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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결산][맹산식당 옻순비빔밥] - 모악시인선 2
"[2016 결산][맹산식당 옻순비빔밥] - 모악시인선 2" 내용보기
박기영 시인을 처음 알았다. 충남 홍성 출신의 1959년생 시인이신데, 평안남도 맹산 출신의 포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여기 저기 떠돌다가 대구에 정착을 하신 분이란다. 숱한 직업을 전전하다가 시인 친구들을 사귀고 본인도 문학의 길로 들어서 시인이 되셨으니...자고로 친구는 잘 만나고 볼일이다. 장정일, 류시화, 박덕규, 이문재, 권태현, 이산하, 안도현 등과 어울렸다니, 시인이 안
"[2016 결산][맹산식당 옻순비빔밥] - 모악시인선 2" 내용보기

박기영 시인을 처음 알았다. 충남 홍성 출신의 1959년생 시인이신데, 평안남도 맹산 출신의 포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여기 저기 떠돌다가 대구에 정착을 하신 분이란다. 숱한 직업을 전전하다가 시인 친구들을 사귀고 본인도 문학의 길로 들어서 시인이 되셨으니...자고로 친구는 잘 만나고 볼일이다. 장정일, 류시화, 박덕규, 이문재, 권태현, 이산하, 안도현 등과 어울렸다니, 시인이 안되고는 못배길만한 분위기였을 것 같다. 

인터넷 신문을 읽다가 어느 기자의 추천글을 읽고 주저없이 구매했다.

그리고 한 편 한 편 소리내어 읽어 보았다.

북한의 억센 사투리가 생생하게 배어 있는 글에서 자연의 구수한 냄새가 풍긴다. 때묻지 않은 순수한 자연에서 얻은 식물과 동물이 배고픈 사람들의 먹거리가 되어 주린 배를 채워주는 모습, 먹거리를 만들 때에 담기는 정성과 만드는 사람의 슬픔과 고통, 그리고 정이 뜨겁게 뜨겁게 느껴졌다.

이 시집은 전편이 잊혀져 가는 북한의 음식에 관한 것이다. 각각의 재료들은 모두 산이나 들, 바다에서 온 것이고, 만드는 법이나 먹는 법, 그리고 그 음식에 담긴 마음에 고향을 그리는 실향민의 애환이 깊이 담겨 있다. 그래서 그냥 읽을 수가 없다. 읽다보면 웃음과 더불어 침이 고이기도 하고 끝에 가면 목이 메인다. 맛있는 음식 이야기인데, 그리운 고향, 그리운 가족, 그리운 하늘, 그리운 부모님의 손맛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어찌나 맛깔스럽게 썼는지 아픔도, 슬픔도, 그리움도 잘 버무려져서 한 상 그득 받고 있는 기분이다. 맹산 식당에 가서 "봄독"이 잔뜩 오른 "옻순비빔밥"은 먹지 못하겠지만, 콩잎 장아찌나, 꿩두부, 문어단지는 한 번 맛보고 싶다.

 

 

맹산 식당 옻순비빔밥

 

식당 문 열고 들어가면

서툰 솜씨로 차림표 위에 써놓은 글씨가

무르팍 꼬고 앉아, 들어오는 사람

아니꼬운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옻 오르는 놈은 들어오지 마시오."

 

그 아래 난닝구 차림의 주인은

연신 줄담배 피우며

억센 이북 사투리로 가난 같은

남쪽 것들 들먹였다.

 

"사내새끼들이 지대로 된 비빔밥을 먹어야지."

 

옻순 올라와 봄 들여다 놓는 사월

지대로 된 사내새끼 되기 위해

들기름과 된장으로 버무려놓은 비빔밥을 먹는다.

항문이 근지러워 온밤 뒤척일

대구 맹산식당 옻순비빔밥을 먹는다.

 

옻오르는 놈은 사람 취급도 않던 노인은

어느새 영정 속에 앉아

뜨거운 옻닭 국물 훌쩍이며, 이마 땀방울 닦아내는

아들 지켜보며 웃고

 

칠십년대 분단된 한반도 남쪽에서 가장 무서운

욕을 터뜨리던 음성만

옻순비빔밥 노란 밥알에 뒤섞여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옻 올랐다고 지랄하는 놈은 김일성보다 더 나쁜 놈이여."

 

몇 년 전에 우리 남편이 은행을 만졌다가 은행독이 올라서 응급실에 간 적이 두 번 있다. 손은 물론 얼굴까지 퉁퉁 부어서 눈을 뜨지도 못했었다. 어찌나 피부가 약하신지... 근데 이것은 면역이 되지도 않는지, 그 후에 또 실수로 만졌다가 호흡곤란으로 응급실행... 그 때도 얼굴을 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은행도 이리 독한데, 옻은 어떨까... 옻순비빔밥을 못먹으면 사내도 아니고, 김일성보다 더 나쁜 놈이라니... 하하하, 웃을 수밖에... 우리 남편, 김일성보다 나쁜 놈?? ㅎㅎㅎ 음식에 대한 노인의 자부심과 남자다움에 대한 긍지가 엄청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겨울을 참으며 독을 품고 기다리다가 봄에 돋아오른 옻순... 그 봄독을 겁내지 않고 먹은 뒤에 근지러움에 밤새 뒤척이며 벅벅 긁어대고... 예전에는 영양을 자연에서 모두 섭취하였으니 독보다는 효능을 생각하고 먹었으리라. 실제로는 옻닭이 여자에게 좋다던데... 어쨌든 노인의 큰소리에서 느껴지는 당당함이 기분나쁘지는 않다.  

 

 

 

떡벽돌 집

 

  정감록이 세상 떠돌 때 이야기란다. 떡으로 집을 짓는 노인이 있었단다. 사람들은 모두 손가락질 했었단다. 노인이 노망들어 사람도 못 먹는 떡으로 장난을 한다고. 그러거나 말거나 노인은 곡식 생기면 떡을 만들어 집을 지었단다. 그것도 인절미로만 벽을 쌓는 집. 인절미 벽돌집인 셈이지.

  어떻게 만들었냐고? 떡메를 치고 떡살 눌러 납작하고 길게 가래 쳐서 그늘에 말리면 떡벽돌이 되는 것이지. 단단히 마르면 이빨도 안 들어가는 떡벽돌. 그걸 하나씩 쌓아 올렸던 거야.

  그 집이 만들어지자, 노인은 한지로 도배를 하고 살았대. 그리고 방문 현판을 붙여 놓았대. '활인방'이라고. 현판 뒤에는 글씨까지 써 붙였어. 마침내 노인은 그 방을 만들고 삼년 뒤에 죽으면서 아들에게 유언을 했대. 난리가 들면 현판 뒤 글씨를 봐라. 정말 얼마 뒤에 난리가 나서 세상 사람들이 모두 피난해야 한다고 야단법석이 벌어졌어. 아들이 문득 아버지 유언 생각나 '활인방' 현판 뜯어내서 읽어본 거야. "떡벽돌을 허물어 사람들에게 나눠주어라." 거기에 적힌 내용이야. 아들은 동네사람들 불러 모아 그 집 허물고 나오는 떡벽돌을 사람 숫자만큼 나누어주었대. 사람들이 한 점씩 지게로 그 벽돌을 가져가고 나니 집 있던 자리는 빈 터만 남았지.그로부터 삼 년 동안 난리를 치렀는데, 온 나라가 전장터 되어 굶어 죽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는데, 그 마을에서는 한 사람도 안 죽은 거야. 왜냐구? 떡벽돌 물에 불려 쪄먹고 살았거든. 떡 벽돌 한 짐은 쌀이 세 가마 들어가는 분량이었거든. 동네 사람들은 난리 뒤 그 집에 모여 노인에게 제사를 지내고, 그 집 일이면 서로 손을 도와서 후손들 중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었다는 거야. 우리도 떡벽돌로 집하나 지어볼까? 

 

[정감록]에 나오는 전설같은 얘기를 시로 승화시켰다. 밥도 제대로 못해먹던 시절에 쌀이 생기면 인절미를 만들어서 그걸 굳히고 벽돌을 만들어 집을 지었다니... 하지만 그 집은 난리통에 사람들을 먹이는 생명줄이 된다. 노망이 났다고 손가락질하던 사람들까지 모두 살리게 되는 것이다. 이 노인처럼 앞일을 알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혜안, 얼마나 공부를 하면 생길까. 앞을 내다보고 생명을 구하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는 혜안... 이런 혜안을 가진 어른들이 많아져서 이 나라가 안정되고 평화로워졌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언젠가는! 

 

 

정구지 김치

 

  어머니 첫 제사 오던 해 여름이었다.

  마흔 넘은 홀아비가 혼자 여섯 살 되는 사내아이 키우는 것 안쓰러운 주인집 노파는 그해 첫 정구지김치 사기 그릇에 담아 문간방 댓돌 위에 올려놓았다.

  양철 지붕도 뜨거운 햇살에 밤마다 가쁜 숨 토하던 방안, 마른 버짐 번진 얼굴에 여름감기 떨어질 날이 없던 아이는 난생 처음 보는 정구지김치 정신없이 퍼 먹었다.

 

  다음 날 홀아비는 노파에게 정구지김치 담는 법을 듣고 시장에 나가 통멸치를 사다 끓인 뒤 종이에 거르지도 않은 채 김치를 만들어 냄비에 담았다.

  호롱불이 심지 길게 돋우던 밤, 사내아이는 자꾸만 잔가시가 혓바닥 찌르는 김치를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김치가 달아, 달아, 하면서 뻘겋게 핏물이 든 입술을 오물거리고.

 

  통멸치 뼈째 정구지 김치 버무린 사내의 손은 심장처럼 붉게 부풀어 홀아비 혼자 사는 밤을 아슬아슬하게 지켰다.

 

홀아비가 주인집 노파에게 대충들은 걸로 담은 정구지 김치. 이 시절에는 액젓도 집에서 만들었으니 통멸치를 사와서 끓인 것까지는 좋았는데, 거르지를 않아서 멸치뼈가 그대로 김치에 섞어졌다. 잔가시에 혓바닥을 찔리면서도 달다며 먹는 아이의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 홀아비의 설움이 어린 아들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아서...  김치를 나눠주는 주인집 노파의 정, 그걸 배워서 만드는 아버지의 정, 혀가 아프면서도 맛있다며 먹는 여섯 살 사내아이의 마음... 모든 것이 짠한 정경이다.  

 

 

콩잎장아찌

 

  마흔두 살 청산댁 가을 내린 콩밭을 더듬는다. 한 사흘 가을비에 누렇게 변한 들판 콩깍지들 여윈 살 비비고, 청산댁 콩잎 하나 따서 묶는다. 여름내 땅에서 퍼 올렸던 독기 거두고 이제는 꼬투리에 자신을 가두는 시절, 청산댁 이마에 닿는 햇살 가벼워진 콩잎은 속살 부드럽게 모든 것을 품는다.

  장항아리 바닥에 누워 콩잎은 생각하리라.

  마흔두 살 청산댁 여름내 땀방울 흘리며 호미질 하던 소리, 갈라진 밭고랑 떨어지던 빗방울 소리, 거친 콩잎에 소금기 스며들며 눈 내리는 소리로 삭혀 뼈까지 투명해진 뒤에야 다시 세상에 눈 뜨는 것임을. 마흔두 살. 사내 잃고, 혼자 산기슭에서 밤마다 눈물짓던 청산댁 달 위에 올려놓은 긴 한숨이 자신을 키웠음을.  

 

콩밭을 더듬으며 설움과 한숨으로 키운 콩잎을 따는 청산댁. 언제 혼자가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마흔두 살의 나이에 아이도 없이 홀로 사는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시다. 밤마다 눈물지으며 달 보며 긴 한숨을 지었는데, 그것이 자신을 키웠단다. 청산댁이 수시로 흘린 눈물방울과 땀방울이 콩잎에 포옥 배어서 콩잎장아찌에는 별도로 소금간을 안해도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앵두

 

  누구도 그녀에게 말 한마디 흘리지 않았다. 우물가 붉은 앵두가 그 소문을 퍼뜨렸는지도 모른다. 아침 안개가 물가 따라 애장터 벼랑 감쌀 때 혼자 산길 걸어 내려오는 것 아니었다. 하얗게 핀 밤꽃이 그녀 어깨에 올려놓은 것은 이슬방울들만이 아니었다. 밤사이 읍내 친정집에서 막둥이 학자금으로 꾸어 이마에 지고 온 보리쌀 두 말. 그 보리알보다 더 많은 소문이 곳곳이 허물어진 싸리 울타리 바깥을 돌아다녔다. 서방 잃고 삼남매 혼자 챙기며 허벅지 안쪽에 무수히 수놓았던 글씨도 밤꽃 필 때 다녀온 삼십리 밤 친정 길에 불어난 소문 잠재우지 못했다.

 

홀아비나 홀어미에게는 왜그리도 소문이 떠도는지. 막내 학자금 때문에 밤새 친정집에서 보리쌀을 꾸어왔는데, 그 보리알보다 더 많은 소문이 온 동네에 퍼졌단다. 혼자 사는 것도 서럽고, 아이들 키우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말도 안되는 소문까지 무성하니... 예전 사람들은 정도 많고 이웃집의 숟가락 숫자도 알 정도로 친했다면서 왜 추측성 소문을 내고 그 소문을 즐기는 걸까. 잘 알기에 그럴 사람이 아니란 것도 당연히 알텐데. 혼자 살기에 안쓰러우면서도 혼자 살기에 만만하기도 하고, 혹시나 내집 남정네를 넘볼까봐 겁나서 행실나쁜 여자로 낙인찍어 놓으려는 것은 아니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본다. 정말 우물가 붉은 앵두가 그 소문을 퍼뜨렸을까... 에고, 얼마나 억울했을까나!  

 

 

옻순

 

지랄 같은 세상

옻이나 한번 올라봅시다.

 

나뭇가지 끝에

독사 혓바닥 같은 새순들

빳빳이, 고개 쳐들고 올라오고

 

거들먹거리는 햇살

환장할 것 같이 산기슭 어슬렁거리던

옆구리에 수 삼년 묵은 된장

한 주먹씩 보자기에 싸 꿰어 차고

 

뒷동산 양지녘 허공에

종처럼 매달려 고개 기웃거리는 옻순들

손바닥 시커멓게 꺾어

겨울 동안 땅속에 숨어 있던 독을

입으로 삼켜봅시다.

 

달싹하게 나른한 봄독

전신으로 기지개 켜듯 퍼져나가면

핏속에 잠들어 있던 욕망들

살가죽 벌겋게 들어올리고

폭탄처럼 미칠 듯한 근지러움 한꺼번에

살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면

 

시커멓게 옻진 물든 손톱

독수리 발톱같이 날카롭게 세워

악다구니처럼

온몸에 달라붙은 세상 군더더기

한꺼번에 떨어져라 정신없이

긁어대는 옻이나 한번 올라봅시다.

 

이 시가 제일 무서우면서도 제일 맘에 들고, 제일 간지러우면서도 제일 시원하다.

옻순, 봄독, 욕망, 폭탄, 근지러움, 악다구니, 세상 군더더기...

강하고 센 언어들이 주욱 나열되면서 읽다보면 뭔가 한 판 크게 벌이는 기분이다. 

"옻이나 올라"보자고 하는 것은 세속에 물들어 있는 우리 몸속의 더러운 것들을 "옻"으로 다 밀어내어

"정신없이 긁어대"서 떨어뜨려 보자는 얘기로 들린다. 정말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신날까.

우리 모두가 정말 그럴 수 있다면, 신명나는 씻김굿이라도 한 판 벌이는 기분이 들 것 같다. 

 

 

맹산식당... 고향을 그리며 맹산식당을 운영했던 아버지는 영정 속에서 웃고 계시고, 아들은 옻과 관련된 음식과 상품을 개발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으며,또한 진작 시인인 아들은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맛깔나고 애달프며 야생의 냄새가 가득한 레시피로 한 상 가득 차린 시집을 냈다.   

강렬하고 투박하지만, 생에 대한 애착이 날 것 그대로의 비릿한 감촉으로 다가오는 시집, 

싱싱하고 맛나며, 꾸밈없기에 거칠면서도 가슴 뭉클해지는 삶의 애환이 전편에 깔려있는 시집,

시 한 편도 놓치고 싶지 않은, 정말 강력 추천하고 싶은 정말 괜찮은 시집이다.

 

 

 

 

 

 

c*****p 2016.12.23. 신고 공감 5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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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산식당 옻순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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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에서는불길 피해 피난 나선 사람들처럼끓어오르는 물방울들솥잔등 밖으로 달아나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었다.부뚜막에 아슬아슬하게 걸어놓은 냉면틀 누르면서아버지는 가슴에 쌓이는 분노를전신으로 쥐어짠다."무시기 메밀이 이렇게 찰기가 없어."메밀마저 고향잃고비틀거리는 냉면틀 빠져나와설설 끓는 아버지의 땀방울 아래로떨어져 내리고,끈기 없는 메밀발 솥바닥 닿기 전회초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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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에서는
불길 피해 피난 나선 사람들처럼
끓어오르는 물방울들
솥잔등 밖으로 달아나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었다.

부뚜막에 아슬아슬하게 걸어놓은 
냉면틀 누르면서
아버지는 가슴에 쌓이는 분노를
전신으로 쥐어짠다.
"무시기 메밀이 이렇게 찰기가 없어."

메밀마저 고향잃고
비틀거리는 냉면틀 빠져나와
설설 끓는 아버지의 땀방울 아래로
떨어져 내리고,
끈기 없는 메밀발 솥바닥 닿기 전
회초리보다 가는 국수칼로
아버지는 서러운 피난살이를 끊어냈다.

얼음살 하얗게 내린
붉은 갓물 든 동치미 냉면 사발에
손으로 빈대떡 뜯어 넣으며
아버지는 수십 년 전 두고 온 고향
들여다보고 계셨다.
"어캐 냉면이래 가위로 짤라
쌍놈의 새끼들, 제대로 된 꿩육수도 모르는 것들이!"

평안도 맹산,
겨울이면 눈발이 지붕까지 쌓여
새끼줄로 굴 파고 돌아다녔다는 곳.
그 먼 곳까지 설설 끓은 냉면솥
혼자 옮겨갔다 내려오신 아버지의 부엌은
겨우내 잔기침 소리로 불이 쉬 꺼지지 않았다.

 

 

      --------------------------------------------------------

 

정말 얼마만에 시집을 읽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 시집은 소개해 드릴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인은 무려 25년만 다시 펴낸 시집입니다.

 

음식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실향의 고통을 안고 치열하게 살아간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기도 합니다.

한절 한절이 음식은 추억이다라는 말을 절절히 깨닫게 해주는 시들입니다.

 

냉면 한그릇에 오롯이 담긴 것은 면발과 육수만이 아니었습니다.

 

가끔 냉면에 대해서 자부심과 고집이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 유래가 짐작이 가는 점이 있습니다.

 

한지역 음식이지만 본 고장에서는 원형에서 많이 바뀌어서 본 모습을 알기 어려운데

해외에서 완고하게 그 본모습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인의 시를 읽노라면 그 이유가 절절히 느껴집니다.

 

그래서 음식을.. 아버지를... 사랑하는 분들에게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9***d 2017.01.1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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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냄새에 눈이 간지러워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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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악시인선 시리즈를 이렇게 빨리 볼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처음 정양 시인의 헛디디며 헛짚으며가 인상 깊게 남아 다음 책은 언제 나올까 기대하고 있던 와중에 박기영 시인의 시집이 출판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갔던 참이다. 읽다보면 침이 고이는 것 같은 섬세하고도 생동감 넘치는 표현,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눈을 즐겁게 하는 갖가지 음식들.  그 중에서도 '옻'이라는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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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악시인선 시리즈를 이렇게 빨리 볼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처음 정양 시인의 헛디디며 헛짚으며가 인상 깊게 남아 다음 책은 언제 나올까 기대하고 있던 와중에 박기영 시인의 시집이 출판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갔던 참이다. 
읽다보면 침이 고이는 것 같은 섬세하고도 생동감 넘치는 표현,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눈을 즐겁게 하는 갖가지 음식들.  
그 중에서도 '옻'이라는 단어는 이 시집을 가장 잘 보여주는 단어가 아닐까. 옻오르는 녀석들은 들어오지도 말라던 주인장의 자부심과 같이 이 시집은 오랜세월 다져진 시인 자신의 생에 대한 자부심을 보여준다.  
일반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미래지향적인 시들과 어렵기만한 작품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이때, 시골집에 내려가 팔뚝만한 옥수수를 물고 해넘이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편안함을 가져다주는 '맹산식당 옻순비빔밥'.  

일에 치이고 더위에 치이고 있는 지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f******8 2016.08.1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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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24 맹산식당 옻순비빔밥
"노래책시렁 24 맹산식당 옻순비빔밥" 내용보기
노래책시렁 24《맹산식당 옻순비빔밥》 박기영 모악 2016.7.29.  냇물마다 맛이 다릅니다. 물살도 다르고, 물빛도 달라요. 어느 골짜기나 들판을 적시는 물줄기이든 그 고장 삶결이나 숲살림에 따라서 모두 다릅니다. 수돗물도 고장마다 맛이 다르지요. 다만 수돗물마다 다른 맛은 싱그럽거나 푸른 숨결로 다른 맛은 아닙니다. 고장마다 어떤 곳에 파묻힌 시멘트나 플라스틱 물줄기를 거
"노래책시렁 24 맹산식당 옻순비빔밥" 내용보기

노래책시렁 24


《맹산식당 옻순비빔밥》

 박기영

 모악

 2016.7.29.



  냇물마다 맛이 다릅니다. 물살도 다르고, 물빛도 달라요. 어느 골짜기나 들판을 적시는 물줄기이든 그 고장 삶결이나 숲살림에 따라서 모두 다릅니다. 수돗물도 고장마다 맛이 다르지요. 다만 수돗물마다 다른 맛은 싱그럽거나 푸른 숨결로 다른 맛은 아닙니다. 고장마다 어떤 곳에 파묻힌 시멘트나 플라스틱 물줄기를 거쳐서 오느냐에 따라 다르고, 물꼭지가 얼마나 낡거나 새것이냐에 따라 다릅니다. 《맹산식당 옻순비빔밥》을 읽습니다. 글쓴이 아버지가 어릴 적부터 글쓴이한테 보여준 여러 멧살림 사냥살림 이야기가 흐릅니다. 멧골을 누비며 손수 잡은 꿩을 하나하나 손질해서 넣고 끓인 칼국수란 어디에서도 누릴 수 없는 맛이겠지요. 두멧자락 숲맛 바람맛 손맛 살림맛이 고이 흐르는 맛일 테니까요. 글 한 줄에는 줄거리만 있지 않습니다. 오늘 이 글줄에 줄거리가 서리기까지 걸어온 길마다 아른아른 묻어난 삶결이 낱낱이 함께 있습니다. 두고두고 새기고 싶어서 마음에 얹은 이야기는 노래로 태어나고 글맛으로 피어납니다. 언제까지나 흐를 글줄은 어제하고 오늘이 섞인 새로운 하루로 자리잡습니다.



아버지가 낚시로 꿩을 거두어 온 날은 / 칼국수를 먹었다. // 생콩에 숨겨둔, 외줄낚시에 붙잡혀 / 하늘을 끌고 잡혀온 짐승. // 별점이 박힌 껍질 벗겨내면 / 붉은 겨울 살 / 새콤한 얼은냄새 풍기고. (꿩낚시/18쪽)


(숲노래/최종규)



이달의 사락 h*******e 2018.09.2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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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순 비빔밥 맛은 어떨까 ?
"옻순 비빔밥 맛은 어떨까 ?" 내용보기
오랫동안 멈춘 글이 다시 시작되었을 때. 글에는 살아있는 숨결이 있다질펀한 땀냄새, 물에 빠져 허우적될 때의 절박함. 그리고 오랜 여행 끝에 돌아왔을 때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살갑지 않지만, 아버지가 낼 수 있는 맛의 향연 . 혀끝의 기억과 흩어져 머리속에만 남아있는 그 음식의 냄새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투박한 그 음식이 맛보고 싶어진다가려움을 동반할 수 있는 옻순을 넣은
"옻순 비빔밥 맛은 어떨까 ?" 내용보기

오랫동안 멈춘 글이 다시 시작되었을 때. 글에는 살아있는 숨결이 있다

질펀한 땀냄새, 물에 빠져 허우적될 때의 절박함.

그리고 오랜 여행 끝에 돌아왔을 때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살갑지 않지만, 아버지가 낼 수 있는 맛의 향연 . 혀끝의 기억과 흩어져 머리속에만 남아있는 그 음식의 냄새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투박한 그 음식이 맛보고 싶어진다

가려움을 동반할 수 있는 옻순을 넣은 비빔밥은 어떤 맛일까 ?

아쉬운대로 오늘 점심은 계란 후라이 하나 넣은 비빔밥을 먹으련다

t*****r 2017.03.0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