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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우리는 과거에 서로 알지 못했어요. 지금도 서로 얼굴을 맞대지 못하고 있죠. 하지만 안다고 꼭 만나는 것도 아니고, 만난다고 해서 안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중략) 단지 서로를 이해하고 느낀다면, 하늘 끝에 있어도 이웃이나 마찬가지죠!
이 말을 한 사람은 대만의 작가 싼마오다.
나는 이 책을 방에 혼자 남아, 같이 대화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 외로운 시간에 읽었다. 다 읽고 나자 여전히 방 안에 사람은 없었지만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싼마오가 한 말대로 나는 과거에 알지 못했고, 얼굴을 맞대지 못하고 있으며, 이미 하늘 끝에 있는(싼마오는 안타깝게도 1991년에 타계했기 때문이다. 싼마오는 자신의 사후에 자신의 글을 읽을 독자들을 생각하면서 그 문장을 썼던 것일까?) 싼마오를 단지 한 권의 책을 통해 만났지만, 나는 싼마오를 이해하고 느꼈으며, 그가 분명히 내 친구라고, 그리고 지금 살아서 한국에 있다면 평생에 반드시 한 번은 만나게 되었으리라고, 그리고 그 한번의 만남만으로도 지우가 될 수 있으리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싼마오에게서는 그 특유의 친근감이 팍팍 느껴진다. 내가 왜 싼마오에게 이런 친근감을 느끼게 되었을까?
싼마오는 기본적으로 대단히 명랑하고 쾌활하며 솔직한 사람이다. 그는 정말 많이 웃는다. 그리고 만일 그가 웃는다면 나는 그가 분명히 정말 즐거운 일이 있어서 웃고 있는 것이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냉소하기 위해, 비웃기 위해, 혹은 가식을 차리기 위해 웃는 싼마오는 상상하기 힘들다. 그리고 그가 운다면 나는 분명히 감성이 투명한 사람만이 진실하게 슬플 때 우는 그 울음밖에는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싼마오 역시 생각할 수 없다. 한마디로 누구나 사는 삶이 아닌 색다른 삶을 살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명랑하고 활발한 성격과 문체에, 솔직함까지 더해지니 누가 친근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거기에, 누구라도 반드시 살면서 희미하게나마 느끼는 정처없음, 노마디즘nomadism, 떠돌고 싶어하는 방랑자적 감성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행할 용기가 없어 그냥 느끼기만 하는 상황에서, 그녀는 과감하게 표현하며, 그 점 역시 싼마오의 매력이다. 그 정처없음은 단순한 '허무함'이 아니다. 다른 땅에서 느낄 수 있는 또다른 행복을 느끼기 위해 그곳으로 떠나갈 따름이다. 사하라에 살러 간다는 말을 싼마오가 했을 때, 대부분의 지인들이 싼마오의 그 정처없는 성격을 '허무함'으로 여겼다. 그러나 싼마오에게 그것은 '허무함'의 표출이 아니었고, 다만 사하라에서 살며 다른 삶을 느끼고자 했을 뿐이었으며, 실제로 사하라에서 그녀는 다른 행복을 살아갔다. 심지어 그 삶이 대단히 거칠고 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삶을 청채두부(중국인들이 즐겨 먹는 소박한 두부 요리)에 비유하며 소박한 행복을 느꼈다. 심지어 그는 만일 자신이 자살을 한다면, 그것 역시 그렇게 하는 것이 행복할 것이기 때문에 그러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넓은 지구는 그에게 하나의 아메리칸 퀼트, 다채롭고 아름다운 여러 가지 천으로 이루어진 퀼트 이불이 되어주었고, 그는 그 퀼트무늬를 저승에까지 이어갈 만큼 떠돌아다니는 것을 즐겼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만들어낸 퀼트 무늬를 보며 찬탄하고 스스로의 정처없음을 그의 글을 보며 승화시키게 된다. 또한 내가 느끼는 방랑자적 감성을 싼마오도 느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일치는 하늘 끝을 넘나드는 친근감을 느끼게 만든다.
그의 예술적 감각과 유머감각 역시 이 쾌활하고 힘차면서도 감수성이 맺힌 책과 그 작가을 더 친근하게 만들어준다. '서사하라에서 제일 아름다운 집'인 그의 집을 생각하면 저절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묘한 향수를 느끼게 한다. 나는 그를 생각하면, 물결치는 꽃무늬가 아로새겨진 천으로 만든 통 큰 원피스 자락을 종아리까지 늘어뜨린 채 가죽끈으로 만든 사막 가죽신을 신고 사막의 모래 속으로 성큼성큼 터벅터벅 걷는 모습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원피스는 얼마나 개성있으면서도 모든 사람의 동의를 얻어낼만큼 기발하게 아름답고 실용적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의 모든 면이 다 이런 식이다. 그리고 그는 아마 그 차림으로 패션쇼에 깜짝 출연해 관중들에게 눈을 찡긋하며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멋지고 즐거운 사람인지. 친구가 많은 사람이라도, 친구가 없는 사람이라도, 즐겁고 엉뚱한 책, 혹은 즐겁고 엉뚱한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테니, 모두에게 이 책을 적극 권하는 바다. 싼마오를 만나고 그와 친구가 되어 그와 함께 사하라위의 건조한 사막으로 산책을 나가 보기를. 쾌활함, 기발함, 방랑, 엉뚱함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에게 강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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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마오"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얼마전에 읽은 중국문인 쟈핑와의 [친구]라는 수필집을 통해서였다. 그녀의 이름은 한국출판사 측에서 덧붙인 간단한 소개(중국에서 가장 사랑 받고 있는 중국작가 100인 중 6위의 인물이라는 것과 사하라사막에서 원주민과 같이 생활했다는 등)와 쟈핑와라는 문인이 편지글 형식을 통해 전달하고 있는 그녀의 죽음과 같은 내 천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이 뒤섞여 내 머리 속에 각인됐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싶어서 인터넷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녀도 그녀에 대한 별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다.
"싼마오"라고 검색하면 그저 "싼마오유랑기"인가 하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정보만 가득 떴다.(이 애니메이션에서 필명을 땄다고 하는 것은 오늘자 신문검색을 통해 처음 알았다) "늘씬한 키에 긴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책과 펜을 들고 세계를 자유롭게 유람하는 이미지가 강렬하"(쟈핑와 [친구] 중)다는 그녀의 사진이라도 한장 보고 싶은데 없었다. 생몰연대도 그녀의 행적에 대한 정보도 거의 전무했다. [친구]에 나와있는 그녀의 간단한 이력이 내가 알고 있는 전부였다. 궁금했다. 대체 싼마오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렇게 궁금해했으면서도 왜 그녀의 "책"을 찾아볼 생각은 못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던 차에 그녀의 책 [사하라이야기]를 만났다니 이건 행운이다. 그녀가 어떤 글을 썼길래 중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100인 중의 6위로 꼽혔는지를 내 눈으로 확인해 볼 기회가 온 것이다. 아울러 이 책을 통해 그녀의 삶에 대한 궁금증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말괄량이 대만 처녀, 단순무식 스페인 총각과 사막에서 결혼하다!"라는 소개문구가 정말 딱 어울리는 그런 수필집이다. 정말 "기상천외한 신혼생활"을 담은 책. 수필이라면 삶에 대한 무거운 고민의 결과물이라는 편견을 쌓아온 것 역시 나의 얄팍한 독서이력 때문인가 보다. 수필집을 이렇게 유쾌하게 웃으며 읽어보긴 또 처음이다. 가벼워서 나는 웃음이 아니라 싼마오와 호세의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인간적 매력에 매료된 유쾌한 웃음이라고 해야할까...?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실린 사하라사막에 대한 소개글을 보고 사막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는 그녀는 사막에 가서 살겠다고 결심한다. 그런 그녀의 결정을 무모하다 생각하지 않고, 그녀보다 먼저 사하라사막에 가서 정착을 하고 싼마오를 기다리는 듬직한 남자친구 호세. 싼마오도 매력적인 인물이지만, 호세 역시 참 호감가는 인물이다. 책에서는 사하라사막의 원주민들이 거주하는 지구에 정착한 두 이방인의 삶을 경쾌한 어조로 풀어내고 있다. "수돗물과 전기는 밥 먹듯 끊기고, 산보라도 할라치면 하루 종일 미친 듯이 불어대는 모래바람을 맞아야"(p138)하는 그곳에서의 삶을 지레 포기해버리지 않고, 적응해내려고 노력하는 두 사람의 모습과 이 두 이방인을 대하는 "알부자에 순 얌체인" 원주민들의 모습이 뒤섞인 광경은 그야말로 코미디 수준.
"하루는 이웃집 꼬맹이 라푸가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어보니 집채만 한 낙타 시체가 문 앞에 놓여 있었고, 바닥은 시뻘건 피로 흥건했다. 나는 기겁을 했다. "엄마가 이 낙타를 아줌마네 냉장고에 좀 넣어 두래요." 나는 고개를 돌려 조그만 냉장고를 바라보고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 라푸 앞에 쪼그리고 앉아 말했다. "라푸, 엄마한테 너희 집 큰 방을 나한테 반짇고리로 쓰라고 주면 이 낙타를 우리 냉장고에 넣어 준다고 해라." 라푸는 곧바로 물었다. "아줌마 바늘이 어디 있는데요?" 당연히 낙타는 우리 냉장고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라푸 엄마는 거의 한 달 동안 굳은 표정이었다."(p122)
중국인들이 반한 그녀의 매력을 이 책을 통해 확인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책에 그녀의 사하라에서의 생활을 담은 사진 같은 볼꺼리가 더 많이 실렸더라면 하는 것. 이 책을 참 재미있게 읽은터라, 그녀가 자살로 17여년 전에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이 더욱 가슴 아프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 싼마오가 글에서 자주 "이 인간"이라는 애칭으로 부른 "호세"의 뜻하지 않은 사고사(옮긴이의 말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다.) 역시 가슴 아프다. 싼마오와 호세의 이야기는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였다. 그녀의 다른 책들을 통해 싼마오와 호세의 이야기를 좀더 듣고 싶다. 아직 우리나라에선 [사하라이야기]외엔 그녀의 다른 책이 출판되지는 않은 듯 하다.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예정이라는 그녀의 [흐느끼는 낙타]가 기다려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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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 깊은 곳에 그리워하는 곳이 있다. 누구는 바다를 그리워 하고, 누구는 땅을 그리워 한다. 어떤 이는 광활한 초원을 사모하고, 다른 이는 부르는 사람도 없는 촐라체에 오른다. 사람마다 가슴에 품은 그 알 수 없는 근원의 그리움은 어디에서 기인한 걸까? 혹시 이 세상에 오기 전에 살았던 곳일까? 아니면 조상이 살던 곳을 그리워하는 유전자에 새긴 원형일까?
잡지에서 우연히 본 사하라에 꽂혀서 무작정 그 곳으로 따났다는 싼마오. 그녀는 너무나 행복한 사람이다. 사하라의 모래 바람에서, 전기도 없이, 가끔은 황야에서 목숨을 위협 받으면서도 그녀의 글 속엔 그 곳의 행복이 가득 묻어 난다. 그렇게 자신을 부르는 곳으로 달려간 그녀의 용기와 순수함이 좋은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게 한다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사랑하는 호세와 함께한 그 삶은 호세가 떠난 뒤에도 싼마오를 살게했을 것이다. 싼마오의 책을 읽기도 전에 그녀가 이미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바로 얼마 전에 읽은 중국 작가 쟈핑와의 글을 통해서이다. 쟈핑와는 <친구>라는 책에서 여러 문우(文友)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에 싼마오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온 세상의 사막의 대표 이름인 사하라. 그 곳에서 후회없는 삶을 보낸 그녀가 부럽다.
나 역시도 그 어디 먼 곳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있음을 안다. 그 곳이 사막일 수 도 있다. 뜨거운 태양이 온 모래를 달구는 낮의 사막이 아니라, 온 모래 세상이 조용해지고 보랏빛으로 물드는 그 시간. 어느 새 서늘한 바람이 추운 밤을 예고하고, 사막의 생물들이 움직임을 시작하는 그 사막의 저녁이 나를 부른다. 그는 어두운 그림자로 낙타 옆에 서서 모래산을 바라본다. 가끔씩 환상처럼 찾아오는 이 영상은 무얼까? 사막에서 나를 부르는 그는 누구일까? 싼마오를 부르는 소리도 그랬을까?
"나는 잘 알고 있어.인생은 단 한 번 뿐이라는 걸, 아주 진실한 한 번 뿐이라는 걸...... 그래서 날이 갈수록 안타까워. 더 용감하고 유쾌하게 인생과 대면하지 못한 게 참 아쉬워." 본 책 <사하라 이야기>에서 진정 한 번뿐인 인생이다. 나는 얼마나 인생에 솔직했을까? 나의 소망대로 살아 온 시간은 얼마나 될 것인가. 어느 새 나이를 먹어 버린 지금, 이제와서 나를 부르는 사막으로 달려가기엔 너무나 잃을 게 많아졌다. 이 모든 것에 대한 미련이 클 수록 나는 인생과 용감하고 유쾌하게 대면하지 못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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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마오. 당신을 처음 알게 된 건 쟈핑와의 <친구>라는 수필집에서였어요. 짧은 글에서도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풍겼던 당신이 이미 세상에 없다는 걸 알고 쟈핑와 만큼이나 안타까워했었죠. 그리고는 당신의 그 많은 글을 읽지 못하는 나의 무지한 중국어 실력에 또 한번 속으로 울었죠. 그런데 인연이 닿았나 봐요. 이렇게 당신의 글을 만나게 되었으니!"
어려서부터 자유분방했던 싼마오. 결국 자신의 고향 중국을 떠나 멋진 남자 호세와 서사하라에서 살림을 꾸리게 된 그녀. 미치도록 힘겨웠지만 그만큼의 행복으로 충만했던 얼마간의 삶 그리고 호세의 죽음. 다시 돌아온 대만. 그러나 48세의 나이로 직접 세상과 이별한 싼마오. 삶 자체도 한 편의 소설이고 영화와도 같았던 그녀의 사하라 이야기가 웃음기 가득 배고 우리를 찾아왔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이기주의자 싼마오.
몇 번을 불러도 한 번이라도 더 부르고 싶은 그녀의 이야기들은 너무나 재미있다. 지하철에선 애써 소리 죽여가며 킥킥거렸고 집에서는 못내 참지 못해 푸하하로 이어졌다. 때로는 너무나 심각한 그녀의 이야기에 푹 빠져 '어쩜 좋아' 를 외치며 책을 부여잡았고, 뻔뻔스런 그녀의 이웃을 보면서는 함께 노발대발했다. 맛깔 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말은 바로 그녀를 위해 만들어진 말일지도!
<사하라 이야기>에는 그녀와 남편 호세의 결혼 직전 이야기부터 결혼서류 준비, 결혼식, 신혼을 거쳐 그들의 다사다난한 삶 이야기가 그대로 녹아있다. 그 이야기들은 애써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기에 우리네 삶처럼 어쩔 때는 웃음이 가득하고, 때론 너무나 심각하다. 한 마디로 울고 웃고 욕하고 놀라고 화내고 친절하고 다정다감한 삶의 조각들이다. 다만 배경이 사하라라는 사막이고, 그 중에서도 '못' 사는 묘지구역이라는 점. 집은 폐품과 관을 쌌던 상자로 만든 가구로 가득 찼다는 점들이 좀 다르달까.
그러고 보니 읽는 내내 그녀의 집이 참 궁금했다. 도대체 없는 것이라곤 없는 만물상 같은 그녀의 집. 그 집은 얼마나 멋있고 달달한 느낌으로 가득 찼길래 사람들이 못 들어가 안달일까. 싼마오의 음식 솜씨는 얼마나 좋길래 호세가 껌뻑 넘어갈까. 도대체 얼마나 능력이 좋아 미용사, 치과의사, 의사, 수의사, 산부인과 의사까지 겸업을 하는 걸까. 속 표지에 담긴 그녀의 모습은 세상물정 모르는 공주님 같던데, 그 사하라에서 살아가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하는 끝없는 질문.
<사하라 이야기>는 싼마오에 대한 나의 작은 궁금증을 200% 확장시켜버렸다. 이 상태로 그녀에 대한 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으면 당장에 중국어 학원을 등록할지도! 그녀의 끝내주는 생활력도, 바로 생생하게 옆에서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글 솜씨도 부럽고 샘 난다. 아니 너무 좋다. 그녀를 단 한 권의 책으로 만나야 하는 게 아쉬울 정도로.
오랜만이다. 책 한 권을 읽으며 이렇게 웃음이 넘쳐 흐른 것은. 아직 사하라 사막 어딘가에서 호세와 사랑 뿅뿅 넘치는 생활을 하고 있을 것만 같은 싼마오에게 하늘 너머 몇 글자 보내는 것으로 행복한 그녀와의 첫 만남을 마쳐야겠다.
"당신의 재미있고 정신 없고 똘똘한 삶 이야기를 슬쩍 이나마 만나볼 수 있게 되어 너무나 반가워요. 싼마오. 이 세상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다던 당신. 어딘가에서 내 글도 보고 있는 거죠? 그렇다면 언젠가 한번 웃어줘요 그 곳에서. 그럼 난 정말 고마울 거에요. 벌써 당신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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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사막은 마음 깊은 곳에서 오랫동안 그리던 나의 연인이 아닌가! 나는 눈을 들어 사막을 바라보았다. 끝없는 모래 위에는 적막한 큰 바람이 우는 듯 지나갔다. 하늘을 드높고, 대지는 심오하고 웅장하고 고요했다. 마침 황혼 무렵이었다. 떨어지는 해는 사막을 선혈과도 같은 붉은빛으로 물들였다. 처절한 공포마저 느껴졌다. 사막은 초겨울처럼 싸늘했다. 찌는 듯한 무더위와 이글거리는 태양을 기대했었지만, 대지는 황량한 정취를 뿜어내고 있었다. 호세는 사막과 조우하는 나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호세를 흘깃 쳐다보았다. 호세가 말했다. "당신의 사막이야. 지금 당신은 그의 품에 안겨 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목이 메어 왔다.
"이방인, 가자고!" - 204p
잡지에서 우연히 본 사막 사진을 잊지 못해 결국 사막으로 향한 여자와 그 여자를 위해 먼저 사막으로 향한 남자의 사막 신혼기 <사하라 이야기>. 소개글만 봤을 때 저자가 살아있는 사람인 줄 알았다. 이 말인즉슨 방랑기 가득한 동양 여자와 서양 남자가 사막에서 복닥복닥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는 소리다. 저자 소개를 보니 예상과 다르게 1976년에 출간된 책으로 저자인 싼마오는 대만에서 유명한 작가이며, 그녀와 그의 남편인 호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사하라 이야기>는 싼마오와 호세가 사하라 사막에 오기 전 이야기부터 사막에서 결혼하고 사막의 이웃과 지냈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다. 이야기의 순서가 시간상으로 나열된 것은 아니지만, 읽다보면 머릿속에서 자연스레 시간순으로 배열이 된다. 이 겁없고 나다니길 좋아하는 싼마오와 호세 부부는 외부인이라면 당연히 꺼려질 사막에서 신혼을 보낸다. 자기네 풍속대로 결혼하는 사하라위족들이 있는 곳에서 수많은 서류 공증을 거치며 결혼한 최초의 부부이며, 남자 의사에게 몸을 보이길 꺼려하는 사하라위족 여인들을 위해 싼마오는 아프리카 무의가 된다.
거창한 단어로 포장하지 않고, 바로 눈 앞에 잡힐 듯이 묘사하는 싼마오의 글에 푹 빠져 몇 시간이 그냥 지나가버렸다. 또한 순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아야 할 정도로 재미도 있다. 중간 중간 섬뜩할 정도의 이야기도 있는데, 내내 유쾌할 줄 알았던 싼마오의 다른 이면을 보는 듯 했다. 하지만 '옮긴이의 말'을 읽으니 싼마오의 감성은 긍정보다는 부정에 가까워 보인다. 이러한 부정이 결혼이라는 전환기를 통해 긍정으로 조금씩 변했고, 글을 쓰면서 그녀를 더욱 긍정으로 이끈 것이 아닌가 하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평생 살면서 (원래 사막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상)사막에서 살고 싶다는 사람을 과연 몇 명이나 만날 수 있을까? (비록 글을 통해서지만)이토록 독특한 사람을 알게 되니 세계지도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고, 내가 알던 세상이 조금 더 넓어진 기분이다. 그리고 싼마오가 지금도 어느 사막 한 곳에서 호세와 살고 있는 듯 했다.
그녀의 글이 마음 한 곳에 진한 흔적을 남긴 모양이다. 책을 덮고 나서도 아직도 마음이 울렁거리는 걸 보면.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있었던 일을 현재의 내가 읽고 그들을 가슴에 품는 일, 책이 주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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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싼마오'라는 쉽지 않은 이름을 머리 속에 확실히 각인시킨 것은 봄쯤 읽었던 '쟈핑와'의 중국 수필 '친구'를 통해서였다..
1991년 1월 1일 그녀의 갑작스런 자살을 애도하며 쟈핑와가 쓴 글을 통해서 그녀를 알았다.. 같은 작가로서의 비통함이 크게 다가오는 글들이었고 도대체 싼마오라는 여자가 어떤 여자길래..라는 궁금증을 안겨 주었다..
<싼마오> 그녀는 장아이링, 딩링과 함께 중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로서 얼마 전 중국 포털사이트 '시나닷컴'이 실시한 인터넷 투표에서 중국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는 중국 작가 100인중 6위에 올라 여전한 인기를 나타냈다고 한다.. 그녀가 대중의 마음속에 이토록 파고든 것은 그녀의 색다른 매력때문이었는데 그것중 하나가 '자유로움'이었다.. 정형화된 틀을 거부하며 바람처럼 살아온 그녀.. '유랑인'이라는 별명처럼 몸도, 마음 먹은대로 따라갔다는데 한없는 부러움이 생겨난다.. 이런 나의 마음을 보고 짐작해볼때, 중국 대중들에게도 동경과 호기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할 듯 하다.. 획일적인 학교 교육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가정교육을 받고, 24살부터는 본격적으로 세계 각국을 떠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페인 남자 '호세'와 서사하라 사막에서 결혼하고 1000일 동안 원주민과 함께 신혼을 보내게 된다.. 그때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담은 것이 이 책, <사하라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쟈핑와'가 소개했던 그녀의 매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어 진심으로 기뻤다.. 자살로 생을 마친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인생이 조금은 어둡고 기구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녀의 뛰어난 감수성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짐작하는 것말고는.. 책 속에서 들여다 본 그녀는 에너지가 넘치고, 밝고, 세상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소녀같은 사람이었다.. 이기적이고 욱하고! 공주병 기질이 다분해보이지만, 그녀를 욕할 수가 없다.. 그녀의 그런 단점도 사랑스러워 보일만치 매력적이다.. 그리고 그녀가 그렇게 매력적이게 보이도록 만들어준 사람은 다름아닌 그녀의 남편 '호세'였다.. 결혼 하고 나서도 '누가 뭐래도 내 방식대로' 살아갈거라는 싼마오에게 "나는 바로 당신이 '당신 방식대로' 사는 걸 좋아하는 거야!"라며 자못 사내 대장부다운 논조로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때부터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것이었다.. 사하라 사막으로 무작정 가고 싶어하던 그녀의 방랑벽을 잠재우기보다는 먼저 사하라로 떠나 자리 잡고 '오라'고 말할 수 있는 멋진 남자.. 그녀와의 생활을 위해 몸이 부서져라 일하고도 장인 장모를 먼저 챙기며 아내의 마음을 배려할 수 있는 남자.. 그들의 사랑은 사막의 열악한 환경에서의 힘든 생활도 '귀중한 경험'이 되게 한다..
부러운 부부이다.. 책을 읽는 내내.. 어느 부분에서는 조용히 미소 짓고, 어느 부분에서는 깔깔거리고 웃고, 어느 부분에서는 찡하니 눈물 짓고.. 행복했다.. 혼자 보기 아까운 책이다.. 누군가에게 행복한 책을 권해준다면 이 책을 권해주고 싶을 정도니까.. 보는 내내 만나는 사람마다.. "이 책 재밌다.. 흐흐.."라고 웃음을 흘리며 말해버리고 마는 책.. 그들의 사랑스런 일상을 돋보이게 해줬던 소꿉 놀이 하는 식의 매끄러운 대화체 번역이 특히 좋았다.. 소설같은 산문이었다..
호세와 싼마오가 사하라의 '보하다 해변'에서 천막을 짓고 한가로이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너무나도 자유롭고 평화로워 보여 "이런 난세에도 저렇게 사는 사람이 있구나. 여기가 무릉도원의 경계로구나." 라며 부러운 한숨을 짓는 장면이 있었다.. 이토록 열정적으로 삶을 바라본 그녀였는데도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남는 한세상일진데.. 정작 그러지도 못하고 사는 우리네는 삶의 끝에서 얼마나 안타까움 가득일지.. 마음이 아려오기도 한다..
요즘같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떤 사람과 함께여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는 때.. 그녀의 말들은 내 맘에 불 지르기 충분하다.. 흐음.. 쩝~ 멋진 싼마오.. 속박이 없는 자유로운 생활이 곧 빛나는 문명이라는 그녀.. 그녀의 책을 얼른 다시 만나보고 싶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무지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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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여자 싼마오와 스페인남의 사막에서의 고군분투 신혼생활기.. 사막을 딱 떠올리자면 죽음이 떠오르게 되는 것 같다. 낮에는 찌는 듯한 더위. 밤에는 얼어 죽을 듯한 추위. 근데 보고 있자면 환경이야 어떻든 사람이 살아가는 곳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 두 사람이 점점 적응하여 살아가는 것을 보고 있자면 한번쯤 가서 지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예전에 심리테스트 같은 것에서 사막에 갑자기 떨어지게 된다면 무엇을 가지고 갈 것인지 고르는 문제가 있었다. 그때 나는 컴퓨터를 택했다. 말도 안통하고 심심 할 테니 컴퓨터가 있으면 지낼 만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제는 컴퓨터가 아닌 뛰어난 적응력과 살고자 하는 의지 두 가지만 가지고 갈거다. 그렇다면 그곳에서 두 사람처럼 어떤 상황에 처해져도 살아남을 수 있을 테니깐.. 그리고 같은 여자로서 싼마오는 굉장히 멋진 여자라는 생각이 든다. 남편호세가 진흙 밭에 빠져서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그녀의 눈물 나는 대처능력이 나를 그녀의 열렬한 팬으로 만들어버렸다. 때로는 매우 위험한 상황과 독자의 입장으로 봐도 화가 날법할 상황에서도 그녀는 지나친 무거움 되신 가볍지 않은 유쾌함을 맛보게 해주었다. 맘 편히 웃을 수 없는 상황에서 책을 읽게 되었지만 나중에 지금보다 더 좋은 상황이 허락된다면 다시 한 번 꼭 읽을 계획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녀가 보잘 것 없는 집을 사막에서 볼 수 없는 멋진 집으로 꾸민 그 사진이 어쩌면 실려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없었다. 하지만 괜찮다. 그녀의 야무진 솜씨와 호세의 손길로 만들어 진 집이라면 분명 훌륭할 테니깐.. 싼마오가 해준 요리를 맛있게 먹는 호세를 보고 있자면 나도 침이 꼴깍..눈으로 그 모습이 그려지면서 먹고 싶었다. 특히나 면 요리를 좋아하는 내게 아주 자극적이었다. 남자인 의사에게 진료 받지 않으려고 하는 사하라의 여자들 덕택에 명의사로 떠받들어지는 싼마오를 보면서 처음에는 가볍게 웃어넘겼지만 점점 과감해지는 싼마오를 보며 나도 호세처럼 걱정이 됐다. 저러다 크게 일 한번 저지르겠구나. 물론 이 문제는 출산문제로 애를 받아달라는 임산부의 부탁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일단락 됬지만.. 직접 사하라를 가보지는 못했지만 싼마오의 눈을 통해서 그곳에 속속들이 모습들을 보고 나니, 마치 그곳에 다녀 온냥 사하라는 더 이상 고등학교 때 배웠던 역사 속에 나오는 어느 지명이 아니라 한층 친밀해진 느낌이 들었다. 등장하는 이웃들을 보며 그들의 재밌는 풍습도 구경할 수 있었다. 얼마 전 미녀들의 수다를 보면서 체했을 때 하는 각 나라의 민간요법을 보고 참 다양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의 손을 따는 것을 보고 기겁했다던 외국인을 보면서 효과 직빵이라던데 라고 속으로 외치던 내게 중국의 민간요법 또한 의아하게 만들었다. 밥그릇을 머리에 올리고 젓가락으로 두드리는 것이 아닌가. 외국인의 눈에 우리의 손 따는 민간요법 또한 이색적으로 보였겠구나 생각했더니 다른 각지의 민간요법에 대한 거리감이 한층 덜했다. 황량한 사막에서 알콩달콩 티격태격 살아가면서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모래 한 알 까지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는 싼마오를 본받아 나도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새겨 멋진 책을 내놓은 작가에 대한 답례를 대신하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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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느낀점] 사막을 사랑한 미녀와 그녀를 사랑한 야수의 아주 특별한 사막 신혼일기
난 싼마오가 중국에서 그리 유명한 작가인 줄 몰랐다. 난 이 책을 읽고 싼마오 매력에 푹빠져 버렸다. 남편 호세도 넘 잼있다. 아니 이들 부부가 너무 신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싼마오와 호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여전히 중국에서 사랑받는 작가로 손꼽히고 있다. 그녀의 발랄함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그녀에게 들은 사하라 사막 이야기는 진짜 대박이다. 너무 재미있어 우울함도 잊어 버렸다. 사실 며칠동안 우울이라는 우물에 빠져 허우덕 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혼자 웃고 신이 나서 기분까지 좋아졌다. 그만큼 그녀가 들려준 사하라 사막 이야기는 신비롭고 재미있고 엉뚱하다. 나처럼 가을이 가슴에 찾아와 외로운 사람에게 더욱 강추하고 싶다.
싼마오는 1943년 중국 쓰촨 성 충칭에서 태어나 대만으로 이주했다.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남다른 끼를 주체하지 못하고 그녀는 무작정 세상을 활보하기 시작한다. 그녀가 사막에 정착했던 이유는 남편 호세와의 결혼 때문이었다. 호세도 그녀와 7년을 알았지만 늘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린 싼마오때문에 부모님 못지않게 맘고생 심하게 한 남자다. 그래서 결국 무작정 싼마오에게 청혼을 하고 결혼을 강력하게 밀고 나갔다. 그들의 결혼 과정도 정말 우습다. 혼인 신호를 하려고 하는데 외국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결혼이 세 달 가량 미뤄졌다. 그러다 갑자기 서류 통과가 되어 그 다음날 결혼을 후다닥 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는 그들을 보며 나도 따라 웃었다. 더 황당한 것은 호세의 결혼 선물이다. 낙타의 해골을 준 것이다. 싼마오는 그 선물을 받고 몹시 흥분했고 정말이지 마음에 꼭 드는 선물이라고 말했다. 혼자 그 낙타 해골을 책꽂이에 올려놓고 끊임없이 찬사를 보냈다. 그들은 사하라 사막의 엽기 커플이다.
그들의 엽기 행각은 거기에서 끝이 나지 않는다. 싼마오는 버섯볶음을 해놓고도 다른 사람을 초대하여 중국의 죽순 요리라고 설명을 했다. 쫄깃함이 똑같다는 것이 그녀의 이유다. 심지어 자신이 만든 요리에 말도 안 되는 제목을 붙여 남편에게 설명을 했다. 그리고 싼마오는 그곳에서 돌팔이 의사 노릇을 해야 했다. 이유는 그곳의 문화적 특징 때문이었다. 여자들은 병이 나도 의사를 찾지 않았다. 이유는 의사가 남자이기 때문이다. 커다란 천을 휘감은 채 몸을 감추고 사는 이곳 여자들은 병이 나서 죽으면 죽었지 의사에게 몸을 보일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책을 통해 배운 의술과 가지고 있는 약을 통해 돌팔이 의사 노릇을 해야 했다. 신기하리만큼 그들의 병이 80퍼센트가 나았다는 것이다. 이리하여 그녀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고 심지어 왕진하러 가기까지 이르렀다. 바쁜 그녀의 일정으로 사막 생활의 외로움을 떨쳐 버릴 수 있었다.
사하라 결혼 풍습을 보며 그녀도 놀라고 나도 놀랐다. 그곳은 딸을 시집보내면서 큰 수입을 얻는다. 예전에는 사막에서 화폐가 통용되지 않아서 양, 낙타, 옷감, 노예, 밀가루, 설탕, 찻잎 등등을 여자 쪽에서 결혼예물을 받았다. 지금은 방식이 조금 바뀌어서, 이런 물건들의 명단을 적어 보내면 그만큼의 돈을 받는다. 옛날에는 낙타를 타고 공포탄을 터뜨리며 천막으로 신부를 맞으러 나갔지만 지금은 지프가 낙타를 대신하고, 클랙슨이 공포탄을 대신하고 있다. 신부는 신랑을 때리고 거부할수록 우스운 꼴을 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말 이상한 풍습이다. 사력을 다해 버틸수록 훌륭한 여자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남자는 결혼하면 6년 동안 처가살이를 해야 한다. 독특한 문화 방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문화는 역사이고 그들의 생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다, 나쁘다를 논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하라 목욕 풍습은 더 대략난감하다. 그들에게도 공중목욕탕이 있다는 사실에 싼마오는 신기한 나머지 경험을 위해 그곳을 찾았다. 물이 귀한 곳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목욕을 3~4년에 한 번씩 하는 거라니 정말 그들의 때는 밀어도 밀어도 끝이 없었다. 도저히 눈뜨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때가 나왔다고 한다. 거기에다 땟물이 흐르는 데 아이의 젖까지 주고 있는 여자도 있으니 정말 위생상태 제로다. 그리고 사하라는 몸 바깥만 씻는 것이 아닌 몸속도 씻었다. 보하다 해변에 샤이마를 쳐 놓고 봄에는 다들 거기 가서 일주일 동안 씻는다고 한다. 몸속 씻는 장면을 공개하겠다. 한 여자가 모래사장 위에 비스듬히 눕자, 다른 여자가 마치 관장하는 것처럼 호스를 그녀의 몸 안으로 집어넣는다. 그러고 나서 그 큰 항아리를 기울이자, 항아리의 물이 호스를 통해 그녀의 창자 속으로 들어갔다. 항아리 물이 다 없어지자 옆에 서 있는 여자가 다시 바닷물을 길어 와서 부었다. 누워 있는 여자의 창자 속으로 계속해서 바닷물이 들어갔다. 이런 식으로 세 번을 더 하자 여자는 신음하기 시작했고, 물 한 통이 더 들어가자 마침내 날카로운 비명을 지른다. 마침내 호스가 그녀의 몸에서 빠져 나오더니 이번에는 입 속으로 바닷물을 들이붓기 시작했다. 주인의 말에 의하면, 하루에 세 번씩 이레 동안 뱃속을 청소해야 모두 끝이 난다 했다. 이것이야말로 명실상부한 봄맞이 대청소였다. 그러고 나서 바닷물을 가득 채운 여자는 엉금엉금 모래 위에 기어 오더니 배설을 하기 시작했다. 정말 몸 청소 한 번 요란하다. 배설은 열 번 이상을 하고도 멈추지 않았다고 하니 바닷물이 배설물로 다 쏟아 내는 것 같다.
사막에 사는 사람 중에는 그다지 악하다 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사람을 당황하게 만드는 기술이 탁월한 것 같다. 싼마오가 오죽했으면 문을 닫고 집에 없는 척 했을까! 그 정도로 내 물건, 남의 물건에 대한 개념이 없고 수시로 가져가 돌려주지 않는 경우도 많고 거의 낡아 못쓰게 되었을 때 돌아오는 경우도 많았다. 옷과 신발도 수시로 없어졌고 아무때나 와서 필요한 물건을 맡겨 놓은 듯 달라고 아우성친다. 그리고 빌려주지 않으면 자존심 강한 그들은 자존심을 건드렸다며 동네방네 소리를 지른다. 결국 그들은 사막에서 1년 반을 살면서 호세는 이웃의 전기 수리공, 목수, 미장이가 됐고 그녀는 대서, 간호사, 선생님, 재봉사 노릇을 해야 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사막 생활을 하면서 좋은 점이 있다면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이었다. 끝도 없는 모래 세계, 먹을 것이 풍족하지 못한 문화 생활 속에 살다보니 현실에서 아주 작은 즐거움만 생겨도 무한한 만족감으로 승화했다. 그렇게 그들은 사막에서 가장 행복한 부부가 되었고 그들의 집은 사막에서 가장 아름다운 로마가 되었다.
싼마오의 이야기를 접하며 나도 모르게 삶이 신비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보지 못한 세계,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대한 신비로움이랄까? 세상은 참 넓은 것 같다. 늘 우물 안에 개구리처럼 한 세계에 머물다 보니 가슴이 좁아지고 생각이 좁아지고 시야가 좁아지는 것 같다. 싼마오처럼 기회가 된다면 많은 세계를 내 발로 밟아보고 싶고 많은 문화를 내 눈 안에 담고 싶다. 이 책은 우울함과 지루함을 한꺼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강력한 비타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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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려서 헤딘의 중앙아시아 탐험기를 읽고서, 무작정 사막에 가고 싶어졌다. 아마 그 책에 나오는 사막은 타클라마칸 사막이었던 것 같았는데 황량한 모래사막이 끝없이 펼쳐진 그런 사막 말이다. 나중에 첫 배낭여행으로 호주를 찾았는데, 역시 그 호주에서도 모래사막이 보고 싶어 찾아 갔지만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붉은색 흙사막이었다. 내가 그렇게 사막을 동경하기 수십 년 전에도 이미 나와 같은 이유로 사막에 첫 발을 디딘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사하라 이야기>의 지은이 싼마오였다. 중국에서 태어나 대만에서 자란 싼마오와 스페인 출신의 호세는 사막에 가서 살고 싶다는 싼마오의 소원대로 사막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신접살림을 차린다. 그것도 원래는 스페인령이었던 서부 사하라에서 말이다. 내가 봤던 흙사막이 아닌 진짜 제대로 된 모래사막 그 황량함 속으로 그들은 거침없이 스며들었다. 싼마오 아줌마의 좌충우돌 사하라 사막 생활기는 정말 재밌는 경험이었다. 네 것 내 것 구분이 없는 이웃 사하라위 사람들과 부딪히는 소소한 이야기들로부터 시작을 해서, 버젓이 운전면허도 없이 자신의 애마를 타고 다니질 않나, 그 때문에 사랑하는 호세가 사막의 늪지에 빠져 죽을 뻔 하기도 하고 <사하라 이야기>는 정말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싼마오의 고향인 대만은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싼마오의 글을 사랑하는 이들이 많은가 보다. 동양 출신 여자라는 마이너리티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여권이라는 말의 부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사막인들의 세계 속에서 무엇 하나 꿀리지 않고 당당하게 사하라에서 자신의 삶의 모습들을 펼쳐내 보이는 작가의 용기와 도전 정신에 책을 읽는 내내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최고급 시멘트’ 머리를 가진 호세 역시 싼마오 아줌마에게 헌신적인 사랑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소위 말하는 서양의 기사도 정신이라는 게 지금도 살아남아 있다면 아마 호세에게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사막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시작된 싼마오 아줌마와 호세의 사막생활은 곧 그 공간 속에 살고 있는 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전이가 된다. 아마도 사람들에 대한 진실한 휴머니즘에 입각한 박애정신이 아니었다면, 싼마오 아줌마도 잠시 사하라 사막에 다녀가는 이방인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의 삶 가운데 살아 숨 쉬려고 했으며, 사하라를 진정으로 사랑한 사막인이었다. 그럼 점들은 마지막 에피소드이자 그네들의 사하라 사막 생활기의 다이제스트라고 할 수 있는 <자수성가> 편에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읽었던 에피소드는 <풋내기 어부> 편이었는데, 개인적으로 낚시를 좋아해서 그런진 몰라도 보통의 월급쟁이들처럼 항상 돈에 쪼들리던 싼마오 호세 커플이 바닷가에 가서 물고기를 잡아다가 생활비로 벌어 쓴다는 발상이 아주 재밌었다. 호세가 물고기를 잡고, 싼마오 아줌마가 잡은 물고기를 손질하는 수고 끝에 많은 물고기들을 내가 팔게 되지만 결국엔 자기들이 내다판 물고기들을 비싼 돈을 내고 사먹게 된다는 이야기는 아이러니하면서도 번뜩이는 싼마오 아줌마의 재치가 담겨져 있어서 그런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사라하위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면서도 싼마오-호세 커플 역시 그네들 나름의 생활방식 대로 살아간다는 고백이 마음에 들었다.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상호 존중하는 삶이야말로 우리들이 지향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렇다고 해서 사막에서의 생활이 항상 그렇게 낭만적이고 로맨틱한 것만은 아니라고 싼마오 아줌마는 말하고 있다. 우리 일상에서는 너무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자들마저도 사막에서는 너무나 귀한 것들이며, 이역만리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과 떨어져 산다는 일이 그렇게 녹록치 않다고 증언해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야기에는 현장 체험의 생생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싼마오 아줌마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리서치를 해봤는데, 불의의 사고로 사랑하는 남편 호세를 잃고 대만으로 돌아가 집필 및 다양한 활동을 하던 가운데 48세의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말을 들은 후에는 <사하라 이야기>가 그렇게 낭만적으로만 다가오지는 않게 되었다. 사랑이 깊었던 만큼 사랑하는 사람의 빈자리를 채우는 일이 쉽지 않았었나 보다. <사하라 이야기>를 통해 싼마오 아줌마의 열혈 팬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이제 <사하라 이야기>에 뒤이어 출간예정이라는 <흐느끼는 낙타>라는 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녀의 작품들이 계속해서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