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의 반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언제나 주변인이라는 기분이 든다고 누군가에게 말했던 적이 있다. 그 때 그 누군가는 내게 20~30대의 신체건강한 남성만을 인간의 기본으로 보고 그들을 위한 문화 그들을 위한 공간 그들을 위한 사회를 구성하니 여성인 내가 언제나 뒷전일 수 밖에 없지 않냐고 명쾌하게 답변을 해주었다. 새삼스럽게 여성 영화를 들추어 보는 것도 누군가가 보면 쓸데 없는 일로 보이겠지만 여성인 나 자신에게는 왜곡된 시각을 바로잡고 나를 나 자체로서만 보겠다는 꽤나 거창한 의미가 함축되어있는 행동이다. 나도 모르게 남성의 시선을 동일시하고 그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 여겨버리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게 타성에 젖어버린 나를 두들겨깨운다. 너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고, 너 자신의 몸으로 세상을 느끼라고. 여기엔 여러 편의 여성 영화(또는 정 반대의 영화)가 나온다. 개중에는 본 것도 있고 보지 못한 것도 있다. 앞으로 여기에 나온 매력적인 영화들을 보는 것이 나의 숙제이다. |
| 우리나라에서 내가 가장좋아하는 영화평론가를 꼽으라면 당연 유지나씨이다. 그의 평론을 읽어보면 여성으로서의 영화관을 많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런점이 나를 사로잡은 것 같다. 남성으로서 영화를 보거나 비디오를 보면 정말 남성의 편견으로 너무 많은 오류들을 영화에 집어넣고 있구나라고 느낄때가 많다. 그런 점들을 유지나씨는 과연 느끼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이 책을 사게 된 배경이었다. 여성의 시각으로서 본 우리영화들은 너무 남성중심적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영화감독들이나 제작자들이 대부분 남자이니까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만드는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이 사람들이 영화속의 표현한 여자는 항상 주체성이 없고 복종적인 것 같다. 외계인이 와서 이런 류의 영화들을 보고 지구를 떠난다면 여성은 정말 독립성도 없고 주체성도 없는 등 그렇게밖에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 여성영화인것 처럼 영화를 만들지만 남성의 지배적인 심리를 내포하는 영화도 많은 게 정말 안타깝다. 아무리 영화가 허구의 예술이라고 하지만 말이다. 나는 기대해본다. 우리 나라나 다른 나라에서 만드는 모든 영화가 남성과 여성의 동등한 시각에서 그려낸 작품이 되길 간절하게 기대해본다. 유지나씨만이 쓸 수 있는 영화에 대한 독특한 시각도 공감해볼수 있어서 너무나 좋은 기회였던것 같다. |
| 이 책을 읽으면서 시종일관 충격을 받았다. 나름대로 여성문제에 대해 가볍지 않은 고민을 하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 고민이 절대 깊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영화를 통해 바라본 여성은 절대 다수가 남성적인 시선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것. 영화를 보면서 그냥 그렇게 넘겨버린 장면과 내용 속에 담겨 있는 여성은 여자를 그냥 남자들이 바라는 욕망의 대상이었다는 것. 그리고 수많은 여자들이 그런 남성들의 시선에 익숙해지고 그 시선에 걸맞는 여자가 되기 위해 아주 가볍에 자신을 내던져버린다는 것. 작가만큼 오래 살아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남자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는 게 결코 여자의 행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너무 오랜기간 동안 당연하게 주입된 이데올로기.. 즉 "여자의 행복은 남자에게 달려있다"라는 걸 깨부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유지나씨의 내면에, 그리고 내 안에 남아 있는 그런 생각들을 발견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지만, 그것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세상의 반을 바보로 만드는 일이므로 간과할 수 없는 문제. 뭔가를 생각할 때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또 서로 관계를 맺을 때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차원의 관계맺기가 되어야 하는데 너무나 당연하게도 한 쪽의 일방적인 시선으로만 세상을 바라보았다는 거. 그러한 것들이 우리가 늘상 보고 있는 영화 속에서는 너무나 버젓이 저질러지고 있다는 사실. 그래서 조금 절망스럽기도 했지만 그 틀을 깨고 공평한 게임과 서로의 행복한 공존과 자기 안에 숨어있는 욕망을 찾고 꿈꾸는 그런 시도들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프]라는 여성잡지에 연재된 글이기 때문에 좀 더 여성편향적인 글이 되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치부해버리기에는 너무도 적나라한, 그리고 부끄럽기까지한 여성의 욕망과 남성의 이기심들을 철저히 까발린 책이었다. 그래서 보는 내내 때로는 가슴이 찔려 아프기도 했도 때론 당혹스러움과 부끄러움에 몸둘 바를 모르기도 했다. 역시나 제일 중요한 건 나의 행복이라는 생각. 다른 사람에게 기댄 행복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찾아내는 그런 행복. 자신의 행복을 찾아내는 용기와 자신의 행복에 대해 책임을 질 줄 아는 그런 용기. 그거 어려운 일이지만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그걸 확인시켜주는 그런 책이었다. |
| 여성조차도 익숙해져버린 남성위주의 시각에 메스를 가하는 책이다. 아무생각없이 스크린에 촛점을 맞추었던 영화보기에 반성을 하게 만들고 영화속 감독의 의도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다... 어떠한 현상이든 한가지에 대해서 여러가지의 시각이 존재할 수 있음을 자꾸 망각하게 하는 현실에 경종을 울리는 책이라고나 할까? 굳이 이책을 페미니스트의 시각으로만 보는것은 무리일것 같다. 헐리웃영화에 익숙해진 우리네에게 생각좀 하고 살자고 말자고,, 미국식 시각에서 벗어나자고,, 세상을 여자와 남자 꼭 이렇게 이등분하여 해석해 편을 가르고 위 아래로 나누고 서로 대립하고,,, 조화롭게 살수 있는 그날은 언제쯤 일까? |
| 영화를 가장 재미있게 보는 방법에 대해 어떤 감독에게 질문하자, 감독은 단호하게 "아이큐 80 이 되면 된다" 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 말에 영화관문을 들어설때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갈 때마다 생각나는 것은, 아마도 결코 아이큐 80 이 될 수 없는 나자신에 대한 피곤함 때문일 것이다. 고백하건대 나역시 아이큐 80 이 되고 싶다. 째려보기 영화가 아니라 느긋하게 콜라를 마시면서 두시간에 칠천원 하는 오락을 즐기고 싶다. 그러나 비단 한국영화 뿐만이 아니라 영화라는 오락의 정체성은 나 자신,"여성" 이라는 정체성을 아주 아프게 콕콕 찔러대고 있다. 굳이 팔짱을 끼고 뚫어져라 쳐다보지 않아도 한국영화안에서의 "여성"의 지위는 사회현실을 반영하며 여과없이 우리에게 투영되고 있다. 영화가 현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떤 현상들을 영화가 반영하고 있다고 믿는 나로서는 대부분의 한국영화가 여성과 남성의 관계설정에 있어서 어떤의미에서는 아주 리얼하다고 본다. 유지나가 그걸 못보았을리 없다. 그리고 나는 유지나의 글들에 반은 공감하고 반은 도리질친다. 수많은 영화관련 책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오는 지금시대에 "유지나의 여성영화산책" 이라는 책을 피같은 돈을 내고 우리가 사보는 이유는 그런 이유일것이다. 존재해주어야만 하는 책들이 있다. 반드시 라는 수식어를 써서 말이다. 누군가에게 유지나의 책을 빌려준 적이 있다. 그 사람은 너무 성 적자의식이 강한 것이 아니냐는 핀잔을 주었다. 나는 웃었다. 맞아 그책은 일부로 치우친 책이야 라고 말했다. 그리고 치우쳤기 때문에 읽어봐야 한다고. 그리고 지금 대부분의 한국영화보기는 영화 그자체로만 보기 라고 말하면서 사실상 남성주의 관점으로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기에 그 반대쪽에 누군가도 치우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불공평한가? 나는 내가 불공평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남성과 여성이 모두 불편한 기분없이 편하게 보면서 아이큐 80 이 되는 오락물들만이 특실되는 세상이 되기까지 얼마나 길고 고루한 작업들이 진행되어야 할것인가. 시소한 쪽이 기울면 반대쪽에도 누군가 앉아야 한다. 이 책은 지금 주류의 반대 시소편에 앉아 있다. 그러니 다소 너무 센거 아니야 라고 느끼더라고 참아라. 나는 이 책을 사실 여성보다는 남성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영화지망생들중 남성이라는 성을 가진 이들이 말이다. 동의하든 안하든 그들은 동전 뒷면이 있다는 걸 새삼 느낄테니 말이다. 작은 소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