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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죽이기(2016.08.01. 책읽는섬)』를 처음 보았을 때 「노인과 바다」로 유명한 미국 태생의 문학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떠올랐다. 하지만 제목에 들어가 있는 ‘헤밍웨이’가 유명한 작가 헤밍웨이를 지칭하는 건 아닐 터. 이 책의 정체가 뭘까 궁금해서 원제를 찾아보았더니 『Masterpieces of Mystery』란다. ‘노벨문학상, 퓰리처상 작가 12인의 미스터리 걸작선’이란 부제가 붙어있어서 차례를 살펴보니 12인의 작가 중 아서 밀러, 윌리엄 포크너, 버트런드 러셀만 익숙하고 나머지 작가는 낯설다. 그런데 갑자기 궁금증이 일었다. 버트런드 러셀의 미스터리는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조합이었기 때문. 버트런드 러셀의 미스터리 「미스X의 시련」을 읽을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헤밍웨이 죽이기』를 읽을 이유는 충분해보였다.
버트런드 러셀의 「미스X의 시련」은 ‘나’의 절친한 지인 ‘N교수’가 그의 성실한 비서 ‘미스X’ 때문에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한 것을 보고 전후사정을 알아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미스X는 N교수의 권유로 ‘코르시카’로 휴가를 떠났는데 2주 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서 돌아왔고, 대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아무리 물어도 입을 다물었지만 그녀의 눈에 깃든 공포는 느낄 수 있었다는 것. 나는 가장 염려하는 훌륭한 친구의 생명을 구하거나 적어도 이유를 알기 위해서(p.282) 코르시카로 직접 떠났고 그곳에서 만난 ‘에르모콜레 공작’으로부터 미스X에게 전하라는 편지 한통을 갖고 영국으로 돌아온다. 미스X는 이 편지는 제가 바라던 집행유예는 아닙니다. 제가 끌어안은 비애의 원인을 제거해주지는 못하지만 비밀의 베일을 벗길 수 있도록 해주는군요(p.289)라고 말한 뒤 코르시카에서 비밀결사대를 목격했던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의 표제작인 「헤밍웨이 죽이기」는 스물일곱 살 된 살인자 ‘헤밍웨이’가 주인공이다. 경찰은 시카노, 달라스, 세기노, 포트웨인, 캔자스시티, 털사 그리고 지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는 이 마을에서 살인을 저지른 남자(p.150) 체스터 헤밍웨이를 체포하기 위해서 변복하고 습격하지만 그는 이미 낌새를 알아차리고 도망친다. 경찰 내부에서는 완벽하다고 자부했던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자 분위기가 침체되는데 습격 중 헤밍웨이의 여자 친구 ‘릴리 드나르도’가 총에 맞아 사망한 게 밝혀지자 더욱 뒤숭숭해진다. 아니나 다를까, 헤밍웨이는 경찰에게 살해당한 연인의 복수를 감행(p.175)하기 시작하고 작전에 참여했던 경찰이 한 명씩 목숨을 잃는다. 그런데 용의주도하게 숨어 다니던 헤밍웨이는 그의 뒤를 쫓던 경찰 ‘닉 글레넌’에게 꼬리를 잡히고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헤밍웨이 죽이기』의 수록작을 읽은 뒤 ‘미스터리’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았다. 12개의 단편이 미스터리 장르에서 묘하게 조금씩 빗겨나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미스테리아> 편집장으로 활동 중인 ‘김용언 님’은 내가 이 책을 읽고 어떤 의문을 품을지 예상했다는 듯 해제에서 미스터리 경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추리, 모험, 범죄가 대표적이었던 고전적 미스터리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이란 의미를 부여하면 『헤밍웨이 죽이기』를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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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크를 뭐라할 수 없다. 나도 리스트에 꽤 강박적인 인간인지라...
엘러리 퀸은 아래의 여러가지 분류를 해서 Masterpieces of Mystey 란 앤솔로지 시리즈를 내놨는데, 이중 The prize winners란 부제를 단 작품집에서 일찌기 199년 제삼기획이란 곳에서, 정성호옮김 김성종추천으로 책이 나온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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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검색되는, [추리특급 (노벨상 수상작가들의 미스테리 걸작선)]이란 제목으로.
(추리단편을 엄청나게 좋아하던 시절에 정말 서점 구석을 다 뒤지고 중고서적 뒤져서 사들였다. 저런 추리단편선들)
아마도, 미리 나온 것은 노벨상 수상작가 위주로, 지금 나온 책은 퓰리처상까지 포함해서. 목차에서 겹치는 작품은, 단편 제목이 다를 뿐이지 (현재 나온 번역서의 제목이 원제까지 포함하고 있으며 더 정확하다. 그렇다고 과거의 번역이 별로인 것은 절대 아니다) 러디아드 키플링, 윌리엄 포크너, 싱클레어 루이스, 버트런드 러셀의 네 작품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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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다가 추리소설의 정통적인 부류로 묶이지는 않는다. 추리소설은 넓게는 범죄소설이고, 또 트릭을 다룬 본격추리물이건, 사회적 이슈를 다룬 사회파 등은 모두 다 기본적으로는 인간과 인간의 심리를 다루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들 대가는 추리적인 요소를 다 갖춰쓰지않았을뿐, 인간과 인간의 심리를 기가막히게 다루고 있다. 게다가, 장편이자 대표작으로 알고있었던 글이나 이미지와 다른 부분까지 느낄 수 있어, 의외의 재미까지 안겨준다.
아쉬운 점은, 과거의 책은 9편이 현재의 책은 12편인데, 4편만 겹친다는거. 이 때문에 편집,구성의 별을 깎은 것은 전혀 아니다.
그나저나, 저 엘러리퀸 앤솔로지 시리즈는 정말로 갖고싶다.
p.s: 다음중 어떤게 더 부드럽게 읽히고 이해가 되시는지? 둘 다 같은 영어문장이다. 일단 읽다가 도저히...하다가 일부만 부분만 옮겼다.
1-a) ...불쌍하다고는 생각하기는 하지만 슬퍼하지는 않는 몇안되는 사람들이 우리들의 삶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않은 한 여인의 새로운 무덤으로부터 멀어지며 떠나갔다. 우리들 중의 몇명은 그녀를 알고 있었으나 보지는 못했으며, 몇명은 보기는 했으나 알지는 못했다....p.86
1-b) ...동정은 하지만 애통해하지 않는 변변찮은 사람들 한 무리가, 고작해야 다른이의 삶에 그만큼의 영향밖에 미칠 수 없을 만큼 작은 존재였던, 그녀를 아는 사람은 그녀를 거의 본 적이 없고, 그녀를 본 적이 없는 사람은 그녀를 잘 알지 못하는 그런 여인의 날무덤을 벗어나 뿔뿔이 흩어졌다...p.65~66
2-a) ..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오래된 첫번째 범죄에 대한 것일세. 시뇨르 카노바의 죽음에 대한 것 말일세. 그는 시뇨르 카노바의 죽음의 목격자가 발견되도록 한걸세. 그래서 좀 더 깊이, 발견되지않도록 숨기지 않았던거지. 누군가가 그 목격자를 발견하는 그 순간 자신은 부자가 될 뿐만 아니라 영원히 자유로워지는 거니까. 8년전에 죽은 시뇨르 카노바로부터뿐만 아니라 조엘 플린트로부터도 자유로워지는 거니까....p.98~99
2-b) ...하지만 대부분 오래된 첫번째 범죄로, 시뇨르 카노바가 저지른 것이지요. 사실 그는 의도적으로 그 목격자가 발견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더 깊이 숨기거나 묻지않았던 겁니다. 누가 그 시체를 발견하지만 하면 그는 즉시, 그리고 영원히 부자일뿐만 아니라 8년전에 죽음으로 그를 배신한 시뇨르 카노바뿐만 아니라 죠엘 플린트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었어요...p.79 (시뇨르 카노바는 죽기만 했지, 뭘 저지른 것은 아니다. 결국 부자가 되는 것은 '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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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으면 좋았을까...?^^ 잭 런던의 <마틴 에덴>을 재미있게 읽었다. <야성의 부름>을 읽을 때도 재미나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러나 작가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이번에 잭 런던의 <마틴 에덴>을 읽으면서..모르고 있었으면 좋았을 '진실' 과 마주했다. 진실은 불편하다... 그러나 이미 판도라상자를 열었으니..싱클레어 루이스가 궁금해졌다. 잭 런던에게 소설의 소재를 팔았던 인물이었다니..그런데 미국 최초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라고 했다. 부랴부랴 싱클레어 루이스 이름을 검색해 보았더니 '헤밍웨이 죽이기' 제목이 보였다. 냉큼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그런데..책을 빌려오고 나서야 알았다. 이 책은 오로지 싱클레어 루이스의 책이 아닌... 여러작가들의 단편을 실은 소설집이었다는 사실을. 살짝 맥이 빠졌지만..덕분에 싱클레어 루이스 작품부터 만나도 된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디.^^
이름도 생소한 싱클레어 루이스의 소설 제목은 '버드나무 길' 이다. 소설에서 '버드나무'는 종종 어떤 암시하는 소재로 등장하고 있음을 알았기에 콕 찍어 버드나무가(가장 최근 기억에는 잉글랜드 민담이 생각났다..(버드나무는 불길함을 상징한다고 했다) 등장한 이유가 있을 것만 같은 기분으로 읽기 시작했다. 특별한 장치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으시시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이 신기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지킬과 하이드가 연상되었다. 1인2역을 자신 외에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지킬처럼 어떤 사명에서...그렇게 했을까 라는 질문이 듣는 순간..1인2역으로 살고자 했던 이유가 드러난다. 그런데,지킬은 스스로 파멸하는 모습이 보였다면..이 소설에서는 자신이 만들어낸 인물이 가상의 인물이라 고백하는 순간에도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는 아이러니와 마주했다. 존이란 인물은 없었다고...자신이 재스퍼라며, 목소리를 잘 들어보면 모르겠냐고.. 재스퍼의 글씨랑 대조해 보라 항변하지만.. 은행은 그가 횡령한 돈을 가져오지 않는 이상 재스퍼는 재스퍼가 아니라 존일수 밖에 없다고 말할뿐이다. 죄가 없는 이들이..자신이 죄가 없음을 밝혀야 하는 상황을 볼때마다 기막히다는 생각을 했는데..자신이 죄인이라고 고백하는 순간에도..그 죄를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아이러니라니... 지킬과 하이드를 연상시키는 소재를 어떻게 풀어갈까 궁금했는데.... 흥미롭게 읽혔다. 미스터리 장르로 포함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단편의 매력을 느낄수 있는 이야기였다. 이제 함께 빌려온 장편 <배빗>을 읽어봐야 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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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에 미스터리, 스릴러,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계절에 상관없이 좋아하는 장르의 책을 읽는 편이지만 여름이 되면 더위를 조금이나마 식혀줄 서늘하고 쫄깃한 섬뜩함이 느껴지는 책을 찾게 된다. 이름만 보아도 쟁쟁한 노벨문학상,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 12명의 미스터리 단편들을 모아 놓은 '헤밍웨이 죽이기'는 제목에서부터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들의 기존 작품들과 전혀 다른 느낌의 단편들을 담은 책이라 더 관심이 간다. 첫 번째 이야기 <인도 마을의 황혼>은 책이나 애니메이션 등 다양하게 접했던 '정글북'의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의 작품으로 좋아하던 클럽 당구를 즐기던 임레이란 남자가 갑자기 종적을 감추고 싶다며 감쪽같이 사라진 이야기다. 한 남자가 방갈로를 한 채를 빌려 암캐와 살기 시작한다. 화자인 나는 사업상 어쩔 수 없이 방갈로에 머물면서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마주한다. 자연스럽게 남자와 나는 이 수수께끼를 밝히려고 하는데... 현대사회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지역적으로 이런 풍습이 오랜 시간 전해져 온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그런 이유로 사람을... 사람을 위해주고 마음을 주어도 변화지 않는 것도 있구나 싶은 씁쓸했던 느낌을 준 작품이다. 세일즈맨의 죽음의 작가 아서 밀러의 <도둑이 필요해>는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싶었던 작품이다. 노부부가 외출을 한 사이에 도둑이 든다. 당연히 자신들의 물건을 찾기 위해 경찰서에 연락을 취하는 게 먼저인데 아내는 남편의 행동을 저지한다. 경찰들이 찾아오고 도둑은 잡았지만 도둑이 훔친 물건과 그들의 자기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자신이 가진 재주를 엉뚱한 곳에 너무나 안 좋게 사용한 남자가 완벽한 성공이라 느끼며 급하게 든 술 한 잔에 범죄가 들통 난다. 인간의 욕심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던 <설탕 한 스푼>, 왜 좋은 머리를 사기를 치는데 쓰는 것인지... 완벽하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성공을 거두었다고 안심했는데 전혀 의외의 곳에서 절망감을 맞보게 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버드나무 길>,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 등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아닌 제목으로 나온 갱단에 몸담고 있는 헤밍웨이란 인물을 경찰들이 쫓는다. 그 과정에서 헤밍웨이가 자신도 모르게 마음을 준 인물이 죽음을 당하면서 그를 쫓는 유능한 경찰과의 대결이 나름 흥미로웠던 <헤밍웨이 죽이기>, 남편이 목을 매 죽었다고 말하는 여성이 용의자로 몰리고 용의자의 집으로 찾아 조사하는 남편들을 따라 나선 여성들이 갑작스럽게 일어난 감정변화에 대한 증거를 찾는 <여성배심원들>, <한낮의 대소동>은 서류를 위조하고 남편을 살해한 여성이 무죄라고 연설하는 전도사와 그녀의 죄에 대한 진실은 밝히려는 범죄학자 포지올리 교수의 이야기로 범죄추리소설을 보는 듯 흥미롭다. 즐거운 마음으로 떠난 휴가지에서 돌아온 자신의 비서의 변화를 느낀 사람이 N 교수에게 그녀의 비밀은 조금 황당하지만 섬세하고 다른 사람이 주는 공포를 크게 느끼며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은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살짝 아쉬운 느낌이 주는 <미스 X의 시련>, 솔직히 이건 좀 너무 가볍지 않은가 싶었던 이야기 <기밀 고객>... 죽은 형이 도저히 주문하지 않았을 거라 믿어지는 책의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잉갤 대령 동생이 한순간에 진실을 파악하는 이야기는 좀 더 길었다면 내가 느낀 아쉬움이 덜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 작품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풀어 놓는 이야기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 자신이 잘 하는 분야가 아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람들이 짧지만 자신의 색깔과 다른 분야의 책을 쓰고 이 책이 아니었다면 만나기 어려웠을지도 모를 이야기를 책으로 묶어 읽게 되는 즐거움을 알게 해주어 반갑다. 재밌게 읽은 서너 편의 단편들의 작가의 다른 작품은 없나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며 이런 책이 또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쫄깃하고 오싹하는 즐거움보다는 유쾌하고 즐겁다는 생각이 든 '헤밍웨이 죽이기... 단편을 즐기지 않는 나도 모처럼 즐겁게 읽은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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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진실을 알게 될 즈음에는 이미 다른 일이 터져서 모든 세부 사항을 일시적으로 등한시하게 되었다"/ 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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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였으면 좋겠군요." 개빈 삼촌이 말했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그렇습니다. 이미 일어난 일이 뭔가 잘못되어 있다는 쪽이, 이미 일어난 일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라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요." "어떻게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일 수 있죠? " 보안관이 말했다. "그가 마음먹었던 일을 어떻게 끝낼 수 있겠습니까? 이미 감옥에 갇혀 있는 데다, 그를 자유로이 풀어줄 수 있는 유일한 주민은 본인이 죽였다고 자백한 아내의 아버지인데?" -윌리엄 포크너 '설탕 한 스푼'
한 남자가 보안관에게 전화를 걸어서 아내를 죽였다고 자수를 한다. "나는 내 아내를 죽였습니다" 이 한마디에 상황은 종료되고 그는 구치소에 갇힌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가 마치 감옥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것 같다는 거였다. 아내를 죽였으니까 순순히 체포에 응한다기보다는, 감옥에 갇혀 감시 받기 위해 아내를 죽였다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그는 곧 감옥에서 감쪽같이 탈옥해버린다. 그럴 거였으면 대체 왜 들어갔던 걸까. 탈출하기 위해서? 굳이 전화를 걸어 살인을 자백해놓고 붙잡혔다가 다시 탈옥을 감행한 이유는 뭘까. 미스터리는 의외의 순간에 밝혀진다. 사람이란 잘 변하지 않는 법이니까. 습관과 버릇처럼 아주 사소한 부분이 무의식 속에서 드러나며 진상이 드러나는 이 이야기는 짧지만 날카로운 뭔가를 가지고 있다. 범죄를 저지른 도망자들이 결국 잡히는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이 바로 숨어 지내는 동안에도 버릇을 못 끊기 때문이라는 건 수많은 범죄 소설에서 이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보던 잡지를 보고, 먹던 음식을 먹고, 마시던 맥주를 마시고, 같은 여자한테 전화를 건다. 자신도 모르게 말이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예리한 관찰로 탄생한 거장들의 미스터리 모음집은 이렇게 한편, 한편이 모두 하나의 문학작품 과도 같다.
"아니오, 피터스." 지방 검사가 날카롭게 말했다. "살인을 저지른 동기 말고는 모든 것이 뚜렷합니다. 하지만 배심원들이 여성에 관해서는 어떻게 행동하는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뭔가 확실한 증거가 있기만 하면... 뭔가 내세울 물건이 말이죠. 이야기를 들려주는 물건. 이렇게 어설픈 살인사건과 일맥상통하는 증거가 필요해요." 헤일 부인은 은밀한 눈길로 피터스 부인을 바라봤다. 피터스 부인도 그녀를 쳐다봤다. 그리고 두 사람은 급히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수전 글래스펠 '여성 배심원단'
엄청난 거금을 도둑맞았고, 그 도둑을 잡았지만 세상에 드러낼 수 없어 그 돈을 되찾을 수 없는 부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아서 밀러의 '도둑이 필요해', 흉악범과 경찰들과의 쫓고 쫓기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맥킨레이 캔터의 '헤밍웨이 죽이기',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여인을 같은 여성만이 알아차릴 수 있는 방식으로 간파하는 수전 글래스펠의 '여성 배심원단, 그리고 반전이 돋보이는 마크 코널리의 '사인 심문'과 제임스 굴드 커즌스의 '기밀 고객' 등등... 12편의 단편들은 범죄라는 행위가 발생하지만 오로지 그것 자체에만 집중하지 않기에 기존의 미스터리 작품들과는 조금의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다. 존 코널리는 '죽이는 책'에서 장르소설과 순문학 사이의 경계는 몇몇 이들이 믿고 싶어 하는 것처럼 그렇게 선명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장르란, 아름다움처럼 보는 이의 눈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고, 미스터리 소설은 형식이자 메커니즘이므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도구라고 말이다. 그렇게 수많은 위대한 소설들은 흥미롭게도 장르를 불문하고 그 핵심에 범죄를 품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노벨문학상.퓰리처상 수상 작가 12인의 미스터리 걸작선인 이 작품 <헤밍웨이 죽이기>를 엮은 엘레러 퀸의 의도는 매우 멋지다고 밖에 할 수 없다. 물론 '범죄를 제거하고 난 뒤에도 파괴되지 않는 소설은 범죄소설이 아니며, 범죄 요소를 없앨 경우 무너져버리는 소설이 범죄소설이라는 공식'에 대입해보자면, 이 작품의 꽤 많은 이야기들이 미스터리 혹은 범죄소설이라고 이름 붙이기에 애매하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 속에 미스터리의 본성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도 없다. 그만큼 장르의 경계를 지우는 매혹적인 작품집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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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12명의 숨겨진 단편미스터리를 모아놓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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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런던의 <마틴 에덴> ..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책은 또 다른 책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지만... 잭 런던의 소설을 읽은 덕분에 싱클레어 루이스가 궁금해졌고,그렇게 찾아 읽게된 <헤밍웨이 죽이기>는 다시 수전 글래스펠의 또 다른 책들을 읽어 보고 싶게 만들어버렸다.
"저는 고요함이 뭔지 알아요" (......) "저도 고요함이 뭔지 알아요" 피터스 부인이 똑같은 말투로 반복했다.그리고 그녀 또한 정신을 차렸다."/224쪽
'여성 배심원단' 이란 제목에서 무언가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짧은 단편을 읽어 가는 동안 내내 흘렀던 긴장감이란... 지리멸렬한 법정공방이야기가 아니었다. 이야기는,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난 후 현장으로 독자를 이끈다. 놀라운 건 범죄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은 보안관의 부인과, 미니 포스터의 이웃이었던 헤일 부인의 시선으로 현장을 복기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는 사실이다. 보안관과 지방검사, 그리고 처음 현장을 발견한 남자 사람들의 시선은 전혀 예리해 보이지 않았다. 결과에 대한 이유를 찾아내기 위한..그러니까 '증거' 찾기에만 집중했다면, 두 여인은, 미니 포스터의 마음을 따라가게 된다. 왜 사건이 벌어지게 되었을까..에 대한 질문이 시작이었다. 증거를 찾으려는 이들과, 원인부터 생각해 보이는 것에 차이란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는 온도차가 있음을 보여주는 기분이 들었다. 조금더 관심있게 미니 포스터를 챙겼더라면 ..이란 후회는..이유는 다르지만 비슷한 고요함을 서로 경험한 것에서 연대의 마음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사건을 법의 잣대로만 판결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답을 내는 것은 어렵지만..마음의 연대가 필요한 순간은 분명 있다고 생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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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퓰리처상 수상 작가 12인의 미스터리 걸작선 『헤밍웨이 죽이기』. 20세기 미스터리의 상징 엘러리 퀸이 직접 엮은 앤솔러지로, 노벨문학상·퓰리처상 수상 작가와 작품 12편을 재엄선해 구성한 단편들을 만나볼 수 있다. 국내 미번역 작품까지 포함해 그 가치를 더했다.
러디어드 키플링의 「인도 마을의 황혼」에서는 유능한 청년 임레이가 하루아침에 자취를 감춘다. 문제의 방갈로에서 두 친구가 동거를 하게 되면서 비밀이 드러나는데……. 아서 밀러의 「도둑이 필요해」의 거금을 도둑맞은 셸턴 부부. 잃어버린 돈을 되찾을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부부의 모습이 한 편의 연극처럼 펼쳐진다. 윌리엄 포크너의 「설탕 한 스푼」은 한 인간이 가면 뒤에 숨겨 왔던 삶이 무의식 속에서 탄로 나며 인간의 본성을 고찰해보게 한다. 싱클레어 루이스의 「버드나무 길」은 너무나 완벽했던 1인 2역의 결과가 불러온 비극적인 운명을 보여준다. 맥킨레이 캔터의 「헤밍웨이 죽이기」는 흉악범과 경찰들과의 쫓고 쫓기는 집요한 과정을 묘사한 갱스터 누아르다. 수전 글래스펠의 「여성 배심원단」은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은 여인을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논하는 여성 특유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T. S. 스트리블링의 「한낮의 대소동」 범죄심리학자 포지올리 교수가 그만의 독서법으로 어느 사건을 해결하는데……. 버트런드 러셀의 「미스 X의 시련」은 처음부터 끝까지 격식을 차린 듯한 기묘한 분위기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탐험을 통한 서사가 그려진다.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의 「낚시하는 고양이 레스토랑」은 파리의 고요한 어느 레스토랑 주인의 시선과 기억, 기행이 이야기를 끌어간다. 제임스 굴드 커즌스의 「기밀 고객」은 ‘초’단편이지만 단숨에 읽어 내려가다가, 한순간 웃음이 터지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마크 코널리의 「사인 심문」은 난쟁이 배우들의 죽음을 둘러싸고 심문 형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스티븐 빈센트 베네의 「아마추어 범죄 애호가」에서는 대저택의 파티에 각계 인사가 모인 가운데 벌어진 살인 사건.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범인이 얼굴을 드러낸다. 12편의 단편은 때로 등장인물 사이에서 시선을 옮겨가며 게슴츠레한 눈으로 보게 되다가, 예상치 못한 ‘깨알 반전’에 웃음을 내뱉기도 하고, 때로는 기묘하게 불안한 분위기에 젖어 한 편씩 정복하는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아울러 100년 전의 시대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거장들만이 『헤밍웨이 죽이기』에서 줄 수 있는 커다란 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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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눈에 확 들어왔던 책이다. 러디어드 키플링, 윌리엄 포크너, 버트런트 러셀 등 저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더욱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엘러리 퀸 앤솔러지라는 부제가 달려있는데, 찾아보니 앤솔러지라는 말은 선집이라는 뜻이다. 노벨상, 퓰리처상 수상 작가들의 단편 미스터리 소설을 모아놓은 책이다. 여름을 겨냥해 미스터리 소설, 추리 소설, 범죄 소설이라는 꼬리가 붙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냥 인간의 깊은 본성을 탐구하는 작가들의 일반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해도 좋을만큼 추리 자체에 의미를 두지는 않고 읽었다. 복잡한 복선이나 반전에 익숙한 우리 독자들에게 사실 이 책의 범인들은 너무나 쉽게 찾을 수 있기에 그런 쪽에서 재미를 찾으려 한다면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범인을 포함한 우리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나 역시 이래서 유명한 작가들이구나 생각하며 읽었다. 에드거 앨런 포 같은 고전적인 추리 소설을 좋아하기에 이 책 역시 나는 재미있게 읽었다. 옛날 얘기를 듣는 기분으로 마음 편하게 술술 잘 읽었다. 자신이 아끼던 새를 목을 부러뜨려 죽인 남편에게 복수한 아내의 이야기인 <여성 배심원단>. 남자들의 여성에 대한 무시가 곳곳에 드러나 있고, 여자들이 발견한 증거를 무시하는 무지함도 보여준다. 같은 여성으로서 범인의 마음을 짐작하고 덮어주기로 마음먹는 두 여인의 마음이 읽는 사람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윌리엄 포크너의 <설탕 한 스푼>같은 경우, 나는 읽자마자 범인이 장인으로 변장한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묘미는 범인을 찾아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범인의 심리를 파악해내는 보안관과 변호사의 대화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단편외에 모든 글이 그렇다. 범인의 심리에 대한 이해, 거기서 확장돼 인간에 대한 이해가 이 책이 추구하는 바일 것이다. 내가 그동안 만나보지 못했고, 겪어보지 못해 이해할 가능성이 없는 많은 인간 유형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글을 읽은 이후의 내가 이해하는 인간은 그 이전과는 또 다를 것이다. 미미한 만큼의 발전이라도 있지 않겠는가. 유명 작가들의 글을 만나보는 기쁨도 함께 누리고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