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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는 어지간히 골통들이 모여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생각보다 그들은 순진하다. 이 이야기의 배경이 지금이 아닌 오래전이라 -표지의 교복과 이야기에 나오는 음악들로 대략 70년대이지 않을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럴지는 몰라도 후배들에게서 뺏는 것이 고작 호콩과 깨엿이고 그들끼리 다른 중학교에서 왔다고 서로 싸움은 했을지언정 뒤끝없이 깨끗하게 끝내고 친구가 되었을 뿐 아니라 남학교 여학교의 특성상 다른 이성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물론 그들이 여학교와의 만남을 통해서 자신들의 클럽을 통합하고 서로 어울리는 장면이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 역시나 지극히 순수하다. 고백 하나 하는 것도 며칠을 고민하고 말을 더듬을 정도로 긴장하면서 말이다. 그들이 만나는 것도 건전하다. 먹을 것을 싸 가지고 산으로 캠핑을 가는 것이 전부이니 말이다. 빵집에서 데이트를 하는 것이 그들에게 큰 호사였을 그런 시절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가난한 집안의 고학생들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어느 정도는 사는 집들이고 더군다나 이 글을 이끌어 가는 동순의 경우에는 식모가 따로 있고 마당에 정원까지 있다는 설명으로 보았을 때 결코 못사는 집은 아니라는 설정이다. 요즘은 직접적으로 온라인 뱅킹으로 돈이 보내지니 그럴일이 없지만 이때의 학생들은 책값이다 회비다 하는 이유들로 부모에게 조금씩 돈을 더 받는 수법으로 용돈을 모았다. 그렇게 뒤로 모은 돈으로 친구들과 함께 간식도 사 먹고 놀기도 한다. 지금의 청소년들이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뭐라고 반응할지 그것이 사뭇 궁금해진다.
자신이 좋아하던 여학생을 친구가 같이 좋아하는 걸 알고 자신을 뺀 그 둘이서 따로 만났다는 것을 알고 서울을 떠나는 동순. 겨울바다로 향한다. 떠날 때의 생각은 며칠 있다 오는 것이었지만 막상 가서 생각해보니 별것 아니라는 생각에 그날로 다시 돌아오고 만다. 핸드폰도 없던 시절 자신이 마음에 들어한 여학생을 졸래 졸래 쫓아가기도 하고 전화번호부를 통해서 번호를 알고 집으로 전화를 걸어서 확인을 해보기도 하고 편지를 쓰기도 하는 등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무진장 뿜어나온다.
그 시절을 살아 보지 않아서 내가 경험했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지만 그런 느낌들디 아련하게 좋다. 너무 촌스러워서 별로다 라는 느낌보다는 이런 식으로 살아왔을 그들의 인생이 그려져서 정겹다는 생각이다. 마치 그 당시를 배경으로 하는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마냥 말이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그려지는 이야기는 주인공들이 졸업을 하면서 끝이 나게 된다.
그들이 어느 대학을 갔는지 누가 붙고 누가 떨어졌는지 그 이후의 삶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이 때의 고등학교 시절은 영원히 그들의 기억에 남아서 힘이 드는 삶에 도움이 되어줄 것 같다는 생각이다. 표지의 그림은 그들이 언젠가 찍었을 사진처럼 보이기도 한다. 누군가의 사진첩에는 이런 사진이 한 장쯤 남겨져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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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에는 그럴싸한 나만의 서재 공간이 있는데,결혼후 여러 잡동사니로 가득 차고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마음의 공간,나만의 공간을 만들기로 작심하고 가능한 좋은 책들과 벗하면서 지난간 삶을 되씹어 보기도 하고,부족한 역량을 채워 보기도 하고,거장이랄 수 있는 작가들과 간접 소통도 하면서 몇 년 사이에 국내외 소설및 자기계발서,역사서등이 빼곡히 서가에 정렬되고 자리잡고 있음을 보노라면 흐믓하기도 하고,후일 내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도 갖어 보던 중,중고교시절 절친하게 지냈던 친우가 갑작스레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 했다는 비보를 들으며 한편 마음의 안식처를 잃어 버린듯 ’멍’하니 걸음이 떨어지지를 않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최인호선생님의 ’머저리 클럽’을 꺼내 들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학생이 된듯한 기분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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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10년후에 어떻게 변해 있을까? 그때 우리는 어떻게 달라져있을까?" 살아가면서 어느 한순간 가슴속에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자리잡고 있는 시간이있다. 그 소중한 추억의 시간, 학창시절의 아련한 추억들이 떠오른다. 첫사랑의 이야기들, 친구의 소중함을 깨닫기도 하고,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한 새로운 정립, 그리고 만나 는 새로운 사람들, 사람들... 내가 어른이 되었구나 라는것을 언제 느낄 수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자신의 나이를 조금씩 줄여서 말하면서부터가 아닐까 싶다. 누군가 자기 실제 나이보다 어려보인다고 하는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아짐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자신이 나이가 들었고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의미와 다름없다. 한 살 이라도 더 나이가 들어보이고 싶었던 시절, 사랑이라는 열병에 힘겨워하던 시간들 그 소중한 시간속으로 잠시 발걸음을 내딛어 본다.
10여년전 나는 어떤 모습이었지? 나의 학창시절은 지금 나의 모습과 어떠한가? 1970년대 검은 교복과 모자를 눌러 쓴 순수하고 열정 넘치는 머저리클럽의 다섯멤버 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아이스하키부 출신의 동혁, 말더듬이 문수, 그리고 영구, 철수, 그리고 나, 동순. 이렇게 함께 뭉쳐지내던 다섯명에게 불쑥 나타난 영민. 처음 영민의 불량스런 태도가 맘에 들지않았던 동순과 친구들은 그를 손봐주기로 하고 싸움을 하게되지만 결국 영민까지 포함해 여섯명이 머저리 클럽이라는 그럴 듯한 이름까지 만들어 하나가 되게 된다. 그리고 그들에게 다가온 사랑의 이야기들. 시를 무척이나 좋아하던 동순에게 사랑의 향기가 가장 먼저 찾아온다. 우연히 만난 소림이라는 여학생을 좋아하지만 친구 영민과 소림이 사귀게 되고... 첫사랑은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는 안타까움으로 남게된다. 이후 샛별 클럽이라는 여학생 모임과 함께 만남을 갖게되면서 머저리클럽에도 사랑의 불꽃이 피어오르게 된다. ![]()
<머저리 클럽>의 부제를 붙이자면 머저리클럽 연애대작전 정도로 할 수 있을것 같다.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여학생의 뒤를 몰래 따라가던 기억, 말 한마디 붙이지 못하고 온통 그 여학생 생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사랑의 열병. 미성년자라는 꼬리표속에 빵집도 제대로 들어갈 수 없었던 70년대를 책속에서는 실감나게 표현 하고 있다. 검은 교복에 배레모, 음악감상실, 15원짜리 우동에 그 유명하던 파커 21 을 자랑스러워하던 모습들... 사실 나도 그 시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것은 아니기에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요즘처럼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풍토속에서 첫사랑에 설레여하고 쉽게 말한번 걸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그런 모습들이 요즘의 독자들에게는 상당히 낯설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그 시대에는 그런 순수함이란 커다란 무기가 있었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과거를 추억하고 그땐 참 좋았는데... 하는 말을 되뇌일때쯤 그때를 그리워하는 맘속에는, 지금은 잃어버린 그런 순수함 과 무엇하나 무서울것 없었던 열정에 대한 동경이 담겨 있는것이다. 참 그땐 그랬었는데...
처음 전학 온 영민이의 가족사가 나중에 그의 입에서 나온다. 활력이 넘치는 청춘 시절에 가정문제로 한번쯤 고민해보지 않은 이가 있겠는가 만은 그래서 더욱 더 공감이 되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잊었던 첫사랑의 설레임과 순수한 사랑이야기들, 공부와 사랑, 두가지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았던 그 시기의 열정, 친구들간의 오해 와 끈끈한 우정이야기.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라고 말하는 승혜의 말속에 청춘과 성인의 기로에선 아이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그대로 담고있다. 어른이기를 꿈꾸던 시절, 사랑의 상처에 방황하던 시절, 진로와 미래에 대한 불안 이 함께하는 시기. 머저리 클럽 멤버들을 통해 우리는 다시 그 추억의 시간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본다. 청춘, 빨리 벗어나고만 싶었던 그 시간이 얼마 후 너무나 그리워 하게될 순간이란걸 그들은 모를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리운 그 시간속으로 조심스레 발을 내딛어 본다. 그때의 열정과 순수한 사랑이 가득한 시간속으로.. |
![]() 어느날, 책상 정리를 하다가 오래된 편지며 일기장들을 발견했던 때가 있었다..도대체 일기를 써본지가 언제였는지조차 모를 그렇게 시간이 흘러버렸던 때..버려야겠다고 마음 먹고 가슴에 안고 마당 한 구석에 자리잡은 작은 소각장으로 갔다..그럴 때 누구나(?) 꼭 나오는 버릇이 있다..그냥 태워비리면 될 것을 일기장 한장한장을 읽어보며 한장씩 뜯어낸다..그리고 편지 역시 봉투채로 그냥 넣어버리면 될 것을 하나하나 꺼내서 읽어보고 불 속에 던진다..그래서 그 추억들을 버리는 시간은 배가 된다..
그래, 아마도 그건 지나간 나의 흔적일 것이며, 어느 곳에 잠깐 묻어두었던 추억들이었을 것이다..우연한 기회로 다시 꺼내보고 읽어보면서 혼자 웃고 울고 할 시간을 다시 만들어주는 추억...
지나고보면 참 유치하기 짝이 없다..세상 고민 다 끌어안은 척, 지금 나에게는 친구가 세상의 전부라는 척(물론 친구는 어른이 되어서도 소중한 존재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거울 한번 더 보고 티비 음악프로그램을 더 좋아하던 시절(지금은 가수 이름도 제대로 몰라서 티비 속 저 아이가 누군가 싶다)...그래도 그때는 그게 전부였다..친구들과의 수다가 행복했으며, 분식집 떡볶이가 모든 음식 중에서도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고, 세상에서 시험이 사라져야한다는 둥 졸업만 하면 시험은 이제 땡이라는 둥(그게 아니었지만 ㅠㅠ).....
머저리클럽의 여섯 악동들 역시나 그런 추억을 지금 꺼내보고 있었을 것이다..우연히 마주친 여학생을 따라가서 집을 알아내고, 한마디도 하지 못할 전화를 걸고, 시를 쓰고, 까까머리에 어떻게 멋을 낼까 궁리를 하고..이성에게 잘보이려고 칠칠맞던 교복을 깨끗하고 단정하게 입고,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일들에 콩닥콩닥 가슴이 뛰었던 기억마저..그리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지금도 변함없는 입시지옥의 그 시간들을...
여기, 다섯명의 악동들이 있었다..영구, 동혁, 동순, 문수, 철수..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안되서 영민이라는 아이가 전학을 온다..다섯 악동은 기선제압을 위해 영민이를 손봐주기로 한다..물론 힘으로 따지자면 다섯 악동들이 이겼던 것은 맞다..근데 기싸움에서는 영민이가 이겼다..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손봐주려했던 비겁자들에게 결국 진짜로 이긴건 영민이였다..침 한번 퉤 뱉어주고 인연 끝냈을 것 같았는데..이제 영민이까지 악동들은 여섯명이 된다..드디어 머저리클럽 탄생이다..
그리고 이 녀석들은 고등학교 3년을 지내면서 어른이 되어간다..
여학생과 빵집에서 데이트도 하고, 옆학교 여학생들과 같이 클럽도 만들고, 시도 쓰고, 가출도 해보고..세상 다 끝날 것 같은 고민도 해보고..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도 하고..
하나의 계절이 가고 한해의 시간이 갈때마다 머저리클럽은 점점 어른이 되어간다..그들 자신들도 알고 있었을까? 그들이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그 모습을 느끼고 있었을까....
이 책 <머저리 클럽>은 지나간 우리들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추억에 빠지게 한다..
이야기의 배경은 1970년대..작가의 나이는 나의 어머니와 한살 차이..그리고 나는 1970년대에 태어났고..어렸을적 엄마의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기차를 타고 통학을 했으며, 지금의 버스의 콩나물 시루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고..책표지에 있는 것 같은 검정색 교복을 입고, 곤색 운동화를 신고(컨버스화 같은 ^^)..어쩌다 한번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정말?" 하면서 그땐 그랬구나 싶은 이야기는 바로 옆의 엄마의 입에서 그대로 흘러나온 이야기다..흑백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나의 엄마에게서..그래서 이 책을 읽었을때도 피식피식 웃음이 나면서 자꾸만 엄마를 떠올리게 된다..'엄마 이렇게 학교 다녔겠구나, 엄마도 문예반 같은 거 들어갔었을까?, 빵집에서 단팥빵 사이에 두고 데이트도 했을까? ^^ "
나는 90년대 초반에 고등학교를 다녔다..잠시 사라진 교복을 다시 입은 첫 세대..그때는 왜 교복을 입어야 하는지 참 불만스러웠다..그러던 어느날 버스를 타고 집에 가고 있는데, 버스 안의 아주머니들이 나와 친구들을 보고 한말씀 하신다.."그때가 좋은거여~ 화장도 안하고 맨얼굴로 그렇게 다닐때가 행복한 줄 알아야 혀~ 얼마나 이뻐 뽀송뽀송~ " 한참 멋부리고 싶은 그때, 교복이라는 통일성을 빼면 여학생들이 차별화를 둘 수 있는 건, 기껏해야 머리핀이나 선생님께 들키지 않을 정도로 눈썹을 그리고 다니는 정도, 아니면 좀더 이쁘고 세련된 단화를 신는 정도..그 안에서 우리들을 얼마나 답답해했는지 모른다..교복도 싫고, 두발 단속도 싫고(그 당시 우리 학교는 정말 두발 단속을 했다), 학교와 집을 반복해서 다니던 그 시간들이 얼른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때 그 버스 안의 아주머니들 말씀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는 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알 수 있었다..조금씩 화장을 하면서도 어려보인다는 말에 감사하게 되었으며, 그저 학교에서 공부를 하던 그때가 좋았다는 것을 너무 빨리 알아버렸다..대학이라는 곳도 그리 대단한 곳도 아니었고, 새로운 사람들과 환경에 적응하는 건 예상보다 힘들었으며, 학교라는 울타리라기 보다는 정말 사회에 툭 던져진 기분이었다..그래서 고등학교때보다 더한 방황과 생각을 했으며, 두려웠던 것 같다..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던 거다..
머저리 클럽의 녀석들 역시 그때는 몰랐을 거다..그리고 지금에서 이 책을 써내려간 작가와 이 책을 읽는 우리들 역시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그때는 왜 몰랐을까...하고...
마지막 졸업식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무슨 일생일대의 행사처럼 여기는 졸업식..내가 겪었던 고등학교 졸업식은 불참자가 참 많았다..대학에 떨어졌다는 이유로, 그냥 가기 싫다는 이유로...막연하게나마 '아, 졸업식은 꼭 안가도 되는거였구나' 싶은 철없는 생각까지 들었었는데..머저리 클럽의 졸업식을 보니 참 경건하다..사회로 나가는 우리들을 뒤에서 지켜보며 다독여줄 것 같았다..졸업을 해도 그 우정은 계속될 것이며, 세상을 향해 한발짝씩 나아가는 학생들에게 든든한 버팀목 같이 그 자리에 그렇게 그 모습 그대로 있을 것 같은..
진짜 추억은 이런 것이다..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은 <머저리 클럽>..
당신의 추억은 어디쯤에 묻어두셨습니까......
이 책이 태어나기 전, 아마 <완득이>와 비교 아닌 비교를 시작하게 된 것 같다..성장소설로써 지금의 시대를 그대로 그려낸 완득이..무식하지만 인간미 넘치는 담임 똥주와 우리들의 꼴통 도완득, 그리고 그 환경 속의 사람들..완득이의 고등학교 이야기를 너무나 유쾌하게 풀어간 <완득이>..
시대는 다르지만 비슷한 시기를 지내고 있는 <머저리 클럽>의 녀석들과 앞으로도 계속 다른 독자들에게도 비교 당할지 모르겠다..하지만 이미 두 권의 책 모두를 읽어본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완득이>나 <머저리 클럽>은 같은 성장소설이고 같은 시행착오를 거친 우리들의 이야기지만, 그 여운과 추억은 다를 것이라고..분명하게 맛의 차이가 느껴져서 가슴이 따뜻해지고 있었다고...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십년이 넘었다..그리고, 나도 모르게 내 나이의 두배 정도를 살아오신 엄마를 떠올리면 이 책을 읽고 있었다..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나 역시도 그때의 기억을 까맣게 잊고 살았던 지금, 필요없는 말이지만 한번 바래보고 싶다..
'그때로 다시 한번 돌아가고 싶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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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이 글을 쓰면서 어린 시절을 생각하고 얼마나 마음이 설렜을지 짐작이 간다. 어른이 되기전에 어른 흉내가 내고 싶었던 그 시절. 십대의 마지막을 보낸 사람이라면 아마도 머저리 클럽의 아이들같은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으리라.
내가 중학교에 막 들어갔을때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었는지 교복 자율화가 되었다. 우리는 그때 중학교 교복대신 단체로 맞춘 체육복을 일주일 내내 입고 다녔고,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아이였기에 고무줄 놀이, 땅따먹기, 공기놀이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고등학교가 우리 학교 바로옆에 붙어있었는데, 교복을 단정히 입고 학교를 가는 언니, 오빠들을 볼때마다 어떤 엄숙함마저 들었던 기억이 난다. 옷이 사람을 말해주듯 체육복을 입은 우리들은 철부지 애였고 교복을 입고 다니는 언니 오빠들은 왠지 더 커보였다.
나는 교복을 입은 세대는 아니었지만 시커먼 교복을 입고 다니던 그 시대를 추억으로 가지고 있기에 이 책은 잠시 잊고 지냈던 내 학창시절의 풍경을 그리게 한다. 하지만 내가 지나온 시절과 조금 다른점이 있다면 책 속 아이들은 도시의 아이들이고 식모가 있는 집의 아이들이며 아쉬운게 별로 없어보이는 아이들이라는 점이다.
개똥철학자 동순이 시를 좋아하고 시를 즐겨쓰는 모습은 작가를 대변하는 인물인 듯하다. 소림이란 여학생을 무작정 따라가 집을 확인하고 사랑의 열병을 앓고, 다시 승혜를 만나면서 새로운 사랑의 싹이 트는 동순. 샛별 클럽의 등산 전날밤 문수와 동혁이의 전화는 한바탕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서로 좋아하는 혜련이와 말숙에게 프로포즈를 하겠다고 하면서 너와 나만의 비밀이라는 것. 학창시절에 단짝인 친구와 비밀스런 얘기를 하면서 손가락을 걸고 약속하던 모습을 생각하면서 키득거리며 웃었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그땐 왜그리도 비밀스럽고 가슴두근거렸는지...
책속 주인공의 시를 좋아하는 모습과 개똥철학의 글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마음이 커가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지금의 고등학생들이 느끼는 공부의 부담감과 무게에 비해 다소 가벼워 보이는 여유있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풍긴다. 학교를 파하고나서 친구들이 모여서 케이크집에서 빵을 먹는 모습이나 시집을 읽고 젊은 베르테르를 읽으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모습이나.
성인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미성년자라는 뜻은 무엇인가. 담배를 하루에 두 갑 넘게 피우며 다방을 무상으로 출입할 수 있다는 졸업은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 ..p232
밤중에 호박덩굴이 움썩덜썩 크듯 그리하여 우리가 잠든 새에 호박덩굴이 수수깡 울타리를 타고 넘듯 우리의 성장은 우리가 모르는 새에 이루어져서 우리의 키를 넘고 있을지도 모른다. ...p369
고등학교 3년간의 에피소드들, 머저리클럽의 악동들이 펼치는 귀여운 행동들이 모여서 이 책의 여유와 재미를 만든게 아닌지 생각이 든다. 책 표지에 여섯 악동들과 함께 있는 여학생이 승혜일까? 궁금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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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까머리 이덕화가 건들거리며 반항하는 모습으로 나오던 70년대 영화가 생각난다. 아..또 있다. 이승현이 주인공으로 나오던 얄개시대 같은 류의 영화도 생각난다. 엄마의 영향을 받아서 인지 몰라도 나는 이런 류의 한국영화를 좋아한다. 90년대에는 재방도 많이 해주었는데, 요즘은 ’한국영화걸작선’이라 불리던 프로들이 없어지면서 그 시절의 청춘 영화를 볼 수가 없어 아쉬웠다. 이 책은 이런 아쉬움을 달래줄 법한 70년대의 청춘영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향수와 추억이 느껴진다.
70년대를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나도 머저리클럽의 한 일원이 된 듯한 착각과 다시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 여고생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었을 법한 문학소녀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아직 초등학생이지만, 딸 아이가 커가면서 나는 성장소설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러면서 옛 추억속에 잠기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내가 자랄때 고민했고 생각했던 것들을 기억한다면 커가는 딸에 대한 걱정과 불안함은 사라질 수 있으리라...
고등학교 3년이라는 시간과 동순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그 나이의 고민과 생각과 성장통을 엿볼 수 있다. 꿈에서나 그리던 이상형 소림이를 알게 되었지만, 친구 영민이에게 빼앗기는 아픔을 겪으면서 동순이는 한층 자라게 된다.
바다 한가운데서 가냘픈, 그러나 날카로운 소리가 스며 나와 내 귀를 찌르는 것을 느꼈다. 그 소리는 내 젊은 가슴을 쥐어흔들고, 나를 설레게 했다. 나는 나의 작은 실연쯤은 이 거창한 자연속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는 새로운 계시를 받았다. 그러자 나는 유쾌해졌다. 이 거대한 바다와 하늘, 그 바다를 향해 우뚝 서 있는 내 가슴은 그까짓 여인에게 상처받은 일상사는 한갓 물거품에 불과했다. 나는 눈을 부릅뜨고 마음껏 바닷바람을 들이마셨다. 137p
동순이는 아픔을 이겨내면서 시와 사랑과 우정을 바라보는 시각이 한뼘 자란 듯 보인다. 영민이의 아픔을 이해하고, 승혜를 통해서 사랑하는 법(?)과 앞으로 해야할 일에 대해 넓게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왜 우리는 누구든 나를 인정해 주리라는 기대 속에서 자기 자신에 속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무거운 책가방 속에 수학책이, 영어책이 들어 있듯이 왜 우리는 무거운 의무를 지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손에 손금을 안고 있으나 그 무게는 느끼지 않는다. 손금처럼 지울 수 없는, 그러면서도 무게를 느끼지 않는 승혜에 대한 나의 사랑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왜 나는 그녀를 생각할때마다 가슴이 뛰는 것일까. 231p
학업, 사랑, 우정, 삶에 대한 고뇌를 잔뜩 짊어지고 힘들어하지만, 미성년자라는 꼬리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시기의 아이들. 나 또한 수많은 고민과 슬픔과 아픔을 겪으면서 보낸 고등학교 시절이였지만, 결국은 내 손에서 해결 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미성년자라는 꼬리표를 길게 붙이고 있었기 때문에...
아아, 우리들의 시대, 열아홉 살엔 왜 이렇게 구속이 많은 것인가. 아아, 우리들의 시대, 열아홉 살엔 왜 이렇게 지켜야할 의무도 사명감도 많은 것인가. 보라. 바깥세상은 우리와 무관하게 흘러가고 있다. 하늘엔 구름, 검푸른 녹음, 뜨거운 햇살............아아, 우리들의 시대, 열아홉 살엔 왜 이렇게도 우울한 일이 겹치고 있는 것인가. 359p
동순이와 승혜가 주고 받는 시와 친구들의 방황과 아픔 등이 현실감 있게 잘 그려진 작품이다. 머저리 클럽....’ 머저리’라는 단어에는 아무것도 할 수없는 청춘을 대변하는 듯한 느낌이 담겨져 있다. 청소년이라는 시기는 머저리같은 시간속에서 성장통을 겪으면서 점점 자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머저리 클럽의 한 일원이였고, 앞으로 내 딸도 머저리 클럽의 일원이 될 것이다. 나에게는 추억을, 딸에게는 앞으로의 희망과 꿈과 용기를 줄 수 있는 ’머저리 클럽'.... 그렇게 소중한 느낌을 갖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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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순수한 소설이다. 교복세대가 아닌 나의 학창시절 모습은 아니지만 왠지모르게 그시절이 막연한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동순이를 포함한 까까머리 6명의 어른스러우면서도 귀엽고 방황하면서도 자리를 잡아가는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그들의 허무맹랑한 장난기에도 결코 가볍게 다가오는 내용은 아니었다. 적어도 내게는 말이다. 초등학교를 빼고 대학까지 여대를 나온 나는 조금더 이친구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어내려간 듯하다.
나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미팅이다 소개팅이다..친구들의 손에 이끌려 다니며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고..2학년때에는 머저리클럽 이들처럼..지금도 내옆에서 함께하고 있는 소중한 친구들을 만났다. 지금도 내게는 머저리클럽 친구들처럼 보물과도 같은 나에게 힘이되어주고, 이끌어주고, 친구이자 스승이면서 언니이기도한 친구들이 있어 행복함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주었다. 졸업한지 언제인지 기억속을 더듬어봐야 하지만, 이작품을 읽으면서 난 나의 친구들과 내가 자연스레 그들이되면서 옷깃에 이슬맺히듯 흠뻑 젖어들게 된거 같다.
다른학교에서 전학온 영민이가 동순,문수, 동혁, 철수, 영구의 친구가 되기까지 사나이들만의 방법으로 끈끈한 우정을 만들어간다. 남학생들만의 똥폼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고, 남학생과 여학생이 발그레 수줍게 만나는 장소는 빵집. 첫눈에 반한 여학생을 졸졸 쫒아가는 그 아이들의 투명한 맑음이 좋다. 여전히 입시경쟁은 치열하고 그래도 나의 오빠, 언니세대가 부럽다. 얼마나 순수하고 낭만적이고 열정적인지. 내가 고등학교시절엔 삐삐와 핸드폰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남학생이 집으로 전화해서 여학생이 전화를 받기까지..정말 똑같다!
그들의 첫사랑에서 나의 첫사랑을 본듯 했고, 그들의 우정에서 친구들과 나의 우정을 엿볼수 있었다. 그시절 어른이 된다는것이 어떤건지 모르고 어른이 되었을때, 정말 내 자신을 책임져야 하는 부담감을 이들처럼 크게 생각하진 못했던거 같다. 시간이 지나고 더욱 나이가 들어서 나에게 지어진 짐들이 어떤건지 더욱 뚜렷한 윤곽을 가지고 다가왔을뿐이다. 이런면에서 보면 우리들의 오빠, 언니들이나, 부모님세대들이 보다 어른스러웠구나..하고 생각해본다.
다시 돌아올수 없는 고교시절이지만, 다시한번 돌아가고싶은 시절이기도 하다. 그시절의 추억을 슬쩍 들춰본 지금은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것만 빼고는 그리 나쁘지 않게 지나온듯 하다. 하지만 언제나 아쉬움은 많이 남아있게 마련이지만 말이다. 머리를 질끈묶고 야구모자를 쓰고 편한 티한장 입고 나갔을때, 자세히 보지도 않고 지나가시던 할머니께서 '학생~'하면서 부르면 왠지모르게 기분이 날아갈듯 기뻐지는 것을보면..그시절이 아직도 무척이나 그립나보다.
다 읽고난 지금의 나의 마음은..온몸에 따뜻함을 스며들게 해주는 뜨거운 차한잔을 마신 느낌으로 다가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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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꿈이있다구요"!!라는 제목으로 책이 나왔던, 아주 옛날에 읽었던 기억이난다. 중학교다닐때였으니 정말 오래전이다..너무 재미있어서 읽고 또 읽고 했었는데^^ 그러다 언젠가 이사하다가 잊어버려서 다시 사야겠다했는데 절판이라..잊고살았는데 이렇게 다시 새단장해서 새책으로 나와주니 너무 기분이 좋다. 책속의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지금도 기억이 난다..같은 학생때도 그들의 행동이 부러웠는데 이제 덜썩 어른이 되어버린지금은 더더더 부럽기만하다. 다시 오지않는 학창시절을 추억하며 다시한번 읽어봐야겠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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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탐색을 보여주는 작품들에서, 대중소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를 넘나들며 다작을 해온 작가 최인호가 새로 내놓은 작품은 성장소설이다. '머저리 클럽'은 작가가 서문에서 밝히듯이 작가 자신의 학창시절을 반추하며 써내려간 작품이다.
엄밀히 말해서 잘 쓰여진 글은 아니다. 치열한 소설적 탐색과정이 드러나기보다 다분히 고백적이고 사색적이어서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었을, 혹은 겪어야 할 '고교시절'이라는 눈부신 소재는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부족함이 없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찬란한 시기라고 말할 수 있는 시절, 한편으로는 가장 많은 고민을 떠안고 사는 고교시절에 대한 기억은 세월이 흘러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까닭이다.
앞서 말했듯이 '머저리 클럽'은 작가 자신의 고교시절 일기장을 펼쳐 놓은 듯, 다분히 고백적이다. 소설은 주인공 동순과 그의 다섯 친구가 고교시절동안 겪는 사랑과 우정, 고민에 대한 이야기다. 밝고 진지하며 때로는 서툴러서 더욱 순수한 그들의 고교생활이 여과없이 그려진다. 동순과 몇몇 친구들은 전학생 영민의 합류를 계기로 그들의 모임을 조직적으로 정비하며 '머저리 클럽'이란 이름을 붙이게 된다. 우스꽝스러운 이름이지만 '우리는 모두 머저리'라고 단정짓는 영민의 말을 통해 그들의 불완전한 현재의 모습을 여과없이 표현한 이름임을 알 수 있다. 머저리 클럽이란 클럽의 명칭에 걸맞게 여섯 모임의 일원들은 서툴고 미숙한 고교생활에 첫 발을 들여 놓는다. 샛별 클럽이라는 여학생들의 모임과 결연하여 청춘의 찬란한 특권이라할 수 있는 여러 즐거운 경험들도 한다. 빵집에서 빵을 씹으며 노닥거리는 의미 없는 일과도, 실연과 고통만을 안겨준 첫사랑도, 중국집에서 빼갈로 쓰린 속을 다스리던 방황도 아련한 추억처럼 그려진다. 이 모든 것이 조금씩 그들을 성장시키는 발판이 된다.
이 소설에는 전체적으로 인물 사이의 뚜렷한 갈등구조가 나타나지 않는다. 고교 3년간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이 삽화적으로 나열되어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유기성을 갖는 것은 소설 전반에 흐르는 청춘의 풍부한 감수성 때문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에게 닥친 상황이나 감정들에 더없이 솔직하고 진지하게 임한다. 오늘날에 비추어 보면 저돌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행동이 자신의 감정에 진지하게 직면할 수 있었던 그 시대 청소년들의 감성이고 용기였던 것이다. 그 중 타칭 '개똥철학자'인 주인공 동순의 내면은 유리처럼 예민하고 섬세하게 묘사된다. 동순이야말로 고독과 사색을 즐길 줄 알고 사랑을 하는 방법을 아는 인물이다. 작가는 동순의 내면 갈등을 문학적 감수성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시를 인용한다. 감정을 낭비하지 않고, 감정에 인색하지도 않은 모습, 계산하지 않는 솔직함 등이 그 시대 청소년들의 보편적인 모습이라면 그 시대를 살 수 있었던 사람들은 행운이었을 것이다.
어떤 것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지만, 어떤 것은 분명하게 변한다. 변한 것 중에는 참 아쉬운 것들도 많다. 삭막한 입시위주의 교육현실은 그때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하지 않았으면서, 청소년들의 내면은 너무나 많이 달라졌다. 오늘날 청소년들을 잠식하고 있는 MP3, PMP 같은 기계가 동순과 친구들이 옆구리에 끼고 다니던 고전과 시집을 대신한 것은 문명의 발달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로만 보기에는 많은 아쉬움을 준다. 넘칠 정도로 가지고 있는 물질적 풍요로움과는 정반대로 메말라가고 있는 오늘날 청소년들의 감성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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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우리 부모님들의 학생 시절은 어땠을까?하는 궁금증으로 이 책을 폈다. 머저리 클럽이라는 다소 철학적이면서도 웃긴 클럽의 6명은 같은 학교의 동창들이다. 다섯은 원래 친했고, 나중에 핵심멤버가 된 영민이와 친해지면서 머저리 클럽이 되었다.
우리와는 다른, 비록 지저분하고 교복 팔꿈치가 때어 절어 반들거시고 있지만 분방한 자유가 충만해 있었다. 그는 우리와 다른 세계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과일껍질 속에 갇힌 물기 많은 우리는 그 과피를 벗겨버리면 사과처럼 변색해버리고 만다. 그러나 그 녀석은 방금 밀림에서 뛰어나온 것 같은 싱싱한 원시의 냄새를 피우면러 낄낄거리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세계. 유난히 손등에 사마귀를 많이 가지고 있는 영민이는 우리를 사로잡고 만 것이다. ㅡ46 박영민이 엄숙하게 대답했다. "우리는 머저리다. 그것은 변명할 수 없는 사실이다."ㅡ52 전학생인 영민이. 영민이는 화자인 동순이가 보기에 뭔가 자신들과는 달라 보이는 녀석이었고, 실제로도 그랬을 것 같다. 얻어맞기만 하면서도 계속해서 결투를 걸고, 비열한 것을 잘 보지 못하는 모습은 물론이고, 자신들을 머저리라고 명명하는 것에서 그가 비범함을 느꼈다. 솔직히 머저리들은 자신들이 머저리인 줄 모르는 법인데, 그는 자신이 머저리인 줄 알고 그것을 명명했으니 적어도 머저리보단 한 수 위가 아닐까. 뭐 말장난하는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얘, 사랑이라는 것은 털어놓는 것이 아니야. 감싸주고 서로 은밀한 것이 사랑이야."ㅡ111 "내게 얘기를 하고 나면 필시 기분이 공허해질 거야. 사랑 얘기는 그래서 남에게 하지 않는 법이야. 자기 체액으로 녹여야 되거든, 얘, 너 진주가 어떻게 생기는 줄 아니? 진주조개가 따로 있는 게 아냐. 그저 입을 벌려 호흡을 하다가 모래 같은 물건을 마시면 그것을 뱉지 않고 자기 부드러운 속살로 싸서 만든단다. 뱉어버리거나 피해버리면 진주를 잉태할 수 없지. 그리고 아주 오래 수십 년 동안 자기의 채액, 고통, 쓰라림, 아픔으로 그 진주를 녹여. 그러면 찬란한 진주가 생기지."-115-6 보고싶다거나 만나고 싶다는 그런 감정 때문이 아니었다. 무언가에 지고 말았다는 패배감 같은 것이었다. 영민이에게, 아니면 소림이에게 지고 말았다는 열등감 같은 것이 느껴질 때마다 나는 이를 악물고 공부를 했다. 빈 시간이면 책을 읽었다. 닥치는 대로 읽었다. -145 이 소설에는 평범한 '그 시대'의 고등학생들을 보여준다. 조금은 반항적이지만 뭔가 비범한 영민이, 평탄하게 범생이로 살아온 화자 동순이, 그리고 활발한 문수, 유도부로 힘 센 동혁이, 그리고 영구와 철수. 이 악동 여섯은 머저리클럽으로 움직이면서 먹튀하다가 걸려서 부모님을 학교에 오게도 하고, 사랑에 빠져서 평소 안 하던 짓을 감행하기도 한다. 그 시대의 사랑은 뭔가 더 순수한 것만 같다. 현재와 별반다르지 않으면서도 흑백사진을 보는 듯한 순수함이 그 안에 있었다. 사랑이야기와 진주와의 상관관계도 무척 새로웠다. 사랑을, 짝사랑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을 거야. 난 지금 이 순간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할 거야. 난 세월이 지나간다 해도 우리의 일들, 그리고 내가 지금 느끼는 이런 감정 모두를 소중하게 기억하고 있을 테야. 설사 어른들이야 늘, 너희 나이 땐 모른단다, 좀 더 나이를 먹어 봐야 한단다, 그런 말을 하지만 난 우리 때의 이것이 가장 소중한 것으로 믿고 싶어." -149 아아, 나는 어쩌면 시인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바람이 솔잎 사이로 스쳐 지나가면서 부드러운 풀의 노래를 엮어나갈 때 퍼뜩퍼뜩 느껴지는 가슴 벅찬 희열이었다.-163 사랑을 하면 시인이 된다는 말이 있다. 이 소설에서 시인은 동순이다. 책을 읽다보면(조금 과장해서) 내가 소설을 읽는 건가 시집을 읽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동순이가 시를 쓸 뿐 아니라 국내외 시인들을 많이 알고 있어서, 나도 모르는 시들이 많이 나와서 놀랐다. 열여덟살 나이가 갑자기 무서워졌다. 나는 내가 지금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를 생각해보았다. -239 나는 내 자신이 보이지 않는 무위의 시간에서 움썩움썩 자라온 모습을 보았다. 나는 지난 겨울보다 성장했다. 하루하루의 달력을 찢어가며 나는 보이지 않는 눈금 위에서 상승하였다. -272 정말이지 우리는 한눈을 팔 시간조타 박탈당하고 말았던 것이다.-289 우리들의 시대는 가고 있다. 어수선한 발자국을 남기면서 좇기듯이 사라지고 있다.-383 우리는 마치 애어른 같은 모습으로 멍하니 창밖에 내리는, 아니 가슴으로 내리는 비를 쳐다보았다. 이제 조금 있으면 학력고사, 졸업식, 입시, 그러면 우리는 마음대로 다방에 다고, 담배도 피우고, 영화관에도 가는 어른의 시대를 맞이한다. 아아, 우리가 우리 자신의 지나간 과거를 다시 볼 수 있다면. 마치 tv에서 슬로우 비디오로 스쳐 지나가는 순간을 재현시키듯 우리 자신들의 빛나는 과거를 다시 보여줄 수 있다면. -384 열여덟살... 고1에 동순은 영민을 만나며 이야기가 시작되고, 고3 그들이 졸업하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른이 된다는 기대감과 두려움에, 그리고 사라져가는 시간에 두려워하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특히 우리들의 시대가 가고 있다는 말에 안타까움 조금과 어이없음 조금이 생겼다. 정말 애어른인 것 같다. 겨우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그들의 기대가 가버렸다면, 앞으로 대학생, 직장인.. 퇴직자들은 어쩌란 말인가. 그런데 한 편으로 우리의 모두의 시대가 하루하루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시대가, 우리의 시간이... 오늘도 가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가는 길을 깨끗이 돌아보아야 한다. 이사를 가면서 살던 집을 청소해주어야 하듯 우리는 떠나갈 때 앉은 자리를 돌아보아야 한다. 혹 떨어뜨린 것이 없는지, 인사는 빼놓지 않고 드렸는지, 돌아보고 그리고 우리는 깨끗하게 떠나야 한다. -404
그래, 좋은 친구가 되고말고. 우리의 시대에 우리가 만났던 손꼽아 몇 명 안 되는 우리의 친구들. 그 모두에게 좋은 친구가 되고 말고. -435 읽으면서 내 추억 아닌 추억을 맛봤다. 1988을 보면서 태어나지도 않은 그때를 추억하곤 하는 것과 비슷한 맛이 있었다. 이 책은 응답하라 1970정도랄까? 정말 드라마가 나오면 이런 내용이 나올 것 같다. '나'의 시대가 아니었기에 그 시절이 선명하게 떠오르지는 않지만, 이런 매체들을 통해서 그 추억을 맛 보는 것은 아주 중요한 것 같다. 적어도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통로가 또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 추억 아닌 추억을 들여다 보면서 어느새 나도 그들과 하나됨을 느꼈다. 40년 전에도 오늘에도 우리는 우리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고, 그 모습은 조금은 다르긴 해도 다 똑같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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