 글을 읽다 보면 하나같이 독특한 예술혼을 뿜어내기에 우리가 생각하는 예술가들의 전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강석경님의 다른 소설 작품에서 보이는 예술가들의 모습이 이 책에서 근원했다는 것도 책을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인상깊은구절] 예술엔 박사가 없다. 한도 끝도 없다. 춤도 할수록 어렵다. 무궁무진하다. 그 진미는 오십이 넘어야 나온다. 인정, 눈물, 쓰라림이 있어야 하고 산전수전 다 겪어야 나온다. "호강하고 사회적 지위나 누리면서 언제 남의 가슴을 울리는 춤을 추어?" 삶의 관록에서 예술의 극치가 나올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