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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오십년도 더 전에, 1953년에 세계여행을 떠난 작가와 화가의 여행 이야기이다. 첫장을 열었을 때 "가서 살든지, 아니면 머무르다가 죽든지 하련다"라는 셰익스피어의 문구가 마음을 동요시키더니 서장에는 "여행은 동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라는 문구로 시작을 하고 있다. 정말 언제나 가고 싶은 여행이지만 뜻대로 갈 수 있는 상황이 안되다보니 뭔가 명분이 없구나,라는 생각만으로 망설이게 되는데 '여행은 동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라니. 어찌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책을 읽기 바로 전에 읽은 '무작정 떠날 용기'의 글과도 뭔가 일맥상통하는 것 같지 않은가.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어떤 장면에 마음이 움직이는지, 어떤 공간, 냄새, 소리에 설레이는지 직접 몸으로 느끼고 눈으로 확인할 때야 비로소 내가 찾고 있던 아름다움과 좋음의 실체를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여행은 나를 성장시킨다. 내가 누구인지, 어떠한 사람인지 더욱 깊게 이해하는 과정"(무작정 떠날 용기, 197)이 바로 여행인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여행'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니, 이말이 정확하다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청년 두 명, 작가와 화가가 제네바에서 출발하여 유고슬라비아, 터키, 이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까지 여행하며 체험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요즘 볼 수 있는 여행서의 흔한 사진 한 장 없다. 그렇다고 간혹 들어있는 삽화가 눈에 띄게 멋진 것도 아니다.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기처럼 스케치가 멋있는 것도 아니고 뭔가 사색이 깊이 담겨있다는 느낌도 없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이 옛날의 여행 이야기가 재미있기 시작한 것이다. 책을 읽다 말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들의 이야기에는 온통 사람들과의 만남에 대한 것이고 여행지에서 경험한 에피소드 역시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 그래서 '세상의 용도'인 것일까. 옮긴이가 이 책은 지혜의 책이라고 표현한 것이 마음에 와 닿는 듯 하다.
세세한 부분들은 다르겠지만 솔직히 책을 읽으며 사람들의 행동이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하는 마음을 갖게되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오십년 전의 이야기이지만 여전히 우리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인 것 아닐까? "당신을 파괴할 권리를 여행에 주지 않는다면 여행은 당신에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을 것이다" 정말 여행을 가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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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그가 속한 곳(where he/she belongs)에서만 최우선의 정체성이 드러납니다. 그가 성장하며 사귄 친구, 그의 평판을 보증해 줄 지인들, 그가 이뤄 온 업적들(크든 작든),... 그의 존재는 그의 본향에서야 제 색깔을 지니고, 그의 말은 그의 동아리 안에서 제 의미를 드러내죠. 이런 익숙한 환경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을 보다 편안히, 그리고 유창하게(fluently) 규정하지만(define), 정작 당사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면에서 빠져 나오려 가끔 몸부림치는 다른 감정의 덩어리가 무엇인지" 알고 싶고, 때로는 불안 속에 스스로를 묻습니다. 이때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게 바로 여행입니다. 울림이 알쏭달쏭한 이 지역 민요지만, 아마도 이 책 화자인 두 분과 테렌스는 심심상인으로 뜻이 통했나 보죠? 여기는 아프간이다 보니 본토인이라 할 그 유명한 유목 민족 파슈툰인이 다수입니다(책에서 "파탄 인"이라 표현하는). 지금하고는 상전벽해라 할 만큼 풍습과 풍광이 차이나는데, 한때 영국 세력권(제정 러시아와 다퉜죠)에 있었던 이곳이니만치 심지어 (갓 즉위했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상화가 발견되는가 하면, "기니로 주시오, 기니로!" 란 말에서 드러나듯 여전히 화폐로서 영국 금화가 통용되네요. 그도 그럴 것이, 영국령 인도에서 철수한 옛 식민지 거주자들을 자히르 샤가 여러 면에서 편의를 봐 줬기 때문이죠. 이로부터 몇 년 후면 민중 혁명으로 축출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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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에서 1954년
사이에 글을 쓰는 니콜라 부비에와 그림을 그리는 티에리 베르네는 피아트 토롤리노라는 자동차를 타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간다. 제네바, 유고슬라비아, 터키, 이란, 파키스탄을 거쳐, 아프가니스탄의
카불로 떠난 그들은 자신들의 다짐처럼 “오직 느림이라는 가장 소중한 사치”를 맘껏 누리고, <세상의 용도>라는 책에 담아냈다. 처음에는 제목이 조금 독특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새로운 세계에서 빈둥거리며 나태를 부리는 것만큼
신나는 일이 또 있을까."라는 글귀가 가장 그러했고, 또한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보다 더 좋은 제목이 없겠다 싶기도 하다.
처음에는 1950년대라는 시간적 그리고 공간적인 배경에 흥미를 가졌다. 그러나 이 책은 이국적인 풍경을 담아낸 여행서라고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티에리 베르네는 선화(線畵)를 그리는 화가이다. 그의 그림은 니콜라 부비에의 글과 너무나 잘 어울렸지만,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여행서의 삽화랑은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또 어떤 면에서 보면 이국적인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그들이 경험한 모든 것들을 아주 느리고 섬세하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나 역시 “오직 느림이라는 가장 소중한
사치”를 누릴 수 있기도 하다. 전에 어떤 사람이 고흐의
그림을 보고, 그가 비록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 하지만 저렇게 아름다운 밤하늘을 가슴에 담고 있었다는
것이 자신은 너무나 부럽다고 이야기 한 것이 기억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작가들도 참 부럽다. 그들이 바라본 세상은 아름답고 또 정겨웠기 때문이다. ‘정겹다’라는 표현이 정말 딱 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사람냄새가
난다는 느낌이 든다. 그들이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유독 기억에 남기도 하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오락 문화에 물들 대로
물든 우리의 감수성을 되살리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 말을 읽으며 얼마나 웃었던지? 1950년대에 느림의 미학을 말하는
것도 2000년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문득 고대 그리스 유적에 “요즘 애들 버릇없다”라는 낙서가 남겨져 있다는 것이 떠오르기도 했다. 처음에는 시간여행을
기대했던 책인데, 도리어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는 참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에 더욱 빠져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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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본래의 나를 내던지는 것 [세상의 용도]
니콜라 부비에라는 생소한 인물이 나를 매혹시킨다. 장장 661페이지에 달하는 여행기가 소설책 읽듯 휙휙 넘어간다. 여행기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혹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바라마지 않았던 소소한 기록 뿐만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움직이는 생동감 있는 인물, 그리고 직접 가보지 않으면 담아오지 못했을 눈이 시리도록 선명한 색깔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지금 현재의 기록이 아닌, 1950년대의 기록이기에 더욱 놀랍다. 한국전쟁으로 시름에 젖어 있었을 우리네 1950년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세계여행은 '전쟁'과는 거리가 먼, 다양한 민속적 아름다움과 각기 다른 사람들이 뿜어내는 자연적인 매력들이 가득하다. 굵은 선들로 이루어진 투박한 그림들은 묘한 생동감으로 살아 꿈틀거리는 것만 같다. 보고, 듣고, 느끼는 그대로의 것들을 포착하고 자신만의 사유 속에 녹여내어 감동적으로 전달하는 이는 누구인가?에 가장 먼저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인 니콜라 부비에는 작가이자 사진가이자 고문서학자, 시인이다. 어쩐지 그의 문체에서 시의 향기가 물씬 풍기더라니. 같은 것을 보아도 보다 명료하고 보다 섬세하고 보다 깊이 있게 적어내고 또렷이 형체가 떠오르는 비유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1929년생인 그는 스위스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도서관 사서, 어머니는 '가장 실력 없는 요리사'였다고는 하나, 높은 교양을 갖춘 부르주아지 집안을 꾸린 것은 분명하다. 그의 부모들은 토마스 만, 마르그리스 유르스나르, 로베르트 무질, 헤르만 헤세를 손님으로 맞았다고 한다. 헤르만 헤세와 동시대를 살았다고 했는데, 그 시절에는 여행을 떠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었나 싶기도 하다. 헤세도 또한 여행에 있어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쨌든, 부비에는 여행을 하는 것은 무슨 일인가 일어나서 자신을 변화시키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집에 있는 게 차라리 낫다고 말했다고 한다.
[세상의 용도] 마지막 장에서도 그런 분위기의 문장이 나온다.
자기 본래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겠다니! 원래의 어리석은 자로 그냥 남아있겠다니! 그래서 그는 별다른 걸 보지 못한 것이다. 내가 아는 한 마치 샤일록처럼, 여행자에게 '살덩어리를 떼어달라고 요구하지 않는' 나라는 단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645
1953년 6월 부비에는 티에리 베르네와 함께 피아트를 타고 인도로 출발했다. 한 사람은 작가, 한 사람은 화가였다. 둘이 함께 하는 여행은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중단되지만 부비에는 혼자 여행을 계속하여 인도와 실론으로 간다. 1953년에서 1954년 사이 두 스위스 청년은 제네바에서 유고슬라비아, 터키, 이란, 파키스탄을 거쳐, 아프가니스칸의 카불까지 다녀왔다. 지도를 보면 그들의 여정이 한눈에 드러난다.
20대의 청춘들은 9주간 쓸 수 있는 돈을 들고 '느린 여행'을 실현하기로 한다. 돈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시간은 넘쳐났다며, 일체의 사치를 거부하고 오직 느림이라는 가장 소중한 사치만을 누리기로 했단다.
차 지붕은 열고 엑셀러레이터는 살짝 당겨놓았으며 좌석 등받이에 걸터앉아 한쪽 발은 핸들 위에 올려놓은 채 시속 20킬로로 느릿느릿 길을 갔다.-84
지금처럼 네비게이션이나 숙박 어플, 여행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꿈도 꾸지 못할 유유자적한 흐름에 몸을 맡기고, 일단 도착한 곳에서 최선을 다해 즐기고 누리는 그들의 모습이 왠지 부럽다. 물론, 스위스의 삶과는 다른 가난하고 유목민적인 생활, 각국의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생소함, 그들을 덮친 더위와 추위, 그리고 모르는 새에 엄습해오는 병마 등이 그들을 힘들게 했지만 젊은 그들은 가난함 속에서 반짝이는 기쁨을 발견하고 흥분과 열정이 드글대는 춤과 노래가 가득한 잔치를 즐기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속에서 진정한 여행의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마하바드-291 벽토로 지어 푸른색으로 문을 칠한 집들, 이슬람 사원의 뾰족탑, 사모바르 주전자에서 솟아오르는 김, 그리고 강가의 버드나무. 3월 말의 마하바드는 다가오는 봄의 금빛 레몬색에 잠겨 있었따. 대마 부스러기를 연상시키는 검은 구름 사이로 흘러나온 빛이 황새들이 부리를 딱딱거리며 둥지를 튼 평평한 지붕에 스며들었다. 중심가는 챙 달린 검은색 모자를 쓴 시아파와 챙이 없는 사발을 엎어놓은 모양의 펠트모자를 쓴 자르도슈티파, 작달막한 키에 머리에 터번을 쓰고 쉰 목소리로 격론을 벌이며 이방인을 빤히 쳐다보는 쿠르드족이 줄 지어 지나다니는 웅덩이에 지나지 않았다. 급한 일이 없는 사람들은 상체를 앞으로 약간 기울이고 뒷짐을 진 채(그들은 항상 뒷짐을 졌다. 입고 있는 바지에 호주머니가 달려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 걸음 떨어져 우리 뒤를 따라왔다.
그들은 이방인에 대한 호기심을 보이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여행자이기도 했다가, 돈이 떨어지거나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마을에 몇 개월씩 머무르며 그림을 그리고 칼럼을쓰고 프랑스어 과외를 하는 생활인이기도 했다. 애써 적어 놓은 원고를 도둑맞고는 쓰레기장 속에서 몇 장을 건져내기도 하고, 차가 고장나 힘들 때 마을 사람들의 무한한 호의에 기대 도움을 받기도 했다.
놀랍도록 아름다운 풍경, 마음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한 순간에 머물렀던 기억들을 빼곡히 적어 놓은 문장을 사랑한다. 뚝뚝 끊어지는 것 같으면서도 무한히 이어지는 감동적인 광경들의 나열들도 똑똑 떨어진 물방울이 한지에 베어들 듯, 내 마음 속으로 서서히 스며들어 점점이 뿌려진 것들이 그들이 다녀온 지도위의 점을 연결한 것과 같은 길다란 선으로 기억된다. 두툼한 책이어서 처음엔 생경한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두툼해서 더욱 행복한 책으로 남는다. 본래의 나를 내던지는 진정한 여행을 다녀온 이들에게 한 마디 하고 싶다. "진짜 여행이 뭔지 아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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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동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라는 말과 함께 시작하는 여행이야기입니다. 니콜라 부비에 작가와 티에리 베르네 화가 두 명의 저자들이 피아트 토폴리노 자동차에 몸을 싣고 1953년 6월 스위스 제네바를 시작으로 1954년 12월 파키스탄 국경에 접한 아프카니스탄의 카이바르고개까지 1년 반 동안의 여정이 담겨 있습니다. 익히 알고 있는 지명도 있으나
생소한 지명이 더 많이 있기 때문에 전체 여행경로를 먼저 이해하기 위해서 책의 뒤편에 실린 여행 지도를 먼저 보고 나서 책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총 열세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여행지가 옛 유고슬라비아인 동유럽의 남부와 아라비아 반도의 북부
및 이란을 거쳐서 아프카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가들에 해당됩니다.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인들의 방문이
적은 지역이라서 해당 지역에 대한 이야기들이 신선하게 느껴졌으며, 우리 부모님 세대의 현지 모습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에세이나 보고서 형식이 아닌 저자들이 생각, 대화
그리고 현실 상황을 그대로 묘사하며 시간 흐름에 따라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형식입니다. 마하바드로
가는 길에서 만난 강도와 구별 안 되는 무장한 히치하이커를 태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나 비 때문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져 돈 문제로 호텔에서 교도소로
가게 된 상황이 너무나 현지에서는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책의 사이사이에 있는 티에리의
흑백 삽화들은 여행지나 사람, 문화를 표현한 것 이라 느껴졌으며, 사진으로
보는 것 보다 더 감성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서언에 언급하듯이 처음은 여행자가 여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여행이 여행자를 만들고 있음을 알게 되는 책입니다. 여행문학의 고전으로 알려진 책이라서 지금처럼
상업화된 여행이 아닌 진정한 옛 사람들의 여행 모습은 어떤지 엿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저자들처럼
정해진 여행일정이 아니라 현지의 환경이나 상황에 맞기며 때가 되면 물 흐르듯 다음 여행지로 이어지는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닌 삶의 일부인 것 같은 여행의 모습에서 진정한 여행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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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기 이전에 마음의 지침이 되는 책. 여행은 동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_서장 우리는 일체의 사치를 거부하고 오직 느림이라는 가장 소중한 사치만을 누리기로 작정했다. - 18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해외이면 비행기표, 숙소, 맛집을 알아보는 가장 기본이 되는 순서이지만 그 무엇 하나 준비하지 않고 어떤 '가치'만을 가지고 여행을 떠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니콜라 부비에의 <세상의 용도>는 그 어떤 여행 서적보다 훨씬 더 무게감이 묵직함과 동시에 두 청년의 여행 철학이 고스란히 베어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든다. 역자의 후기에도 나와있지만 <세상의 용도>는 1953년에서 1954년 사이에 스위스 청년 둘이 제네바에서 유고슬라비아, 터키, 이란, 파키스탄을 거쳐 아프가니스탄 가불까지의 여행기가 담겨진 책이다. 이 책을 쓴 니콜라 부비에는 작가, 사진가, 고문서학자, 시인등 다재다능한 끼를 갖고 있는 청년이고, 그와 함께 떠난 티에리 베르네는 화가이자 삽화가로 파리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글 만큼이나 그림 또한 이전에 보지 못한 그림들이라 두 사람의 색깔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두 청년의 여행기가 뭐 그리 대단할 까 싶지만 책 속에 그려진 이야기를 읽다보면 절로 그가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시건, 여행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까지도 다양한 그들의 철학을 재정립 할 수 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떠나는 여행이 그저 무계획적인 여행이 아니라 하나의 가치를 오롯하게 정립하는 여행이라는 것을 두 청년의 여행기를 통해 배웠다. 때로는 빡빡한 여행 계획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느낌만으로 여행을 즐기고 싶어 사전준비를 안하며 떠난 여행을 해 본 적이 있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아쉬움을 남겼는데 니콜라 부비에는 그런 무계획적인 여행이나 계산적인 여행이 아닌 삶의 본질을 꿰뚫는 여행을 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두 사람의 여정이 계속해서 기대가 되었다. 그가 떠난 여행의 시기는 아주 오래전이지만 시공간을 떠나 아직까지도 그들이 생각한 편린 속에서 떠돌던 삶의 가치는 지금까지도 깊이 생각할만한 주제다. 우리가 여행을 하는 것. 여정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것. 언제나 늘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고, 떠나려고 하는 순간에서 얻는 것이 무엇인지를 매번 누군가 물어볼 때마다 선명하게 그 대답을 하지 못했는데 니콜라 부비에의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여행이 갖는 가치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읽는 내내 좋았던 책이지만 만듦새도 너무 멋있는 책이어서 가장 가까운 책장 안에 넣고 여러번 재독하고 싶을 만큼 좋은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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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책만큼 여행이 좋아졌다. 국내여행이든 국외여행이든 여행이라는 건 지금의 나를 잊게해주고 자유롭게해주는 최고의 약인듯 느껴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가족과 떠나는 여행에서는 늘 챙기고 계획하고 미리 공부하고 그리고 떠난 여행에서는 당황하고 어쩔줄 몰라하기도 한다. 그런 실수 투성이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여행이 좋다는건 여행이 가지는 특별한 무언가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일거다. 세상의 용도라는 전혀 여행과 어울리지 않는 제목의 이 책은 1929~ 1998년 살았던 작가이자, 사진가, 고문서학자 그리고 시인이었던 니콜라부비에의 여행서이다. 헤르만 헤세와 동시대를 살았고 많은 문인과 만나기도 해서 일까 그의 책에서 여느 여행서 답지않은 문학을 발견하게 된다. 사실 그의 이용 경로와 볼거리 숙박에 대한 정보가 지금에야 소용없을 수도 있겠지만, 그저 정보로서의 여행정보가 아닌 그 때의 그 느낌이 그림처럼 더 잘 표현되기도 해서 좋다. 아직은 여행의 목적이 '어디어디에 가본적 있다.'라는 자랑거리 약간과 내 스스로 현재의 삶을 떠나 어딘가 가본다는 조금은 자유로운 느낌 그리고 태어나서 이곳에서 머물고 이곳에 있는 것들만 볼수 없지 않나, 더 많은곳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보고싶다라는 이런 종류의 목적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아시아어느나라의 작은 마을 그곳의 어떤 소녀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그곳의 강물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었는지를 기억하는 그런 여행을 꼭 한번 해보고 싶다. 그것이 여행의 목적이고 나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진짜 여행이 될테니까. 두껍지만 잘읽히는 이 여행에세이에 사진이 아닌 그림들이 있어 더 가치있게 느껴진다. [여행은 동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여행은 그냥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것을 곧 증명해주리라] p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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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부비에의 [세상의 용도]를 읽는 내내 든 생각. 우리는 지금 과연 저자가 말해주고 있는 '세상의 용도'를 맘껏 쓸 수 있기는 한 걸까. 용도를 용도에 맞게 혹은 만큼 사용가능한 세상에 살고 있을까 싶은 안타까움이었다. 더더군다나 여자로 태어난 '죄'아닌 죄로 더더욱 그런 생각의 골이 깊어졌다. 사실 그들의 여행이 평탄하고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떠나지 못한 핑계를 어쩌면 이렇게 계속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가 싶은 자괴감도 들었다. 여행을 떠났다기 보다 그야말로 세상을 경험하러 다니는 두 사람의 모습은 그렇게 내게 아쉬움반, 반성하게 만드는 마음 반을 함께 느끼게 했다. 담배에 불을 붙이는 그의 손이 떨렸다. 틀림없이 프랑스에서 공부를 엄청 잘했을 그는, 신이나 본원에 대한 사랑으로 주어진 문제조차 제대로 이해 못하는 대학생들의 엉망진창인 논술 답안지를 고치느라 여기서 밤을 새우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 도시에 더 이상 환상 같은 걸 품고 있지 않았다. 211쪽 여행자에게 여행지란 '환상'을 품을 수 있는 장소 그 자체일 것이다. 그안에 살고 있는 사람이 만약 자신들과 같은 환상을 가지고 살고 있는 모습을 마주하게 되면 더없이 들뜨게 되고 여행의 목적과 상관없이 좋았던 장소로 추억할 수 있다. 하지만 왠지모를 서글픔을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되면 무언가 이 여행의 의미자체를 다시 되새겨 보게 만들지도 모른다. 만화책으로 출발, 동명의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 [키노의 여행]의 에피소드들이 떠올랐다. 그 만화속에서는 하나같이 우울하고,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자체를 깨닫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도 등장한다. 가상의 픽션이었던 그 만화속으로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그런 상황이 실제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에르베 수사와의 만남이 꼭 그런 느낌을 들게 했다. 세상의 용도는 니콜라 부비에가 여행 혹은 머물던 나라 이야기를 전부 담은 것은 아니었다. 이 책 이후에도 여러권의 책을 출판했고, 심지어 한국여행을 하기도 했다. 어쩌면 세상의 용도는 저자가 우리에게 말해주고 싶은 내용의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지도 모른다. 일부이면서도 어쩌면 전부가 될 수 있는 이 책을 통해 여행에 대한, 세상에 대해 다른 시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색다른 관심을 불러일으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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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에서 1954년 사이 스위스의 두 청년은 제네바를 시작으로 유고슬라비아, 터키, 이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을 두루 다니면서 여행을 떠난다. <세상의 용도>는 이 젊은 여행자들의 여행이야기이자 세상에 대한 것들을 그들의 시각에서 정리한 책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벗어나 전혀 다른 나라로 여행을 다니는 기분은 어떨까? 우리는 흔히 여행이 곧 관광이자 쇼핑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볼 여유나 시간조차 갖을 수 없다. 신나게 즐기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관광지를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의 여행은 특별한 것 같다. 아니 이렇게 진득하게 그 나라에 머물면서 함께 지내면서 그들을 관찰해봐야 얻는 것이 많지 않을까? 어차피 사람 사는 곳을 어딜가나 비슷비슷하지만 전달자 역할을 하는 여행자의 시선과 설명에 따라 우리는 매번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걷기를 좋아하는 내겐 처음 가는 길이 곧 여행이기도 하다.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느냐 아니면 내 목적달성을 위한 것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전혀 다르다는 것도 안다. 60여년 전 세상은 지금 우리가 누리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겠지만 '삶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이유는 아마 이 책엔 세상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지혜와 경험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 책을 쓴 저자 덕분에 우리는 마치 그 나라의 특정 장소를 여행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 목격담을 들을 수 있었다. 어차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글만 읽고 연상하는 데 많은 상상력이 필요했지만 그래도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아니 그 나라에서 직접 부딪힌 것처럼 생생했다. 무려 6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다. 그럼에도 어느 곳을 읽어도 지루하다거나 뻔한 얘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만큼 이 책을 쓰기 위해 저자는 얼마나 깊은 사색을 했을까? 같이 여행을 한 화가가 그린 그림은 하나의 붓에만 의지해서 그린 그림이다. 그래서인지 더 많은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를 남긴다. 어디 어디를 어떻게 여행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담아낼 수 있어야 읽어도 남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세상의 용도라는 책 제목처럼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직접 부딪히고 경험하는 모든 것에서 쓸만한 가치가 없는 것은 없다. 젊어서는 배낭여행을 꼭 해보라고 하는데 못해본 것이 아쉽지만 책으로나마 난 이미 그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온 것이다. 그들이 간 지명은 구글 맵이나 이미지 검색으로 확인해보고 또 읽기 시작한다. 언젠가 이 두 청년이 간 나라를 여행할 날을 기약하며. 역시 내공이 있어야 여행기에도 깊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깊은 여운을 느낀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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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무엇인지 모를 새로운 설렘을 준다. 그러기에 나는 현재의 내가 부서질 듯 의미를 잃어갈 때 여행을 서두른다. 목적도 없이 떠나서 목적을 가지고 돌아오기도 하는 것이 여행이다. 여행서인 “세상의 용도”라는 책을 읽으니 우리나라의 여행자로 이름을 날린 한비야가 떠오른다. 자유로운 여행가의 삶을 부러워하게 만든 한비야의 책을 읽으며 여행을 꿈 꿨던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나도 그녀의 여행기를 보며 진정한 용기를 가진 멋진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서인 “세상의 용도”는 1953년에서 1954년 사이의 여행에 관한 아주 오래된 여행기이다. 스위스의 니콜라 부비에는 작가이고 티에리 베르네는 화가인, 두 사람이 제네바에서 유고슬라비아, 터키, 이란, 파키스탄을 거쳐 아프가니스탄의 카불까지 돌아보고 그림은 티에르가 그리고 글은 니콜라가 수필 형식으로 썼다. 작가는 여행지를 잘 묘사하고 있었다. 즉 27쪽의 내용을 옮겨 보자면 ‘이곳은 양귀비와 수레국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나 다 무너져가는 건물을 공략하고 주변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누추한 집과 임시숙소를 푸르른 침묵 속에 파묻어버린 정글이었다’ 작가 특유의 세심한 글 솜씨가 맛깔스럽다. 또한 28쪽의 조각가를 묘사할 때도 ‘턱수염이 지저분하게 난 그는 꼭 무슨 자동권총이라도 되는 양 망치를 허리띠에 꽂고 다녔고, 잠을 잘 때는 거의 다 완성된 동상 발밑에서 짚을 넣은 매트를 깔고 잤다.’라고 표현하였다. 표현 하나 하나의 글귀들이 즐겁게 읽힌다. 그는 여행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26쪽의 말을 빌자면 ‘새로운 세계에서 빈둥거리며 나태를 부리는 것만큼 신나는 일이 또 있을까?’ 이랬다. 작가의 말처럼 여행은 새로운 세계에서 빈둥거리며 나태 부리는 것이다. 그러한 여행의 재미를 아는 사람은 언제나 여행을 떠날 계획을 하고 준비를 한다. 나도 그러한 여행을 좋아한다. 글 중간 중간에 삽입한 삽화도 눈길을 끈다. 이슬람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나라는 그다지 추운 겨울이 아니라는 생각에 감사함이 느껴진다. 229쪽부터 작가의 글을 읽어 내려가자면 아제르바이잔의 겨울은 혹독하다. 한밤중 기온이 영하 30도까지 내려간다고 하고, 살을 에는 돌풍이 북쪽에서 불어와 눈을 휘젓고 들판을 꽁꽁 얼린다고 한다. 얼마나 추우면 호주머니에서 두 손이 머무를까 322쪽에 그려진 마하바드의 새인 핫지락-락인지? 두루미? 인지는 모르겠지만 푸지게 살이 오른 걸 보니, 잘 먹은 새 인 것 같다. 그곳의 새를 그림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더 신비로웠다. 333쪽에 보니 외출한 사이 누군가 숙소를 엉망으로 흩뜨려 놓았다고 한다. 여행지에서 가장 두려운 일은 바로 강도나 도둑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 경험담이야 말로, 그 옛날부터 도둑은 극성이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외국 여행을 할 계획이 있으므로 도둑을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지인은 외국에 여행을 다니려면 거지처럼 하고 다녀야 한다고도 했다. “세상의 용도”는 여행지 이야기도 재미나지만, 여행지를 묘사한 내용이 더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게 읽히는 책이다. 또한 그것에 그치지 않고, 여행자의 상황을 보면 무척이나 곤혹스런 이란에서의 겨울을 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더운 나라 터키로 가며 고생한 시간 속에 삶의 지혜를 들려주기도 한다. 여행을 하고 싶다면 “세상의 용도”를 읽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을 한다. 여행에 관한 책 한 권쯤 소장하고 싶은 사람은 “세상의 용도” 책을 소장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책의 내용이 썩 괜찮다는 것이다. 이 책은 상당한 두께를 가지고 있지만, 중간 중간에 나오는 그림의 의미도 생각해 볼 여지를 주며, 여행지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지루하지도 않고 잘 읽혀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