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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과학사개론> 교수님은 코페르니쿠스, 튀코 브라헤, 케플러, 갈릴레오 갈릴레이, 뉴턴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발견에 대해 강의했다. 별로 성실한 대학생이 아니었지만, 그 당시 내 노트에 그 강의가 꽤 일목요연하게 적혀 있었던 기억이 지금도 난다. 그래서 지금도 과학사란, 바로 그 17세기 과학 혁명을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양대에서 과학사를 가르치는 남영 교수의 강의를 책으로 엮은(물론
강의와 책은 차원이 다르다) 『태양을 멈춘 사람들』은 바로 그 내용이다. 대학 시절
이후로도 그 과학 혁명의 본류에 대한 내용은 적잖이 읽어 왔기 때문에 낯선 내용이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의 차이가 현대 과학의 서로 다른 전통으로 이어져 오는 내력(베이컨과 데카르트가 근대 과학, 나아가 현대 과학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포함하여), 코페르니쿠스가
어떤 인물이었으며, 그가 어떤 의미로 지동설을 주창했는지, 튀고
브라헤와 케플러가 어떻게 만나서 과학 혁명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되었는지, 갈릴레오가 서양 과학사에서
갖는 의미, 특히 종교 재판이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이었는지, 뉴턴의
업적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 등등. 정리된 논의로서도, 혹은
단편적인 내용으로도 꽤나 많이 접했었다. 여기의 좀 독특한 내용도, 특히
그들의 인간적인 단점 등도 여기서 처음 읽는 게 아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이 책은 꽤나 흥미진진하다. 사실 잘만 쓰면 태양이 멈출
것인지, 지구가 멈출 것인지의 대립적인 주장을 대비시키면서 과학의 전개 과정을 서술하는 것 자체만으로
흥미를 가져올 수 있다. 그 과정 자체가 엎치락뒤치락 하는 흥미로운 과정이며, 그 혁명에 참여한 과학자들(과학자라는 말조차 없었던 시절을 포함하지만)의 개인사까지 포함하면 더욱 흥미진진한 이야기거리가 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책의 재미를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것은 아마도 그의 육성을 포함한 글의 문체 때문인
것 같다. 저자 스스로 적지 않은 기간 동안의 집필 시간 때문에 문체가 간간이 다른 느낌을 갖는다고
실토하고 있는데, 실제로 그렇다. 그런데, 그 느낌이 강의에서도 그렇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그러니까 어떤
강의는 지겹고, 어떤 강의는 매우 재밌고 하는 느낌), 그가
신나서 쓴 것 같은 부분에서도 함께 흥분되는 기분도 든다. 그러니까 저자와 함께 호흡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뒷부분의 뉴턴주의에 대한 반기를 들었다는 (낭만주의 비판가들인) 루소, 칸트, 괴테 같은 인물은 좀 사족 같은 느낌이 들긴 한다. 그들을 과학사에 편입시키는 것은 꽤나 신선하기는 하지만, 그들의
비판이 과학적이었다고는 보기 힘들다. 오히려 뉴턴주의를 극복한 아인슈타인에 대한 부분이 좀더 포함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갖지만, 강의자, 혹은 저자의 선택이니
어쩔 수는 없다.
그래도 재미있는, 그리고 수준 높은, 그래서 좋은 과학사 개론서를 읽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