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요리만화를 보기 시작할 때 개인적으로 3대 요리만화라고 생각했던 게 "미스터 초밥왕" "맛의 달인" "아빠는 요리사"였습니다. 세 만화 다 요리라는 요소를 꽤 심각하게 다루고 있는 극화체 만화로, 나오는 권수마저 비슷했었지요. 그 사이 "미스터 초밥왕"은 끝을 맺었지만 "맛의 달인"과 "아빠는 요리사"는 아직도 계속 이야기가 이어지는 중이고, 언제 끝날지는 작가조차도 모르는 듯 합니다. 사실 "아빠는 요리사"는 저 세 만화 중에서는 가장 알려지지 않은 편입니다. 초밥왕과 맛의 달인은 알아도 이 만화는 모르는 만화팬들이 많더군요. 물론 저 두 만화의 만화적 재미(드래곤볼의 요리버전 같기는 하나 보편적 재미라는 점에서는 초밥왕 쪽이 꽤 월등합니다)와 엄청난 전문적 지식(이 면에서는 사실 맛의 달인을 따라가기 힘들 거 같습니다)은 인정하지만, 저는 저 세 만화 중에서 바로 이 "아빠는 요리사"가 제일 좋습니다. "아빠는 요리사"에는 사실 스토리라고 꼭 집어서 말할 것도 별로 없습니다. 금환산업이라는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샐러리맨이지만, 요리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쿠킹 파파 일미씨, 그 일미씨의 사랑하는 아내로 남편의 외조 덕에 맹렬 여기자로서 보람찬 나날을 보내는 홍자씨, 두 사람 사이의 큰아들 성이, 늦게 본 막내딸 미설이..이 네 가족을 중심으로 일미씨와 홍자씨 가족의 친척들, 회사 동료들, 친구들, 이웃들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펼쳐집니다. 물론 매 회마다 주가 되는 요리가 있고 그 요리법이 상세하게 소개되지요. 매 회마다 스포트라이트는 골고루 여러 사람에게 비추어지지만 결국 이 만화의 주인공은 일미씨입니다. 물론 그의 놀라운 요리솜씨도 요리솜씨지만, 그는 남자로는 보기 드물게(이 표현에 남자분들은 화를 내실까요) 주변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매개체가 항상 요리가 되지요. 그의 요리를 통해서 주변 사람들은 위안받고, 기운을 찾고, 다시 앞으로 나갈 힘을 얻습니다. 노상 실수만 하고 덜렁거리고 여자만 밝히지만 어딘지 미워할 수 없는 전중씨 같은 캐릭터를 보면, 이 만화가 남자 작가가 그린 만화라는게 실감나기도 합니다. 여자 작가라면 아마 저런 캐릭터를 저렇게 따뜻하게 봐주지는 못할 거 같다는 생각이 좀 들거든요. 전중씨와 몽자씨가 결혼할 때 독자들의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을 결혼시키고 몽자씨가 전중씨의 모든 것을 너그럽게 감싸면서 살아가도록 만든 것을 보면 전중씨는 어느 정도는 남자들의 꿈을 반영한 캐릭터라는 생각도 드네요(웃음). 69권까지 용케도 나와주었다 싶어서 출판사에 고맙지만, 등장인물의 이름이 일본 원어와 한문 음독이 왔다갔다 하는 부분이 꽤 있어서 그 부분이 좀 많이 유감스럽습니다. 가뜩이나 긴 만화에 같은 인물이 다른 이름을 달고 나온다는 건 정말이지 최소한의 주의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게 티가 나서 말입니다. 소소한 오타도 꽤 눈에 띄고...책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컬러페이지 넣기가 힘들다는 건 알지만 뒤쪽에 흑백으로 나오는 요리 사진은 참 알아보기 힘듭니다. 처음에는 작가의 그림체에 적응이 안되었는데, 오래오래 보다보니 인제는 모두 정겹습니다. 1권부터 죽 구입해서 꽂아놓았는데,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은 보고있으면 무척이나 뭔가가 먹고 싶어진다는 점이겠지요. 혹시 다이어트라도 하게 되면 저 구석에 치워놓아야 할까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