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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환상문학 단편선 김철곤 외 8명 웅진 씽크빅/2008.8.4.
《한국 환상문학 단편선》은 판타지와 SF를 포괄하며 현실이 아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실험 중이던 유사인간과 사랑에 빠진 연구원의 이야기 <상아처녀>, 삶이라는 고난에 직면하여 뱀파이어가 된 <카나리아>, 여왕의 14번째 왕녀로 태어나지만 사생아이기에 용을 찾아 험난한 여행을 떠나야 하는 <용의 비늘>, 왕의 사생아로 태어난 기구한 운명으로 인해 전혀 새로운 형태의 비행체를 만들게 되는 <윈드 드리머>, 악귀가 출몰하는 산장의 <과거로부터의 편지>등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 그 틈을 비집고 다가오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9명의 작품을 모아 만든 책이다.
경찰과 사냥꾼을 두려워하는 현대판 뱀파이어를 그린 <사육>에서는 “죽이지 않고 계속 숨통을 붙여두면서 피를 빠는 게 훨씬 현명하지. 그렇지 않은가? 아, 안심해. 피를 빠는 만큼 음식은 충분히 줄 테고, 사람의 피도 마실 수 있게 해줄 테니, 젖소도 품질 관리를 잘해야 양질의 우유가 나오는 법이지.”(p.175) 라는 말을 통해 현대판 글로벌 기업들의 신자유주의 경제 논리를 내세우기도 한다.
마법과 과학이 격돌하는 미래의 전쟁을 그린 <세계는 도둑맞았다>에서는 과학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을 한다. “이전까지 세상을 지배하던 절대적 신앙은 과학이었다. 세상에 많은 종교가 난립하고 모든 사람이 신을 추종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사실 그들을 지배하는 것은 과학이며 다른 것은 그것을 지탱하는 역할만 했을 뿐이다. 인류가 쌓아올린 과학문명이 삶을, 정신을, 심지어 영혼마저도 지배하고 있었다.(p.240)” 이와 같이 과학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벗어나 마법으로 인간성을 되살리려는 노력을 역설하기도 한다.
판타지의 세계는 동서양의 신화, 전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기사와 마법사, 드래곤이 등장하는 것은 당연히 서구의 정신적, 물적 자산이다. 뿐만 아니라 과학과 상상의 세계 또한 중요한 소재의 하나다. 이런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생각하기도 하며 미래의 생활을 그리기도 하는 것이다.
환상문학의 중요한 소재 중 하나는 살아있는 죽음이다. 흡혈귀, 유령, 좀비 등 죽음의 경계를 뛰어넘어 살아 있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 죽음은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공포인 동시에, 엿보고 싶은 매혹적인 미지의 세계다. 그동안 주로 인터넷을 통해 발전해온 한국 판타지의 다양성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동과 서, 과거와 미래,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젊은 작가들은 ‘환상’을 통해 현실의 문제, 인간의 문제를 진지하게 파고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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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판타지 문학이나 환상 문학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나는 판타지 문학이나 환상 문학을 좋아하진 않는다. 그만큼 판타지라 이름 지어진 문학은 좀 쌩뚱 맞은 느낌이 강하다고 할까? 현실적이고 명확한 것을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 판타지나 환상 물은 그냥 뜬 구름 잡는 식의 이야기라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담이나, 우화집도 환상문학과 비슷하다는 점이 있다. 요 근래 기담 집을 읽으면서 이런 종류의 책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고, 우리나라는 어떤 식으로 환상문학을 쓰는지 알고 싶었다. 다행히(?) 단편으로 나온 환상 문학이 있어 만나게 된 책. 약간은 실망스럽고 또 약간은 나쁘지 않았던 만남. 보다 많은 책이 나온다면 우리 식의 환상문학들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모두 9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작가가 모두 달라선지 색깔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다. 그래서 골라 먹는 재미도 있는 책이라고나 할까? 단편마다 희비가 엇갈리겠지만 환상문학을 만나고 싶다면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인간과 비슷한 생물을 만들어 실험하는 연구원이 그 대상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상아처녀, 삶이 힘든 뱀파이어들의 고군분투를 그린 카나리아, 여성만 살고 있는 부족의 사생아로 태어나 온갖 구박을 받고 자란 소녀가 용의 비늘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 용의 비늘, 황족으로 태어났지만 그것마자도 족쇄가 된 주인공이 새로운 형태의 비행물체를 만든다는 윈드 드리머, 더러운 하수관 밑에서 사는 뱀파이어의 이야기 사육, 저주로 인해 뱀의 혀를 갖고 태어난 남자 이야기 목소리, 친구이지만 둘 중 하나는 불행해져야 하는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 내가 바란 단 하나의 행복, 과학과 마법이 충돌해 세계 전쟁을 일으키는 세계는 도둑맞았다, 악귀가 출몰하는 산장에서의 일을 그린 과거로부터의 편지. 9개의 단편 중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는 내가 바란 단 하나의 행복이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때론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 것이 행복이 될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날 사랑하는 그녀의 이별 통보를 받는다. 그리고 그녀는 남자의 가장 친한 친구를 선택해 결혼한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그렇고 그런 신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발짝 더 나아가 여자가 남자의 친구를 선택하게 된 이유를 알면 조금은... 띵하고 무섭다고나 할까? 그렇게 해서 까지 남자에게 행복을 선물하고 싶었던 여자는... 정말 남자를 사랑한 것일까? 사랑은 때론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것까지 이뤄내고, 상상할 수 없는 방법의 복수를 낳게 된다. 그래서 적당히 사랑하라고 말하고 싶기도 하지만... 그렇게 사랑할 수 있는 힘은 늘 부럽다. 얼마나 사랑해야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행동을 하게 되는지... 환상 문학이기에 그 방법이 다소 과격하고 거칠 수 있지만 다양한 형태의 단편을 만나 나쁘지 않았다. 다만 어떤 이야기는 밑도 끝도 없는 황당함을 선사해서 그 맛을 흐리게 하지만... 다른 단편들이 그 맛을 보충해 주니 얼마나 다행인 것일까? 보다 세련되고 다듬어진 환상 문학을 다시 만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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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장르의 소설을 좋아하세요?' 이런 질문에 대한 당신의 대답은? 요즘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역사 팩션소설, 청춘들의 사랑과 열정을 다룬 성장소설, 아니면 흥미진진한 사건과 스릴이 넘치는 범죄추리소설, 전쟁의 참혹성과 사랑을 담아 내는 전쟁소설, 일상의 이야기들을 소소하게 담아낸 심리주의 소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시리즈와 같은 판타지 소설... 그렇다면 이처럼 다양한 장르의 소설중에서 국내문학작품 이 가장 취약한 장르를 하나 꼽으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 위에서도 소개했듯 반지.., 해리..시리즈 와 같이 외국작품이 먼저 떠오르는 판타지 장르가 아닐까. 그렇기때문에 어쩌면 앞으로 더욱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가능성이 큰, 한국문학의 기회가 될 장르라고 생각을 갖게된다.
환상문학(fantastic literature)은 초자연적 가공 세계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현실에 있을 수 없는 사건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이라고 정의된다. 가공의 세계에서, 혹은 현실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 소재는 전혀 현실적이지 않기때문에, 거기에서 나타나는 현실과의 '단절과 공포감', '애매성과 의혹'이 나타나게되는데 이것이 바로 환상문학만이 가진 특징이 된다. 한국문학속에서도 조금은 낯선 장르인 환상문학, 그 새로운 도전과 즐거운 모험을 이제 시작해본다.
<한국환상문학 단편선>은 9명의 국내 대표 환상문학작가 9인이 펼쳐놓는 짜릿하고 스릴넘치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국내 문학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들었던 새로운 장르의 다양하고 환상적인 모험이 우리를 기다린다. 환상문학이라는 하나의 장르라고 표현되지만 각 단편은 나름대로 독특한 각자의 장르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인공생명체의 갈라테이아의 사랑을 그린 [상아처녀]는 SF과학 소설, [카나리아]와 [사육]과 같이 현실세계에 흡혈귀가 등장하는 공포 혹은 블랙코미디와 같은 장르로, [목소리]나 [과거로부터의 편지]와 같이 요괴와 저주, 법사가 등장하거나, 마법에 의한 저주를 담은 [내가 바란 단 하나의 행복]이나 마법사가 지배하는 세계의 [세계는 도둑 맞았다], 푸른용인 시헬과 우투족의 왕녀 레첸의 모험을 다룬 [용의비늘], 현실과 다른 색다른 공간과 비공정 (飛空艇)에 대한 이야기 [윈드 드리머]등 다양한 판타지소설...이처럼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개성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용의 비늘]을 꼽고 싶다. [용의 비늘]은 우투족의 14번째 왕녀 레첸의 모험을 통해서 저주받은 존재인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되고 그의 아버지이자 푸른룡인 시헬을 통해 진정한 영웅이 되어가는 모습을 담아낸다. 중세의 어느 왕국일 듯도 싶고, 전혀 낯선 세계인듯도 싶은 배경과 용이라는 판타지적 요소를 담아내고 남들과 '다른' 존재에서 '특별한' 존재가 되어가는 영웅의 모습을 탁월한 재미로 창조해낸 돋보이는 작품이다. 단편이라는 사실이 너무 아쉽게 느껴진다. 외국 작품속에서만 볼 수 있었던 소재와 스토리구성이 특히 맘에 드는 작품이다. ![]()
"사랑이란 당신을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치는 것입니다." (P. 009) [상아처녀] 나 [세계는 도둑맞았다]도 너무나 기발하고 참신한 작품이란 생각을 들게한다. 인간이 아닌 존재를 창조한 인간, 마법사가 지배하는 미래사회와 같은 독특하고 참신한 소재가 매력적인 작품들이다. 더불어 이들 작품에 묻어있는 '사랑이라는 테마' 가 더욱 작품의 재미를 더해준다. [내가 바란 단하나의 행복]에서 남자의 행복을 비는 여자의 마음, [목소리]에서 나오는 원의 가족 을 사랑하는 마음, [용의 비늘]에서 시헬의 레첸에 대한 사랑, [세계는 도둑맞았다]에서 휘지의 선택이 모두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상아처녀]에서 인공생명체 갈라테리아가 느끼는 사랑의 모습은 안타깝기까지 하다. 그녀가 깨달은 사랑이라는 단어는 "속이고 빼앗고 고통 주는것'(P23) 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누군가를 위해 모든것을 바치는 것에서 속이고 빼앗고 고통주는 것이 되어 버린 사랑의 의미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시사점은 너무나도 커보인다. 사랑이라는 테마가 있기에 더운 환상적이고 사랑스런 작품들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하에서 꿈틀대던 한국환상문학, 그 봉인이 풀린다!' 책의 뒷표지에 이런 문구가 있다. 국내 환상문학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같아 참 씁슬하게 느껴 진다. 그나마 많은 작가들의 손을 통해 새롭게 탄생된 이번 작품이 정말이지 그 봉인을 확실하게 풀어주기를 기대하고 싶다. 얼마전 국내 작가들의 다양한 환상문학 작품들을 만났다. 동화속여행 과도 같았던 오현종의 [사과의 맛], 역사와 판타지가 탁월하게 어울렸던 이은숙의 [쉐도우], 아이 들을 위한 한가을의 [잠꾸니 루미]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들을 만난 것은 너무나 반가웠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 책을 만나고나서 국내 환상문학에서 추천할만한 작품들을 찾아보았다. 이영도의 드래곤라자, 눈물을 마시는 새, 그리고 김철곤의 '드래곤 레이디', '룬의아이들', '세월의 돌'의 전민희 작가의 작품을 많이 추천하고 있었다. 아직 만나보지 못한 작품들이 너무 많아 나 조차도 장르의 편식에 너무 빠져있던 것이 아닌가 하는 부끄러움이 들기도했다. 그들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가 또다른 설렘으로 다가온다.
새로운 작가들의 새로운 도전과도 같은 환상문학과의 멋지고 즐거운 만남의 시간이었다. 국내 문학의 위기를 많이 이야기한다. 그건 어쩌면 작가들의 잘못이기도 하지만 독자들의 장르에 대한 편식이 한 원인이 아닐까도 싶다. 문학속에서 다양한 장르를 만나는 것은 물론이고 단순히 문학 에만 국한되는 책읽기 또한 배제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책과의 만남은 수많은 작가들의 땀과 노력으로 더 큰 재미와 감동, 환상과 모험, 경험과 지식을 갖게되는 행운과 마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많이 비어있어 더 많이 채울수 있는 기회가 바로 환상문학속에 자리한다. 환상문학이라는 특별하고 돋보이는 친구를 만났다. 더 많은 이들이..'낯설지만 새롭고, 짧지만 인상적인 9인 9색 무지개의 컬러풀한 매력' 과 함께, 깊어가는 가을을 거닐었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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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환상문학 단편선》은 판타지와 SF를 포괄하며 현실이 아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실험 중이던 유사인간과 사랑에 빠진 연구원의 이야기 <상아처녀>, 삶이라는 고난에 직면하여 뱀파이어가 된 <카나리아>, 여왕의 14번째 왕녀로 태어나지만 사생아이기에 용을 찾아 험난한 여행을 떠나야 하는 <용의 비늘>, 왕의 사생아로 태어난 기구한 운명으로 인해 전혀 새로운 형태의 비행체를 만들게 되는 <윈드 드리머>, 악귀가 출몰하는 산장의 <과거로부터의 편지>등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 그 틈을 비집고 다가오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9명의 작품을 모아 만든 책이다. 경찰과 사냥꾼을 두려워하는 현대판 뱀파이어를 그린 <사육>에서는 “죽이지 않고 계속 숨통을 붙여두면서 피를 빠는 게 훨씬 현명하지. 그렇지 않은가? 아, 안심해. 피를 빠는 만큼 음식은 충분히 줄 테고, 사람의 피도 마실 수 있게 해줄 테니, 젖소도 품질 관리를 잘해야 양질의 우유가 나오는 법이지.”(p.175) 라는 말을 통해 현대판 글로벌 기업들의 신자유주의 경제 논리를 내세우기도 한다. 마법과 과학이 격돌하는 미래의 전쟁을 그린 <세계는 도둑맞았다>에서는 과학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을 한다. “이전까지 세상을 지배하던 절대적 신앙은 과학이었다. 세상에 많은 종교가 난립하고 모든 사람이 신을 추종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사실 그들을 지배하는 것은 과학이며 다른 것은 그것을 지탱하는 역할만 했을 뿐이다. 인류가 쌓아올린 과학문명이 삶을, 정신을, 심지어 영혼마저도 지배하고 있었다.(p.240)” 이와 같이 과학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벗어나 마법으로 인간성을 되살리려는 노력을 역설하기도 한다. 판타지의 세계는 동서양의 신화, 전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기사와 마법사, 드래곤이 등장하는 것은 당연히 서구의 정신적, 물적 자산이다. 뿐만 아니라 과학과 상상의 세계 또한 중요한 소재의 하나다. 이런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생각하기도 하며 미래의 생활을 그리기도 하는 것이다. 환상문학의 중요한 소재 중 하나는 살아있는 죽음이다. 흡혈귀, 유령, 좀비 등 죽음의 경계를 뛰어넘어 살아 있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 죽음은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공포인 동시에, 엿보고 싶은 매혹적인 미지의 세계다. 그동안 주로 인터넷을 통해 발전해온 한국 판타지의 다양성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동과 서, 과거와 미래,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젊은 작가들은 ‘환상’을 통해 현실의 문제, 인간의 문제를 진지하게 파고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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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 감상은 잘 나가다가 홍정훈에서 한번 하락세, 그리고 이성현에서 다시 하락세, 마지막으로 이상민에서 하락세. 마지막은 긴장감을 주기 위한 장치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하나 건너 하나가 개판이다. 홍정훈 팬이지만 일단 감상에서 재미없는 건 재미 없는 거 아닌가. 노블레스 클럽 만들어서 출판사 사장님 되시니까 이제 글빨이 딸리시는건가. 월야환담 광월야까지 우려먹어도 좋지만 그래도 이렇게 글빨이 개판이 되면서 월야환담이나 우려먹으라고 팬질 해주는건 아니다.
베스트를 꼽자면 용의 비늘의 최지혜. 제일 낫다. 어찌된게 내가 제일 모르는 사람들이 제일 나은지는 애매하다. 방지나가 그나마 이름값을 해보려고 했으나 정지원과 최지혜, 방지나의 삼파전에서는 견딜 수가 없다. 용의 비늘 자체가 가지는 서사구조와 전형적인 신화적 사건 전개가 익숙하고 복고적이지만 세련되게 이어진다. 이건 역시 잘 쓰는 사람만의 특권이겠지. 마지막까지 윈드 드리머와 함께 고민한 작품이지만 원체 내가 신화적 서사를 좋아하다보니 이건 취향의 문제로 갈려버렸다. 이 작품은 홍정훈에 대한 내 팬덤까지 극복한 글이다. 멋지다.
그럼 이제 남은 글들을 한번 곱씹어보자.
우선 김철곤의 상아처녀. SKT의 김철곤으로 알려졌지만 내 머릿속에는 여전히 드래곤 레이디의 김철곤이다. 유명하지. 암. 하지만 그래봐야 기세가 부족하다. 상아처녀는 신선하고 좋은 접근이었지만 독자를 휘어잡는 힘이 부족하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독자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작가 또한 그것을 작품 내에서 잘 녹이지 못했다. 제대로 우려내지 못한 녹차를 마시는 느낌이다. 그리고 중간에 줄기까지 혓바닥을 자극한다. 맛이 애매하고, 몸통이 희미하다.
다음은 정지원의 카나리아. 이런 싸이코 드라마가 좋다. 사실 그래서 방지나 최지혜아 함께 베스트로 꼽는 거고 이건 취향에 너무 적중시켜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뭔가 캐릭터들이 소설에 녹아들지 못하는 느낌이 든다. 배경, 사건, 인물이 서로 겉돌고 있다.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기보다는 서로 융화가 되지 않아 마치 다른 소설에서 하나씩 가져온 것 같다. 분명 중간에 뭔가가 필요한데 그 것이 없다. 아마 그 부분은 작가의 역량이 아닐까. 좀 더 치밀하게 퇴고를 해줬다면 더 멋진 글이 되었을 것 같다.
세번째, 방지나의 윈드 드리머. 뭔가 뻔하다고 해야할까. 뒷 내용이 모두 예측이 되지만 그래도 재밌다. 소재도 뻔하고 내용도 뻔하지만 역시 불멸의 구성은 그 이유가 있다. 마지막에서 예측범위 내의 카타르시스를 방지나는 만족시켜주고 있다. 독자가 가장 원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독자가 예상한 방향으로. 하지만 너무 무난한 소재만을 모아서 어쩔 수 없이 완성된 질적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안전한 길로만 가는 소설이라 무난하지만 그만큼 의외성이나 예상 이상의 질을 보여주지 못한다. 방지나 정도의 솜씨라면 충분히 더 나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텐데 무난하게 묻어가는 듯한 글은 독자를 안타깝게 한다.
네번째, 홍정훈의 사육. 버리자. 이 책에서 이 글이 제일 저질이다. 월야환담은 그냥 거기서 끝내줬으면 한다. 솔직히 이걸 보고 사혁의 흡혈귀 사육을 떠올리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월야환담을 안 읽은 사람이다. 읽었다면 그 사람은 책 헛 읽었다. 일단 그 뇌부터 고쳐보도록 하자. 대체 다른 사람들은 멀쩡한 글을 내놓았는데 왜 홍정훈은 그 좋은 솜씨를 놔 두고 이런 개같은 졸작을 내놨을까. 그의 거친 언어를 생각한다면 이 글은 WTF?
다섯번째, 류형석의 목소리. 고아한 단어를 절제적으로 잘 사용해서 한국적인 전설의 모습을 서사로 잘 옮겼다. 홍정훈에서 너무 실망해서 그런지 이 글에서 딱히 문제 삼을 건 없다. 너무 비관적인 세계관이 맘에 안든다면 안든다. 결국 이 소설에서 누가 행복해지는가. 그냥 데먼데먼 살아가는 내용이다. 그러려니, 이 시련도 곧 지나가리라는 느낌으로 흘러가는 이야기 구조는 왠지 체념적인 정서가 깊게 배여있다. 무엇인가 해결된 것 같지만 사실 매우 답답하다. 사건은 응어리 져 가슴에 단단히 도사린다. 읽고 나서 개운하지 않다.
여섯번째, 이성현의 내가 바란 단 하나의 행복. 다시 한번 꺾여주는 멋진 모습. 이래놓고도 당신이 뉴트럴 블레이드의 작가란 말인가. 컨셉은 좋았는데, 소재도 좋았는데. 멋진 기사들의 대립까지 나왔는데. 뭐냐 이 결말은. 이런게 용납될 거라고 믿은건가. 이런 방치적 결말에 독자가 수긍할 것 같은가. 이정도 반전으로는 택도 없다! 그러므로 여기도 꺾이는 포인트 확정.
일곱번째, 김재한의 세계는 도둑맞았다. 동화다 동화!! 메르헨!! 오오오오. 이건 NT 용 아닌가. 그리고 우린 왜 오빠와 여동생은 서로를 죽이기 위해 노력하는지 알 수 있다. 이래서 오빠 따위 믿어봐야 어디 하나 쓸데도 없다. 결국 오빠는 결정한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여동생 따윈 알게 뭐냐?
여덞번째, 이상민의 과거로부터의 편지. 뭐하자는건지. 앞에서 저렇게 동화스러운 순수함을 보여주고 그 뒤로 이렇게 괴기로운게 오고 싶거든 정말 환상적인 결말로 치달아줘야지 이게 뭔가. 마지막에 꼭 이렇게 힘 빠지는 소설을 배치한 저의가 뭔가. 이건 편집부의 실패다. 잘 나가놓고 이런 식으로 하시다니. 편집에서 점수를 깎아주고 싶다. 소설을 내는건 작가들의 역량이지만 그걸 멋지게 배치하는 것은 편집의 힘이다. 이 소설이 차라리 중간이나 한칸만 앞으로 갔어도 좋겠는데 참 전체적으로 분위기 우울하게 만들면서 좋다. 하지만 마지막이라는 점에서 이건 모자란다.
아홉번째, 해설에 대해서는 딱히 말을 하지 않겠다. 어차피 그건 나와 다른 의견이고, 내가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과 동의하는 부분은 모두 위에 적지 않았나.
대한민국 주가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거 소개글 쓴 사람 잘라라. 저따위로 밖에 못 쓰냐. 여기가 무슨 강호냐, 은거 기인 9명이 세상을 박차고 날아오르게. 그리고 이 정도 네임벨류로 은거기인이라고 말하기도 좀 그렇지 않나? 차라리 이우혁, 이영도, 전민희, 이수영, 홍정훈 급의 1세대들만 참가했다면 차라리 저 카피가 맞을지도 모르지만, 은거 기인이라고 하기엔 전체적으로 다들 연차가 너무 들쭉 날쭉이다. 그러므로 편집은 미안하지만 별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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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 책중에 환타지물들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아마도 근래 들어 해리포터가 선전을 하면서 환타지물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듯하다. 우리 집에는 아이들이 둘이나 있다보니 아이들 위주의 환타지물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리고 접한 책이 [테메레르] 이다. 이것 역시 용들의 이야기이다. 존재하지 않는 용들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나 구구절절이 잘도 해내는지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프랑스 역사와도 약간의 계연성을 가지고 만들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나도 여자이지만 여자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내안에 여자이면서도 여자를 무시하는 잠재성이 있는 것일까? 그건 아니길 바란다. 문화적인 배경으로 인해 만들어진 나의 생각일 것이다.
그리고 보게 된 이책 사실 단편들을 많이 보지는 못했다. 요즘들어서 시리즈물들이 많이 나와서 단편물은 거의 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에서의 환상물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궁금했다. 아~~생각해보니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이러한 류의 책들을 많이 봤다. 김철곤의 [상아처녀]는 복제된 한 여인과 그 복제여인을 만들어낸 사람과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복제인간을 만든 사람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사랑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망을 위한 복제된 인간이 자신의 완전한 사랑을 이루어 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것은 오직 망상일 뿐이다. 자신의 마음대로 행동하고 자신이 원하는 모습만을 그려내는 우리들의 비틀어진 이기적인 사랑과도 닮아 있다. 사랑한다는 것이 상대방의 모든 것들을 자신의 입맛에 맞추려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정지원의 [카나리아]는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이 속에는 뱀파이어가 나온다. 영화속에서나 많이 봐왔던 뱀파이어들이 이 책속에 등장한다. 자신도 억제하지 못하는 분노를 가지고 있는 한 여인이 어느날 자신도 모르게 이유도 없이 어떤 여자를 공격하게 된다. 그리고 아주 잔인하게 살인을 한다. 그러한 모든 것들을 보고 있던 한 남자가 그 여자에게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그 남자와 그 여자는 같은 길을 가게 된다. 자신이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누구에게나 있다.
"내게는 분명 처음부터 뭔가가 잘못되어 있었다. 처음부터 그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인정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본문 86쪽에서......
최지혜의 [용의 비늘] 에서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삶을 벗어나기 위해서 용의 비늘을 찾아 떠나게 되고 그러한 용의 비늘을 구하기 위해서 떠나는 여정과 사람보다도 더 인간적인 아버지와의 만남을 갖게 되고 그로 말미암아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게 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책에 나오는 단편들을 보면서 전반적인 느낌은 세대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들의 글쓰는 감각들이 내가 알고 있는 보았던 글들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과 역시나 글을 쓰는 사람들은 안에 선이 잠재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을 안에 품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마는 어떠한 어둠에 관계된 이야기들을 해도 그 안에는 선으로 향한 열망과 그리고 그것을 찾아가기 위한 고뇌들이 삶을 꾸려나간다는 것이다. 나에게 선과 악이 혼재되어 있지만 선이 그나마 이끌어가는 삶에 감사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속에서 항상 선만이 이기는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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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환상문학 단편선 김철곤 외 8명 웅진 씽크빅/2008.8.4. sanbaram 《한국환상문학단편선》은 판타지와 SF를 포괄하며 현실이 아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실험 중이던 유사인간과 사랑에 빠진 연구원의 이야기 <상아처녀>, 삶이라는 고난에 직면하여 뱀파이어가 된 <카나리아>, 여왕의 14번째 왕녀로 태어나지만 사생아이기에 용을 찾아 험난한 여행을 떠나야 하는 <용의 비늘>, 왕의 사생아로 태어난 기구한 운명으로 인해 전혀 새로운 형태의 비행체를 만들게 되는 <윈드 드리머>, 악귀가 출몰하는 산장의 <과거로부터의 편지>등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 그 틈을 비집고 다가오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9명의 작품을 모아 만든 책이다. 경찰과 사냥꾼을 두려워하는 현대판 뱀파이어를 그린 <사육>에서는 “죽이지 않고 계속 숨통을 붙여두면서 피를 빠는 게 훨씬 현명하지. 그렇지 않은가? 아, 안심해. 피를 빠는 만큼 음식은 충분히 줄 테고, 사람의 피도 마실 수 있게 해줄 테니, 젖소도 품질 관리를 잘해야 양질의 우유가 나오는 법이지.”(p.175) 라는 말을 통해 현대판 글로벌 기업들의 신자유주의 경제 논리를 내세우기도 한다. 마법과 과학이 격돌하는 미래의 전쟁을 그린 <세계는 도둑맞았다>에서는 과학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을 한다. “이전까지 세상을 지배하던 절대적 신앙은 과학이었다. 세상에 많은 종교가 난립하고 모든 사람이 신을 추종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사실 그들을 지배하는 것은 과학이며 다른 것은 그것을 지탱하는 역할만 했을 뿐이다. 인류가 쌓아올린 과학문명이 삶을, 정신을, 심지어 영혼마저도 지배하고 있었다.(p.240)” 이와 같이 과학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벗어나 마법으로 인간성을 되살리려는 노력을 역설하기도 한다. 판타지의 세계는 동서양의 신화, 전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기사와 마법사, 드래곤이 등장하는 것은 당연히 서구의 정신적, 물적 자산이다. 뿐만 아니라 과학과 상상의 세계 또한 중요한 소재의 하나다. 이런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생각하기도 하며 미래의 생활을 그리기도 하는 것이다. 환상문학의 중요한 소재 중 하나는 살아있는 죽음이다. 흡혈귀, 유령, 좀비 등 죽음의 경계를 뛰어넘어 살아 있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 죽음은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공포인 동시에, 엿보고 싶은 매혹적인 미지의 세계다. 그동안 주로 인터넷을 통해 발전해온 한국 판타지의 다양성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동과 서, 과거와 미래,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젊은 작가들은 ‘환상’을 통해 현실의 문제, 인간의 문제를 진지하게 파고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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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문학' 이라 하면 시간과 돈만 아깝고 쓸데없는 것이라 치부하는 경우가 꽤 많다. 나도 환상문학을 즐겨 읽곤 했는데, 어머니의 생각은 늘 달라서 충돌이 생기기도 했다. 환상문학 속에서 나는 많은 세계를 만났다. 당연히 현실에서는 꿈에서도 나오기 힘든 세계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가치는 상상에서 그치지 않는다. 내가 만난 많은 환상세계들은 서로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아무리 멀어보여도, 결국은 그 환상세계의 일면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일부와 맞닿아있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는 '환상 속에서 현실을 보고, 환상 속에서도 현실에 대한 깊은 성찰을 줄 수 있는 것이 환상문학의 진정한 가치' 라는 말이 수록되어있다.
판타지소설을 그리 많이 읽은 편이 아닌 나도 아는 작가들이 많이 참여한 이 단편선은 꽤 기대가 컸다. 이 책에 있는 9편의 이야기들도 모두 환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현실을 보여준다. 몇몇 작품은 상당히 깊이있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상아처녀> 는 '사랑' 이란 소재에 대해 다룬다. 사랑한다는 말, 널 위한다는 말, 이 달콤한 말로 포장된 잔혹한 행위들을 그린다. 이러한 경우는 현실에서도 얼마나 많은가. 부모가 '다 널 위해서...' 라는 미명 하에 당신의 자식에게 온갖 심리적, 육체적 압박을 가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일이다. 그것이 정말 자식을 위한 일이라 해도 자식에게 있어서 그것은 그저 고통일 뿐임을, 어른들은 곧잘 잊어버린다. <상아처녀>에서는 인조인간 갈라테이아를 통해 그런 감정들을 펼쳐보이고 있다. 갈라테이아는 참고 숨길 줄도, 거짓말을 할 줄도 모르기 때문에 이런 심리를 그려내는데는 적합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 어떻게 해야 사랑하는 이를 진정으로 위해줄 수 있을까. 어쩌면 끝나지 않을 딜레마일지도 모른다. 고통스럽게 하더라도 좋게 해주려는 것, 그것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과 오늘날 모든 어른들이 택한 방식이다. 이것은 과연 옳은 것일까.
<카나리아>는 조금은 혼란스러운 작품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혼란에 가득했다. 재영이 느끼는 혼란 만큼이나 내 머릿속도 엉켰다. '정상' 은 무엇이며 '비정상' 은 또 무엇인가. 재영을 '정상' 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가? 그건 아마 힘들거다. 그렇다면, 재영이 '비정상' 이라 생각해보자. 그럼 대체 '정상' 은 뭔가? 나는 정상인가? 내가 재영과 달리 사람을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둘의 경계는 아슬아슬하다. 그래서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다.
사실 이 소설에서 그들이 흡혈귀라는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식성만 좀 제외하면 보통 사람과 똑같으니까. 굳이 흡혈귀라는 소재를 끌어들이지 않아도 괜찮았을 작품이었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서 헤매다 결국은 노래를 찾지 못한 카나리아처럼 되돌아오는 재영의 혼란스러운 심리만으로도 볼 만했을 것이다. 다만 흡혈귀라는 환상의 괴물을 삽입함으로써 소설 속 주요 갈등이 되는 사고의 경계를 보다 강화시킨 점이 보인다.
<용의 비늘>은 한 소녀가 집안에서 인정받기 위한 여정을 그린 소설이다. 이 책의 작품들 중 가장 실망스러운 작품이기도 했다. 인물도 설정도 다소 진부했으며 이야기의 진행이나 결말까지 뻔했다. I'm your father 라니. 그래도 몇 가지 와닿는 점은 있었다.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그것은 어디서나 변하지 않는 원칙이다. 소녀는 그것을 위해 여행을 떠났고, 인연을 만났고, 스스로를 증명했다. 결국 그녀는 혼자 일어설 수 있었다는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윈드드리머>는 가장 상쾌하고 시원한 작품이었다. 바람을 타고 나는 비행정, 결국은 비행석이 필요하지 않은 비행정을 만들어 절벽에서 날아오를 때 시원한 공기가 함께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자신이 진정을 원하는 것을 찾아 날아오를 수 있는 자유, 그 짜릿한 해방감. 우리 과 교수님 중 한 분은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여러분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하면 재미있을지 찾아내는 것입니다' 라고 말씀하시곤 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학생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못하다.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특히나 나는 그런 문제로 한참을 방황하는 중이라 더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였다.
아시타르도 처음에는 방황하고 떠돌지만 결국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해답을 얻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는 자유로워졌다. 언젠가는 나도 아시타르처럼 원하는 것을 찾고 자유를 찾아 거침없이 날아오를 날이 오기를,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기원했다. 그리고 오늘도 내가 좋아하는 건 뭔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뭔지 생각한다. 나 자신과 끝나지 않을 문답을 나누면서.
<사육>은 작가의 다른 작품 <월야환담> 시리즈와 세계관을 공유한다. 그래서인지 인물이나 배경의 설정에 있어서도 월야환담 시리즈와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월야환담에서는 보여준 적 없는 흡혈귀의 시선에서 사회를 보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갔다는 점이다. <사육>의 흡혈귀는 어떤 의미에서 인간보다 나약하다. 오히려 인간은 흡혈귀보다 더 독한 괴물에 가깝다. 이런 치명적인 부조리 속에서 흡혈귀는 인간의 극단적인 잔혹함을 두려워한다. 인간에게 흡혈귀는 돈벌이 수단이다.
마치 가축을 사육해 잡아먹듯, 도리어 흡혈귀의 피를 '흡혈'하는 인간의 모습은 소름이 끼친다.(아마 월야환담 채월야를 읽은 독자가 <사육>을 읽었다면 바로 어떤 인물을 그에 대입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도 굉장히 무섭고 잔혹한 인물이었다) 동시에 인간이 지금 이 지구상에서 행하고 있는 온갖 잔인한 행위들이 떠오른다. 생각해보라, 그것과 정말 유사하지 않은가? 그래서 <사육>은 내게 참 무서운 작품으로 다가왔다.
<목소리>는 색다른 작품이었다. 마치 고전설화를 읽는 느낌이다. 이런 느낌의 판타지 소설은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약간의 거부감도 있었다. 참신한 시도를 했다는 점이 돋보였지만 내용이나 결론마저 고전설화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쉬웠다. 그래도 조금은 현대적인 감각을 보여주기를 내심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이 작품도 어떻게 보면 <용의 비늘>과 조금 닮아있다. 인정받지 못하는 주인공, 그 자신이 인정받기 위해 취하는 노력들, 그리고 결국은 이루어내고 마는 결론이 닮았다.
<내가 바란 단 하나의 행복>은 상당히 깊은 주제를 갖고 있었다. 행복과 불행, 내가 행복하면 친구는 불행할 수 밖에 없다. 이 작품은 행복과 불행은 결국 종이 한 장 차이고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다만 이런 내용의 끝이 단순한 멜로로 끝나버리니 김이 빠져버렸다. 소설 속에서 보이는 주인공의 혼란은 생각할수록 굉장한 것이었기에 생각할 거리는 조금 남겨준 소설이었다.
연인이 떠난 것과 목숨을 잃는 것 중 무엇이 더 큰 불행인가? 당연히 목숨을 잃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목숨을 살리는 대가로 연인이 떠난다면 그것은 행복한 것인가? 연인이 옆에 있는 대신 목숨을 잃는다면 그것은 불행한 것인가? 이런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 짧은 글 속에 담겨있다. 제 3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답이 정해진다. 하지만 그것이 본인의 상황이라면? 글쎄, 쉽게 답할 수 없을거다. 사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불행한 상황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고 행복한 상황에서도 불행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들은 공존하는지도 모른다.
<세계는 도둑맞았다>는 설정이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다만 '단편' 이라는 짧은 글에 밀어넣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설정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오히려 중장편에 어울린다. 마법사들의 등장, 미래에서 훔쳐온 지식, 미래의 인간을 장악한 외계인의 침입, 악마의 계약. 이 모든 상황에 맞물려가며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가끔 보이는 이자벨의 깜찍한 모습도 소설의 분위기를 밝혀준다.
지금도 과학기술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고 멀리 내달리고 있다. 정신없이 따라가도 그보다 더 많은 신기술이 쏟아져나온다. 이미 예전의 고전역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개념들이 너무나 많이 나와있다. 이 소설 속 사람들이 겪었던 혼란은 뉴턴 시대에 양자역학을 이야기한 정도였는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흥미롭고 한편으로는 서늘한 이야기였다.
<과거로부터의 편지>는 약간은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묻어난다. 비가 내리는 밤, 캄캄한 산속, 이름모를 산장. 두 남자와 한 여자. 설정도 좋았고 특히 전투 장면이 묘사가 잘 되어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 그 숨가쁜 상황에 함께 동화되는 느낌은 아무 소설에서나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다. 특히 마지막 편지가 결정적으로 무서웠다.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는다.
뒤의 이야기가 생략되어있지만, 마지막의 짤막한 편지로 모든 걸을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편지를 보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하다보면 더더욱 무서워진다. 어쩌면 목격자를 척살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꽤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이었다.
이 책의 모든 작품이 만족스럽지는 않다. 책 뒷편의 해설처럼 거창하게 한국 환상문학의 미래를 볼 수 있다는 둥 그런 이야기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몇몇 작품들은 정말 생각해볼 만한 문제를 담고 있으며 어떤 작품들은 소재나 설정 자체가 재미있기도 하다. 가끔은 판타지 소설이기에 더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있다. 판타지 소설만이 줄 수 있는 재미도 있다. 이 책은 그런 소설들을 두루 엮은 책이라 생각한다. 너무 가볍지 않게, 하지만 너무 진지하지도 않게 한 번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부담이 적고 흥미로운 책이라, 판타지 소설을 한 번 접해보고 싶은 이들에게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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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로 표현되는 상상의 세계 순수문학에 대별되는 환상문학이라는 장르는 나에게 있어서 가깝고도 먼 형식이었다. 그것이 가깝게 느껴졌던 이유는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나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환상문학의 한 갈래인 판타지라는 장르가 친숙해졌기 때문이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이 장르가 멀게만 느껴지는 이유는 환상문학에 있어서 우리작가의 작품을 만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환상문학 단편선>과의 만남은 큰 기대감과 반가움으로 다가왔다. 이 단편집에는 9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환상문학들이 방대한 장편임을 생각하면 단편의 환상문학은 솔직히 우려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다. 일상과 동떨어진 세계에 대한 묘사와 설정, 색다르게 창조된 인물들의 성격부여와 행동묘사 등 환상문학은 본격적인 이야기 앞서 인물과 배경에 대한 치밀한 사전 묘사가 요구되는데 짧은 단편으로 그 부분을 만족스럽게 충족시키며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을 지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일단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과연 아홉 편의 단편들이 어떤 이야기로 독자들을 매료시킬 지 생각하며 첫 장을 넘겼다. 여러 작가의 모음집인 만큼 첫 작품이 주는 중요성은 클 수밖에 없다. 마치 야구에서 선두타자의 역할이 크듯 여러 작가가 포진한 모음집에서 호기심 가득한 독자들에게 충분한 만족을 주는 첫 작품이야말로 몰입된 독자들이 끝까지 책에서 손을 떼지 않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런 면에서 [상아처녀]는 만족스럽다. 영화 아일랜드가 생각나기도 하는 이 작품은 인간의 이기가 부른 허영과 생명윤리문제를 다루고 있다. 사랑마저도 주입되고 강요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그’의 모습은 기술의 발전만큼이나 부도덕해지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뱀파이어라 불리는 흡혈귀의 삶을 그린 [카나리아]와 [사육]은 뱀파이어를 통해 인간의 처절한 삶을 마음껏 은유한다. [카나리아]에서 미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재영의 절규는 이미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이 모호한 현실에서 그저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만 보인다. [사육]은 인간과 뱀파이어의 대치구도를 넘어 인간이 뱀파이어가 가진 능력을 이용하기 위해 그들을 포획한다는 내용이 신선했다. 인간의 가장 오래되고 안정적인 공급방법인 사육은 그렇게 그들에게까지 이용되는 것이다. 숨 막히는 모험과 함께 희생을 통해 더 큰 이상을 창조한다는 내용이 담긴 [용의 비늘]은 가장 큰 평점을 줄만한 작품이었다. 주인공의 불우한 태생과 신비스런 모험, 자신을 둘러싼 비밀의 이야기 등 환상문학의 정석이 되는 요소를 가지면서도 아주 흥미진진하고 독창적인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다음에 등장하는 [윈드 드림머] 역시 [용의 비늘]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베일에 싸인 인물과 감춰진 진실 그리고 위기의 순간 기적적으로 주인공들을 구하는 신비의 물체 등 이 두 단편은 장편으로 발전해도 좋을 요소와 이야기를 두루 갖췄다는 생각이 든다. [목소리]는 익숙한 전래동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정말 재밌는 단편이다. 인간에게 큰 해가되는 요괴라도 그 해를 끼치게 만드는 원인은 인간에게 있었으니 ’요괴는 오로지 악하고 인간은 오로지 선하다.’ 라는 생각은 그릇된 고정관념에 불과하다는 걸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관대함과 아량은 사람을 대함에 있어 꼭 필요한 자질이요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이롭게 하는 것이었다. [내가 버린 단 하나의 행복]은 반전과 아이러니가 주는 쾌감이 큰 단편이다. 한 사람이 행복하면 다른 한 사람은 불행해야 하는 운명. 이 기막힌 운명의 사슬은 한 남자를 절망의 끝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했고, 다른 한 남자는 참을 수 없는 절망에서 자신의 운명을 끝내 죽음의 안식으로 안내했다. [세계는 도둑맞았다]는 과학기술 위에 군림하는 마법기술이 판치는 사회를 그린 SF단편이다. 마법에 의해 진보된 기술은 외계인과의 한판 대결을 위한 수단이었으며 외계인과의 이 엄청난 혈전에는 인간의 영혼에 기생하는 악마가 인간의 편에 서서 싸운다는 설정이 참신했다. 인간은 자신을 위해 싸우고 외계인은 인간을 숙주로 삼기 위해 싸우고 악마는 인간의 영혼을 외계인들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싸운다. 인간-악마 연합군과 외계인과의 싸움 이후가 궁금해진다. [과거로부터의 편지]는 인간을 유혹하는 악귀가 등장하는 단편으로 악귀와 퇴마사의 싸움이 볼만한 작품이다. 친숙한 소재여서 그런지 아홉 편의 단편 중에서 가장 편하게 읽었다. <한국환상문학 단편선>은 아홉 작가 저마다의 개성이 두드러지는 재밌고 참신한 이야기였다. 몇 편은 호흡을 좀 더 길게 잡아 장편으로 발전시키면 좋을 작품도 있었고 몇 편은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 다른 매체로의 ’재가공’을 해도 좋을 작품도 있었다. 애초에 부실한 설정 운운했던 내 염려는 정말 기우였단 생각이 든다. 비록 단편이지만 한 편의 훌륭한 환상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데에 박수를 보내고 이 작품들이 더 멋진 작품을 위한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