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ネクロポリス :: 恩田 陸 날씨가 더워지면 무슨 까닭에서인지 사람들은 공포물이나 추리물을 부쩍 찾는다. 등골이 오싹해져서 잠시간이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기 때문이라지만 그것만이 이유의 전부는 아닌 것 같다. 나도 이 계절이 되면 여느 때보다 장르물에 손이 더 가지만 딱히 더위를 피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굳이 무시무시한 호러가 아니더라도 어떤 장르의 어떤 내용이든 집중만 할 수 있다면 더위는 잊을 수 있을뿐더러, 사실 호러물에 내성이 깊이 박힌 터라 무섭다고 쭈삣뿌삣 하는 편도 아니어서다. 그런데도 왜 이 계절만 되면 귀신이나 살인 같은 '죽음' 과 관련된 것들이 보고 싶어질까. 더위는 추위보다 인간 내면의 야성을 더 쉽게 자극해 '살의' 의 충동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일까? 끈적끈적 달라붙는 축축한 공기가 현실과 비현실의 얇은 막처럼 느껴지기 때문일까? 단순한 습관인지는 몰라도 겨울에는 귀신도 꽁꽁 숨어버릴 것 같고, 여름에는 사람끼리 이야기만 해도 그 자리에 슬그머니 나타날 것 같다. 사실은 정말로 그들이 '방문' 하는 것은 아닐까? 유령 체험 경험도 있고(비록 착각이었을지언정) 눈에 안보인다고 무작정 믿지 않는 편도 아니라 유령이나 귀신을 부정하지는 않아도 그렇다고 무서워 하는 것도 아니다. 개중엔 무서운 이야기를 듣거나 영화를 보면 자신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날까 두렵다고들 하지만 내 생각엔 그렇게 영적인 존재와 물리적 접촉이 가능한 사람은 흔치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유령이란 시공간이 어쩌다 한번 뒤틀려 저쪽 공간에 있는 것이 보이는 착시 현상이라는 과학적 의견에도 수긍하는 편인 것이, 이를테면 우리의 생활이 시시각각으로 녹화되고 있다가 저 멀리 별의 폭파 같은 것으로 시간이 살짝 어긋나면서 다른 공간(과거나 미래)에서 재생될 때가 있다는 논리다. 그러니까 지금 소복 차림의 귀신을 본다해도 과거 시대에 녹화된 영상이 홀로그램으로 재생되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귀신의 존재는 정말로 무서울 게 없게 된다. 게다가 그것도 한번쯤 보고 싶다 해도 좀처럼 오지 않는 기회다. 그러니 유령과의 물리적 접촉은 얼마나 더 드문 일이겠나. 온다 리쿠도 이와 비슷한 의문과 고찰을 했었나보다. 그는 우선 [유령은 진짜 존재하는가] 에 착안한다. 세상 어느 나라에서나 유령, 즉 죽은 이를 보았다는 이야기가 시대를 넘어 끊임없이 줄을 잇는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경험담' 이라고 얘기하는 것을 보면 단순한 착시나 지어낸 이야기만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죽은 존재가 왜 물리적인 모습을 띠고 이 세계에 나타나는 걸까? 그들이 이곳을 방문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불러 들이고 있는 것일까? 왜 특정 장소, 특정 시간에 보인다는 이야기들이 많을까? 그들을 목격했다는 이야기는 많아도 직접적으로 접촉했다는 이야기는 드물거나 있다해도 대부분 해를 끼쳤다는 이야기뿐인 것은 왜일까? 이런 의문들로부터 온다는 하나의 무대를 만들어낸다. 유령, 죽은 이가 때에 맞춰 방문하는 곳. 죽은 이와 접촉할 수 있는 곳. 영국과 일본의 혼혈국이자 세상에서 분리된 V파 라는 나라 안의 있을 수 없는 공간이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인 어나더 힐을. 이곳에선 보고 싶었던 죽은 이를 만나 못다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자라면 왜 그리 죽었는지 묻고 답을 들어볼 수도 있다. 통념상 유령이라고 흐릿하게 보이는 게 아니라 뚜렷한 모습으로 손을 잡거나 물건을 만지거나 심지어 음식도 먹을 수 있다. 얼핏, 지나치게 비약적이고 현실성이 없는 공상의 세계로만 보이지만 온다는 그 생각에 허를 찌른다. 어째서 유령은 흐릿하다고 생각하는가, 해를 끼치는 귀신도 있다면 물리적 액티비티가 가능한 살아있는 인간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죽은 자의 이야기가 살아 있는 자의 세상에 이렇게나 만연하는 것은 이미 우리가 그들과 공존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닌가, 즉 우리 세상에 이미 '어나더 힐' 은 실존하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하고. 그는 전작을 통해 제기해왔던 일상 속의 비일상을 이렇게 다시 발제하며 세상의 고착화된 생각의 방향을 뒤틀어본다. 유령을 믿고 두려워하는 이들에겐 그 허상을 일깨워줌과 동시에 믿지 않는 자에겐 시공간의 과학적 가능성을 제시하니, 과연 온다다운 이중 해석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의 주석은 배경 설정에 관한 것만이 아니다. 곳곳에 장치한 실존 소재들(도리이, 삼족오, 델로스섬 등)과 고전 문학, 민화들이 그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풀이된다. 흔한 소재를 갖고도 그럴 듯한 '다른'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온다만의 전매특허다. 특히 이 소설에선 그의 그런 능력이 유난히 부러웠던 것이, 자국 문화에 대한 충만한 자부심을 아낌없이 활용했다는 부분에서랄까. 비슷한 분량의 장편 소설 [로미오와 로미오는 영원히] 에서도 자국의 쇼와 문화에 관한 애정을 낱낱히 드러내더니 이번에는 한술 더 떠 자국 문화가 영국 문화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도 있다는 매우 과감한 가설마저 내세운다. 비록 V파라는 가상 국가로 대체되기는 했어도 일본과 영국 문화의 유사성을 나열하는 부분이나 민족적 동질감을 이어 보려는 시도는 확실히 타국인의 객관적인 입장에서 흥미롭게 연구해 볼 부분이기는 하다. 보기에 따라선 제국주의 프레임에 갖힌 오만한 민족성이라 불편하게 읽힐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온다는 자부심을 느끼는 한편 최대한 객관화 해보려는 노력을 잃지 않는 것 같다. (가령 일본이 영국 식민지였다는 설정은 기발하게도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부분이 또한 아쉬움을 주기도 했던 것이, 같은 일본인으로서의 독자였다면 보다 더 공감하고 현실적 감각으로 읽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타국인이다보니 그야말로 어나더힐을 이질적으로 바라보던 준의 심정으로 밖에 읽을 수가 없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내셔널리즘에 민감한 독자에 따라선 온다의 작품 중에 가장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을 작품일 것 같다. (실은 이보다 더한 [나선의 회전] 등의 작품이 있고, 그 이유로 쉽게 번역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사실 완전히 국가적 이질감만을 느끼게 된다고도 할 수 없는 것이, 내용 중에 [사람들이 분노와 항의의 의미로 '등' 을 들고 모여 단상에 올라가 자기 의견을 말하거나 토론을 벌이는 일종의 축제를 즐긴다] 는 부분은 영락없이 우리나라의 '촛불 시위' 를 연상케 한다. 온다가 한국의 이런 독특한 문화에 관심을 기울였을지는 알 도리가 없으나, 혹여라도 비슷한 문화가 있다면 그의 다국주의적 해석 관점이 한층 더 이해되기도 한다. 그래도 되도록 편견을 주기 쉬운 국가적 프레임을 벗어나서 산 자와 죽은 자의 공간, 유령의 실체와 그것을 추앙하는 인간의 속내에 관한 고찰로서 책을 읽는다면 독자 개인으로서도 보다 더 개운한 여름나기용 소설로서 활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여태까지 번역된 그의 소설 중에 최대 장편이어서인지 온다적인 긴장감과 긴박감은 다소 덜한 편이고 어떤 면에선 독자를 더 유도하지 못하고 작가 혼자 깊은 고찰에 빠진 듯한 인상도 없잖아 있지만('비일상이 일상이 된다면 비일상은 일상인가' 등의), 곳곳에서 캐릭터들이 나누는 심층적인 대화는 한번쯤 자기 위치에서 생각해 볼 만도 하다. 이를테면 젊은이들이 점점 죽은 자를 잊고 싶어한다는 등의 대화 내용은 '제사' 에 관한 은유로도 들리고, 또 그러한 의식이 '유령' 을 인정하는 것이니 종교에는 모순이 있지 않냐는 풍자도 엿볼 수 있다. 여태까지의 미궁에 빠진 살인이 '유령' 에 의한 것이라면 어떨까? 말도 안되고 믿을 수 없다고? 그렇다면 당신이 믿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두려워하는 것은 또 무엇인가. 믿을 수 없는 것이 믿을 수 있는 것이고 믿고 있는 것이 믿을 수 없는 것은 아닐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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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추리물이나,공포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추리물이나 공포물의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인지도 사실 잘 모른다고 해야겠다. 그러니 이 소설이 추리물로써 어떤 매력이 있었는지를 말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책을 읽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다음이 궁금해지는 마음에 결코 적지 않은 양의 두 권의 책을 단숨에 읽어 내었다는 정도. 책을 내려 놓을 수 없을 만큼의 흥미가 나에겐 분명 있었다. 그것이 추리물의 매력 중 하나라면 잘 읽어 낸 것이 아닐지...
사실, 추리물의 소설 느낌을 이야기한다는 건 굉장히 조심스럽다는 생각이다. 왠지 나도 모르는 사이 결말을 말하게 될 것 같은. 다행히도 이 소설은 범인이 누구인가를 따라가는 흐름으로만 가지 않게 구성되어있다는 것이 좋았다. 농담 삼아, 아는 친구에게 단 하나의 소원이 이루어지게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물어 본 적이 있었다. 놀랍게도 친구는 갑자기 돌아가신 엄마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웃자고 한 농담에 너무 진지하게 말해서 나를 놀라게 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예고 없이 잃어버린 그에겐 참으로 절실했으리라 생각했고, 소설을 읽는 내내 그 마음이 함께 했다. 일본이란 나라 역시 우리나라 만큼이나, 신(神)이란 대상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 문화적 배경과,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에 대해 저자는 소설 속 가상의 공간을 통해 산자와 죽은자의 그 간극을 좁혀 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비록 소설은 허구이고, 가상이며, 그 속에서 전혀 일어 날 수 없을 일들이 진행되지만 그 소설의 바탕인 망자에 대한 산자의 그리움은 진정으로 다가 왔으니 말이다.
추리물을 읽으면서 추리소설의 매력에 흠뻑 빠지지 못한 나에게 누군가는 이상하다고 말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범인이 누구일까도 궁금했지만, 산자와 죽은자의 경계 혹은 전통관습등에 대한 생각으로 더 흥미로웠던 것도 사실이다. 독자에 대한 저자의 의도가 추리물로서 만족하길 바란 것이었다면, 나같은 독자는 생뚱맞은 독자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다음이 궁금해서 책을 놓지 못한 매력으로 추리물의 맛을 경험했고, 죽은자와 산자의 경계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준 것 역시 나에게는 분명 매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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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의 장편소설 ‘네크로폴리스’를 보았다. 가끔 책을 읽기 싫어지는 슬럼프가 올 때가 있다.
드라마나 영화도 집중해서 봐야 즐길 수 있겠지만 어쨌든 그냥 틀어놓은 채로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책은 의식을 가지고 읽어야 하기 때문에 집중이 되지 않으면 읽을 수 없는 것 같다.
그동안 두 권의 책을 100쪽 정도까지 읽은 다음에
도저히 다음 부분을 읽고 싶지 않아서 멈추었다.
이럴 때에는 내가 무척 좋아하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는 책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또다시 온다 리쿠의 책을 골랐다.
‘네크로폴리스’는 가상의 나라 V.파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소설이다.
이 V.파의 성지 어나더 힐에서는 히간이라는 전통 의식이 이루어지는데,
이곳에서는 ‘손님’, 즉 죽은 자를 만날 수 있다.
주인공 준은 처음 어나더 힐에 방문하는 자로서 히간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중이었는데,
특히 작년에 일어났던 연쇄살인 사건과 관련하여
사람들은 죽은 자들이 돌아와서 범인에 대해 증언하기를 바란다.
그러던 중 새로운 살인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소설에서는 담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도대체 온다 리쿠의 상상력의 끝은 어디까지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나라를 창조하고 그 나라를 다양한 매력으로 채워 넣은
작가의 실력이 정말 감탄스러웠다.
우리나라에서도 제사 때 조상들을 위해 제사상을 차리곤 하지만,
이 V.파에서는 죽은 자를 직접 볼 수 있고, 대화도 가능하다는 것이 무척이나 독특했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을 슬프고 우울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하나의 이벤트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이해가 갔다.
‘손님’이라는 죽은 자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도 흥미롭지만,
소설은 갖가지 다양한 매력으로 가득하다.
우선 등장인물부터가 매우 인상적이다.
온다 리쿠의 소설에서 사람들은 수다스러운 경우가 많다.
이 소설 또한 예외는 아닌데,
모두들 굉장한 호기심과 흥미를 바탕으로 저마다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그들의 대화를 읽는 것만으로도 소설의 재미는 충분하다고 생각되었다.
또한 작가가 창조한 세계를 채워 나가는 여러 설정 또한 이 소설의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의식인 갓치,
100 개의 괴담을 이야기 하면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하는 헌드레드 테일즈까지,
작가의 상상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이 소설은 온다 리쿠의 소설 중에서도 분량이 많고, 스케일도 꽤 큰 편인데,
그녀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드는 이유인
결말과 마무리의 면에서는 역시나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
개인적으로도 2권보다는 1권의 재미가 더 뛰어났다고 생각되었다.
너무 크게 벌인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데에는
작가 스스로도 어느 인물의 입을 빌려 말할 정도로 황당한 결말을 내세운다.
하지만 그러한 결말까지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이 책은 정말로 재미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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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죽은자들에 관한 대단한 상상력이 구현된 책이다. 두권의 분량에 관한 방대한 내용의 사변이 바로 죽은 자들에 대한 생각들로 이루어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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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때 친구 한 명이 자살한 적이 있다. 흔히 자살하기 전에 여러 징후들을 보인다고 하는데, 그 친구는 일언반구 아무말도 없었다. 그냥 그렇게, 헤어질 때 미소를 보인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그때 참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왜 그랬었냐고 수없이 물어봤지만 대답해주지 않는 그 친구를 원망하면서.
하지만 어나더 힐에서는 그 친구를 만날 수 있다. '히간'이라는 특별한 기간동안 어나더 힐에는 '손님'들이 찾아온다. 그렇다. '손님'이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귀신, 유령을 뜻한다.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 접하는 유령과는 차원이 틀리다. 히간중에 찾아오는 손님은 전혀 괴기스럽지 않다. 그저 내 옆을 스쳐지나가는 어떤 이름 모를 사람에 지나지 않는 것이 손님인 것이다. 만질수도 있고 볼 수도 있는 손님에게 굳이 차이점을 둔다면 '손님'은 이미 현세에 존재하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다.
'죽음'이란 것은 늘 그렇다. 몇 월 몇 일 몇 시에 죽는다고 알려주지 않는다. 불의의 사고로 죽을수도 있고, 자다가 죽을수도 있다. 죽음은, 늘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찾아온다.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은 그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미 떠난 사람에게 해주지 못한 말이 너무나 많다는 것, 해주지 못한 일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리라. 단 한 번 만이라도, 그 사람을 만나 내 마음을 전해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그 소원을 어나더 힐의 히간 중에서는 이룰 수 있다.
학자인 '준'은 먼 친척의 도움을 받아 히간에 처음 참여하게 된다. 바깥세계에서 어나더 힐을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가지다. 사기이거나 혹은 미신이거나. 하지만 죽은 친척이나 동기간을 만나기 위해 '히간'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신경쓰지 않는다. v.파 출신은 항상 '손님'의 존재를 느끼며 살아왔기 때문에 호기심이 왕성하고 추리능력도 왕성하다.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 이번 히간은 이상한 이들이 많다. 바깥세계의 살인마 피투성이 잭이 어나더 힐에도 침투했을지 모른다는 이상한 소문 때문이다. 어나더 힐의 입구인 대도리이에 매달린 피투성이 시체가 바로 그것을 증명한다.
이야기는 신비스러운 판타지에서 피투성이 잭을 추적하는 미스터리로 서서히 넘어간다. 그러면서 온다 리쿠는 각 장, 각 장마다 공포의 장치를 심어놓았는데 갑자기 나타나는 손님이라던지, 히간에 함께 참여한 지미의 죽은 쌍둥이 동생 테리의 공포스러운 출현등이 바로 그런것이다.
히간중에 나타나는 온갖 이상한 상황속에서도, 어나더 힐만의 특수한 전통, 즉 갓치(정령이 범인을 잡아내는 의식)라던지 햐쿠모토가타리(밤새 기담을 이어가는것)등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간다. 추리소설의 백미인 흥미진진한 전개는 없지만, 온다 리쿠만의 특유한 이야기 전개법과 각 장 마지막에 등장하는 소름돋게하는 단서들은 충분히 책 속에 빨려들게 한다.
<죽음이 잔혹한 것은 불시에 찾아와 작별인사를 할 기회도 없이 모든 것이 단절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마지막으로 한두 마디 주고받을 수 있었다면, 제대로 인사할 수 있었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유족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을까.
뭐니뭐니해도 이 책의 장점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봤을법한 상상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죽은 이들이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이들을 거쳐 다른 곳으로 넘어가는 그 곳, 어나더 힐. 그 상상만으로도 온다 리쿠가 그려내는 그 곳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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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들이 '손님'으로 돌아오는 나라 V.파, 어나더 힐 안에서 만날 수 있는 이 '손님'들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이 책 "네크로폴리스"는 준과 마리코, 지미, 하나, 린데, 시노다 교수가 어나더 힐로 들어가서 겪게되는 일들을 담고 있다. 올해는 '피투성이 잭'에게 죽임을 당한 다섯 명의 피해자도 나타날 것이라 예상되어 사람들은 모두 기대감을 가지고 올해의 히간을 기다려왔다. 다른이들의 죽음에 관심을 가지고 누가 범일일까, 아무렇지 않게 대화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준처럼 불끈하게 되지만 역시 삶과 죽음, 어느것 하나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축제처럼 즐기는 그들이고 보니 이 책을 다 읽을때쯤엔 어나더 힐이라는 존재가 이 세상 어디쯤 진짜로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럼 그 곳에 간 나는 공기속에 달걀을 넣어놓고 '손님'으로 올 사람으로 누구를 생각해 볼까? 생각만으로도 으스스한 기분이 든다.
올해 히간은 다른 해와 너무도 다르다. 어나더 힐 안으로 들어가기 전 입구에 놓여 있는 도리이에 시체가 매달려 있어 경계선상의 살인으로 '피투성이 잭'의 사건과 흡사하여 경찰들은 물론 라인맨까지 참석하여 도리이 성역안의 사건인지 밖의 사건인지 판단하러 오게 된다. 시노다 교수는 이 사건을 경찰들이 어나더 힐 안으로 들어오기 위한 자작극으로 보지만 역시 무서운 일들이 일어나는 것만은 틀림없다. '피투성이 잭'에게 당한 피해자들은 과연 범인의 얼굴을 보았을까. 어쩌면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나의 가슴도 두근거린다. 하지만 저자는 '피투성이 잭'의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것만이 목적이 아닌 것 같다. 어나더 힐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사건들이 왜 일어나는지 이것을 독자들이 알아차리길 기다린다.
지미의 쌍둥이 형제 '테리'의 존재, '테리'는 살아있을까, 손님일까. 강에서 실종되고 시체를 찾지 못했으니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 상태다. 지미는 테리보다 무엇이든 실력이 떨어져 사랑받지 못하고 컸고 자신이 아닌 테리가 죽은 것 때문에 테리의 원한으로 죽임을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 부모님의 부탁으로 테리를 만나기 위해 이 곳 어나더 힐에 온 지미, 베일에 싸여 있는 그는 무엇인가를 감추고 있다. 준의 눈앞에 여러번 테리가 나타나고 지미가 1인 2역을 하고 있지 않을까, 테리에 의해 지미가 죽임을 당하고 함께 있는 사람은 테리가 아닐까, 준과 그의 동료들을 점점 공포속으로 밀어넣는다.
어나더 힐에서는 '손님'들이 실체를 가진다. 그 손을 만졌을 때 온기를 느낄 수 있고 물리적인 위해를 가해서 다른이들이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이미 이 어나더 힐 안에서 또 다른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이 사건 또한 '피투성이 잭'의 사건과 동일하다. 대체 누가, 무엇때문에 이런 짓을 하는 것일까. 단서가 하나씩 나타날때마다 준과 그의 동료들은 서로의 의견을 주장하며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리려 한다. 이때문에 전개가 느려 지루해진다. 계속 '손님'을 만나는 준을 시기하는 하나의 존재 또한 불편하고, 라인맨의 존재 또한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 온통 몽환적인 느낌의 사람들 밖에 보이지 않는다.
엄청난 소재, 죽은 사람들이 '손님'으로 돌아오는 곳, V.파와 어나더 힐의 존재. 좀 더 빠르고 긴장감 있게 그려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몽환적이고 안개의 휩싸인 느낌이 너무 강해서 모든 비밀이 풀어졌을 때 현실감이 없어 잠시동한 멍한 기분에서 놓여날 수 없었다. 결국 '피투성이 잭'이 문제가 된 것이지만 모든 사건의 연결성이 미흡하다. 흑부인의 존재, 라인맨의 누나의 실종, 켄트 아저씨의 존재, 서맨서의 등장, 어린 마티아스의 행동 등 모두 하나의 결론을 향해 다가가지만 어딘가 묘하게 어긋나는 느낌이다. 아마 이 느낌은 어나더 힐에 있는 사람들이 이 곳에서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시선이 갑자기 분산된 느낌이 들어 아직 "네크로폴리스"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번 더 읽는다면 모든 트릭들을 분석해 낼 수 있을까. 제 3자인 내가 사람들이 지켜내고자 하는 '히간'과 '어나더 힐'의 중요성을 다 알 수 없을테니 모두 이해하는 것도 무리일 것이다. 내 가까운 곳에 죽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히간'이라는 행사가 열린다면 참석할 용기나 있을지, 이렇게 책으로 만나는 것조차 두려워 자꾸 외면하게 되니 말이다. 모든 것을 확실히 알아냈을 때 내가 느낀 모든 두렵고 무서운 감정들이 사라지고 아무렇지 않게 '손님'들을 대할까 겁이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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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온다 리쿠씨의 책은 열권이 넘게 읽었지만 모든 책에서 기대 이상의 재미를 맛보았다. 네크로폴리스는 거의 400페이지에 달하는 많은 분량의 2권짜리 (총 800페이지)정도의 양이길래 발견하자마자 환호성을 질렀다. 맛있는 케잌이 무려 특대사이즈로 2판이야!하는 심정으로. 하지만 겉에 발라진 생크림은 기대하던 달콤한 맛 보다는 느끼함이 더 전해져 왔고 푹신푹신할거라 믿었던 카스테라는 푸석푸석한 느낌에 더 가까웠다. 그렇다고 맛이 없는건 아니어서 결국 끝까지 다 먹어치웠지만 뒷맛이 씁쓸한, 소문난 집에서 기대 이하의 맛을 느꼇다는 것이 솔직한 평가일것이다.
세계관 설정이나 뛰어난 묘사력은 역시 온다 리쿠표 소설! 이라는게 확실히 전해져왔다. 한때 영국의 지배를 받았고 일본 문화의 많은 영향을 받은 이름도 이상한 'V.파'국의 한 섬 '어나더 힐' 이 섬에는 매년 4주일간 죽은 사람의 영혼을 만날 수 있는데 그 영혼들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적 효력이 있는 증언자다. 이 4주간의 기간을 '히간'이라고 하고 해마다 방문객이 급증하자 히간 기간동안 방문객을 200명으로 제한할정도로 위명을 떨친다. 올 해의 히가의 첫 방문객이 입항하는 길목에 놓여진 도리 한가운데에 걸린 피투성이의 시체로 사건은 시작된다. 범인을 찾는 동안 계속 나타나는 피투성이 시체들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미스테리와 그것을 해결하려는 추리들. 범인이 다시 나타난다는 암시를 주는 에필로그까지 주인공을 둘러싼 사건들은 숨가쁘게 진행된다. 겨우 6일간 히간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라고 설명을 써놓았지만 과연 2권 분량인가, 생소한 배경과 생경한 V.파 국의 전통 행사를 설명하기 위해 너무나 많은 지면과 에너지를 할애한건 아닌지. 덕분에 짧게 갈 수도 있는 이야기가 불필요하게끔 느껴진건 아닌지. 늘어진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피곤에 지쳐있던 내가 책을 내리 다 읽게끔 한 매력은 역시 온다 리쿠의 미스테리 이기때문에 가능한 것이긴 하지만 결말에 와서는 결국 이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 없다.
온다 리쿠의 추천작을 꼽으라면 아마 이 책은 가장 마지막에 나올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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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폴리스(necropolis)란 그리스 어로 '사자死者들의 도시'라는 뜻으로, 고대 도시 가까이에 있는 묘지를 말하는 고고학 용어라고 사전에 설명되어 있다. 온다 리쿠는 <네크로폴리스 1, 2> (2008, 온다 리쿠 지음, 문학동네 펴냄)에서 네크로폴리스의 사전적인 정의에 걸맞는 곳으로 어나더 힐을 만들어내고 있다.
어나더 힐은 라인맨으로 대표되는 선주민들의 영적인 성지이자 영국과 일본이라는 두 섬나라 출신들이 어울리는 곳으로, 양국의 전통이 혼합되어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본本에 나란히 서신 폐하께 영광 있으라!'라는 구호는 그래서 어나더 힐에서 행해지는 히간 내내 울려 퍼진다. 정부에 의해 허가를 받은 이들만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이자, '밤의 어둠과 유모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로 기억의 저편에 밀어넣은 것이 어디까지나 실존하는 것으로 다루어지는' 곳. 그곳이 바로 어나더 힐, 네크로폴리스인 것이다. 대도리이를 거쳐서 어나더 힐에 짐을 풀고 나면 한 달에 걸쳐 죽은 이들이 '손님'처럼 찾아온다. 죽은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육체적인 접촉까지 가능하게 되는 이 행사를 '히간'이라고 한다. 원래 '히간'은 춘분과 추분 전후로 일주일 동안 계속되는 일본의 불교 행사인데, 피안彼岸은 진리를 깨닫고 도달할 수 있는 이상적인 경지를 나타내며, 일상적인 속세(차안此岸)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영국의 친척들의 초대로 처음 오게 된 도쿄대학 대학원생 준이치로 이토의 시선에서 끌어나가는 이야기들은, 초심자의 어리둥절함과 설렘이 고스란히 느껴지고, 여러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주변 사람들의 상세한 설명 덕분에 히간과 어나더 힐에 대한 이야기들을 속속들이 알 수 있다. 히간으로 고립된 밀실과도 같은 어나더 힐 안에서 살인 사건이 연속으로 일어나면서, 이를 큰 축으로 해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애거서 크리스티 류의 밀실 살인 사건을 읽어나가는 듯한 두근거림은 종교와 초자연, 삶과 죽음의 혼재라는 어나더 힐의 특성 덕분에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어슴푸레한 1권의 표지에서 헐벗은 나무에 앉아 있던 검은 새가, 어둠이 깔린 2권의 표지에서는 스산하게 날아다니는 것처럼 분위기는 계속 위험하고 음산하게 변해가지만, 그 안에서는 언제나 반가운 손님처럼 죽은 이들을 만날 수 있는 조그만 잔치가 계속되고 있으니 공포 소설일까 겁먹지 말고 읽어도 충분하겠다.
죽은 이들 중에서 꼭 한번 만나고 싶은 이가 있는가? 그럼 어나더 힐로 떠나는 배에 올라 타서 히간을 함께 즐겨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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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네크로폴리스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네크로폴리스가 죽은이들의 도시라는 뜻이라는 것조차 알지 못하면서 오로지 온다 리쿠 라는 이름만으로 이 책을 집어들었다. 아니, 솔직히 '죽은 이들의 나라로 이끄는 매혹적인 초대장'을 받아들고 싶은 맘이 있기도 했지만. 아무튼 미스터리 요소를 담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알고 있는 온다 리쿠의 작품이기에 추리의 요소를 그리 강하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예상보다 더 좋은 느낌이 드는거야. 그러고보면 나는 아무래도 온다 리쿠의 작품에 항상 후한 점수를 주고 있는 것 같네. 엉뚱한 이야기가 될지 모르지만 조금 멀리 돌아가보자. 나는 작년, 그래 벌써 '작년'이라고 할만큼의 시간이 지났다. 작년에 이미 유행이 지난 드라마 한편을 봤다. 어릴적 첫사랑을 우여곡절끝에 만나게 되는 두 연인은 이미 불치병의 증세가 심해져 죽음을 앞에 두고 있지만 남은 시간을 후회없이 행복하게 보내며 한사람은 떠나가고 한사람은 남아있는다는 내용이다. 어찌보면 무척 상투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나는 그 드라마의 끝을 보면서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들은 행복한 것일까? 아니면 그 짧은 시간의 사랑에 안타까운 불행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 현실이 아닌 드라마의 이야기를 보면서 그리 심각해졌던 이유는, 내가 드라마 내용에 빠져들어서일지도 모르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즈음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죽음'에 대해 심각해져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그 순간은 아무런 느낌도, 생각도 없었다. 정지된 순간, 세상의 모든 것이 멈춰버린 시간이었다. 그 후 내가 죽는다면 이 세상에서의 나의 것은 모두 정지이고, 남은 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몫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그 드라마를 보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최후의 순간까지 사랑하는 이와 함께한 그들은 행복한 것이야,라는 결론을 내렸지만..그래도 안타깝긴 하더라. 그런데 네크로폴리스는 그 행복한 시간을 조금 더 연장시켜준다. 산 자와 죽은 자가 한데 어우려져 지내는 공간 V.파의 어나더힐스가 그러한 시간을 갖게 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공간에 대한 상상력이라는 것은 그닥 특별함이 없을지 모르겠지만 그 공간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독특하게 풀어나가는 것은 온다 리쿠가 갖는 특별함일 것이다. "습관과 인습은 이상하다. 다른곳에 가면 전혀 통용되지 않는 것이, 어떤 곳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저주가 되어 공기와 사람들의 대화속에 압도적인 억압과 강박관념을 발생시킨다. 아닌게 아니라 이곳은 특별하다."(153)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라고 하지만, 현실속의 일본과 영국의 변형이라는 것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것이 어딘가 어색함을 갖고 오고 이야기가 조금은 늘어지는 듯한 느낌에 온다 리쿠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판타지가 좀 모자라기도 하지만 네크로폴리스는 무척 흥미롭게 읽힌다. "죽음은 오락이고 평안이다. 사람들의 인식은 일치했다. 애도 또한 오락이고 축제였다. 산 자와 죽은 자를 구분하거나, 죽은 자를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서로에게 불행한 일,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과거, 인간의 세계에서 죽음은 삶과 이어져 있었고 생활의 일부였다."(248) 평범한 상상에서 평범하게 시작된 V.파의 어나더힐스에서 벌어지는 돌발적인 사건은 하나씩 해결이 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미궁속으로 빠져들어간다. 책장을 넘겨가면서 미루어 짐작이 가는 결말과는 달리 또다른 의혹이 깊어져가는데 어느 순간 이야기는 끝이 나고 있었다. 어쩐지 그녀답지 않게 '네크로폴리스, 그 후'가 또 있는거야? 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내가 애초에 읽은 것은 피투성이 잭을 잡아낸다거나 산 자와 죽은 자들의 나라의 경계에 대한 그녀의 상상을 기대한 것이 아니라 '네크로폴리스'를 읽은 것이니 그리 실망이랄 것도 없다. 오히려 "이렇게 산 자와 죽은 자와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약속되어 있다는 것은 정말 크나큰 위안이 된다."(228)는 말이 이 책의 핵심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보면 이 책은 또 다른 느낌과 감상을 갖게 하는 것이다. 네크로폴리스는 우리들 상상의 나라이겠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현실이며, 죽은 이들의 방문을 기다린다는 것은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에 대한 행복한 추억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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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책 중간에 이 소설에 대해 말한다. 미스터리와 판타지와 호러가 섞인 상황이라고. 그렇다. 이 소설은 정말 다양한 장르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다. 제목에서 풍기는 판타지와 호러의 느낌이 시작부터 만나게 되는 연쇄살인마 피투성이 잭 이야기로 미스터리를 만들어낸다. 환상과 현실이 교차하고, 산 자와 죽은 자가 만나고, 동양과 서양을 접목시켜 하나의 장대한 이야기를 이룬 것이다.
소설의 무대는 가상 지역이다. V파라는 나라는 죽은 자들이 손님으로 찾아오는 곳이다. 매년 히간(彼岸)이면 산 자와 죽은 자가 성스러운 땅 어나더 힐에서 만나게 된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특별히 허가를 받거나 아니면 그 마을 사람들의 친인척이어야 가능하다. 이곳을 방문하는 죽은 자들인 손님은 대부분 1년 이내에 죽은 자들이다. 물론 몇 년째 계속 오는 손님도 있고, 몇 년 만에 오는 손님도 아예 오지 않는 손님도 있다. 그리고 손님을 만난 사람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적을 의무가 있다. 손님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 진실은 죽은 자들의 진실을 마주하는 아주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런 멋지고 환상적인 땅 어나더 힐을 방문하는 첫 날 시체가 입구인 도리이에 걸려있다. 유명한 연쇄살인마 피투성이 잭의 흔적이 보인다. 신성한 대지에 자치권을 부여받은 이 곳은 경찰력이 미치지 않는다. 처음으로 히간에 참석한 주인공 준이치로는 그 놀라운 광경과 처음으로 맞이한 어나더 힐의 놀라운 현상에 압도당한다. 그리고 다시 마을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희생자는 연쇄살인자의 침입을 더 확신하게 만든다. 이에 자치조직은 범인 찾기를 위해 정령의 힘을 빌린 갓치라는 행사를 펼친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정령의 힘에 의해 죽음에 이르는 무시무시한 것이다. 얼마나 대단하냐면 준이치로의 비옷에 담긴 살인자의 장갑 때문에 준이치로가 죽을 뻔하고 그의 비옷이 산산조각 나고 먼저로 화할 정도다. 이 과정을 통해 범인은 밝혀질까? 그렇다면 너무 쉬운 이야기일 것이다.
작가는 이 환상적인 가공 세계에 연쇄살인자라는 존재를 집어넣어 미스터리를 만들어내면서 정령이나 손님으로 대변되는 존재가 살인도 할 수 있다는 사실로 공포감을 심어준다. 히간이 일어나는 어나더 힐 전체를 하나의 밀실로 만들고, 갓치라는 행사를 통해 모든 이들의 알리바이를 증명하면서 그 미스터리를 더 공고히 한다. 독특한 존재인 라인맨을 등장시켜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면서 손님들과의 만남으로 판타지로의 길을 열어놓고, 가끔 알 수 없는 존재를 등장시켜 공포감을 조성한다. 재미난 구성과 진행이다.
소설은 재미난 이야기로 가득하다. 특히 삼족오와 관련한 작가의 해석은 근래 우리나라에서 삼족오를 고구려와 연결시켜 해석한 것과 배치되는데 준이치로의 입을 빌려 말한 해석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좀더 많은 연구가 이어져야 할 대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때문인지 문화인류학을 전공하는 준이치로는 쉽게 손님을 만나고, 많은 일을 경험하면서 아마추어 탐정 역을 한다. 하지만 그가 모든 미스터리를 풀지는 않는다. 어나더 힐이란 대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현실의 합리적 이성과 판단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잘 만들어진 미스터리를 기대한 독자라면 조금은 실망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그녀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어떨까? 만약 이 소설이 담고 있는 호러에서 “공포를 닮은 쾌락에 가벼운 소름이 돋았다.(2권 221쪽)”면 만족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