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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와 포도의 평행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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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에 대한 이런저런 공부를 하던 중 우연히 알게 된 책입니다. 이 책은 12세기에 있었던 '텍스트의 책으로부터의 독립 사건'에 대해 다룹니다.텍스트가 곧 책이던 11세기 말까지만 해도 서양의 읽기 방식은 '수도사적 읽기'였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수도사적 읽기는 수도사가 성경 말씀을 읽고 또 읽고 중얼거리고, 곱씹으며 생각하고 실천하는 읽기 방식입니다. 마치 포도를 한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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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에 대한 이런저런 공부를 하던 중 우연히 알게 된 책입니다. 이 책은 12세기에 있었던 '텍스트의 책으로부터의 독립 사건'에 대해 다룹니다.


텍스트가 곧 책이던 11세기 말까지만 해도 서양의 읽기 방식은 '수도사적 읽기'였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수도사적 읽기는 수도사가 성경 말씀을 읽고 또 읽고 중얼거리고, 곱씹으며 생각하고 실천하는 읽기 방식입니다. 마치 포도를 한 알 한 알 천천히 맛보며 단맛, 신맛, 아주 소량의 짠맛까지도 느껴내는 식의 읽기. 이 시대 읽기는 곧 기도였습니다. 


그런데 12세기부터 수도사적 읽기는 '학문적 읽기'가 됩니다. 텍스트는 책이란 물리적 한계에서 벗어나, 때 마침 라틴어에서 서서히 분화돼 온 각 지역의 말 위에 올라 탄 뒤 확대됩니다. 책은 지식을 실어나르기 더없이 좋은 수단이 돼 다양한 학문의 발전을 가능하게 했지만  동시에 사람들은 더 이상 책을 보며 기도하지 않게 됐습니다.


저자 이반 일리치는 12세기에 벌어진 이 변화 과정을 통해 현재 책이란 미디어가 맞은 위기도 어느 정도 진단해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12세기 이후 양피지에서 벗어난 텍스트는 종이책을 거쳐 지금은 다양한 플랫폼과 합을 맞춰보는 중입니다. 전자책이나 유튜브, 카드뉴스 같은 영상 플랫폼과, 혹은 어느 연구실에서 개발 중인 어떤 새로운 매체와...책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책의 미래에 대해 상상해보는 것도 재밌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마음으로 읽는 '수도사적 읽기 방식'이었습니다. 어떤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든, 그 텍스트의 의미를 알아내고 텍스트가 힘을 갖게 하는 건 바로 독자 자신이니까요. 텍스트를 대하는 독자의 마음, 내 마음은 천년 전 수도사들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기를 바랍니다. 요즘처럼 읽을 게 많은 시대에 '텍스트를 읽는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YES마니아 : 로얄 y*****1 2020.10.1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