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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 하림이에게 중간고사 준비하는 네 모습이 참 예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거울 앞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네 모습보다 책상 위에 오랜 시간 앉아 있는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 자꾸 칭찬해주고 싶단다. 그 모습 쭈~욱 계속되길 바라며…. 하림아, 엄마가 요즘 바쁘다는 거 알지? 새로운 일을 시작하여 나름 열심히 살아가고 있음을 너도 느끼지? 그 가운데 하나가 책읽기인데 예전과 다른 생각으로 고민하고 있단다. 평소엔 엄마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토론하고 글쓰기를 했는데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새로운 분야지. 늘 책을 보며 좋아했지만 이번엔 조금 다르다. 흥미와 재미, 물론 있지. 그런데 답답함도 동시에 느끼고 있단다. 책을 통해 화가를 만나고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만나는 일은 분명 활기찬 에너지를 주고 있어. 그런데 그 후가 문제야. 소감문을 써야하는데 점점 힘들어지고 있어. 너희들이 숙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듯이 엄마도 학생이니 그런가봐. 아무튼 고민하다 이번에 만난 피카소에 대한 느낌을 너에게 말하기로 했어. 물론 네가 이 글을 보고 피카소뿐만 아니라 다른 화가들도 만났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 피카소! 그를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이 훨씬 많지 않을까 싶다. 너도 물론 알고 있을 테고. 네가 알고 있는 피카소, 궁금하다. 엄만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의 그림은 어렵다고 생각했어. 그러니 여유로운 시선을 보낼 수가 없었지. 물론 그림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가까이 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 책을 읽은 지금은 많이 달라졌어. 화가의 고뇌와 마음을 조금 알게 되니 그림이 보이는구나. 작가가 글을 통해 마음을 전하듯 화가들은 그림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전한단다. 책을 읽었다고 해서 작가나 그의 뜻을 다 알 수 없듯이 그림으로 화가의 마음을 다 알 수는 없지. 그 가운데 느끼는 감정이나 감흥이 중요한 거라 생각해. 하림이가 엄마와 같은 아니 비슷한 느낌을 갖는다면 그림, 예술이 너의 한 부분이 되겠지? 이런 경험은 네 삶을 풍요롭게 할 에너지가 될 것이고. 피카소는 삶을 성찰하며 성장한 화가라고 생각해. 삶에 대한 성찰은 화가로서 지녀야할 소신이나 강인함, 창작정신의 기반이 되었어. 깊은 고민을 담은 자화상이나 화려한 도시의 이면을 담은 그의 그림은 삶의 한가운데에 서있는 피카소를 연상시키지. 사랑 또한 마찬가지야. 피카소에게는 많은 여인들이 있어서 바람둥이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 또한 인간으로서 감정에 충실한 것은 아닐까? 살아가면서 감동하고, 한 눈에 반하는 일들이 꼭 한 번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잖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화폭에 담는 일은 멋진 일이었을 거야. 내 맘이 원하는 일을 할 때 우린 행복하잖아. 열정을 다한 일은 결과와 상관없이 환희를 선물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피카소의 매력은 시대에 맞서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던 점이야. 피카소는 세계 1,2차 대전을 겪게 된단다. 너도 알다시피 세계대전은 유럽을 혼란의 세계로 만들고 말지. 모든 사람들이 힘든 때였어. 화가들 역시 마찬가지지. 시대에 부응해야 하는지 자신의 길을 가야하는지 선택 앞에 놓이게 되는 것은 당연하지. 그런 상황에서 피카소는 화가로서의 당당함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해. 물론 그 힘의 원천은 삶에 대한 성찰이지.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그것을 그림으로 말했어. 전쟁의 참혹함과 공포를 생생하게 보여 주는 그의 작품<게르니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큰 힘을 주었단다. 이 그림은 그의 신념을 더욱 확고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 ‘에스파냐 전쟁은 민중과 자유를 억압하려는 싸움이었다. 나는 화가로서 나의 삶을 다 바쳐서라도 미술의 죽음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할 것이다. 에스파냐를 고통과 죽음의 바다로 몰아넣는 군사 정권에 대한 증오심을 나는 <게르니카>와 최근에 그린 모든 작품에서 분명히 드러냈다.’ <한국에서 일어난 학살>이란 작품이 있는데 우리 민족의 슬픈 역사를 보여주고 있단다. 6.25전쟁 중에 일어난 미군 양민 학살이 주제야. 놀랍지 않니? 피카소가 우리 민족의 아픔을 그렸다는 사실이. 예술가로서 역사의 진실 앞에서 고통 앞에서 그것을 외면하지 않고 작품으로 승화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전하는 것, 대단하지? 엄만 마음속으로 따뜻한 빛이 퍼지는 느낌이었단다. 우리 딸도 책과 함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며 많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중간고사도 잘 치르고 늘 지금 행복한 딸이 되길 바라며 이야기를 마무리 한다. 2009. 9. 27일 일요일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 가운데…. - 엄마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