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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모든 점서(占書)는 심오한 진리와 신묘(神妙)한 적중률에 기대하는 바 크다. 또 그런 것을 자랑삼아 자신이 만든 책이 가장 훌륭하다고 설파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살이가 그렇듯 신뢰성에 많은 문제가 발생할 때도 있다.
사람들은 스스로의 정성에 기대어 점괘를 뽑아 자신의 앞날이나 타인의 미래를 점지해준다. 그런 점서의 대표적인 학문이 주역(周易)이다. 오늘날 너나없이 많은 이들이 주역의 경구와 괘사를 해석하고 현대에 맞게 변형시켜 내 놓는다. 주역을 철학적 관점에서 내 놓거나 점학적 관점에서 바라보거나 관계없이 누구든지 최고의 동양 서적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주역을 변형시켜 여러 가지 점학적 기능을 강화시킨 서책들과 문파들은 많이 있다. 이름하여 하락이수(河洛理數), 매화역수(梅花易數), 황극경세(皇極經世), 육효점(六爻占), 주역점(周易占), 철판신수(鐵板身數), 초씨역림(焦氏易林) 등등…….
여기 소개하는 초씨역림은 중국 전한시대(前漢時代)의 말기, 왕망(王莽)이 황위를 찬탈하고 신(新)을 건국하던 시절(왕망은 한나라 말기, 9세에 황제로 등극한 평제(平帝)를 대신해 섭정하다가 평제가 14세 되던 해에 독살시키고 한(漢)을 멸망시킨 다음 국호를 신(新)이라 칭하고 건국하였으나 겨우 15년 만에 망해 버렸다.), 지방정부의 지역 수장이었던 초연수(焦延壽)라는 사람이 지었다고 전해진다.
이 책은 주역 64괘를 64변으로 나누어 총 4,096수의 괘사를 형성하여 풀이되었다. 이르기를 괘사는 간단하면서 명확하였고 주옥같은 문자로 운(韻)을 붙여 싯구처럼 아름다웠는데 그 정확도가 무릎을 치게 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 책의 특장점은 주역이론에 밝지 않은 초보자라도 조금만 신경 써서 대정수를 구하고 괘를 얻는 방법을 알게 된다면 해당 괘(卦)에 나타난 해설로서 구하고자 하는 목적의 답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있다. 이미 상세하게 해설한 대목을 찾아 그 길흉을 읽으면 된다는 얘긴데…….
복잡다단한 현대생활인들이 초씨역림을 발판삼아 점괘를 낸다면 과연 어느 정도의 정확성을 가지게 될까? 책에 나와 있는 대로 뛰어난 적중률의 점괘를 얻을 수 있을까? 결론을 말한다면 아니다 라고 내 경험을 얘기할 수 있다. 이 책을 구입한 뒤 몇 번이나 험난하고 운명적인 일들을 맞아 나름대로 정성을 들이고 점을 쳤으나 괘사의 내용과 현실은 전혀 틀리게 일어났다. 또한 그것의 길흉을 떠나 실제적인 다음 행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헛갈리는 부분이 많았다. 차라리 육효점의 진수인 야학노인의 증산복역(增刪卜易)이나 대산선생의 주역점서가 내게는 훨씬 친숙하고 알기 쉽게 다가왔다. 책에 들인 정성에 비하면 값은 그런대로 알맞은 것 같지만……. (역학계의 썪어 빠진 행태가 바로 대단치도 않는 서적을 비싼 값만 불러 독자들의 호주머니를 헐렁하게 만드는 가당찮은 짓거리들이다.)
이름난 역술인들 중 자평(子平)을 주로하고 초씨역림으로 해당사안에 대해 나름대로 대강(大綱)을 잡는 방법을 쓴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고 실제로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있지만 그들은 대개 한자로 된 초씨역림을 들고 자신만의 독특한 해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한글로 해석된 글귀를 바탕으로 일반인들이 실제 점을 쳤을 때 해당 괘사의 대단한 적중률은 안타깝게도 내 경우엔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을 지은 저자들을 신뢰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역서(易書)를 제대로 해석하고 애독자들의 입맛에 맞게끔 내 놓는다는 것이 어렵다는 얘기다. 어쨌든 역학에 관심 있는 마니아 계층에서는 한번 쯤 소장할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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