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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읽게 만드는 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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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누구에게나 로망이다. 물론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있어 여행이란 자신을 찾아가는 또 다른 여정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 고미숙은 이를 두고 길 위에서 길을 찾는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우리가 지금까지 누려온 풍요가 채무경제였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우리 생활을 편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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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누구에게나 로망이다. 물론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있어 여행이란 자신을 찾아가는 또 다른 여정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 고미숙은 이를 두고 길 위에서 길을 찾는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우리가 지금까지 누려온 풍요가 채무경제였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고 있지만 동시에 소외와 단절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런 소외와 단절로 인해 우리 몸에는 암을 비롯하여 우울증, 강박증, 분열증과 같은 수많은 질병이 나타난다고 말하는 저자는, 이러한 질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생명차원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노동과 화폐가 부여한 질서로부터 탈주를 시도해야 하며, 그것은 우리의 삶이 정주에서 유목으로 바뀔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목은 끊임없이 길을 떠나는 삶이다. 그런데 길을 떠나려면 지도가 있어야 하고, 그런 지도를 그리기 위해서는 하늘의 별을 보아야 한다. 저자는 우리시대에 그런 별이 바로 고전이라고 말한다. 여행을 하면서 삶을 탐구하는 고전들, 그녀는 그런 고전 6편을 리라이팅하여 우리에게 길을 제시하고 있다. 전세계 여행기의 최고봉들이라 말할 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우리가 길을 온전히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셈이다. [열하일기], [서유기], 돈키호테], [허클베리 핀의 모험], [그리스인 조르바] 그리고 [걸리버 여행기]가 바로 그 별들이다.

 

일전에 저자가 쓴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을 읽고서 [열하일기]를 읽어 볼 마음을 먹게 되었고, 그 책을 길잡이 삼아 [열하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녀가 소개하는 고전들 모두는 우리에게 낯익은 책들임에도 불구하고 완독을 해본 기억은 없는 책들이다. 그러다 보니 내용이야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그 책들이 전하는 바, 즉 길을 제대로 알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고전이란 누구나 알고 있는 책이지만, 누구도 제대로 읽지 않는 책이라고 했던가?

 

책을 읽으면서 줄곧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은 것은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이란 책이었다. 그러다 [열하일기]를 읽은 것처럼, 이 책을 길잡이 삼아 6편의 책들을 한번 완독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 역시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그 길 위에서 나만의 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책을 먼저 읽을까 고민하다가 우선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모험기라는 [서유기]를 목표로 정하였다. 14년 동안 삼만팔천리에 이르는 여정을 수많은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끊임없이 나아간 이유가, 구도는 정착이 아니라 유목이라는 저자의 해설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부귀에 대한 탐욕은 정착으로 이어지고, 정착은 또 다른 정착을 부른다는 대목이 마음을 흔들었다. 그렇게 떠난 길이란 장애와 번뇌를 마주하는 것이고, 힘을 길러 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을 의미한다는 말이, 나도 그 길을 같이 떠나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그런데, 저자가 소개한 책을 검색하다 보니 10권의 책 중에 중간중간 품절된 것이 많다. 전집의 경우 한꺼번에 다 구매하지는 않더라도 모두를 구입할 수 없다면 아예 읽을 생각을 하지 않는 터이라, 재출간 되는 날까지 잠시 생각을 보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생각한 책이 [돈키호테]이다. 돈키호테가 갔던 그 길에서 나는 어떤 장애와 번뇌를 만나게 될지..

 

저자는 [열하일기]야 말로 최고의 여행기라고 말한다. 나 역시 여행기를 읽을 때면 언제나 연암 박지원을 떠 올린다. '인생이란 길 없는 대지 위를 걸어가는 여행, 길이 있어 가는 것이 아니라 가는 곳마다 길이 되는 그런 여행'이라는 연암의 시선을 닮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읽을 책은 나를 어떤 길로 인도할지 궁금해진다.

k*****1 2015.10.27. 신고 공감 6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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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의 로드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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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바로 정리해야 비교적 생생한데 좋은교사운동 정책아카데미 캠프 다녀오느라 멍한 정신으로 이제야 정리하고 있다. 고미숙 선생님 책이 출간할 때마다 챙겨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시대 시리즈를 아직 한 권 밖에 못 읽어서 아쉬운 차에, 작년에 이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듣고 주문해두었다가 겨울방학 맞아 읽었다. 올 겨울방학은 의지를 내어 여행을 쉬기로 했다. 방학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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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바로 정리해야 비교적 생생한데 좋은교사운동 정책아카데미 캠프 다녀오느라 멍한 정신으로 이제야 정리하고 있다. 고미숙 선생님 책이 출간할 때마다 챙겨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시대 시리즈를 아직 한 권 밖에 못 읽어서 아쉬운 차에, 작년에 이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듣고 주문해두었다가 겨울방학 맞아 읽었다. 올 겨울방학은 의지를 내어 여행을 쉬기로 했다. 방학 마다 어디 멀리 가야 뿌듯하다는 압박이 생겼는지 형식적인 관광 차원 여행으로 굳어지기 시작한 느낌이 들어서다. 여유로운 향유는 없고 빡빡한 일정만 있는 피로한 여행.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굳이 다녀왔는데 기쁨과 배움보다 피로감이 앞선다면 다시 그 의미와 고마움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쉬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올 겨울방학에는 이 책을 읽으며 여행을 대신하기로 했다.

 

동의보감과 음양오행을 공부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다룬 고전 6편: "열하일기", "서유기", "돈키호테", "허클베리 핀의 모험", "그리스인 조르바", "걸리버 여행기"를 쓴 작가들과 등장인물들의 여행 루트를 지도로 보여주면서 이 이야기들에 '로드클래식'이라는 장르 이름을 붙여준다(개인적으로 이 책 속 일러스트 같은 그림들이 너무 마음에 든다, 귀엽다). '역마살'을 가진 대표적인 사람들이 여행하는 길 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중 의미 있어서 우리에게 오래 살아남은 이야기들을 모았다. 저자는 이 글들을 읽고 책으로 정리하는 동안 자신도 종종 길 위에 있었다고 말한다. 고미숙 선생님- 로드클래식 저자- 이야기 속 등장인물 간 대위법적 변주! 재미있었다.

 

공교롭게도 6편 모두 원작을 직접 읽은 일이 없다. 고전들이라 다양한 번역본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이 책이 어떤 번역본을 읽고 인용했는지까지 밝히고 있다. "열하일기"는 저자가 다른 책에서도 종종 다루기 때문에 제목은 익숙하지만 한 번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어서 아쉽다. 박지원이 쓴 호방한 여행기를 읽으면서 중국(베이징이나 상하이 말고) 어느 지역을 여행하고 싶어졌다. 열하일기를 읽으면 동북 지역이 가고 싶어질 듯하다. "서유기"는 주성치 서유기, 어렸을 때 봤던 "날아라 슈퍼보드" 때문에 등장인물은 익숙하지만 역시 제대로 읽은 일이 없다. 저자는 재미있게도 등장인물 성격과 인물들 간 관계를 음양오행으로 풀어준다. 사주를 보면 나도 토와 함께 금이 들어 있다고 하던데, 그래서 손오공이 가지고 있다던 '진'이 불러오는 특징들을 읽으며 공감했다. 모든 상황에는 강점과 약점이 공존할 텐데 기질을 잘 이해하고 약점 때문에 일을 그르치거나 사고를 치거나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겨울방학이다.

"기질적 속성으로 보자면, 금은 '숙살지기: 죽이는 기운"이고, 화는 정념의 기운이다. 그래서 손오공은 인간이 겪는 번뇌의 원천인 '탐진치' 가운데 '진심'을 대표한다. 진심은 '분노'다. 분노는 정의감과 의리 등을 주관하는 마음이다. 그것은 주체성과 리더십, 책임감 등의 원천이지만 지나치게 되면 지배욕과 공격본능으로 나아가게 된다. 손오공이 바로 그런 경우다...

... 관음보살이 특별히 긴고테 모자와 긴고아주라는 주문을 마련해 둔 것도 그 때문이다. 머리가 깨지는 고통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제어가 불가능한 상태인 것. 이로써 보건대, 자존심과 정의감, 분노와 주체성, 지배욕과 교만, 이것들은 하나의 계열을 이룬다. 그래서 삼장법사와는 상극이다. 삼장법사는 저팔계의 꼼수는 봐줄지언정 손오공의 폭력 성향은 용서하지 못한다. 해서, 가장 많은 공을 세우는 것도 손오공이지만 가장 많은 사고를 치는 것도 역시 손오공이다." 100-101쪽.

 

 

"서유기"에서 성격이 너무나도 다른 등장인물 4명이 엄청 매우 먼 길을 하나의 목적을 공유하고 여행한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이들이 어떤 관계였기에 끝까지 함께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고 여행이 끝난 후 모두가 성장할 수 있었는지 아래 내용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고미숙 선생님은 공부 초창기에 일제 시대 한국 미시사를 푸코 사상을 바탕으로 풀어주시기도 했는데, 이 '자기배려'라는 단어에서도 푸코의 그림자가 느껴진다. 법- 감시와 처벌, 도덕- 인정욕망, 윤리- 자기배려에서 온다는 주장이 명쾌하다. 요즘 한병철 선생님은 자기가 자기를 감시하는 시스템으로 변하면서 '피로사회'가 왔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갈등을 잘 해결하면서 공존하기 위해서는 인간 언행의 출발점이 법이나 인정욕망에 따른 도덕보다는 자기배려 윤리에 있어야 함은 여전히 분명한 듯하다. 위계서열을 '개무시'할 수 있는 솔직하고 자유로운 이들의 성숙한 관계가 부럽다. 이러한 관계라면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어떤 일을 도모할 때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줄어들지 않을까. 주장을 편안하게 솔직히 말할 수 있다면 '저 사람이 사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를 고민하며 끙끙 앓거나 지레 상대를 배려하느라 피로해지는 상황이 줄어들 듯하다. 종종 비폭력 대화법 역시 길고 피로하게 느껴지는데, 그 절차를 다 따라야 한다기보다는 '욕구를 잘 드러내고 잘 알아차리기'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구도와 유목이 마주치면?- 윤리의 탄생

이렇게 다양한 힘과 개성들이 마주치면 좀 시끄럽긴 하지만 늘 활력이 넘친다. 그리고 이때 윤리가 탄생한다. 서로를 긴밀하게 또 부드럽게 엮어 주는 힘의 배치로서의 윤리! 그렇다! 이 밴드를 움직이는 건 도덕이나 법이 아니라 윤리다. 법이 감시와 처벌을 통해 작동하고, 도덕이 인정욕망의 발로라면 윤리는 철저히 '자기배려'에 기초한다. 즉, 자신의 내적인 명령이 핵심인 것.

강령 하나, 위계는 없다!... 각각의 소임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명령와 복종의 위계를 갖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예의범절하고는 거리가 먼 집단이다. 하지만 그래서 솔직하고 자유롭다. 위계가 엄격하면 상하층 모두 그걸 지키느라 신체가 경직된다. 하지만 이 밴드는 아주 유연하다... 위아래가 없고, 감정의 잉여가 없다 보니 복원력이 아주 뛰어난 것이다. 먼 길을 갈 수 있는 동력도 바로 여기에 있다." 111쪽.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도 액자 형식으로 이야기 밖에는 감옥에 갇힌 세르반테스가 있고 이야기 안에는 돈키호테가 있다. 이 책에서는 세르반테스의 역마살 넘치는 삶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KBS 클래식 FM "전기현의 세상의 모든 음악"에서 유독 "그리스인 조르바"를 많이 인용하는 듯하는데 나만 그렇게 느끼는지. 그래서 내내 '대체 어떤 대단한 이야기이기에?'하고 궁금했는데, 상남자 그리스인 조르바의 자유로운 삶과 평범한 인간이 삶으로 직접 배운 인문학 깊이가 느껴져 "그리스인 조르바"가 더욱 궁금해졌다.

 

""왜 고전을 읽는가"의 서두에서 칼비노는 "고전이란, 사람들이 보통 '나는 000를 다시 읽고 있어'라고 말하지, 나는 지금 000를 읽고 있어'라고는 결코 이야기하지 않는 책이다"라고 말합니다. 이어 칼비노는... "고전이란, 우리가 처음 읽을 때조차 이전에 읽은 것 같은, '다시 읽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그러니까 고전이란 처음 읽으면서도 '다시' 읽는다고 '변명'을 하게 되는 책이지만, 처음 읽는데도 어쩐지 '다시'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라는 것입니다." 11쪽. (요즘 읽기 시작한 김영하, "읽다" 중)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나 "걸리버 여행기" 역시 어렴풋이 어렸을 때 만화로 보거나 어린이용으로 편집한 책을 읽었던 기억은 남아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고전이란 많이 들어봤고 읽었고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한 번 더 읽으면 또 새로운 부분이 있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 작년 "땡스북"에서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다루어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이 노예 제도가 당연하던 때 이 이야기에서 자기도 모르게 인간 권리에 대해 드러내고 있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톰소여의 모험"과 짝이라니 또한 궁금하다. 어리기만 할 듯한 아이의 생활력을 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하다. 한편 걸리버가 소인국, 거인국 뿐만 아니라 더욱 신기한 여러 나라를 여행했다는 점, 조너선 스위프트가 어른 독자를 대상으로 이 우화 같은 이야기 속에서 인간 세계를 비꼬아 풍자했다는 점을 알게 되니 "걸리버 여행기"도 제대로 읽고 싶다. 책 6권을 읽은 기분이 들 만큼 알찬 책이다. "로드클래식..." 책 한 권을 읽었는데 읽고 싶은 책이 6권으로 늘어났다.

 

아, 그리고 덧붙여서 책 편집 방식이 독특하다. 왼쪽정렬을 했다. 저자가 이유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아마도 한 줄 바뀔 때마다 단어가 잘리는 일이 생겨 단어가 끝나면 줄바꿈을 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듯하다. 단행본 만들 때 양쪽정렬이 진리가 아닌데 그동안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다. 왼쪽정렬 방식도 잘 이해하며 읽기에 도움을 준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마음에 들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o****2 2016.01.16. 신고 공감 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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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을 초월한 길과의 만남, 길은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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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반듯한 아파트 단지 옆 도로를 걷다가 주택가로 접어들었다. 가뜩이나 길눈이 어두운데 굽이굽이 요동치는 길은 어느 순간 나를 잡아먹을 듯 높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이미 목적지가 어딘지는 잊은 지 오래다. 휘청거리는 몸을 최대한 낮춰가며 중심을 잡으려 안간힘을 쓸 뿐. 인생이 본디 이토록 험난한 것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삶의 어느 시점에서도 ‘쉽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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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반듯한 아파트 단지 옆 도로를 걷다가 주택가로 접어들었다. 가뜩이나 길눈이 어두운데 굽이굽이 요동치는 길은 어느 순간 나를 잡아먹을 듯 높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이미 목적지가 어딘지는 잊은 지 오래다. 휘청거리는 몸을 최대한 낮춰가며 중심을 잡으려 안간힘을 쓸 뿐. 인생이 본디 이토록 험난한 것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삶의 어느 시점에서도 ‘쉽다’는 말을 내뱉을 순 없었다. 만만치 않은 삶은 마치 처음 걷게 된 길처럼 매순간 낯설었다.

시대는 달라져도 삶은 닮은꼴이다. 이는 현실을 판박이처럼 묘사한 수많은 문학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여기다 싶으면 이내 잘못 접어들었음을 깨닫고 도통 모르겠다 싶을 땐 의외로 목적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래서 저자가 고전들이 늘어놓은 길들을 따라 걸으며 막막해 보이는 인생의 한 수를 배워보기로 결심했던 모양이다. 의욕은 무궁무진했고, 그 결과 시대는 물론이거니와 국경 또한 초월하고야 말았다. 모든 면에서 가장 가까이 느껴졌던 건 ‘열하일기’였다. 저자에게 인문학적 생명을 부여한 작품이다. 사실 멀고 가깝고를 따지는 건 무의미할 수도 있다. 열하일기, 서유기, 돈키호테, 허클베리 핀의 모험, 그리스인 조르바, 걸리버 여행기. 제목만 한 번 늘어놓아보았는데 느껴지는 바가 있을 것이다. 진지하게 정독을 하진 않았더라도, 아니 아예 읽은 적이 없고 내용이 뭔지 도통 기억이 안 나더라도 제목만큼은 명석하게도 다들 알 것이다. 고전이란 그런 것이다. 제목만으로도 이마를 ‘탁’ 치게 만드는. 어쩌면 더 나아가 나도 모르게 대오각성의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을 짚어보기란 힘들 것 같다. 그래도 몇몇 기억이 나는 내용들을 떠올려보고자 한다. 열하일기는 그 존재 자체가 반전과도 같다. 조선시대 양반의 융통성 없는 모습을 떠올려본다면 박지원의 존재 자체가 기적이다. 그는 노론이 득세하던 시절에 태어났다. 가만히 있었으면 남들이 그러했듯 한 자리 차지하고는 떵떵거리는 삶을 살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넘치는 그의 끼가 그를 가만 놔두지 않았다. 급기야 그의 문체는 수긍할 수 없는 무언가가 되어 외면받기까지 했다. 배척은 역설이었다. 뛰어났기에 주목 받았고, 자신들과 다르다는 걸 깨달은 이들은 박지원을 철저히 경계했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던 박지원은 인정받지 못함으로써 실학의 대가가 되고야 말았다. 열하일기는 삶이 꼬이기만 하는 듯했던 박지원이 나이 마흔넷에 드디어 서책과 풍문으로만 듣던 그 땅(!)을 밟게 되면서 탄생했다. 동경하던 곳이 현실이 되어 눈앞에 펼쳐진다니 어찌 아니 기쁘겠는가. 하지만 이 여행은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광고 문구의 증거라도 되는 듯했다. 처음부터 노숙이다. 게다가 물은 왜 그리도 많이 건너야 하는지. 하나를 건너면 그보다 더 깊고 넓은 물이 나와 일행을 떨게 만든다. 그런 식으로 겨우 연경에 도착했는데 불과 사흘여 만에 다시 열하로 움직여야만 한다. 질곡이다. 그 와중에도 박지원은 티베트불교와 조우한다. 방황 끝에 티베트 불교를 만나 인생이란 본래 의탁이랄 것 없이 떠도는 것이라는 식의 가르침을 얻었다는 사실은 그저 묘할 뿐이다. 어차피 떠돌아야만 한다면 길 위에 서는 게 나을 것이다. 그 길이 이미 누군가가 걸은 탄탄대로이건, 내가 직접 삽을 들고 파가며 만들어야만 하는 것이건...

서유기나 돈키호테,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에서는 길 위에서 진화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두드러지게 느낄 수 있었다. 세상 어디에도 완벽한 사람일랑 없다. 그래도 이들 작품의 인물들은 마치 조무래기라도 되는 것만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손오공과 저팔계, 사오정의 초반 모습을 기억하는가. 아니, 굳이 첫 모습이 아니어도 된다. 하나같이 모났고, 저래서 어찌하나 싶은 기분이 들 지경이다. 돈키호테와 산초는 말 안 해도 머릿속에 그려질 것이다. 몹쓸 신념에 취해 세계를 유랑하는 돈키호테, 그가 지닌 신념은 쓸모없는 것이다. 이미 기사도 정신을 바라는 세상은 사라졌음에도 돈키호테는 제 신념을 버리지 않는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 등장하는 헉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백인이고, 그에게 짐은 흑인노예에 불과하다. 그의 시대에 노예제는 누가 시도해도 결코 깨부술 수 없는 견고한 성벽과도 같다. 길 위에서 그들은 성장한다. 이따금 동일인물이 맞나 싶을 만큼 고차원적인 대화도 나눈다. 그간의 설정이 대화를 만날 때마다 동일인물이 맞나 묻고픈 유혹을 느낄 지경이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그들에게 결속력을 허락했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그 또한 길 위에 그들이 서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누군가는 보살이 되어가고, 다른 누군가는 흑백의 성벽마저 뛰어넘고 상대를 진정한 친구로 맞이한다. 우리네 인생도 그들이 걸은 길과 같아야 할 것이다.

솔직히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늘 헷갈리다. 아예 길 위에 서 있긴 한 건지조차도 의심스럽다. 그래서 앞으로 나아가기 바쁜 와중에도 자꾸만 뒤를 돌아보고, 더 나아가야만 하는데도 주춤한다. 근데 저자는, 아니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있는 고전은 우리에게 말을 건다. “괜찮아. 원래 길은 다 그런 거야.” 심지어 내가 누군지 마저도 확신이 서지 않는 이에게도 이와 같은 위로의 말 한 마디는 차별 없이 주어진다. 길이 계속된다는 건 축복이다. 수없이 헤맬지라도 걷다보면 또 다른 길과 만나게 된다. 길은 가능성이다. 내가 포기하지만 않으면 다른 길로 뻗어나갈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q*****2 2015.07.03.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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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길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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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서점 들렀다가 마주한 이 책. 제목이 예뻤고^^목차를 비롯한 특히, 제일 처음 수록된 박지원 선생의 <열하일기>는 정말 확~꽂히는 내용이었다. 망설임 없이 구매!!       요즘 고전을 바로 읽지 않고 흥미를 일깨워줄만한 책을 섭렵 후, 마음에 드는 책 원문을 읽어보려고 노력중이다. 이 책도 어떻게 보면 에피타이저 격이긴 한데 그러기엔 내용도 흥미진진하고 어떻게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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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서점 들렀다가 마주한 이 책. 제목이 예뻤고^^목차를 비롯한 특히, 제일 처음 수록된 박지원 선생의 <열하일기>는 정말 확~꽂히는 내용이었다. 망설임 없이 구매!!

 

 

 

요즘 고전을 바로 읽지 않고 흥미를 일깨워줄만한 책을 섭렵 후, 마음에 드는 책 원문을 읽어보려고 노력중이다. 이 책도 어떻게 보면 에피타이저 격이긴 한데 그러기엔 내용도 흥미진진하고 어떻게 고전 기행문과 소설에서 모티브를 연결하여 쓸 생각을 했는지 고미숙 선생님,진짜 멋지다.

또한, 이 저자의 딴딴한 문장력과 알기 쉬운 작품 해설,그리고 작가 견해는 더 멋지다~^^

 

 

 

 

저자는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충만감 사이에 지독한 장벽이 생겨버려 버블경제의 붕괴, 성공신화의 몰락 시점부터 한국사회에 인문학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사람들이 이전과 다른 시선, 다른 방식으로 삶을 바라보려고 하는 움직임이 생겼다"고 했다. 영화 '백투더 퓨처'가 현실이 된 지금,우리는 늘 바쁘게 일하며 도약하려 하지만 몸의 정기는 하나도 순환되지 않고 ...이런 정체와 과열, 불통 속에서 자존감 유지가 힘들어 피폐해져 간다고 했다.(자존감이란 발산과 수렵의 매끄러운 리듬 속에서만 가능하다고 저자는 말한다.)또한 인간은 늘 선택의 길위에 있다고 말했다. "이미 정해진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내가 길을 열어 갈 것인지.길을 떠나려면 지도를 그려야 하는데 그 지도를 그리기 위해서는 고전을 보라"고 했다. 열하일기, 서유기, 돈키호테, 허클베리 핀의 모험, 그리스인 조르바, 걸리버 여행기를 통해 주인공들과 작품의 저자들은 길 위에서 어떤 삶과 운명을 마주한 것인지 살펴보고 나만의 지도를 그려 성숙한 유목민이 되기를 마음 속에 심어주는 책이라 생각 들었다.

 

 

 

 

어릴 적 어쩔 수 없이 읽었던 어린이판 걸리버 여행기,돈키호테, 서유기,허클베리 핀의 모험.

대학 입시 때문에 토막만 보았던 박지원의 열하일기.

정말 놀라운 점은 이 작품들이 이토록 심오한 것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았기에 몇 백,몇 천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인가를 깨달았다. 특히, 박지원의 열하일기! 저자가 열하일기를 재해석한 경험으로 시원하게 풀어나가 조만간 박지원 전기 및 작품과 저자가 펴낸 열하일기를 탐독하려 한다.(박지원 선생, 정말 대단하다! 존경스럽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옛날 사람들도 지금 우리랑 다를 바 없이 계속 불안했다는 것.

그것이 어떤 계기던 간에 답을 찾으러 끊임없이 고행하고 떠돌아다니며 찾으려고 했다는 것에서 동질감을 느꼈다.

 

 

 

 

이제는 나만의 지도를 만들 차례다. 더 불안해지고 피폐해질 사회에서 자존감을 키우고 성장하려면 지속적인 삶의 질문을 던지고 책을 발판으로 내공을 쌓아야겠다.

 

 

 

 

 

 

p*******i 2015.09.2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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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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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 작가의 글은 참 편하다. 아는 것을 어렵게 표현하지 않아서, 쉽게 책을 내 곁에 둘 수 있게 용기를 부여하는 글이라서 참 좋다.열하일기, 서유기, 돈키호테....그리고 그리스인 조르바까지 읽어야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실상 책을 펼치면 끝을 보는 것이 쉽지 않았던 작품을 어느새 웃으면서 다가가고 있는 나를 상상하고, 용기를 갖게 해주는 책이다. 길 위에서 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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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 작가의 글은 참 편하다. 아는 것을 어렵게 표현하지 않아서, 쉽게 책을 내 곁에 둘 수 있게 용기를 부여하는 글이라서 참 좋다.

열하일기, 서유기, 돈키호테....그리고 그리스인 조르바까지

읽어야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실상 책을 펼치면 끝을 보는 것이 쉽지 않았던 작품을 어느새 웃으면서 다가가고 있는 나를 상상하고, 용기를 갖게 해주는 책이다.

길 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은 작품 속에 있는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인생이면서 우리의 인생이라는 생각도 든다. 특히 열하일기에 대한 저자의 접근 방법은 박지원이 걸었던 그 길을 나도 한 번 걸어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기게 하고, 박지원이 서 있는 그 길 위에 나는 어떤 모습을 서 있을까를 그려볼 수 있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m***h 2020.11.0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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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 찾기 [고미숙의 로드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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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고미숙 작가의 책이 쉽게 술술 읽히지는 않는다는 점과 그래서 단번에 명백하게 내 머릿속에 정리되지 않는다는 점. 그런데 또 묘한 재미가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두 번째 읽고 있지만 리뷰를 어떻게 써야 좋을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과감히 결정했다. 이 책의 프롤로그를 요약해보기로. 프롤로그에서는 저자가 이 책을 기획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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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고미숙 작가의 책이 쉽게 술술 읽히지는 않는다는 점과 그래서 단번에 명백하게 내 머릿속에 정리되지 않는다는 점. 그런데 또 묘한 재미가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두 번째 읽고 있지만 리뷰를 어떻게 써야 좋을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과감히 결정했다. 이 책의 프롤로그를 요약해보기로. 프롤로그에서는 저자가 이 책을 기획하고 어떤 의도로 써내려가고 했는지가 분명히 나와 있다. 이 책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가 이 책을 선택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프롤로그' 요약
* 스마트폰, 천국과 지옥 '사이'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서양(근대)의 도래와 함께 조선인들의 일상엔 대격변이 일어났다. 일본에 의해 '번역된 근대'이긴 했지만 느닷없이 서양식 주택에 살면서 서양식 옷을 입고 서양식 사고로 세상을 보게 되었다. 하루아침에 천지가 뒤집힌 것이다. 그로부터 다시 100년 뒤 또다시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100년 전의 격변이 철도와 공장 같은 거대한 기계문명과 함께 도래했다면, 지금 이 혁신의 주역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이다.

  전자가 터프하고 압도적이라면, 후자는 귀엽고 섹시하기까지 하다. 전자가 손과 도구의 경계를 모호하게 했다면, 후자는 영혼과 사이버 공간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어디까지가 내 마음 (혹은 욕망)이고 어디서부터 사이버 공간의 것인지를 알 수 없게 되었다. 주체와 대상 사이의 인식론적 경계가 모호해진 것. 그와 동시에 정보와 이미지가 생산력의 원천이 되었다. 덕분에 인간은 육체적 노동에서 해방되었다.

  그럼 이제 인류는 구원된 셈인가? 노동에 필요한 시간과 근육량이 대폭 줄었으니 이제 삶의 여유를 맘껏 누리면서 저마다의 개성을 봄내고 나아가 인생과 자연에 대한 심오한 탐구를 해나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보다시피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사람들은 더더욱 바빠졌고 일상은 한없이 분주해졌다. 스마트폰은 신체와 근육을 해방시킨 만큼 영혼과 삶을 잠식해 버렸다. 스마트폰은 세상 모두를 연결했지만 사람들은 더한층 깊은 소외와 단절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 통즉불통 - 소유에서 자유로, 증식에서 순환으로!
  기계 문명이 발달할수록 몸은 편안해진다. 하지만 그럴수록 몸의 소외는 심화된다. 이런 상태로 자존감을 유지하기란 불가능하다. 자존감이란 발산과 수렴의 매끄러운 리듬 속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거듭 말하지만, 문명이 아무리 발달해도 몸은 움직여야 한다. <동의보감>이 제시하는 양생의 원리는 간단하다. 통즉불통! 여기서 '통한다'는 건 단순히 생리적 소통만을 뜻하지 않는다. 안과 바깥이, 나와 타자가, 생각과 말이, 말과 행동이 서로 '통해야' 한다. 
  하지만 현대문명의 벡터는 정확히 반대다. 20세기 내내 숱한 개혁과 혁명을 겪었지만 정치경제학의 대전제는 소유와 증식이다. 다다익선! 한마디로 존재 자체가 담음이요 비만이다. 따라서 이젠 혈연과 가족을 넘어선 생명과 우정의 다양한 네트워크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소유를 향한 진격을 멈추고  생명의 대순환에 참여할 수 있는 길도 그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인간의 '원초적'욕망이다.

 

 

* 유동하는 신체, 노마드
  바야흐로 집의 시대가 '거 去하고' 길의 시대가 '래 來하고' 있다. 정주에서 유목으로! 가치의 고정성은 물론 척도의 절대성도 사라진다. 상이한 방향의 힘들이 각축하고 서로 다른 윤리들이 좌충우돌하는 것, 무엇이든 실험할 수 있고 늘 새로운 존재로 거듭날 수 있는 것. 그것이 곧 유목이다. 
  비움과 채움, 머묾과 떠남의 이중주! 따라서 유목을 위해 반드시 초원이나 야생으로 돌아갈 필요는 없다. 오히려 우리 시대의 유목은 도심 한가운데가 더 적당하다. 앞서도 밝혔듯이 21세기는 인간과 자연의 대칭성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 대칭적 네트워크는 문명의 한가운데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 문명적 대안이 될 수 있으므로. 문명 안에서 '문명의 외부'를사유할 수 있는 길, 그것이 곧 유목이다.

 


* 길 위에서 '길' 찾기 - '로드클래식'의 세계 속으로
  길을 떠나려면 지도를 그려야 한다. 지도를 그리기 위해선 하늘의 별을 보라고 했다. 우리 시대의 별은 바로 '고전'이다.  『열하일기』『서유기』『돈키호테』『허클베리 핀의 모험』『그리스인 조르바』『걸리버 여행기』등등. 
인생과 우주의 지혜를 담은 책들을 고전이라고 한다면, 고전 자체가 '길'에 대한 탐구인 셈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진짜 여행을 다룬 책들이다. 길 위에서 '길'을 찾는, '길'자체가 주인공이자 주제인 그런 책들. 이름하여 '로드클래식'(여행기 고전) 위의 작품들이 바로 거기에 속한다. 


  인터넷 통신망과 스마트폰의 스마트함에 빠져 살면서 문명을 누린다고 우리는 착각한다. 과거보다 훨씬 더 편리하고 눈부신(그야말로 번쩍거리는 각종 빛들로 인해) 생활을 한다고 믿지만 영혼과 정신, 인간과 삶에 대한 올바른 가치들을 돌아보지 못하고 오히려 더 바보가 되어가는 것은 아닐지. 스마트한 세상에서 손끝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유목(노마드)'이 답이라고 말하며 유목의 현장을 치밀하게 다룬 여행기의 고전을 소개한다. 『열하일기』『서유기』『돈키호테』『허클베리 핀의 모험』『그리스인 조르바』『걸리버 여행기』이 여섯 작품 속 주인공들의 여정을 따라 그들의 길 위에서 겪는 것들에 동참하면서 우리는 길 위에서 발견한 '길'을 적나라하게 살펴볼 수 있다.

 

 

 

i****s 2015.10.3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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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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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중국), 서유기(인도), 돈키호테(스페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미국), 그리스인 조르바(그리스), 걸리버 여행기(이상한 나라들)  고미숙 작가는 고전으로 지구를 한바퀴 돌았다. 그리고 길 위에서 펼쳐진 생각들을 모았다. 한줄 한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요새는 책을 읽으면 책을 읽고 있는건지 생각에 머무는 것인지 모호할때가 있다. 생각으로 한곳에만 시선이 머물고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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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중국), 서유기(인도), 돈키호테(스페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미국), 그리스인 조르바(그리스), 걸리버 여행기(이상한 나라들) 

 

고미숙 작가는 고전으로 지구를 한바퀴 돌았다. 그리고 길 위에서 펼쳐진 생각들을 모았다.

한줄 한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요새는 책을 읽으면 책을 읽고 있는건지 생각에 머무는 것인지 모호할때가 있다. 생각으로 한곳에만 시선이 머물고 있을때가 있다. 나이 듬에 책을 다시 읽어도 서로 다른 구절로 다른 생각의 엮임으로 곁에 다가오는 의미들이 새롭다

 

글을 쓸대면 늘 사건들이 '제멋대로' 다가와 일상을 뒤훈든다. 그러면 도저히 완성할 수 없을것 같은데, 정신없이 허둥대다 보면 또 어떻게든 굴러간다. 가끔은 내가 '글을 쓰는'것인지 글이 나의 신체를 통해 '써지는'것인지 모를 지경이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이렇게 머리말을 쓰고 있다. 참으로 기묘하지 않은가. 시작도 중간도 또 이 마지막도.(p.5)

 

결국 인연과 배치에 달려 있을 뿐, 시비선악이 본디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역사와 진리 혹은 도는 늘 무상하게 움직인다.

하여, 매 순간 새롭게 구성되어야 한다. 거기에는 정해진 방향이나 목적 같은 건 없다! (p.49)

 

"글자는 군사요, 글자의 뜻은 장수다. 제목은 적국이요 고사의 인용은 진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소단적치인 騷壇赤幟引) 이것이 연암의 글쓰기 전략이다.

글쓰기가 병법이라면 목표는 간단하다.

적을 제압하는 것, 그걸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

지형지물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연암은 실제로 그렇게 했다.

가장 흔하게 쓴 전략은 '줍는'것. 연암은 길위에서 틈나는 대로 '믄들'을 줍는다.

전설과 민담, 야담과 실화 등등, 연암은 닥치는 대로 줘워서 한편의 글로 버무려 낸다.

많은 글이 그렇게 탄생했다. (p.67)

 

아무리 거대하고 강하다 한들 자신이 생성한 것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리 작고 미미한 것일지라도 스스로 터득한 것이라면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다. 이것이 자연의 원리다.그래서 자연에는 대/소, 강/약의 척도가 아니라 스스로 생성할 수 있느냐/없느냐의 차이만이 적용된다. 주인이 될 것인가? 아니면 노예가 될 것인가? 요괴와 구도자의 차이도 여기에 있다.(p.125)

 

세르반테스(1547-1616)와 셰익스피어(1564-1616)는 동시대인이다.

나이로는 후자가 훨씬 어리지만, 사망한 해는 물론 날짜까지 같다.(1616년 4월 23일. 이 두작가를 기려 유네스코는 이날을 '세계 책의 날"로 지정했다고 한다.)(p.136)

 

돈키호테가 말한다. "세상사는 연극과 다를 바 없어. 세상세에서도 어떤 사람은 황제 역할을 하고, 다른 사람은 교황을 하잖나. 연극 하나에 나올 수 있는 모든 인물상이 있지. 그러나 종말에 가면, 생명이 끝나는 순간에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죽음이 와서 그 사람들을 구분하던 의상을 벗기고 무덤 속에 똑같이 눕게 하지."

산초가 응답한다. "참 멋진 비유입니다. 그게 장기놀이 같은 거지요. 장기를 두는 동안은 말마다 각기 자기 길, 자기 일이 있지만 일단 장기가 끝나면 모든 말을 섞고 합치고 흔들어 한 자루에 집어 넣지 않습니까. 이건 꼭 인생이 무덤에 들어가는 것과 똑같지요."(p.168-169)

 

마크트웨인은 1910년 4월 21일, 75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다음날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선언했다. 이제 '그의 명성은 불멸이 되었다.'(p.201)

 

"누구나 격찬하지만 결코 읽지는 않는 책"-고전에 대한 마크 크웨인의 정의다. 하긴 그렇다.

고전의 반열에 들어서는 순간, 그 책은 대중들로부터 멀어진다. 경이원지(敬而遠之).

다시 말해 존경하지만 가까이 하기는 싫은 대상이 되어 버린다.

고전은 어디까지나 당대의 '문제작'이기 때문이다. 가장 첨예하고 불온한 이슈를 제기하고, 그 이슈가 시공을 넘는 파동과 울림을 확보하게 될 때 비로소 고전이 된다. 그런데 읽히지 않고 서고에 보존만 된다? 고전으로선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그런 식의 '말라 비틀어진' 존경이라면 차라리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쪽을 택할 것이다.(p.217)

 

'나'는 알지 못했다. 타파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폐허에 무엇을 세워야 하는지, 그것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낡은 세계는 확실하고 구체적이다. 우리는 그 세계를 살며 순간순간 그 세계와 싸운다. 하지만 미래의 세계는 아직 오지 않았다. 하여, 비전은 늘 환상적이고 유동적이며 모호하다. (p.268)

 

핵심은 결국 자유다! 자유란 타인을 지배하고 군림하는 것도, 타인에게 사랑과 보호를 받는 것도 아니다. 그 둘을 모두 벗어나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수평적 관계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왜? 그것만이 인간이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므로. (p.288)

 

 

 

 

 

 

w******6 2016.02.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