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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야기"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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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마츠이의 상상력이 총집결된 작품입니다. '겨울 이야기', '해변 이야기', 그리고 '들판 이야기'를 하나로 엮은 듯한, 숲 속 동물들의 1년의 삶을 둘러 본 '숲 이야기'. 아홉 편의 이야기로 엮어져 있는데 어쩜 한 편 한 편이 아름답고 주옥같은 이야기들이어서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소제목들을 살펴보았을 때는 대체 무슨 얘기들이 펼쳐질지 도통 감을 잡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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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마츠이의 상상력이 총집결된 작품입니다. '겨울 이야기', '해변 이야기', 그리고 '들판 이야기'를 하나로 엮은 듯한, 숲 속 동물들의 1년의 삶을 둘러 본 '숲 이야기'. 아홉 편의 이야기로 엮어져 있는데 어쩜 한 편 한 편이 아름답고 주옥같은 이야기들이어서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소제목들을 살펴보았을 때는 대체 무슨 얘기들이 펼쳐질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인질', '괴물', '비밀', '등산', '편지' 등. 이완 맥그리거의 영화 '인질'도 아닐 테고, 이외수의 소설 '괴물'도 아닐 텐데, 우리 영화 '편지'는 더더구나 아닐 테고... 한 편 한 편 읽으면서 궁금증은 풀리고, 끝도 없이 펼쳐지는 상상의 나래를 타고 동물들의 이야기 속에 푹 젖어 버렸습니다. '인질'을 보세요. 이른 아침에 한가로이 호수 위에 노를 젓는 곰과 어깨 위의 딱따구리가 통나무배를 타고 싶어하던 여우와 까마귀를 인질 삼아 태워 주고, '...인질이 되었거나 말거나 이렇게 멋진 아침에 배를 탈 수 있으니 정말 잘되었다...'며 기분 좋아하는 까마귀의 모습이 익살스럽게 그려집니다. 사르륵사르륵 찰랑찰랑. 정말 호수 위를 통나무배가 지나가는 물결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병문안' 편에서는, '겨울 이야기'에서도 읽었던 다람쥐와 병을 앓고 있는 다람쥐 어머니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우정을 아는 숲 속 친구들이 아픈 다람쥐 어머니를 위해 웃지 못할 연극을 공연하는 장면이 어찌나 재미나게 그려지는지...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생각에 잠기는 것은 엉덩이가 젖어 차가워지는 것'이라는 기발한 생각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해설자 토끼가 온통 얘기를 망쳐놓고 까마귀와 여우가 도중에 싸움을 하는 엉터리 연극이지만, 동물들의 귀여운 모습에 다람쥐 어머니는 배꼽을 잡고 웃어버리고 말지요. 어린이들의 재롱잔치를 연상시키는 아주 사랑스런 이야기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달밤의 너구리' 편에서는 동물들의 무도회가 화려하게 펼쳐집니다. 곰은 꽹과리를 치고 여우는 노래하고 토끼와 다람쥐는 춤추고, 따스한 봄날 달빛이 넘실거리는 자작나무 숲에서 열리는 멋진 춤사위가 눈에 선하게 그려지네요. 그렇다고 숲 속 친구들이 늘 놀고 즐기기만 하는 건 아닙니다. 기르던 사슴벌레가 죽었을 때 '정식으로 이별'할 줄도 아는, 슬픔도 죽음도 이별도 이해하는 아주 진지하고 어른스런 친구들이지요. "그러니까 갈대로 만든 배나 나무껍질 같은 데 태워서 흘려보내는 거야.", "흘려보내다니, 어디로?", "강으로. 강은 바다까지 갈 거고 바다는 하늘까지 이어지잖아?" 들쥐와 담비가 주고받는 귀여운 잎사귀 편지를 읽고 있으면, 곱게 접은 쪽지를 친한 친구와 주고받던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너구리 똥을 주겠다고 장난편지를 쓴 여우나 그 편지에 복수하겠다고 노린재를 선물하는 들쥐 소녀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미소를 머금게 됩니다. "자세히 보면 이 잎사귀들은 모두 조금씩 달라. 모두 다른 글자가 쓰여 있는걸.", "재미있네." 여우는 말하며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숲은 온통 편지로 가득하구나." 세상의 어떤 나뭇잎도 같은 모양이 없는데, 그 잎사귀들이 모두 나무가 보내는 편지라니, 그걸 생각해낸 작가의 상상력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가을에 시작되어 들쥐가 무서워하던 추운 겨울도 무사히 보내고, 즐거운 봄을 지나 화려한 여름을 마무리하며 가을을 준비하는 1년의 기나긴 여행에서 돌아와 보니, 이 곳은 아직 겨울이네요. 봄이 언제 오려나?

[인상깊은구절]
"우리 할머니가 이야기해 주던 그 이야기 같다. 들어 봐. 나그네가 산 쪽에서 내려와 뭔가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 돌아다니는 이야기야. 나그네가 지나간 뒤에는 가을이 온다는 이야기였어."
j*****t 2003.01.2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