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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전해오는 레서피 책은 얼마나 남아 있을까. 그것이 궁금했다. 미리보기를 했는데 첫 챕터의 제목이 <선비, 셰프가 되다>였다. 그 다음에 머리속으로 상상된 것은, 부엌에 나가 직접 칼질을 하고 요리를 만들어 내는 우아한 선비의 모습이었다. 멋지다. 멋질 듯하다. 하지만 거기까지. 500년 조선을 뿌리깊게 지배하던 유교라는 가치는 후세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지 못한다. 유교 사상은 어째서, 체통 있는 남자에게 한 몸 움직이기 위한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어 먹는 일을 금기시했을까. 첫 장에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요리가 남성의 전문 영역이어서 남자는 아예 부엌을 드나들지도 못하게 하는 가정이 많았다고 적고 있다. 사실 남존여비가 과연 진짜 유교사상인지 나로서는 알 길도 없다. 그러니 유교는 그만 까도록 하고, 경험을 돌이켜 보자면 확실히 내 아버지가 가스불을 켜고 스스로 무엇인가를 만들어 드신 적은 없다. 내 남편은 부엌살림을 장악했다. 내 아들은 자기가 먹을 건 알아서 먹긴 하지만, 내가 있을 땐 나를 만족시키기 위해 내가 만들어주는 걸 맛있게 먹어준다. 내 아버지가 부엌에 안들어간 게 남존여비 사상의 잔재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집안에 할머니와 엄마가 부엌 살림이라는 역할분담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들어가서 무언가를 할 엄두를 못내셨는지는 결론내릴 수 없다. 어쨌거나 유교의 영향을 받은 500년 조선동안 유교 사회에서 부엌은 여자의 영역이었을 거라는 생각인데, 그렇다면 결혼하지 않은 남자들이나, 혹은 노비들도 부엌 살림을 하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면 여자 가족이 없으면 굶어죽었겠네. 그런데 조선시대 조리서는 절반은 남자가 썼다(p13)고 한다. <산가요록>, <수운 잡방>, <도문대작>, <음식디미방>, <규합총서> <시의전서> 등이 그것이다. 사실 책에서 내가 기대한 것은 이 미리보기 페이지에 나온 조선시대 기록들을 추적하며, 실제로 우리에게 남아있는 음식문화와 조리법등을 비교하며 어떤 요리와 기원을 찾아가는 것이었는데, 조선시대 조리법에 대한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조리서에 대한 내용 보다도 누가 썼느냐는 것과 그 책을 지은 사람들의 가문에 대한 것이 많다. 책의 내용에 밀착되었다기 보다는 간략한 소개에 그치는 점이 아쉬웠다. 대신 전체적인 내용은 한국을 대표하는 종가집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전통 음식에 대한 소개와, 그 종가집 가문에 대한 소개다. 먹치례와 술치례로 나뉘어져 있고, 각 종가집들이 제사 혹은 손님 접대 등을 위해 대물림하여 고유한 조리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대표 음식들을 취재 형식으로 다룬다. 먹치례로는 각종 장류와 국수류, 제사상, 죽, 떡 등 여러가지 먹거리가 소개되고 있는데 음식에 대해 다룬다기 보다는 그 음식이라는 무형의 문화를 지키고 있는 각 종가를 방문하여 가문의 내력과 가치관 종택을 비롯하여 고택의 내력 등을 상세하게 적고 그 종가집 대표 음식 한두 가지씩을 대략의 조리법과 재료 등과 함께 소개하고, 사진으로 구미를 돋구는 형식이다. 체계적인 조리과정을 설명한다기 보다는 그런 음식이 있다는 것을 소개하는 형식이다. 1/3 가량은 가양주 담그는 법에 대한 내용인데. 음식 보다는 오히려 술담그는 내용이 흥미로왔다. 막걸리나 잘해봐야 안동 소주 수준에서만 전통주를 알고 있었는데, 책을 통해 여러 집안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전해 내려오는 전통주들과 그 재료들, 그리고 빚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무형 문화재로 지정된 하향주는 양주방, 규곤시의 방, 음식디미방, 규합총서, 산림경제, 고사 촬요, 주방문, 역주방문 등 수많은 조리서에서 언급되는데, 찹쌀로 빚어, 인동초, 들국화 달인 물을 부워 발효시킨다(p283)는 천하 명주다. 백일주는 100일간 발효시키기 때문에 백일주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낮은 온도에서 백일을 발효시키기 위해 겨울에 빚었고, 여러 지역 종가에서빚어왔는데 여기서는 계룡 백일주를 소개한다. 멥쌀로 담근 밑술과 찹쌀로 고두밥을 쪄서 말린 후 재래종 국화와 진달래꽃 오미자 열매 솔잎을 재료로 섞는 덧술, 이후 2개월 이상 발효시키는 과정을 거쳐 다시 저온 숙성 시키는데, 상품화되어 대량 생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지역마다 가문마다 좋은 전통주가 많았는데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모두 단절됐습니다. 그래서 좋은 누룩도 술도 식초도 사라져갔지요(p287). 식민지배가 앗아간 것들 중에는 복구 불가능한 것들이 많다. 프랑스나 유럽의 와인과 맥주가 지역마다 특색있는 것들을 생산하고 잘 길들여 맛있는 술을 만들어내는 효모들을 보존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고유한 술을 잘 보존했다면 좋았을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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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
보양식의 최고봉, 안동 간재종가의 흑염소찜 VS 개고기찜!! 간재 변중일선생 종가의 열친회 모임. 매년 여름 8월 15일을 전후한 주말에 모여 여름철 보양식으로 개나 염소를 잡아 찜요리를 한다고 한다.(208~9면) 개고기찜, 수육은 푹 삶아서 부추랑 함께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우리의 전통 보양식 개고기찜은 먹어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시와 어우러지는 주안상, 경주 회재 종가의 가양주 조상을 받들고 손님을 잘 대접하는 봉제사접빈객은 종가의 대표적 덕목이다. 이 봉제사접빈객에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술이다. 그리고 당연히 그 술은 종가에서 직접 담고 빚은 가양주를 사용했다. 특히 조상 제사상에 올리는 제주(祭酒)는 각별한 정성을 다해 빚었다. 해서 종가마다 가양주가 있고, 술맛과 안주는 가문 안주인의 자존심과 품격을 드러내는 요소 중의 하나였다. 국화와 솔잎으로 담그는 회재 종가의 가양주, 그 맛은 과연 어떨까?(254~8면)
온갖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명동이나 이태원으로 가보면, 어느 나라 말인지도 아리송한 가게 상호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으며, 그 중에 한 음식점으로 들어가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메뉴를 볼라치면 난감할 때가 많다. 온갖 정체 모를 음식들이 희한한 이름으로 메뉴판에 가득해서 메뉴판을 보면서도 도대체 뭐가 뭔지 몰라, 어떻게 주문을 해야 할지 결국에는 종업원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경우도 있다. 지구촌 곳곳이 글로벌화, 세계화되어 가면서 패션과 음식이 제일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주요 도시 시내 거리를 둘러보면 대번에 알 수 있다. 좋은 현상인지, 나쁜 현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편으론 다른 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들이 우리나라 사람의 체질, 건강에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먹으면서도 일단 맛은 있으니, 입은 즐거울 지는 몰라도 우리 몸에는 과연 어떨지 모르겠다. 매주 목요일에 방송되는 <한국인의 밥상>이란 프로를 즐겨본다. 이 프로를 보고 있으면, 대한민국 각 지역별 우리 고유의, 전통의 음식들이 집안 대대로 전수되어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걸 보고는 큰 감동을 받게 된다. 앞서의 언급처럼 지금 현재도 도심 곳곳의 음식점에 가보면, 퓨전이라는 명목 하에 정말 희안하게 변질된 국적 불명의 음식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정작 우리 고유의 건강한 음식들은 외면을 받고, 조상 대대로 전해져오던 전통 음식들은 소외 받으며 점차 그 설 자리를 잃고 사라져 가고 있다. 지금 조상의 차례를 지내는 제사상에는 삶은 통닭이 튀김 옷을 입은 치킨으로 바뀐 지 이미 오래되었고, 수박이나 배 대신 바나나, 파인애플 등의 서양 과일들이 그 자리를 떡 하니 차지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떡 대신 피자가 올라가는 제사상도 있다고 한다. 이 문화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건강한 먹거리가 실종된 시대, 우리 조상들이 즐겨 먹던 건강한 음식이 점차 그리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전통 가옥의 모습을 그나마 잘 보존하고 있는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2010년 8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 배경에는 전통문화를 보호하고 지키고자 애썼던 간재종가와 회재종가처럼 한국의 대표 종가들이 있었다. 종가의 대표적 문화인 봉제사접빈객을 위해 술과 음식을 정성껏 마련하고 준비하던 음식 문화 또한 우리가 지키고 보존해야 할 소중한 유산이 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하지가 않은 듯 하다. 생활환경의 변화, 지나친 편리 등의 추구로 전통과 단절되면서 음식 문화를 이어 오던 종가집의 종부들이 대부분 별세하거나 너무 연로해서 전통 음식을 만들 수 없는데도, 후계자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왕족 며느리가 전수한 궁중 음식, 문어수란채국과 교동방문주 손성증종가로 시집온 전주 이씨 가문의 왕족이 전수한 요리가 문어수란채국인데, 문어와 수란이 들어간 찬 전채 요리로, 수란이란 물속에서 살짝 익힌 달걀을 말한다. 문어수란채국은 시원하게 먹는 여름 음식으로 식초의 시큼함과 약간의 단맛, 부드러운 달걀 맛과 문어의 씹는 맛이 어우러진 밀성 손씨 집안의 대표적인 입맛 돋우는 음식이다.(135면), 교동방문주는 찹쌀과 누룩만으로 빚은 황금주로 손성증종가에서 대대로 빚어온 가양주이다. 가양주를 만드는 방식이 참으로 신기하다. 찹쌀과 밀 누룩, 물만으로 알코올 10~16도의 황금빛 술이 만들어진다고 하니, 그 맛이 무척이나 궁금하며, 한편으로 입으로 그 맛을 볼 수 없다는 점이 슬프다.(138면)
바둑 미생을 위한 간편식, 함양 노참판댁 사초국수, 노근영은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시절, 바둑으로 국민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후련하게 해 준 인물이다. 부잣집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 한학을 공부했으며, 성품이 어질고……손님상 외에는 소박한 음식을 즐겼다. 성품 그대로 화려한 상차림은 멀리하고, 찬이 많이 올라오면 야단을 치기도 했다. 3첩 이상은 올리지 못하게 했으며 평상시에는 청국장이나 된장찌개, 겨울에는 무국이나 시래기국을 즐겼다.(181면)
<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는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는 종가 음식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선시대 음식과 그 음식을 만들었던 사람들, 문학 작품과 관련된 음식 유래 이야기, 역사 인물과 관련된 음식 이야기 등등 아주 흥미로운 내용들이 가득 담겨져 있다. 이제 며칠 뒷면,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야 할 추석 명절이 다가오는데 <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를 통해 우리 고유의 건강한 음식들을 되돌아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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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 (담앤북스)
종가에서 시어머니로부터 며느리에게 내려오는 음식은 그 집안의 전통음식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음식문화유산으로도 귀중한 자료가 된다. <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은 25 종가의 먹치레와 18 종가의 술치레로 엮은 책으로, 단순히 종가의 음식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만 기술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종가의 인물이나 종가의 특징이 사진과 함께 잘 묘사되어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종가의 귀한 음식 사진을 보니 군침이 돌았다. 이 책의 저자인 김봉규님이 영남일보 기자출신이기에 팩트있게 책을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주로 종가의 음식들은 주로 제사 음식일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를 읽고 나니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제사가 끝나면 제사에 참석한 집안사람들만 제사음식을 음복하는 줄 알았는데, 종가의 제사가 끝나면 마을 사람들 전체가 나눠먹었다고 하니 종가의 후한 인심을 엿볼 수 있었다. 논산의 백일헌종가는 한국전쟁 전까지만 해도 천 석 이상의 벼농사를 지었는데, 종가에서 타작을 하고 난 다음, 마을 사람들이 이미 타작을 한 종가의 볏단을 다시 털었는데 한 볏단을 털면 나락이 열가마니 이상 나왔다고 한다. 이는 종가 어른들이 일부러 벼 이삭을 완전히 털지 않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본문 87쪽). 제사를 지내고 난 음식을 마을 사람들과 함께 효율적으로 나눠 먹는 방법으로 탄생한 것이 논산 백일헌종가의 국말이라고 한다. 밥 위에 고사리, 콩나물, 시금치, 숙주 등 나물을 얹은 후, 쇠고기, 마늘, 무, 대파, 다시마를 넣어 끓인 쇠고기국을 부어 완성하는 국말이를 나눠 먹을 때는 동네 잔치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배고픈 사람은 누구든지 종가의 쌀을 퍼 갈 수 있도록 쌀 두 가마니가 들어가는 큰 뒤주에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문구를 써서 누구라도 그 날 필요한 만큼의 쌀을 가져가게 했고, 매일같이 다시 쌀을 가득 채워놓았다고 한다. 구례 류이주종가의 넉넉한 인심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천연방부제인 망개잎사귀에 싸서 보따리에 품고 독립운동가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는 망개떡에서도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다.
친정 동네인 거창의 부각 이야기가 나와 흥미로움을 더할 수 있었다. 어릴 때 다시마부각, 깻잎부각, 감자부각 등등 찹쌀풀을 입힌 부각을 참 많이도 먹었었다. 지금도 가끔 그 맛이 생각나서 마트에서 사 먹기도 하는데, 갓 튀겨낸 바삭바삭한 맛이 안나서 안타까웠다.
서양의 샌드위치 백작이 개발한 음식이 샌드위치라면, 함양 노참판댁은 사초국수가 있다. 영국 켄트 주 샌드위치가의 백작인 존 몬터큐는 밤새 카드게임을 하며 식사시간을 놓쳤고, 얇게 썬 빵 사이에 차가운 쇠고기 로스트비프 를 끼워 넣어 간편하게 만들어 먹던 것이 유래가 되어 샌드위치가 탄생하였다. 함양 노참판댁 고가에서 조선 말기 우리나라 바둑계의 1인자였던 노근영이 태어났는데, 집주인이 바둑고수이다 보니 바둑고수들의 방문이 끊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전국 각지에서 찾아드는 손님들에게 대접하던 음식이 바로 소박한 국수가 사초국수인데, 닭이나 멸치로 육수를 만들고 봄에는 부추, 여름에는 호박으로 푸른색을 내고, 볶음 쇠고기, 황백지단, 석이버섯을 올려 만들었다고 한다. 또 항시 찾아오는 손님을 대비해서 우물에 여려 개의 통을 넣어 식혜, 열무김치 등을 시원하게 보관하여 신선한 음식을 내 놓았다고 한다.
종가의 음식은 손이 많이 가서 복잡한 음식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논산 명재종가의 윤증은 허례허식을 배격하고 검소함을 강조하신 분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제사상에 떡을 올려 낭비하지 말 것이며, 일거리가 많고 화려한 유밀과나 기름이 들어가는 전도 올리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본문 82쪽). 그래서 명재종가의 제사상은 다른 양반가의 제사상에 비해 상당히 작은 크기인 90 X 60 cm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가를 지키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다. 수많은 제사를 모셔야 하는 것 자체도 큰 부담일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명문집안의 전통을 이어온 종가 며느리들에게 한없는 경의를 표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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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그 당시 삶을 재구성해 그 시대를 살아보는 컨셉의 렛츠고 시간탐험대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 프로그램 속 한 에피소드에는 조선시대 사람이 먹었던 음식 레시피로 출연자들이 만들어 완성된 음식의 맛을 보는데 정말 맛있다고 감탄을 하던 장면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 입맛이 변했고 음식도 변했을텐데 조상님들의 즐겨먹었던 음식이 현대인의 입맛에도 맛있다고 느끼는 그 단순한 장면에서 정체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보았던 그 프로그램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이 책은 과거의 맛을 간직하고 전승하고 있는 종갓집의 맛을 찾아 음식여행을 한다. 여러 종갓집 음식을 통해서 음식에 깃든 유래나 유명한 일화, 유명한 인물을 만나게된다. 눈으로 보이는 문화재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전통의 가치도 감사하게 되는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 사진을 통해서 만날 수 있는 형형색색의 음식이나 재료뿐 아니라 종갓집의 장독대를 통해서 조상들로부터 이어지는 끈끈한 연을 느낄 수 있다. 음식기행이지만 그 속의 전통의 가치를 이해하게 되고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조상대대로 전해오는 음식을 보존하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서 존경심과 고마움, 미안함과 같은 복합적인 감정이 잔잔하게 느껴진다. "종가의 인물" 이라는 섹션을 통해 음식과 관련된 역사적 인물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인문학적 지식을 얻어가기도 하였다. 음식 속에 깃든 우리의 전통을 통해 나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었고 여러 음식에 담긴 에피소드가 음식의 풍미를 더욱 짙어지게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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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언급한 적이 있다. 현대사회에 있어서 가장 획기적인 독립을 이룬것은 바로 '부엌으로 부터의 독립'이라고. 실제로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조리기구의 발전, 냉동기술의 발달, 즉석 식품의 편리성, 유통구조의 혁신의 힘에 의해서 매우 간편하고 빠른 식사를 할 수 있게 되 었다. 때문에 여인들이 평생을 적으로 싸워왔던 아궁이의 족쇄는 오래전 풀어진지 오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불판'과 싸워왔던 서양과는 달리 동양, 특히 한국의 여인들은 또 하나의 거 대한 적과 싸워야 했는데, 그것은 한식의 본질이 바로 '발효'에 있기 때문이였다. 그래서일까? 저자가 엄지를 척! 하고 올리는 사대부의 밥상, 그 전통의 밥상,술상에서 보여지 는 것은 그야말로 평생의 보살핌이 필요한 다양한 발효식품이다. 간장, 된장과 같은 조미료부 터 독한 주류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오늘날에도 지켜지는 전통의 식문화는 사대부로서의 의무와 자존심, 그리고 독립성과 특수성을 지키려는 사람의 고집에 의해서 지켜지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한반도의 기나긴 역사, 씨족으로서의 의무를 짊어지며 조상을 기리기 위하여 오늘의 정성을 다하는 사람들...허나 그들은 이 개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보면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것으로 보일수도 있겠다. 그야말로 누룩을 지키고, 장독대를 지키고, 술독을 지키며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저자에게 있어, 아니... 그들에게 있어 '그것'은 나름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더라도 계승 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고고한 선비로서, 둘도없는 효자로서, 나라를 위해 헌신한 관리로서, 그리고 불의와 싸우기 위해 희생한 의인으로서, 그들 명문의 조상들은 각각의 사연을 그들의 술과 음식에 녹여냈다. 그렇기에 그들의 음식에는 '이야기' 즉 역사의 흐름이 녹아있다. 게다 가 맛과 효능 또한 훌륭하다! 천연의 재료로 인간이 직접, 그리고 천천히 만들어낸 그 맛은 오 늘날 많은 사람들이 편리성과 경제성을 추구하며 내려놓았던 과거의 장점을 충분히 살린 살아 있는 맛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이 책에 소개된 많은 명문가의 전통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발전되기 를 소망한다. 허나 오늘날 그 전통을 지키는 사람들의 연령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 일부 상업 화에 뛰어들어 '성공'을 이룬 일부 사대부집안에 비해서, 나머지는 계속하여 쇠락하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의 미래가 그들에게 있어, 장점보다 크나큰 시련으로 다가 올 것이라는 것을 쉽게 상상하게 한다. 과연 이대로 전통은 사라지고 마는 것일까? 앞으로 머나먼 미래, 부디 이 책 의 전통이 글로서만 남아있는 죽은 이야기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여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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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음식 문화의 두 줄기는 궁궐 음식과 종가 음식으로 양분된다. 그러나 일반 대중들은 이 두 줄기의 전통 음식을 상세히 접할 기회가 매우 적은 편이다. 대개는 대중문화를 통해서 접하는 경우가 많은데, 궁궐 음식의 경우는 주로 드라마 「대장금」을 통해서, 그리고 종가 음식은 명절 특집으로 편성된 다큐물을 통해서 접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만약 우리 전통 음식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반가워할 만한 교양서가 편찬되었다. 바로 기자 출신의 김봉규가 발품을 팔아 정리한 『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담앤북스, 2016)다. 이 책은 조선 시대 종가에만 전해 내려오는 고유의 음식과 술을 정리한 책이다. 주로 종가의 음식과 술의 유래와 역사 그리고 종가 음식에 담긴 사연과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내용은 크게 '먹치례'와 '술치례' 두 범주로 나누어, 전국 종가 43곳의 전통 음식과 전통 술을 다루고 있다. 예컨대 대표적인 양반 마을인 '안동'만을 본다면, 계암종가, 서애종가, 학봉종가, 간재종가, 정재종가, 청계종가 총 여섯 가문이 소개되고 있다. 먹치례로는 탕류와 장류, 국수류, 제사상, 죽, 떡 등을 소개하고, 유명한 종가의 인물에 대한 내력을 간추려 소개하고 있다. 술치례는 주로 가양주 담그는 법에 대한 내용으로, 송화주, 호산춘, 연엽주, 이화주, 하향주, 백일주, 소곡주 같은 전통주들과 그 재료들 그리고 빚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성리학을 공부한 선비들은 의식주에서 중용을 추구했기에 벽에 치우친, 즉 오늘날 말하는 '덕후'에 가까운 기질은 손가락질과 조롱을 받기 십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음식과 술에 관심이 많아 요리서를 펴낸 '참한 선비들'이 있다. 예컨대 음식 조리서인『수운잡방』을 쓴 안동 광산 김씨 가문의 선비 탁청정 김유와 그 손자 계암 김령이 대표적이다. 상편은 할아버지인 김유가 하편은 손자인 김령이 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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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책이였어요. 책에 소개되는 음식들이 다 먹어보고 싶을정도로 정갈하고 맛있어보였어요. 음식하나를 만드는데도 이렇게 정성을 쏟고 깊은 역사를 담는다는 것이 너무 흥미로웠습니다. 읽는 내내 우리 선조들은 음식하나를 만들어도 그 안에 정을 담는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과정부터 결과까지, 예를들어 힘들길을 걸어 집에 방문한 사람들에게는 피로회복에 좋은 녹두를 대접한다 것 등. 한반도 각지에 많은 술들이 있었지만 일제강점기때 많은 전통주들이 사라졌고, 지금 현대인들에게는 많이 잊혀졌다는 것이 좀 쓸쓸하다고 느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전통주의 종류가 많은 것을 모르고, 가문마다 특색을 살려 빚어내는 술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것 같습니다. 저 또한 역사를 전공해 우리나라의 전통술의 종류가 많으며, 이것들이 시대에 걸쳐 잘 발달해오다가 일제강점기때 많이 사라졌다는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책에서 소개하는것과 같이 이렇게 구체적으로 어느 가문이 어떤술로 유명한지 까지는 몰라서 학교에서 토론할때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지 못했는데 이책을 읽음으로써 많이 도움을 받은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책이였고, 오랜만에 웃으면서 책을 볼수있어서 좋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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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전통 명문가의 집밥, 집술 이야기. 이 책에서는 종가집 종손들이 옛 선조들로 부터 이어온 제사에 올려지는 음식들과 제사에 올리기 위해 가정에서 빚었던 술을 소개하고 있다. 어느 집안에서 어떤 인물의 제사를 지내는가에 대한 것과 거기에 얽힌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어떻게 술을 빚고 어떤 제사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가 하는 레시피를 공개하는 것은 아니다. 주로 그 종가들의 조상들의 이야기와 그 종가만의 독특한 제사 음식, 술에 대한 것들을 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분명 가정에서 요리하고 준비하는 이들은 여성인데 드러나는 것은 남성들이다. 요즘처럼 쿡방이 대세인 세대에 주목받는 많은 이들이 남성이다. 유명한 호텔이나 음식점의 대표 요리사들은 거의 남성이다. 이 책에서도 요리책을 남기는 이들이 선비다. 왜? 지금과는 시대적으로 달랐던 옛 조상시대는 여성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공부를 해도 책을 써도 그것은 남성의 몫이었다. 드물게 여성 화가나 문인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전해오지만 그건 정말 일부분의 일이다. 그렇게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드러나서는 안되고 하던 안채에 머물며 집안 살림에만 신경써야 했던 여성들이었기에 대외적으로 이름을 드러냈던 신사임당이 특별하게 인식되고 높이 평가되는 이유일것 같다. 종가집별로 가정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온 방식으로 빚은 술들이 너무나 맛있다고 쓰여 있는데 어떤 맛일지 참 궁금하다. 그저 종가로만 이어오고 세상에 내놓은 술이 아니어서 조금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가 흔하게 알고있는 제사상에 올려지는 음식들 보다는 그 종가만의 음식들이 소개되다 보니 신기한 것들도 꽤 보인다. 지역적 특성에 맞는 특산품에 의한 음식들도 있고 임금님이 궁에서 하사했던 간식중 특히 좋아해서 사후에 제사상에 올려진 음식도 있고 종가집으로 시집온 공주에 의해 궁중요리에 접목되어 가족간의 화합을 상징하는 떡에 대한 것도 있고 들어보지도 못했던 떡 이름들과 모양이 신기하다. 여러 사진들을 통해 그저 글로만 내용을 보는 것이 아닌 생생한 느낌을 받게 되어 맛은 궁금하지만 모양은 제대로 볼수 있다. 뒷쪽에는 술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은데 술을 즐기지는 않지만 한번쯤 맛보고 싶게 하는 궁금증을 더한다. 날 고기를 켜켜이 쌓아 올리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고 종가의 시조는 보통 불천위에 오른다는데 일반적인 제사를 지내는 조상들 외에 언제나 빠짐없이 제사의 대상이 된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종손들은 이렇게 엄청난 역할을 오랜세월 이어오고 있으니 참 대단하다. 이후에 종손의 역할을 해야 할 차종손이 그 명맥을 이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요즘처럼 현대화를 살아가는 젊은 이들이 과연 그 역할을 흔쾌히 이어갈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용중에도 이미 꽤 연세가 놓은 종손들이 있는 곳들이 있던데 차종손에 대한 언급이 없기도 하다. 이어갈 차종손이 없는 경우 다른 후손들의 가정에서 종손가로 양자들이는 경우도 그래서일 것이다. 남성이 집안에 내려오는 요리들과 술에 대해 정리해 책을 내놓고 그것이 후대에 귀한 자료가 되고 있는 것처럼 우리의 것들이 그저 손에서 손으로 전승만 되지 말고 정확한 고증으로 자료화 되어 이어졌으면 좋겠다. 미래에는 과연 이런 종손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지속될지 모르겠지만 ... 우리의 문화속 한 모습인데 세상이 빠르게 변화고 너무나 급변하고 현대화 되면 옛것들이 무수히 사라지고 있어 이 책속에서 만난 음식들, 술, 문화들이 내게도 생소해서 살짝 걱정스럽기도 하다. 요리와 술에 대한 것뿐 아니라 그 집안의 건물, 주변의 나무나 조상 인물들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같이 만날 수 있어 더 좋았다. 친구가 우리의 전통막걸리들을 배워서 만들고 있는데 이 책에서 소개된 술들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하겠다 싶다. 물론 그 맛에 대해서는 더욱더... 나도 그렇다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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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티브이를 보면 이름난 가문의 종가의 고택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다음 장면은 대부분 그 종가 고택의 종부가 정말이지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 내는 그 종가만의 진수성찬이 등장하기도 한다 종가의 음식은 종부에서 종부로 이어지는 그 가문의 역사이기도 한 거 같다 종가의 음식하면 종부가 아니 종부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의 첫 시작은 할아버지와 손자가 나눠 쓴 "수운집방"이라는 책이다
정말 의외이다 양반가의 남자라면 부엌에도 출입하지 않는다고 하는 이 명문가의 종손들이 음식에 대한 책을 만들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종가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기와지붕과 으리으리한 장독대가 가득한 고택이고 그다음이 수많은 제사들일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음식들 중 대다수가 제사상에 올라가는 음식이라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종가의 주요 임무이기도 한 제사는 불천위 제사를 포함한 조상들을 모시는 것이기도 하지만 제사를 끝난 후 음복을 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정이기도 하다 이 책의 뒤편에 등장하는 술들 또한 대부분이 제사에 울리기 위한 제주들이 대부분인 거 같다 종가의 특성상 손님들이 많이 오니 그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한 다과성이나 술상에 올라가는 음식들 또한 발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해남의 윤씨 고택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정약용이 윤두서의 외손자라는 것은 처음 알았다 그 지방에서 나는 다양한 농축산물이나 생선 등의 어류들을 활용한 다양한 음식들을 지금까지 전수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일반적인 음식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일반적이지 않은 독특한 음식들이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요즘은 여러 종가에서 그들만의 음식이나 술을 특허화해서 상품으로 나와있어 구매가 가능하니 종가의 전통음식과 술들을 맛볼 수 있으니 경제적으로 힘든 종가에게도 도움이 되고 종가의 음식을 여러 사람들이 즐길 수 있으니 더욱 좋은 거 같다 단순히 종가의 음식과 술을 옛날 방식 그대로 보존하고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대인의 입맛에 맞추어 변화를 주기도 하고 또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입맛에도 맞게 개발하여 한국 음식의 위상을 높이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밥 종류보다 떡이나 다과 등의 디저트류와 다양한 한방재료가 포함되어 건강에도 좋을 거 같은 전통술들은 꼭 한번 기회가 된다면 맛보고 싶어진다 [이 글은 해당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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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 김봉규 글·사진│담앤북스 刊
우리네 역사를 들여다보는 방법도 참 다양하다. 이참에는 유서깊은 종갓집의 내림 음식
가양주는 종가의 자부심과 유아독존이다. 문경 장수 황씨 종가의 호산춘 壺山春을 레이
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는 제목대로 대대로 이어져오는 레시피는 종가 음식과
일독 후 한 때 매스컴을 통해 알게 된 전통주를 중히 알고 애음하며 젯상에 올렸던 것이
저자가 기왕의 '현판기행'에서 고개를 들면 역사가 보이듯, 마시고 먹어봤으면 좋은 책也.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