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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이 천년을 연 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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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과 같은 의학기술을 기대할 수 없었던 지난 날 참으로 많은 이들이 질병의 공포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신의 영향력이 어쩌면 가장 강성했을 우리의 중세 시대는 ‘암흑기’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그 분위기가 침울했다. 직접 그 시절을 체험해 본 것이 아닌지라 나의 짐작은 말 그대로 상상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현대인의 시선에서 중세가 희망을 이야기하기에 부적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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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과 같은 의학기술을 기대할 수 없었던 지난 날 참으로 많은 이들이 질병의 공포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신의 영향력이 어쩌면 가장 강성했을 우리의 중세 시대는 암흑기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그 분위기가 침울했다. 직접 그 시절을 체험해 본 것이 아닌지라 나의 짐작은 말 그대로 상상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현대인의 시선에서 중세가 희망을 이야기하기에 부적합해 보이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낙후된 공간이라도 사람은 뿌리를 내리고 산다. 사람들은 어찌 저런 곳에서 살아간단 말인가  의문을 제기하는 곳에 대해서도 이유 모를 향수심을 품은 이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어쩌면 중세 시대도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살기 좋았을지도 모른다.

영어가 전 세계를 지배한다. 흔들리는 자본주의의 중심에 미국이 서 있다곤 하나 아직까지도 미국의 영향력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강성하다. 그렇지만 미국의 힘이 문화 영역에 있어서도 그와 같은 것은 아니다. 비교적 신생 국가에 속하는 이 나라는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게 있으니 그것이 바로 문화와 역사이다. 프랑스의르 몽드지는 휴가철을 맞이한 이들에게 읽을 거리로 이 책의 내용들을 제공했단다. 그들(프랑스인들)에겐 기풍 있는 문화가 있으며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역사가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인물들이 프랑스인과 혈연적으로 모종의 관계를 갖고 있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인들은 이 내용에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고 하니 프랑스인들의 문화적 수준을 짐작할 만하다.

 

역사를 중히 여기지 못하는 민족에게 번영이란 존재할 수 없다. 국사가 선택과목이 되어버릴 정도로 홀대 받는 이 땅에서 이 책이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읽힐 수 있을지, 회의적인 생각을 감출 수가 없다.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 연이어 등장하니 지루함을 느낄 법도 한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창조력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것이 바로 과거이다. 역사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열 두 인물은 동시대를 살아갔다. 그렇지만 활약 무대가 달랐기에 그들 간의 직접적인 교류는 있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 모두는 진보의 편에 서 있었다. 비슷한 것을 꿈꾸었고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실현시켰으며, 결국에는 역사에 남았다. 만일 오늘날과 같은 인프라가 구축되었더라면 그들 간의 시너지 효과는 엄청났을 것이다.

고작(?) 두 명에 불과하지만 아시아 세계에 속한 이들도 이 책에 수록되었다. 두 명 모두 글을 쓰는 사람이었는데, 특히 일본 최초의 여류소설가인 무라사키 시키부에 관한 부분은 흥미로웠다.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남성 중심적인 가치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데, 이의 뿌리는 아주 깊어 우리의 역사에는 여성이 등장하는 일이 드물다. 일본 사회에서도 역시나 여성은 글을 배울 수 없는 위치에 속했으며 남성을 생산하는 것으로서만 제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허나 무라사키 시키부는 달랐다. 그녀는 제한된 영역에서나마 제 역량을 충분히 발휘했고, <겐지 이야기를 통해 문학적 풍성함을 드러냈다. 그녀의 삶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그다지 없지만, 많은 일본인들이 여류 소설가로서 그녀를 기억한다.

 

약탈을 일삼았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높은 바이킹 족, 늘 갈등하는지라 그 문화적 찬란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중동 문화권까지,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보여주는 넓은 이해력으로 인해 나는 지금껏 접할 수 없었던 많은 이들의 이름과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인 듯 우리나라 사람이 수록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 대한 아쉬움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950년에서 1050, 이 시기는 935년 신라마저 잠식시킨 고려가 서서히 안정기로 접어들던 시기였을 거다. 지금의 코리아란 명칭을 가능케 했다는 고려 사회를 말할 때 우리는 과연 어떠한 인물을 떠올릴 수 있을까? 딱히 떠오르는 인물이 없는 게 한 편으론 아쉬우면서도 다른 한 편으론 내 자신의 무지를 탓하게 된다.

q*****2 2008.12.0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