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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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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세계사'라, 멋진 말이다. 김 선생님은 그런 말을 흔연히 쓰고 계시지만, 세계사를 폭 넓게 보는(아마츄어라도), 혹은 좀 다르게 보는 축(주로 전문연구자들)이 모두 그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몽골 제국이 전무후무 명실상부의 세계 제국이었던만큼, 그 제국의 (물론 본국이 아닌 그 '부속, 방계[il-]'칸國의 공권행위-산물이긴 했지만)공인 편찬 사서가 '최초의 세계사'인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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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세계사'라, 멋진 말이다. 김 선생님은 그런 말을 흔연히 쓰고 계시지만, 세계사를 폭 넓게 보는(아마츄어라도), 혹은 좀 다르게 보는 축(주로 전문연구자들)이 모두 그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몽골 제국이 전무후무 명실상부의 세계 제국이었던만큼, 그 제국의 (물론 본국이 아닌 그 '부속, 방계[il-]'칸國의 공권행위-산물이긴 했지만)공인 편찬 사서가 '최초의 세계사'인 건 형식논리상의 무난함을 일단 갖추었고, 일류의 두뇌가 빚은(사실상 라시드 앗 딘의 개인작업이라고 해도 무방하므로), 양적으로 풍부하고 질적으로 흥미진진하다는 노작이라는 점에서 이름값의 실질가치 또한 넉넉하다. 다만 아무리 김교수님 같은 기재와 탁견의 소지자가 강력한 지지를 보내신다고는 하지만, 타 분야 전공, 또는 보다 너른 스코프를 속 편하게 지닌 아마츄어가 보았을 때에는, 역사란, 세계사건 일국사건 '-사(史)'의 접미사를 달고 나올 때는 어떤 엄정한 객관성이 반드시 그 본체에 속속 스며 있을 것을 기대할 권리가 충분히 있으므로, 프로파간다에 얼마간 가까운 기록에 최상급의 찬사를 기꺼이 주기에는 다소의 망설임이 낄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런 걸 떠나 이 기록이 인류문명사에 있어 형언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고, 게다가 한국 같은 나라에서 무려 완역본이 대중출판물의 형태로 나온 건 정말 대단한 일이겠다.

김호동 교수님 같은 분이 이런 척박한 분야에 자신의 재능을 기꺼이 바치기로 한 건 지금 같은 세상에서라면 다시 보기 힘든 기현상일지 모른다. 나는 이전 Y모 교수께서 수업 시간 한 제자에게 그런 질문을 받는 걸 보았다. "왜 (그 좋은 두뇌로)  ...를 고르신 거죠? 계량 파트로 나가시기 충분한데."  대답은 이랬다."하나는 sunk cost이고 다른 하나는 labor of love때문이다." 되바라진 질문에 대한, 성현의 지혜가 깃든 응수라고나 할까. 세상이 너무 좋아져서, 사람 이하 유인원의 지각을 갖고서도 특정 정치인만 숭배하면 다라고 생각하는 늙은 얼뜨기의 입에서는 고작 '우리말  놔뚜고 와 영어를 쓰노?' 같은 반응이 나오기나 십상일 것이다. 늙은 반편이의 (불가사의할 정도로 좁은)깜냥으로는 대체 저런 공부를 왜 하며, 음식물 쓰레기나 속여 팔아먹은 인간 말종의 자식이 들고다니는 낚싯대만한 가치도 없어 보일 게 분명하지만, 세상은 참으로 너그로워서 그런 비굴한 팔삭이가 여하간 대로를 활보하고 제도 사람입네 돌아다니는 데에 별 지장이 없기도 한 게 사실이다. 그래, 좋은 세상이다.

가잔 칸은 일한국의 네 번째 통치자였고, 라시드 앗 딘은 이 통치자와 그 후계자의 치세에 큰 세력을 떨친 궁중의 실력자였다. 중화제국의 경우 환관, 외척의 경우가 아니면 '과거'라는 문관공개선발시험제를 통과한 공인인재만이 재상, 승상이라는 최고위직에 오를 수 있었으나, 페르시아나 아랍의 경우 이 시스템은 해당이 없고(과거는 우리 동아시아인에 워낙 익숙하다뿐이지 비교사적으로 볼 때 엄청 이색적인 제도1)이다) 바로 라시드 앗 딘의 경우에서 보듯 빼어난 기술직 출신이 비범한 수완으로 거머쥐는 경우가 이처럼 있곤 했다. 해제에 보면, 이 빼어난 재능의 행정가-의술인-문장가가, 권모에 능한 upstart 장사치에 의해, 暗君의 손을 빌려 숙청된 것으로 나오지만, 기실 라시드 앗 딘 자신도 비슷한 경로로 환로의 정점에 오른 이니만큼(ㅋ) 너무 애석해할 것은 없다. 세상이 본래 다 그렇고, 똑같은 놈들끼리 치고받다 다치는 것이니만치 과도한 감정이입은 그저 독자의 건강에 안 좋을 뿐이다.

'집사'가 그런데 무슨 뜻일까? 경-사-자-집에서 한 자씩 딴 아취, 풍치 가득한 제명은 아니다. 좀 건조하게도 漢字 그대로로 새겨야 할 compendium of histories, 역사(들)의 (大)집성이라는 의미이다. 원제는
 جامع‌التواریخ 
이며,  겉표지디자인 페르시아 세밀화 하단에 배치된 그 문자가 바로 저것('자미-알-타바[와]리크흐')인데, 물론 무식쟁이 눈에야 그저 라면사리에 불과하겠다. 모양은 아랍 글자이지만 내용은 페르시아어이다. 여하간, 이 책은 제목이 漢字 '집사'로 되어 있고, 몽골 출신의 통치자가 분립한 제국에서 편찬한 것인데도(...그렇다고 하는데도), 저자와 그 쓰인 언어가 페르시안이라는 건 일반독자에게 상당히 의외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덮어놓고 이물감을 느끼기보다는 말 그대로 '최초의 세계사'라서 이렇게도 이채로운 포맷이구나 그저 그리 여기면 될 것 같다. 동아시아의 변방에서 살벌한 생존기술에 돌연 득도의 개가를 올린 인류 역사 최고 벼락출세종족이, 한 갈래로 중화 문명, 다른 갈래로 페르시아 문명이라는 인류 최고(最古)의 족보를 슬쩍해서 provenance의 개칠을 제 초라한 외관에 허겁지겁 덧입다 보니, 이리 다소 기이한 모습의 대작이 출현한 것이다, 뭐 그 쯤으로 정리하자. 우리는 페르시아 문명의 엄청난 권위에 대해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점은 다음에 논해 보겠다.


1) 또 그런 의미에서, 楊堅 이래 중화사 一系上 처음으로, 원 제국에서는 과거가 폐지된 점 주목이 크게 간다. 이 정복왕조의 이채성은 여기서도 단연 돋보인다.
s****o 2011.04.25. 신고 공감 5 댓글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