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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눈을 흩뿌려 놓은 듯 벗꽃이 활짝 핀 4월 어느 토요일 아침, 인적이 드문 어느 주택가 언던 위에서 한 남자가 스스로 죽을 궁리를 하며 차 안에 앉아 있다. 그의 이름은 "다테 히데요시"로 서른여덟살이나 먹도록 아직 집도 절도 없는 혼자 신세이다. 그나마 전과자인 자신을 받아 주었던 고마운 존재인 회사 사장마저 홧김에 폭행하고 회사차를 끌고 그대로 도망쳐 버린 참이다. 수중에 남은 돈은 236엔뿐이고, 대부업체에서 빌어 쓴 도박 빚 독촉에도 시달리고 있다. 어린 시절 술주정뱅이에 걸핏하면 손찌검을 해대는 의붓아버지를 구탁 하고 집을 뛰쳐나온 뒤부터 도시 밑바닥에서 말 그대로 빡빡 기어 온 그는 38년이나 살아 왔는데 고작 236엔 밖에 남지 않은 보잘 것 없는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 보며 자살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자살을 결심하고 어떤 방법으로 죽을까 이리저리 궁리하고 있는 첫 장면부터가 심각함과는 거리가 멀고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진행된다. 이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어떠할 것인지는 소설의 도입부분만 보아도 확실히 감을 잡을 수 있다.
아무래도 아직 죽기는 싫은 그의 앞에 여섯 살짜리 철부지 소년이 나타난다. 한 눈에 보아도 부잣집 아이티가 나는 소년을 유괴하여 돈을 뜯어내자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번뜩하여, 그는 죽기를 단념하고 이것이 자기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며 인생을 건 도박을 결심한다. 그런데, "덴스케"라는 이름의 소년은 맹랑하게도 스스로 가출을 했다고 털어 놓는다. 다음주에 입학하는 사립초등학교 대신 동네 친구들이랑 같은 학교에 가고 싶고, 학원이랑 가라테 도장에 가는 대신 친구들이랑 더 놀고 싶은데, 아빠는 자신이 하는 말은 하나도 안 들어 주기 때문에 집을 나왔다는 것이다. 히데요시는 이 철부지를 속여 안심하게 만들고는 곧 덴스케의 집에 협박전화를 한다. 그리고, 교도소에서 주워들은 유괴수법을 떠 올리며 자기 딴에는 치밀하게 유괴 협박을 시작한다. 그런데, 평범한 부잣집 아들인 줄 알았던 덴스케가 유명한 야쿠자 두목의 아들이었다.
인생의 막장에 몰렸지만 여전히 덜 떨어진 듯한 유괴범과 집을 떠난 모험에 마냥 즐겁기만 한 철부지 소년은 서로를 인연의 끈으로 묶은 채 3일간의 한 바탕 좌충우돌 대소동을 벌인다. 하지만, 이 둘을 둘러싼 세계는 결코 순진하거나 어수룩한 세계가 아니다. 감히 두목의 아들을 유괴한 겁 모르는 애송이를 단번에 박살내기 위해 조직원들이 총출동하여 히데요시를 추적하고 게다가 실제로 덴스케의 납치를 계획하고 있었던 홍콩 마피아까지 사건의 냄새를 맡고 달려든다. 뒤 늦게 덴스케의 정체를 알게 된 히데요시는 유괴를 그만두고 덴스케를 풀어 주고 싶지만 이 것도 쉽지가 않다. 말 그대로 진퇴양난의 처지에 몰린 것이다.
첫 자살 장면에서 충분히 느꼈듯이 유괴이후 돈을 받아 내기 위한 과정이나 야쿠자 조직의 추적, 중국 마피아의 개입 등 하나의 작은 소동이 얽히고 얽혀 큰 사건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약간의 비약은 있었지만 큰 무리없이 자연스럽게 진행되기 때문에 시종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소설에 등장하는 비록 변변치 못하지만 인간적인 여러 인물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차갑지 않은 시선과 가족애에 대한 믿음도 나쁘지 않았다. 히데요시에게 있어 덴스케와 함께 한 3일간의 시간은 처음에는 현재의 자포자기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지막 도박이었지만, 결국은 그의 보잘 것 없고 갈 때까지 가 버린 막장 인생을 되 돌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아니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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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데요시를 보니 내가 늘 불평하며 사는 인생이 큰 행복이라는 것을 알겠다. 아이들을 거느리고 캐치볼을 하며 아버지라도 된 듯 행복해하는 히데요시, 그를 쫓는 사람들이 야쿠자들인데도 앞으로 징역을 살고 나와 안나가 살고 있을 필리핀으로 떠날 꿈을 꾼다. 참으로 순진한 사람이다.
단돈 236엔. 도박 빚으로 320만엔이 있는 히데요시는 자살할 방법을 찾는다. 늘 시행하기전 온갖 변명을 찾고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는 히데요시, 그의 차에 여섯 살 덴스케가 타고 있었다. 즉흥적으로 생각한 유괴, 이것이 뒤에 엄청난 일이 될 줄 그 때는 몰랐을거다. 야쿠자의 아들을 유괴하다니, 세상에서 지지리도 재수가 없다.
덴스케가 아버지의 그림을 그렸을 때 몸에 있는 문신을 자세히 봤다면 더 일찍 알아차렸을텐데, 돈을 받기 위한 1차 접선 장소로 정한 패밀리 레스토랑 안에 야쿠자들이 테이블을 점령하고 앉아 있어도 야쿠자들이 회식이라도 하는지, 아이의 아버지에게 못할 짓을 했다는 순진한 생각을 한다. 이런 마음으로 어찌 유괴한 아이를 죽이겠는가. 오히려 덴스케와 함께 여행이라도 떠나는 것 같다. 야쿠자들도 어리숙하기는 마찬가지, 늘 쫓기거나 조직원들을 잡아와 봤지 실제 법을 어기는 유괴범을 어디 쫓아봤어야 말이지. 휴대폰 번호로 추적하는 방법도 서툴고 이 조직의 기동성은 정말 느려 터졌다. 조직원들이 좀 덜 떨어진다고 해야할까, 인간적이라고 해야할까. 인간적, 솔직히 총을 쏘아 사람들을 감정 없이 죽이는 모습을 보니 인간적이라고 하진 못하겠다.
'오기와라 히로시'의 책은 감동도 있고 유쾌하다. 아들이 유괴되어 어머니는 피가 마르지만 덴스케는 아버지가 해주지 못한 것들을 히데요시가 해 줘서 너무 행복하다. 물론 다른 조직에게 유괴된 사건은 무섭긴 했지만 그 상황조차 나는 쿡쿡 웃음이 났으니 이 책이 전반적으로 그리 무섭거나 긴장감을 고조시키진 않았다. 덴스케와 캐치볼을 하며 히데요시는 일찍 죽은 히데지를 떠올리며 추억에 잠긴다. 미워할 수 없는 유괴범 히데요시, 나는 이 책의 결말로 덴스케의 곁에서 멋진 양복을 입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히데요시를 꿈꿔 왔다. 드럼통을 준비하는 야쿠자들의 행동을 보면 나의 생각은 정말 어디까지나 '꿈'일 뿐이었지만 다음에 '에스엘'을 보러 가자는 덴스케에게 약속을 하는 히데요시는 또 한번 몰래 데리고 갈 생각까지 한다. 이런 용감한 행동으로 봐서 꼬마 야쿠자인 덴스케가 조장이 된다면 자신의 조직원으로 히데요시를 영입하지 않을까, 쿡쿡 이것 또한 나의 꿈일뿐이다.
덴스케에게 행복한 추억을 남겨주고, 동생 히데지를 기억에서 놓아 준 히데요시. 이 두 사람이 함께 한 시간은 인연의 끈이고, 약속이고, 함께 한 여행이었다. 비록 덴스케의 친구 데쓰오를 차에 태워 미래가 더 암울하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 되었으니 파견(덴스케는 징역을 '파견나간다'고 말한다.) 다녀온 뒤 하루 하루를 더 성실하게 살 수 있으리라. 돈이 모이면 도박을 하여 모두 날려버린 히데요시에겐 꿈이 있었으니까. 사랑하는 한나와 함께 하고 싶은 꿈 말이다. 비록 이제는 한나와 함께 할 수 없지만 언젠가 가족을 이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웃으며 읽은 '유괴랩소디', 그러나 가슴속에 벅차오르는 슬픔은 아마도 히데요시에게 정이 들었기 때문이리라. 미워할 수 없는 유괴범, 그로 인해 인생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을 보내어 행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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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에게 있어 최악의 상황이란 어떤 것일까? 자신을 지지해줄 가족도, 생계를 이어갈 수단도, 인생에 대한 믿음도 없는 상황이면 최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유괴랩소디>는 그런 최악에 가까운 상황에 처한 주인공 다테 히데요시의 이야기이다. 몇 번이나 교도소를 들락거린 전과자이면서 그런 자신을 거둬서 돌봐주던 회사 사장을 때리고 회사차까지 훔친데다 갖고 있는 돈은 모두 도박으로 날리다니, 도대체 생각이 있는 사람인가 싶기도 하다.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는데 사실 또 어떻게 생각해보면 나름대로 사회의 구성원이라고 자부하면서 매일 일하는 평범한 사람도 자칫 잘못하면 다테 히데요시와 비슷한 상황에 처하는 건 드물지 않은 이야기같기도 해서 현실감이 드는 이야기이다.
.. 결국 이런저런 상황으로 절망에 빠진 그는 자살을 결심하는데, 그 과정이 뭐라고 해야 할까.. 삶을 포기해야하는데 포기 못하는 미련이랄지가 그대로 드러나서 웃을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참 우습다. 그런데, 오라는 곳도 없고 갈 곳도 없는데다 경찰에 쫓기고 있다고 생각하고 여러가지 자살법을 연구하던 이데요시가 미적거리다 마지막 선택을 하려는 순간에 나타난 부잣집 아들 덴스케로 인해 목표가 생긴다. 궁지에 몰리다 못해 덴스케를 유괴하여 돈을 받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는 교도소에서 만났던 감방동기에게 주워들은 유괴방법에 대해 떠올리며 나름대로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하는데, 재수없는 다테 히데요시. 그가 유괴한 아이는 근방에선 누구나 아는 야쿠자 두목의 아들이었던 것이다. 참으로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유괴는 참으로 심각한 범죄이고 더군다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유괴는 용서의 여지가 없는 큰 죄이다. 그럼에도 이 <유괴랩소디>를 보면서 웃을 수 있는 것은 이것이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오기와라 히로시는 그동안 여러편의 소설을 통해 현실감 있으면서도 어느 한구석엔 따뜻한 인간미를 간직한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독자들로 하여금 사회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도록 하는 글을 써왔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주인공인 다테 히데요시조차 유괴범이긴 하지만, 외롭게 자라던 덴스케에겐 즐거운 여행기억을 안겨주고 있다. 참으로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맞는 경우인 것 같아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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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이렇게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끌어낼 수 있을까. 유괴 랩소디는 그런 책이다. 자살을 결심하고 열심히 준비를 해대지만 역시 죽음은 피해간다. 최악의 상태에서 시작하는 스토리는 책 표지의 두 주인공처럼 재미난다. 히데요시와 덴스카.
오기와라 히로시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쾌하면서도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책으로 위태하면서도 더이상 위태할 수 없는 짜릿함마저 드는 책 유괴 랩소디다.
집도 절도 없는, 서른 여덟의 다테 히데요시. 손에 가진 건 236엔과 도박빚 320만 엔. 전과기록.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듯 히데요시는 자살을 결심하지만 굴러온 복덩이 여섯살 덴스카를 만나면서 유괴를 꿈꾼다. 유괴 법칙을 하나씩 생각해 내면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휘파람을 불면서 덴스카와 유괴 여행이 시작된다. 가출 했다는 덴스카는 야쿠자 두목의 외아들. 덴스카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는 히데요시는 2천만엔을 요구하는데 덴스카의 엄마는 당장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다시 5천만 엔. 3일동안 덴스카와 다니면서 인연의 끈은 다져지고 덴스카의 아버지가 야쿠자의 두목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이제는 유괴된 덴스카를 돌려주려고 하지만 그또한 너무 힘들다. 거기다 경찰의 아들까지 합세를 하게 되는데... 마냥 즐거워하는 아이들과는 반대로 앞으로 전개될 행동을 예상한다. 처음엔 덴스케가 화를 내고 아빠도 화를 내고...그리고는 피가 쏴~. 이 대목에서 넘 웃었더니 옆에 있던 아이가 실없단다. 야쿠자의 손에서 흘리게 될 피를 생각하면서 그 끝을 생생하게 말하는 히데요시의 코믹함이 웃긴다.
자살을 기도하고 죽으려고만 했던 히데요시는 덴스카를 만나면서 3일 동안 정작 자신은 죽을 생각이 없었다는 걸 알게 된다. 결혼을 해서 아이가 있다면 덴스카 나이쯤의 아들을 두었을 히데요시와 일과 회사 동생들만을 우선으로 두었던 야쿠자 두목 시노미야의 감정 변화가 느껴진다. 가족의 소중함을 서서히 느끼면서 변해가는 아버지의 모습까지 볼 수 있는 책이다.
대박을 꿈꾸던 한 남자의 웃지못할 이야기는 읽는내내 야쿠자를 생각하면서 결말이 궁금해진다. 그리고 해피앤딩으로 마무리 된다. 교도소에 가게 된 남자를 보면서 해피앤딩이라고 하면 그럴까? 야쿠자의 손에 무섭게 죽어가는 것 보다는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그렇게 단정짓고 싶다. 처음엔 최악이었다가 운수대통에 대박이었다가 다시 무시무시한 야쿠자를 생각하며 최악의 순간에 차량 절도죄로 교도소에 가는 주인공을 생각하면 영화의 필름을 돌리는 듯하다.
야쿠자의 아내다운 엄마와 야쿠자의 아들다운 덴스카의 돋보이는 캐릭터가 소심하고 약해보이는 히데요시와 대조적인 모습으로 비춰져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 돋구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람냄새나는 모습을 부각시키려 한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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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수없는 유괴범이 떴다 !! 오기와라 히로시, 오락소설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 책을 첨 접하고 재밌겠는걸~ 으쓱했을 때는 미야베 미유키의 스텝파더스텝 내용이 젤 먼저 떠올랐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 ~ 미미여사보단 못하지만 그래도 오기와라 히로시만의 재미는 있는것 같다. 유아유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소재를 다루면서 표지의 샛노란 색만큼이나 밝을수 있는 건 오기와라 히로시만의 매력이 물씬 묻어나기 때문인 듯 ~
마누라도 집도 자식도, 그리고 돈도 없는 서른여덟 살의 다테 히데요시. 주머니에 남아 있는 236엔과 도박 빚 320만 엔, 그리고 전과기록이 유일한 재산이다. 홧김에 회사 사장을 폭행하고 금고의 돈과 차를 훔쳐 달아났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돈도 경마로 날려버리자 그는 불현듯 '자살'을 떠올린다. 가진 것도, 운도 지지리 없는 인생을 생각해보니 역시 남은 건 '죽음'밖에 없었다. 벚꽃 지는 언덕에서 자살을 결심한 그. 자살을 실행에 옮기기위한 좌충우돌 행동들이 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지 그 이유들이 30여페이지가 넘게 펼쳐지는데 슬프고 안타까워야 할 이 장면이 정말이지 넘 코믹하다. 얼렁뚱땅 엉터리 그의 성격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런지 ㅎ 그 앞에 부잣집 아들 덴스케가 나타난다. 과도한 공부가 지겨워 가출을 결심한 덴스케를 만난 히데요시는 인생을 건 유괴를 결심한다. 하지만 단순히 부잣집 아들로만 알았던 덴스케는 야쿠자 두목의 아들! 경찰보다 더 무섭다는 야쿠자에게 개기는 덜 떨어진 유괴범 히데요시와 모험을 떠난다며 즐거워하는 철부지 덴스케가 벌이는 웃지 못할 3일 간의 특별한 여행 이야기가 시작된다!
재밌게 읽은책인데 이 책 재밌으니 어여 한번 읽어보세요 ~ 하고 근사하게 소개를 해주고싶은데 이 느낌을, 이 기분을 글로써 옮기는게 쉽지가 않다. 글솜씨가 없는 사람의 한계, 요즘 내 머릿속 그 깊이가 보인다. 아냐 ~ 진작 밑바닥이 보였을지도 모를일 ;;;
"사람은 누구나 죽을 작정으로 달려들면 뭐든 할 수 있어. 다테군. 그러니까 힘내." [p.52]
- 녀석은 태어나서 딱 세 번밖에 전철을 탄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탄 전철의 색깔이며 모양, 차장의 제복에 차장이 한 말까지 모조리, 전부 기억하고 있어요. 보통 아무도 이런 일은 하지 않죠. 아니, 어른은 하려고 해도 못해요. 다시 말해서 . . . 잘 표현은 못하겠지만 . . . 중요한 건 그런거예요. 의외로 아무것도 아닌 일이기도 하죠. 아무 쓸모도 없는, 아무 득도 없는, 그런 게 소중하기도 해요 . . . 왜냐하면, 전자계산기나 컴퓨터는 꿈을 꾸지 않으니까요. [p.402]
"꼭이야. 약속이야." "어어, 알아. 약속은 . . ." 둘이서 동시에 말했다. "지키기 위해 있는 거야." [p.4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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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머리를 쉬고 싶을 때, 삶이 힘들게 느껴질 때, 몸과 마음이 지쳐 있을 때라면 오기와라 히로시의 책을 강추한다. <유괴 랩소디> 역시 기대를 배반하지 않은 소설이다. 한 가지 흠이라면 여유 시간이 많아야 한다는 것. 한번 책을 읽기 시작하면 도저히 빠져 나올 수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고작 3일간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아니 3일밖에 안 되는 시간 동안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쉴 새 없이 등장인물들을 따라다녀야만 한다. 해학이 담겨 있는 작가의 작품들은 읽는 동안 즐거움과 따스함이 오고가는 푸근함을 내내 느낄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좀도둑 전과가 있는 히데요시는 도박으로 인한 빚을 갚을 길 없어 자살 방법을 이것저것 도모하던 중 여섯 살짜리 꼬마 덴스케를 만나게 된다. 가출을 했으니 함께 여행을 가달라는 덴스케. 어마어마한 부잣집 도련님이 품안에 굴러 들어왔으니 횡재를 맞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 히데요시는 인생을 건 유괴를 결심한다. 그러나 이 꼬마는 야쿠자 두목의 아들이었으니 히데요시의 앞날은 바람 앞의 등불인데, 범죄자라고는 해도 알고 보면 여리고 어리버리하기 짝이 없는 이 남자, 어쩌면 좋을까? 순진무구하지만 영리한 덴스케와의 짧은 여행길에서 히데요시는 인생의 희망을 얻는다. 분명 유괴를 하고 몸값을 요구했으니 부모의 입장에서는 피가 마르는 최악의 범죄인데도 히데요시와 덴스케의 행로를 아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 절박한 상황을 응원하게 된다.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웃기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여행길은 일본 전국시대의 유명한 무장인 다테 마사무네의 ‘다테’라는 성과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히데요시’라는 이름을 가졌으나 정반대의 어수룩함으로 무장한 유괴범에게 다가온 새 출발의 열쇠이다. 아이와 어른의 교류와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감화라는 식상한 주제일지는 몰라도 각박한 세상을 부대끼며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에서 잔잔한 감동의 파문을 느끼게 되는 것은 나 자신 또한 진부한 인간이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진부하면 어떻고 통속적이면 어떻겠는가. 오기와라 히로시의 작품은 내일을 향한 빛을 전해주기에, 읽고 난 후엔 마음의 시름을 잊는 치유 효과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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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테 히데요시는 어느 쓸쓸한 공원에 차를 세워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이제 죽을 수 밖에 없다. 목을 매달 로프는 가지고 왔다. 하지만 목을 매달면 벗꽃나무의 가지가 부러질 것 같기 때문에 이 방법은 관두자, 투신자살은 거리를 잘 맞추어서 뛰어내리지 않으면 도중에 벽에 부딪혀 버리므로 이것도 포기, 그렇다, 배기가스를 차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 등등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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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억지스럽고, 약간은 황당하기까지한 스토리전개를 보이지만, 이 소설 너무너무 재밌게 읽었다. 자살을 결심하고도, 갖은 변명과 억지로 현실을 회피하려드는 비겁하고도 찌질한 주인공이 며칠만에 엄청난 사건에 휘말리면서 이 소설을 진행되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점점 빠져들어서는 처음에 너무너무 싫었던 주인공 녀석이 제발 이 '납치극'을 무사히(?) 마무리하길 얼마나 간절히 바랬는지 모른다. 정말 지지리 복도 없고, 운도없는 이 녀석이 야큐자 조장의 아들녀석와 온갖 헤프닝을 벌이면서 알게모르게 마음을 나누고, 정을 쌓는 모습도 보기 좋았고, 그 야쿠자 아들녀석의 단순하면서도 상대를 깊이 신뢰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메인 스토리는 아니지만, 야쿠자 조장의 와이프를 여전히 사랑하는 야쿠자 2인자의 시점도 흥미로웠다. 조장에 대한 충직한 의리와 유괴된 '덴스케'에대한 애정과 덴스케의 엄마에게 갖는 호감이 야쿠자에대한 부정적인 선입견(드럼통에다 사람을 넣어서 바다에 던지는 무지막지한 일도 예사로 하고, 총기와 마약까지 거래를 하는....)을 무너지게 했고, 결국 이 소설에서는 결코 '절대 악인'이란 존재하지 않는 구조가 되었다. 새삼 작가분의 따뜻한 시선을 모든 인물들이 온전히 받는 것 같았고, 덕분에 이 소설은 참 따뜻하고도 유쾌한 작품이 되었다.
잊을만하면 '폭소'를 터뜨리게 하는 유머러스한 부분이 독자에게 상당한 즐거움으로 다가오는 소설이라 생각된다. 머리가 복잡하거나,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을때 읽으면 아주 그만일듯 하니, 오기와라 히로시님의 작품이 생소한 분들이라도 꼭 챙겨 읽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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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를 다룬 책이나 영화는 꽤 많다. 데도 신의 <대유괴>라든지 영화 <잔혹한 출근>, <그놈 목소리>, <아리조나 유괴사건>등이 모두 유괴를 소재로 한다. <그놈 목소리>는 예외적이지만 현실세계에서의 유괴가 워낙 끔찍한 범죄이다 보니 책이나 영화에서는 코믹하게 그려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오기와라 히로시의 <유괴 랩소디>도 표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유쾌발랄한 책이다.
뭐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는 다테 히데요시. 도박에 빠져 빚만 잔뜩 지고 설상가상으로 전과자인 자신을 거두어준 가게 사장을 홧김에 때려눕히고 금고에서 돈을 훔쳐 도망쳤다. 더이상 아무런 희망도 없다고 생각한 그는 차라리 자살을 하리라 마음먹는다. 하지만 바로 그때 그의 차에 굴러들어온 복덩이가 있었으니 바로 부잣집 도련님 덴스케이다. 부모님한테 반항하고 싶다며 가출한 덴스케를 보며 히데요시는 유괴를 결심한다.
감방동료한테 예전에 들었던 <유괴의 정석>에 따르면 아이는 유괴하자마자 죽여야한다. 데리고 다닐 때 걸리적거리기만 하고 얼굴을 기억할 위험도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과라고 해봐야 좀도둑질이었던 히데요시는 차마 천진난만한 아이를 해칠 수가 없다. 결국 덴스케를 데리고 다니기로 결심하고 아이의 집에 몸값을 요구하는 전화를 건다.
하지만 거액의 몸값을 받을 꿈에 부풀어 있던 히데요시가 미처 몰랐던 사실이 있었으니, 자신이 유괴한 아이가 바로 야쿠자 조장의 외아들이었다는 것이다. 몸값을 받으러 접선장소에 나갔다가 문신이 잔뜩있는 험악한 남자들을 보고서야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게 된 히데요시는 몸값이고 뭐고 아이를 돌려보내려 하지만 중간에 홍콩 야쿠자까지 끼어들게 되며 엉망진창으로 꼬여버린다.
저자인 오기와라 히로시는 처음으로 만나보는데 참으로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인 것 같다. 세상살이가 너무 각박하게 느껴진다면 이 책을 한번쯤 손에 들어도 좋겠다. 천진한 덴스케와 어수룩한 히데요시의 3일간의 엉뚱한 여행을 함께 따라가며 정신없이 웃다가 보면 어느순간 콧등이 시큰해지며 눈물이 흘러내릴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