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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출판계의 화두는 아마도 ‘산문집·에세이의 대란’일 것이다. 평범하게 일상을 살고 있는 어린 학생들부터 가정주부,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유명인사까지 너 나 할 것 없이 각자의 가치관과 인생을 담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출시하고 있으며, 그런 책들이 베스트셀러 서가 곳곳을 채우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행보의 주축에는 Web 2.0의 상징인 블로그가 자리 잡고 있는데, 오늘은 바로 그 블로그를 통해 수많은 이들에게 귀감을 주고 ‘도보여행가’라는 신개념 직업까지 창출해 낸 한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2010년 올해로 드디어 일흔을 맞이하신 황안나 선생님은 24살의 대학생인 내가 심히 부끄러울 정도로 열정적이고 건강한 삶을 살고 계신다. 이런 선생님을 처음 뵙게 된 것은 벌써 반년이나 훌쩍 지나버린 지난해 여름의 2009년 Yes24 문학캠프(☞링크). 나는 그 날 운이 좋게도 선생님과 같은 차량에 탑승하고 ‘아마도 최고령 참석자’라는 멘트와 함께 자기소개를 시작하시는 모습에 너무나 깊은 인상을 받았다. 심지어 봉평에 위치한 이효석 문학관에 도착해서는 메밀뻥튀기를 급구매 한 뒤, 하나 드셔보시라는 명분으로 접근하기까지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선생님은 2박 3일간 주어진 일정 내내 ‘최고령 참가자’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종횡무진 활약하셨다. 첫 날 조별 연극제에서는 70세의 점순이(김유정, <봄봄>의 여주인공)를 맡아 공지영 작가님이 뽑은 여우주연상의 영예까지 누리셨을 정도로 말이다. 같은 차량이기는 하나 3조와 4조로 나뉘어 더 가깝게 다가가지 못한 점이 너무 아쉬울 만큼 반짝반짝 빛나는 그런 분이셨다.
흘러가는 시간을 부여잡고 싶을 만큼 즐겁고 행복했던 캠프의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짐도 풀기전에 가장 먼저 한 일은 Yes24 사이트에 접속해 안나 선생님의 저서 두 권을 비롯해 여러 책들을 구매하는 것 이었다. 그리고 그 두 권 중 먼저 출간되었던 <안나의 즐거운 인생비법> 바로 이 책을 2010년 새해를 맞이하는 기념으로 펼쳐들게 되었다.
앞서 말 한 바와 같이 요즘은 에세이·산문집이 대란을 일으킬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리고 나 또한 애독가의 길을 동화와 소설로 시작한 만큼 어려운 책 보다는 이런 장르를 선호하고 또 그 트렌드에 편승해 남부럽지 않게 많이 읽어보았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 한 것은 결과적으로 이런 장르의 책들이 역설하는 내용이 대부분 한결같다는 것이다. ‘인연을 소중히 할 것’,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열정적으로 도전할 것’, ‘내가 가진 것을 나보다 아쉬운 이들과 함께 나눌 것’ 등등…….
그런데 배경만 각기 상이할 뿐 결과적으로는 늘 똑같은 말 만 되풀이하는 이 쪽 장르들이 대체 왜 이렇게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을 통해 고민의 시간을 가져보았고, 그를 통해 결론으로는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이란 것 이었다. 이런 가치들이 중요하다는 것과 그것의 실천을 통해 우리는 보다 궁극적인 행복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어렴풋이 알고 있다. 하지만 보다 설득력 있는 위치의 누군가가 직접 제시해주는 텍스트 혹은 조언이 주는 결심과 감명, 그리고 선명하지 않은 개인적인 인지는 분명히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같이 출판물이 범람하는 시대에는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한들 한 번 읽은 책을 일정 주기마다 거듭 찾기보다는 같은 내용의 또 다른 신간을 향해 손을 뻗기가 더 쉽고도 현명한 선택이니 말이다.
과거에 공자(孔子)는 일찍이<논어(論語)> 위정(爲政)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섰으며, 마흔 살에 미혹되지 않았고, 쉰 살에 천명을 알았으며, 예순 살에 귀가 순했고, 일흔 살에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랐지만 법도에 넘지 않았다.”
이 글은 공자가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고 학문의 심화된 과정을 술회한 것으로, 사람들은 공자의 이 말로부터, 15세를 지학(志學), 30세를 이립(而立), 40세를 불혹(不惑), 50세를 지천명(知天命), 60세를 이순(耳順), 70세를 종심(從心)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 중 특히 이순(耳順)은 논어의 육십이이순(六十而耳順)에서 나온 말로 나이 ‘예순 살’을 이르는 말인데, 인생에 경륜이 쌓이고 사려와 판단이 성숙하여 남의 말을 받아들이는 나이를 일컫는다. 더불어, 종심소욕 불유구(從心所欲 不踰矩: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좇았으되 법도에 어긋나지 않다)에서 유래하여 ‘일흔 살’을 이르는 말 또한 먼저先 나서生 하루라도 더 긴 시간을 보내온 우리 어르신들이 ‘왜 존중받아 마땅한가’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해 주는 문구다.
게다가 황안나 평생 직업으로 교단에서 어린 친구들을 가르치셨던 분이다. 베스트셀러를 쓴 문인이나 파워블로거,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얻는 정치인……. 혹은 이보다 더 대단하고 유명한 사람이라 한들 전직 선생님이자 이순(耳順)을 넘기고 종심(從心)을 앞 둔 이 분의 진솔한 멘트보다 더 큰 교감을 끌어낼 수 있을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문장 하나하나가 가슴을 울렸고, 큰 웃음 터지는 에피소드를 통해 수많은 즐거운 웃음을 선사해 준 이 책은 그 무엇보다 남편 되시는 사부님과 선생님의 애틋한 사랑이 참 보기 좋았던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다.
딱히 부족한 것은 없는데 모든 일이 다 꼬여버린 것만 같고 힘들기만 할 때, 이 책을 읽어보자. 주옥같은 책들이 매일매일 쏟아지는 ‘요즘 같은’ 시기에도 가끔은 일정한 주기마다 다시 꺼내어 찾아줄 책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기쁜 일인가에 대해 가슴 떨리도록 깨우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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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이십 년 쯤 후가 되면, 그때도 지금의 정책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아마 나도 할머니로서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면사무소에 가서 차비도 받게 될 것이고, 노인우대도 받게 될 것이고, 그렇게 할머니로서 당당히..(키득키득, 생각만으로도 아득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혼자 얼마나 숨죽여 낄낄거렸는지 모른다. 어쩌자고 이런 실수를 이렇게도 자주 하시는지. 그만 나하고는 아무 관계도 없을 거다 싶으면서도 글을 읽다 보니 나이 드는 게 무섭지 않게 되었다.(사실, 나는 나이 드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평범해지고, 누구나 그렇게 되고, 특별한 게 아니고, 큰 병이 든 것도 아니고, 일상의 한 부분이 되리라 싶으니까 마음이 느긋해진다고나 할까. 나랑은 여러 면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 분이시기는 하지만 어느 한 부분만은 이분처럼 되고 싶다. 삶에 대한 열정만큼.
그리고, 실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실수는 누구나 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자신의 실수를 드러내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작가가 보여주는 실수는 유쾌하고 재미있다. 모처럼 살고 싶게 만들어준다. 다른 사람들에게 대단해 보이는 사람도 이럴 수 있으니, 우리 모두 더 열심히 재미있게 살아보자고 다독여주는 것 같다. 누구나 다 비슷하다고, 그러니 힘내서 사랑하며 살아가자고.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이며 홀로 낄낄거리며 읽었다.
{실수, 그러나 나는 가려서 드러낸다. 어떤 실수는 절대로 들키지 않으려고 하고 어떤 실수는 일부러 알리기도 한다.(나의 영악한 면이기도 하지.) 작가를 염두에 둔 게 아니라 순전히 내 경우에 비추어 하는 말이지만, 내가 실수를 밖으로 드러낼 경우, 그 속에는 은근한 자신감을 감추어 놓은 것의 표시이다. 이 정도는 보여 주어도 괜찮다는 것, 나에게 이만큼의 빈틈이 있으니 나를 이용해도 좋다는 것, 실수를 해서 남에게는 민망한 척 하지만 내 속으로는 개의치 않는 종류인 것, 내가 저지른 실수에 대해서는 내가 완벽하게 책임지겠다는 것, 그러니 나는 다 알고 있다는 것... }
다만 실수라는 것도 나이가 들면서는 젊었을 때와 내용이 달라야 한다는 것만은 알겠다. 나이가 들수록 내 개인이 손해를 보게 되는 실수 정도는 괜찮은데(건망증이든 부주의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실수는 당연히 줄어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게 나이를 먹은 사람이 젊은 사람들에게 베풀어야 할 예의라고 생각한다. 젊어서는 몰라서 그랬을 수 있지만(그래서 용서도 되지만) 나이가 든 뒤에는 몰랐다고 실수하면서 용서를 구해서는 안 되는 노릇이다. 나이를 먹는 일이 왜 어려운가에 대한 답이 거기에 있을 것이다.
내가 할머니가 될 때쯤에는 지금과 그다지 달라질 게 없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십 년 후가 되어도 여전히 컴퓨터로 블로그를 운영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지금보다 더 많이 놀러다닐지도 모르겠다. 은퇴를 하고 시간이 남는 노인들을 위한 새로운 문화가 형성될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정말, 지금 이대로 늙어가고 싶다. 이 책의 작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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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작이 주는 인생에 대한 성찰,의 느낌보다는 옆집 할머니의 실수담(?)이 주가 이룬다. 이렇게 웃기려고 작정한듯한 글을 보고 웃은적이 없고...이 책도 (비록 보내주시긴 하셨지만) 재미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없지 않았는데...읽다가 어처구니 없어서, 왕창 왕창 웃어버리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미적 감각이 없어보이는 저 표지. 책 중간 중간에 어설플게 그려져 있는 만화들.
20년동안 쪼들리게 빚을 갚으면서도, 월급을 받으면 아주 작은 돈을 쪼개서 떨이 장미 한다발을 사고, 밥사발에 커피를 타드셨다,는... 이미 지나버린 그 옛날 이야기를 담담하게 하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잠깐 멈춰지고, 잔잔한 미소로 책을 읽게 한다.
아마, 황안나 선생님께서는 그 옛날부터 Ritual이라는 것에 대한 본능이 있었나보다.
ps.나는 요즘 내가 너무 너무 좋고, 괜찮은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아...정말, 난...왜 이렇게 괜찮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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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살아가는 재미를 일깨워주는 책들이 하나 둘 주목 받고 있다.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집어든 이책. 이분이야 말로 하루하루를 즐거움과 재미로 채워나가는 분이었다.
덤벙덤벙 실수투성이어도 그로 인해 웃고 힘을 얻는 사람이 있으면 자신의 말도안되는 실수들까지 기꺼이 내보이는 것을 개의치 않는 사람. 70이 가까운 나이에도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고, 그것을 즐길 줄 아는 사람. 긍정과 위트, 지혜를 가진 사람.
나도 나이들어 이런 할머니가 되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