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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국가를 넘어 비판적 민족주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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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젠더 이론가로 알려진 주디스 버틀러와 탈식민주의 페미니스트로 유명한 가야트리 스피박이 왜 민족국가에 대하여 논의하는 것일까? 이러한 궁금증에 답하려는 듯 버틀러는 왜 비교문학에서 국가를 논의하는지 자문자답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state’라는 한 단어가 ‘국가’와 ‘상태’를 모두 의미하기 때문에 두 개념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민족국가를 넘어 비판적 민족주의로" 내용보기

흔히 젠더 이론가로 알려진 주디스 버틀러와 탈식민주의 페미니스트로 유명한 가야트리 스피박이 왜 민족국가에 대하여 논의하는 것일까? 이러한 궁금증에 답하려는 듯 버틀러는 왜 비교문학에서 국가를 논의하는지 자문자답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state’라는 한 단어가 국가상태를 모두 의미하기 때문에 두 개념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에도 불구하고 왜 비교문학과에서 전지구적 국가/상태에 관한 학회를 개최했는지*, 그리고 왜 하필 버틀러와 스피박이 그러한 주제의 대담자로 선정이 되었는지는 의문이다.

 

버틀러가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은 국가 없음(statelessness)’이다. 이것은 이 학회의 주제인 전지구적 국가, 전지구적 상태와 매우 적절하게 부합하는 것으로, 국가의 유무가 인간의 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전형적으로 난민이 국가 없음 상태에 처한 사람들로 여겨지지만, 한 국가 내에서도 국가가 기본 역할(복지와 재분배)을 수행할 수 없거나 수행하기를 거부할 때 국가 없음 상태에 처하는 사람들이 존재할 수 있다.

버틀러는 아렌트를 인용하면서 민족국가의 설립 자체가 민족적 소수집단을 지속적으로 추방하는 것과 구조적으로 긴밀히 얽혀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추방은 외부로의 추방일 수도 있고 내부로의 추방(봉쇄)일 수도 있다. 추방되고 봉쇄된 자들은 조르조 아감벤이 말하는 벌거벗은 삶의 상태에 놓이게 된다. 예컨대 난민, 이주 노동자, 팔레스타인 점령지 거주민들을 생각해보라. 버틀러는 아렌트가 국가 없음을 민족을 넘어선 권리의 공간으로 재현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00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남미계 불법 이민자(미등록 이주자) 시위에서 미국 국가를 스페인어로 바꿔 부른 사건이 이 대담에서 흥미롭게 다루어진다. 시위 참가자들에게는 권리를 주장할 시위의 자유는커녕 체류의 자유도 보장되어 있는 않은 상태였는데, 그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했고 국가를 다른 언어로 바꿔 부른 것이다. 이것은 매우 기묘한 사건이었고 결국 부시 대통령은 미국 국가를 오직 영어로 불러야 한다고 선언했다. (인터내셔널가는 세계 각국에서 자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불린다는 점을 상기해보라.) 버틀러는 이러한 상황을 가리켜 수행적 모순(performative contradiction)’이라고 부르면서, 국가와 국가 없음의 경계는 수행성을 통해 의문시된다고 말한다.

한편, 스피박은 민족국가의 쇠퇴가, 추상적인 복지구조가 개별 국가에서 전지구적 자본주의와 투쟁하는 비판적 지역주의(critical regionalism)로 옮겨가는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그녀는 국가 없음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데에 기여한 일련의 사건들이 자본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 자유시장주의에 입각한 전지구적 관리국가 아래에서 재분배와 복지, 헌법주의라는 구조가 국가 안에서 소멸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스피박은 비판적 지역주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개념화하지는 않는다. 다만 비판적 지역주의가 아세안(ASEAN)이나 남아시아지역연합(SAARC) 같은 지역기구와는 다르다는 점만큼은 명확히 한다. 비판적 지역주의는 민족주의를 넘어서 혹은 민족주의 아래에서 작동하면서, 동시에 국가와 비슷한 추상적인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스피박의 주장이다.

이 책은 다소 애매한 책이다. 그것은 대담을 책으로 만든데서 기인하기도 하지만, 두 대담자가 평소의 인식 지평과는 다소 멀리 나아간 주제를 두고 대담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체 학회 발표문 중에서 이 대담이 차지하는 위치와 비중이 무엇이었는지, 비슷한 질문이지만 학회 제목이 먼저 정해지고 두 대담자가 내용을 정했는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다시 말해 학회 주제에 대담자가 끼워맞췄는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책으로 출판되면서 원래 대담에서 생략된 부분은 무엇인지 등을 알 수 있다면 이 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민족국가에 대한 접근법은 이 책에서처럼 버틀러와 스피박의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버틀러와 스피박의 방법은 수많은 접근법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들이 민족국가에 대한 전문가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계에서 지명도가 있고 다수의 독자를 거느린 두 사람이 만나 대담을 나누었으니 출판사로서는 그것을 책으로 내려는 욕심도 부렸을 법하다.

요컨대 이 책이 주는 애매함은 1) 대담을 책으로 냈고, 2) 두 대담자가 자신들이 평소 다루던 주제와 다소 거리가 있는 (듯한) 내용을 다루었으며, 3) 주제에 대한 접근법이 주류(?)와 다르지만 워낙 인기 있는 학자들의 대담이라서 주류 접근법이 오히려 소외될 것 같다는 우려에서 기인다.

그렇기는 하지만 국가(state)와 개인의 상태(state)를 연결지은 버틀러와 민족국가의 대안으로서 비판적지역주의를 주장하는 스피박의 문제 제기는 여전히 중요하다. 거시적인 전지구화와 미시적인 주체철학의 접점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 이 책은 2006 UC Irvine 비교문학과가 주최한 “전지구적 국가, 전지구적 상태”라는 학회에서 주디스 버틀러와 가야트리 스피박이 나눈 대담을 기초로 만들어졌다.

 

 

 

 

YES마니아 : 로얄 c*****g 2016.04.18. 신고 공감 4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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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적절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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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틀러의 스피박의 대담이라는 것 만으로도 엄청 매력적인 책. 국가를 떠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우면서도, 너무나 자연스러우면서도 국가는 모든 국민에게 동등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소수자들은 실질적으로 배제되어 있으면서도 통합되기를 요구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해있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사고해야 하는지 단초를 제공하는책.   역자 후기는 난해한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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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틀러의 스피박의 대담이라는 것 만으로도 엄청 매력적인 책.

국가를 떠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우면서도, 너무나 자연스러우면서도

국가는 모든 국민에게 동등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소수자들은 실질적으로 배제되어 있으면서도

통합되기를 요구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해있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사고해야 하는지 단초를 제공하는책.

 

역자 후기는 난해한 대담을 쉽게 설명해준다.

y****a 2008.08.0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