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이 책의 작가가 '내가 나인 것'의 작가임을 알아 부끄러웠다. 아이들에게 그렇게 작가의 중요성을 알리면서도, 정작 글의 끝에 역자의 말을 통해 알게 되다니. 다 읽고 생각해 보니, 역시 히사시의 작품답다는 생각을 했다. 전작인 '내가 나인 것'에서도 주인공이 가출을 감행하고 겪게 되는 사건이 무척 흥미로웠는데, '이 배는 지옥행'에서 겪게 되는 일 또한 그 못지 않았다. 다만, '내가 나인 것'은 그 전개 과정과 치밀한 내용, 가정, 학교, 사회 문제들을 함께 다루면서, 문학적인 가치와 현실의 반영을 추구한 흔적이 보이는데, 이 책 '이 배는 지옥행'은 사건 전개 과정의 속도감이 부각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러한 점이 이 작품의 재미를 더하고, 실감나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전작처럼, 이 작품에서도 사소한 사건 하나가 큰 사건을 만든다. 우연히 날아간 망치 머리가, 새 텔레비전을 깨고, 그것이 점점 큰 사건으로 변질된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일은 점점 커지고 꼬여간다. 작가가 상황을 참 나쁘고 크게 만드는데, 마침내, 주인공들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래서 이나무라 선원이나 선장의 도움을 받고서야, 이야기를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물론 그 사이에 벌어지는 온갖 고통과 수난은, 읽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고,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나 아이들이 읽는 동화에는 재미와 함께 감동이나 문학적 가치, 동화로서의 목적, 주제가 드러나면 어땠을까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물론, 자기 잘못이나 실수에 대한 반성과 책임, 이해와 용서라는 측면을 부각시킬 순 있겠지만, 이 글을 읽는 초등 중학년 아이들에게는 의미보다는 내용이 더 많이 보일 듯 싶다. 아이들은 책을 볼 때, 시각적인 효과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무래도 책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림을 국내 작가가 그린 것으로 나와 있는데, 생각보다 삽화가 적고, 대략적인 부분만 나와 있는 점은 인상적이다. 하지만, 책 내용에서 사건이 무척 극적이고, 몸을 부딪는 장면이나 행동이나 상황이 급변하는 장면이 많기에, 삽화가 더 섬세하게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따라서, 이 책은 아이들과 함께, 지도하는 교사나 부모가 함께 읽는다면, 그 재미를 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추리동화나 장르문학에 빠져 있는 아이들이라면, 이 작품을 통해서 새로운 세상을 접해보는 것도 좋겠다. 또한 일본작가들 특유의 섬세한 전개 과정과 실감나는 사건, 거침없는 문체는 아이들이 읽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