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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제목이다. ‘성(性)’에 대한 책, 아니 그게 아니라도 그림에 관한 책이라도 지하철 같은
데서 들고 다니며 읽을라치면 주위를 적잖이 의식하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럴 필요가 없다. 그림이 하나도 없으니 ‘오르가슴’이니
‘페니스’니 하는 단어가 수도 없이 등장하지만 옆에서 무슨
내용인가 고개를 들이밀고 보지 않는 이상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고, 책장 덮고 있더라도 ‘봉크(BONK)’라는 제목은 더욱이나 낯선 말이니 어떤 걸 다룬 책인지
짐작하기가 어렵다.
사실 이런 제목은
메리 로치가 쓴 다른 책들의 제목, 즉 ‘스푸크(Spook)’, ‘스티프(Stiff)’ 같은 말과 비슷한 수준이다. 제목만 보고는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봉크(Bonk)’에 관해서도 찾아볼 수 밖에 없다. 도대체 무슨 단어길래
‘성과 과학의 의미심장한 짝짓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의 제목으로 삼았을까?
우리의 NAVER 사전은 이 단어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bonk 미국식 [bɑ:ŋk] 영국식 [bɒŋk] 1. 성교, 섹스 2. (…의) 머리를 치기; (…에) 머리를 부딪치기 3. 성교하다, 성관계를
갖다
더 할 말은 없겠다.
어쨌든 그런 책이다. 그런데 분명 이 책은 그런 야릇한 내용에 대해서 쓰고 있지만, 전혀 야릇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성교에 관해서도, 자위니, 오르가슴이니 하는 내용이 수도 없이 등장하지만 그런 내용을 다른 데서 듣거나 볼 때에 드는 느낌도 들지 않거니와 신체 반응도 없다. 그저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나를 발견할 뿐이다. 책에 등장하고, 소개하는 많은 성과학자들(그런 단어가 있나?)의 진지함 때문인지도 모르고, 저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단어와 내용을 쓰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또 어쩌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생각해야할 것들인데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굳이 숨기려 했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 책은 도발적인 제목에, 더 도발적인 내용(심지어 저자인 메리 로취는 남편을 설득해서 관계를 맺는 걸 실시간 초음파영상으로 찍기도 했다)을 담고 있음에도 전혀 도발적이지 않다.
그런데 정작 나는 이 책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성기의 해부학적 구조에서부터(여성의 것은 물론이고, 남성의 것조차도), 저자가 설명하는 것을 다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니 남녀의 관계나, 혼자 하는 행위에서 일어나는 신체적 변화나 심리적 변화 등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그렇게 생각해보거나 바라볼(?) 기회는 무척 적었다는 얘기다(아니 거의 없지 않았을까?). 그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데, 그 이유는 이 책의 인물들이, 거의 대부분 쉽게 드러내놓고 그런 연구를 당당하게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나온 10년 전보다 훨씬 더 이에 관해서 개방적이 된 것은 분명하겠지만, 그렇다고 이런 연구가 각광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것을 깨달으며, 한편으로는 이게 도대체 무슨 내용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읽다가 거의 마지막에 다다라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읽은 것 같았다. 이런 내용이다. 1970년대 후반 윌리엄 마스터스와 버지니아 존슨은 5년간 실험실에서 이성애자, 게이 및 레즈비언, 양성애자 커플의 성 관계를 관찰하고 비교했다고 한다. 그들은 게이와 레즈비언 커플의 섹스를 최고라고 평가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서두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슨 얘기냐면, 자신의 상태와 감정에만 몰두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몰입했으며, 상대방의 감정과 흥분 상태에 맞추려 했다는 것이다. 이성애자에게서는(남성이든 여성이든) 쉽게 보기 힘든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오래된 얘기이고, 그렇다고 동성애를 권장할 마음은 한 움큼도 없지만(또 그렇다고 동성애자를 비난하지도 않는다. 적어도 난 생물학자다), 한번쯤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지 않나 싶다.
여기의 연구들은 좋은 생물학, 심리학 저널들에 나오는 논문에서처럼 대규모의, 체계적인 연구는 드물다. 저자 말마따나 ‘언제나 어렵고 위험하고 보수도 변변찮은 활동’이었다. 그러나 그런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연구들이 모여서 이만큼이라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연구란 그런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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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로취의 두 전작(STIFF, SPOOK)을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었기에 다음 책이 언제 나오나 기다리던 중 혹시나해서 메리 로취를 검색해봤는데....
반가운 세번째 책이 나왔길래 무슨 내용인지도 보지않고 바로 주문을 해 버렸다. (책을 끝까지 다 읽었는데도 BONK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여기서 잠깐...음~~ 사전을 찾아보니 영국 속어로 Sex란 뜻이군^^)
다음 작품을 기대하던 또 다른 작가인 빌 브라이슨의 새 책과함께...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않고 메리 로취스럽게(?) Sex라는 지극히 사적이지만 또한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목숨거는 아주 중요할 수도 있는 주제를 전혀 저속하지않게, 하지만 재미나고도 호기심을 충족시키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섹스의 진화]와는 또 다른 느낌...
그런데 책을 읽어가면서 계속 거슬리는 것이 번역이다. (공들여 번역한 분에게는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번역을 하는 것이 그의 몪인 것을 어쩌겠는가?) 물론 의학을 전공하지않은 번역가가 의학적인 내용을 번역하다보면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사전에 있는 뜻을 그대로 옮길 수 밖에 없었겠지만...
예를 들자면 22쪽의 아랫부분에 "......올림근 (거근)이 수축되면서 넓적다리를 내전(內轉)했다."는 글을 이해하는 독자가 얼마나 될지? 아마 원문에는 내전 대신 abduction이란 말이 쓰였을 터...
"차라리 "넓적다리를 오무렸다"는 식의 표현이 적합하지 않았을까?
그 외에도 사전적인 단어옮김 (특히 우리말식 의학용어를 사용하다보니 오히려 더 어감이 와닿지않는 부분들이 많다)으로 인해서 쉽게 와 닿지 않는 부분들이 너무 많아서 사실 책 읽는 즐거움이 다소 줄어든다.
많은 번역서를 읽으면서 늘 아쉬운 것이 전문가의 자문없이 번역을 하다보면 그 어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서 책을 읽는 맛을 아주 떨어뜨리는 경우가 가끔 있다.
특히 이번처럼 기대하고 고대하던 책을 읽던 중에 매끄럽지 않은 부분을 맞닥뜨리면 ""차라리 원서를 사서 읽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원서도 검색해봤는데 비싸다. 다시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사실 이 책도 너무 비싸다)
아 제발 이런책 번역할때는 전문가한테 좀 자문을 구해서 술술 넘어가게 매끄럽게 번역해주세요. Please~~~
하지만 그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메리 로취의 책은 도저히 중간에 책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재미나다.
특히 놀라운 것은 이 작가의 못말리는 호기심... 가장 압권은 Sex도중 남녀의 성기 결합모양을 초음파 사진으로 찍기위해 자원해서 남편이랑 영국까지가서 의사가 보는 앞에서 sex를 하고 그 장면을 직접 초음파 사진으로 남기는,어떻게 보면 제정신이 아닐 정도의 호기심, 알고자하는 욕구. 정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지금 그나마 알고 있는 성에관한 지식들은 모두 이처럼 얼핏보면 제정신이 아닌듯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감사히 생각해야할 의무가 있다...
그나저나 이렇게 재미난 책을 이 작가는 왜 이렇게 띄엄띄엄 내는 것일까?
하긴 이렇게 철저히 조사하고 연구하고 직접 체험해서 책을 쓰려면 다작이 나올 수는 없겠지만...
메리! 다음책을 기다릴게요~~~ |
발기, 오르가슴, 사정은 모두 서로 독립된 별개의 사건이다. 남자는 사정을 하지 않으면서도 오르가슴을 한 차례만이 아니라 한번에 여러 차례까지도 경험할 수 있고, 발기하지 않고서도 오르가슴 및/또는 사정을 할 수 있다. 여자의 경우 신체적인 반응과 정서적인 인지가 불일치하는 경향이 높다. > 남자도 마찬가지 일텐데? 동성애자들이 상대방의 욕구와 상태를 잘 파악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더 충만한 섹스를 할 수 있다 > 그러니 섹스할 때 말을 하자! 저널리스트가 쓴 책 답게, 별 깊이는 없지만 시덥지 않은 유머와 함께 쭉쭉 읽힌다는 장점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