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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라마교를 믿는 배우 리처드 기어가 중국에 영화를 찍기 위해 입국하려다가 정치적인 이유로 거절당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웬일이야? 하고 놀란 적이 있었다. 그런데 더욱 더 놀란 것은 리처드 기어라는 배우의 그 다음 행각이었다. 중국으로부터 입국을 거절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기세좋게 티벳 만세를 외치며 중국에게 가하는 비난을 멈추지 않았던 것이었다. 아직까지도 그는 여전히 라마교를 믿으며 티벳에 대한 애정이 지극한 미국인으로 알려져 있다. 내가 생각했던 티벳은 중국의 지배를 받으며 대대로 달라이 라마가 환생하는 신비한 고지대의 나라, 그리고 기묘한 풍습을 지녔던 곳 정도였는데...... 거의 신화 속에 나오는 나라나 다름없던 티벳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었던 것은 바로 리처드 기어였다. 그 미국인 배우 덕분에 티벳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게 되었으며 왜 중국이 그의 입국을 막았던가에 대하여 의문도 풀 수 있게 되었다. 어쨌든 그런 계기로 인해 티벳과 달라이 라마에 관한 책들을 읽기 시작했고 이 책 또한 그 연장선에 있다.
이 책은 티벳의 현 상황에 대하여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그런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티벳이 처해있는 미묘한 상황에 대하여 정신적 스승 달라이 라마가 각처에서 연설했던 것들을 한데 모아 책으로 나온 것이다. 미래의 인류를 위하여 비폭력 문화를 이어나가자는 것이 달라이 라마의 염원이었다. 중국에게서 완전한 독립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자는 내용과 티벳의 자치권을 인정해주기를 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책이다. 종교를 초월해서 모든 사람들이 다같이 원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비폭력과 평화로운 공존은 비단 티벳뿐만이 아니라 현재도 치열하게 전쟁을 치르고 있는 지구촌 각처에도 필요한 요인들이다. 물리학자나 뇌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과의 토론을 할 정도로 다방면에 박학다식한 달라이 라마 저서를 읽으면서 새삼 그 방대한 지식에 놀라기도 하고 폭넓은 사고방식과 온화함에 감동하기도 했지만 이 책은 그런 용도로 읽기엔 뭔가 좀 맞지 않는 것 같다. 지치고 피곤한 상태에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마치 성경 귀절을 읽으며 마음의 위로를 받는 기분이라면 맞을까? 다친 마음을 감싸주며 조용히 약을 발라주는 그런 느낌을 이 책으로부터 얻었다. 이런 좋은 책을 읽게 되어 감사한 마음마저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