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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신화여행』
세계 각국을 여행하다보면 가장 먼저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그 나라 발생과 관련한 신화다. 어느 나라를 가든지 그 나라만의 고유의 신화가 있다. 우리나라도 100일 동안 굴속에서 쑥과 마늘을 먹은 곰이 인간이 되었다는 단군신화가 있고, 서양에서는 판도라의 상자와 아킬레스건, 피그말리온 효과 등의 이야기로 신의 탄생과정을 그린 그리스 로마신화가 있다.
신화는 보통 하늘과 땅, 해와 달과 별, 산과 물 등의 자연과 관련한 신화와 우주의 기원과 인류기원, 재앙과 재난을 극복한 인물에 대한 등등의 이야기다.
『아시아신화여행』 이 책은 “신화, 끝없는 이야기를 창조하다”는 부제를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추석연휴기간 동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다. 아무 생각 없이 재미로 읽기엔 아까운(?) 책이다.
적어도 이 책을 보기 전까지만해도 신화는 수천 년의 역사를 통해 전해 내려오는 과장이 섞인 허구의 세계의 일들로 꾸며진 이야기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뒤부터는 신화는 죽음과 삶이 끝없이 갈등을 겪으면서 새로운 생명을 창조해내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실천문학사에서 펴낸 이 책은 경기문화재단에서 제주학연구소 강정식 소장과 주호민 만화가 등 8명의 전문가를 모시고 “신화와 예술 맥놀이-신화, 끝없는 이야기를 창조하다”는 주제로 연 강좌의 내용을 재구성한 내용이다.
사실 우리는 그 동안 신화라면 그리스․로마신화만이 인류의 태동으로 알고 지혜의 근원인 것처럼 신봉(?)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나라 제주도와 일본 오키나와,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여러 나라의 남방계신화를 소개하고 있는데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이룰 수 없는 남자와 여자, 남매 등이 결혼을 하는 등 신화 내용이 비슷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한 『아시아신화여행』에서 유독 끌리는 신화는 제주의 ‘당신본풀이’ 신화와 인도네시아의 하이누웰레 신화다.
제주의 ‘당신본풀이’ 신화는 제주 한라산에서 솟아난 남신과 바깥세상에서 제주로 흘러들어온 여신이 만나 혼인을 한다는 신화다. 이 신화는 신의 세계에서 부정한 음식으로 취급하는 돼지고기가 먹고 싶어 임신한 여신이 물가에 떨어진 돼지털을 태워 냄새를 맡았다는 이유로 남편이 “더러운 냄새가 나는 부정한 너와 살 수 없다”라면서 쫓아낸다. 그리하여 남편은 바람 위에 살고 아내는 바람 아래에 살면서 여신은 혼자 일곱 아이를 낳아 길렀다는 신화다.
제주의 신화를 통해 우리 민족은 오래 전부터 예를 숭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화의 내용을 유추해보면 알 수 있듯이 남자와 여자, 남편과 아내가 부부로서 구별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부부유별이다. 남편과 아내는 엄격히 지켜야 할 본분이 있으니 이를 잘 헤아려서 생활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경계영역이다. 인간관계에서 갈등과 대립 속에서 모호하지만 분명한 경계를 유지해야한다는 내용이다. 우리는 이를 삼강오륜의 하나로 인륜이라 배웠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대만, 필리핀, 일본 오키나와(옛 류구국) 등지에서 전해오는 남매혼 신화와 인도네시아의 하이누웰레 신화는 인간의 도덕성을 의심하게 할 정도의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남매혼 신화는 홍수 등으로 세상에 단둘이 남은 오누이가 서로 결혼하여 인간을 번성시켰다는 내용인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만, 일본 등 아시아권으로 퍼지면서 내용이 조금씩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의 하이누웰레 신화는 몸에서 보물을 만들어 낳는 기이한 능력을 갖고 있는 ‘하이누웰레’라는 소녀의 이야기다. '하이누웰레'(Hainuwele)는 '코코야자 가지'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이 소녀가 나눠주는 보물을 신기해했지만 차츰 소녀를 시기하여 결국 살해해서 땅에다 묻어버렸다. 소녀의 시신은 여러 조각으로 절단돼 묻혔고 그 자리에서는 소녀의 몸을 닮은 감자와 고구마 등의 구근이 난다는 이야기다. 이 신화는 사체화생설로 인육 식용을 정당화하거나 농경시대의 시작을 의미하는 내용이다.
사실 신화는 사람과 귀신이 뒤섞여 살고, 햇빛만 받고도 여자가 임신을 해서 아이를 낳고, 나무와 짐승이 말을 하는 정도의 이야기다. 과학적 기준이나 논리적 측면에서 본다면 ‘픽션’이다. 하지만『아시아신화여행』을 읽다보면 신화는 가진 은유와 상징성도 함께 알게 되는데 내용이 참신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최근 들어 이런 신화도 날조된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수천 년의 역사를 날조해서 '아마테라스'라는 건국신화를 억지로 만들었다 한다. 신화에는 그 민족의 우수성이나 정통성, 우주관이나 역사관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유형의 신화는 거의 구전으로 전해지는 데 요즘 와서 관광산업에 힘입어 내용이 탄탄하고 풍부해지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애니메이션 ‘원령공주’는 홋카이도의 아이누 신화를, 주호민의 웹툰 ‘신과 함께’는 제주도의 신화를, 영화 ‘아바타’는 인도 신화를 배경으로 제작되어 대중의 공감을 얻으면서 성공했다고 소개한다.
『아시아신화여행』이 책은 신화를 이렇게 요약하고 있다. 금기와 위반은 신화에서 일반적인 것이에요. 하지 말라는 일을 하는 것. 하지 않으면 얘기가 진행이 안되요. 하지 말라는 걸 위반 하는 순간, 금기는 금기로서 존재하고 위반은 이야기를 만듭니다. - 268쪽
이 책은 '왜 지금 신화인가?'라며 신화의 발생과 죽음, 신화의 정의, 남방계 신화의 유형과 지역적 분포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지만 더 중요한 메시지는 신화를 바라보는 관점을 금기와 위반의 짝에서 중요한 모티브를 찾아 새롭게 접근해 나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신화를 새로운 생명을 창조해내는 과정으로 봐달라는 것이다.
『아시아신화여행』, 이 책의 핵심은 물리적․윤리적 차원을 떠나 “신화, 끝없는 이야기를 창조하다”는 부제와 같이 우리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일깨워 일상의 삶을 더 풍부하게 해주는 관광산업의 소재로 기능하여 발전해 나가기 바라는 바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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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믿음, 근거 없는 주장이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판단을 지배하는 것." 신화(myth)의 정의(定義)에는 (아마도 후대에 추가되었겠으나) 저런 풀이도 끼어 있습니다. 학교 교육이나 독서를 통해 합리적이고 계몽된 정신을 단련하길 원하는 이들은, 신화를 그저 흥미를 돋우는 이야깃거리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모티프로만 받아들입니다. 재미있게 여길망정 진지하게는 수용하지 않습니다. "단군 신화" 같은 것에는 그나마 재미도 없다며 형식적인 경의만 표할 뿐입니다. 우리가 지적인 관심을 베풀어야 할 대상은 그저 "역사"이며, "전설"과 "설화"는 인문, 문학적 교양의 원천 이상이 아니라고 쉽게 봐 넘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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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이야기 신화 좋아하시나요?
저는 전설과 신화를 무척 좋아하는데 생각보다 찾아보면
그 주제에 가장 접근한 자료들을 찾기 어려웠어요.
유럽의 신화는 익숙하지만 오히려 동양 신화에 대해서는 학창 시절
역사 시간에 배운 아주 짧은 신화를 간략하게 설명한 것이 전부였죠.
최근 제주도 신화를 주제로 탄생한 소설을 한 권 읽었는데 무척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원제가 되는 제주도 신화를 좀 더 자세하게 전설까지도 모두
알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자료가 없어서 아쉽더라구요.
그런데 이번에 실천문학사의 신간도서 아시아 신화 여행
책을 통해서 경기문화재단이 주관했던 강의 내용을 만날 수 있었어요.
신화라는 끝없는 이야기를 창조하는 주제를 갖고 신화와 예술 맥놀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강의 내용을 출간하여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답니다.
강의가 끝나면 질문과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질의문답 코너도 함께 구성되어 있어요.
신화라는 어떻게 보면 약간 황당하게도 느껴지는 이야기가 갖고 있는
참된 의미와 남방계의 신화 전반을 다채롭게 만날 수 있어요.
우리나라 경기도 제주도, 일본의 오키나와 신화, 인도네시아의 하이누웰레 신화를
만나면서 우리가 몰랐던 동양 신화 이야기를 처음 만났어요.
실제 신화와 관련된 사진과 도표를 통해서 이해하기 쉽도록
소개하고 있는 것이 강의가 갖는 장점을 잘 활용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냥 무심하게 일본의 한 지역이라고만 생각했던 오키나와의 비극을
처음 알게 되었고 독립하지 못하는 국제적 문제에 봉착한 사연은 어쩐지 슬프더라구요.
우리가 몰랐던 오키나와의 류쿠 왕조 태양왕 신화는 무척 이국적인 느낌이었고
그 신화가 현대 일본 문화에 어떤 양상으로 나타났는가의 분석도 흥미로웠답니다.
이 도서를 읽다보면 지금 제가 경기문화재단의 강의 신화와 예술 맥놀이를 듣고 있는 현장감을 선사해요.
왜 인간들이 신화를 만들었는가라는 당위성부터 시작해서 신화를 전승하는 것이
어떤 기능을 했는가는 아주 쉽게 강의라는 방식을 빌려서 풀어내고 있어요.
강의를 듣는 사람들의 이해를 현장에서 바로 느끼고 바로 설명을
덧붙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독자도 쉽고 재미있게 신화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왜 이런 황당하게 전개되기까지 하는 신화가 존재할까라는 저의 의문은
이 책을 읽고 이런 이유로 후손들에게 기록하여 전달했겠구나라는 납득이 가는 이야기로
변하는 것이 무척 흥미로운 이해의 과정이었다고생각해요.
평소 항상 궁금했던 제주도 신화를 아주 자세하게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무척 흥미로웠는데 10월 가을 여행으로 제주도를 제가 가거든요.
아마 이 도서에 등장한 삼성 신화에 관련된 삼성혈을 좀 더 관심있게 볼 것 같고
문자로 보았던 신화를 현장감 넘치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도서를 읽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사람들의 행동양식을 규정하는 규범으로 기능하는
신화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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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신화, 낮설지만 흥미롭다]
신화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그리스로마신화. 교육의 힘은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 배웠던 신화, 수업시간에 자주 거론되고 필독서로 읽기도 했던 것은 분명 우리의 신화가 아닌 서양의 신화로 대표되는 그리스로마신화였다. 그래서 어른이 된 지금도 신화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그것이 되고 말았으니 얼마나 무서운가? 핑계라고 해도 어린 시절의 교육이 인생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건 분명하다.
이번에 접하게 된 아시아 신화여행은 기존 서양 신화에 익숙해져 있던 스스로에게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신화에 대해서 새롭게 접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아시아신화는 아직까지 많이 낯설다. 낯설다는 의미는 그만큼 접할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우선 아시아에 어떤 신화가 있는지 그에 대한 궁금증으로 먼저 책에 다가가도 무방하지 않겠다.
이 책은 2015년 경기문화재단에서 진행되었던 '신화와 예술 맥놀이-신화, 끝없는 이야기를 창조하다'의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 한 것이라고 한다. 강좌에 직접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책의 강의별로 질의 응답을 하는 코너가 있어서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읽으면서 함께 참여하는 기분이었다.
신화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일까? 지금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신화에 나타난 신들 역시 인간의 면모를 가지고 있고 다시 말해서 신화는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삶의 바람이 신화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역사에서 단군신화를 배우면서 지어낸 이야기인가? 아닌가에 대해서 서로 토론했던 기억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 신화가 아닌 전설로 격하 하려 했다는 것은 익히 알았지만 이후 우리 신화에 대한 연구도 미비했던 것도 사실인 듯하다. 무엇보다 학교에서 그에 대해서 배우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사관에서 신화를 논하는게 불필요한 일이 아님을 이 책에서 말해주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신화가 북방계신화의 영역으로 분류된 것은 일본역사학자들의 움직임이었다고 한다. 주로 바다를 통한 이야기가 담긴 남방계신화를 강조하는 것도 그 이유에서라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조금 더 다양한 책을 읽어보고 싶다.
여하튼 이 책에서는 아시아의 신화,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를 기점으로 일본이나, 필리핀, 인도 등의 신화를 접할 수 있다. 낯설지만 그렇기 때문에 신비감을 갖게 되는 아시아 신화의 스토리를 모티브로 탄생한 것이 <지옥의 묵시록>이나 <인터스텔라>같은 작품이라면 깜짝 놀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소설과 연관하여 설명하는 신화 이야기도 있어서 더 흥미롭다. 아시아신화 가운데 남방계신화에 집중하는 타당성에 대해서는 좀더 이해가 필요하지만 분명 우리를 둘러싼 아시아신화에 대해서 좀더 관심을 가지고 달라지고 유연한 시각으로 우리 역사와 연관된 의미를 풀어가는 노력은 분명 필요한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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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Who am I?"라는 질문이 유행했다. 이 질문에 끌렸던 이유야 다들 다르겠지만, 뾰족한 답이 없었던 건 모두 같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에 대해 질문을 거듭할수록 내가 아닌 다른 존재로부터, 이왕이면 권위 있고 힘 센 누군가로부터 나에 대한 설명을 받고 싶은 욕구가 깊어졌다.
신화란 바로 그런 욕구를 채워준다. 신화는 나와 나를 둘러싼 공동체 그리고 인간과 관계된 거의 모든 것들의 처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신화를 인류 지혜의 보고라고 한다. 신화는 꽉 막힌 골칫거리 미로에서 당황하고 있는 우리에게 탈출의 희망을 줄지도 모른다. 아드리아네의 실처럼 말이다.
그 동안 그리스-로마신화에 편중되어 마치 인류 지혜란 지혜는 모두 서양이 싹쓸이하고 있다는 착각까지 들 정도 아니었는가. 『아시아신화여행』은 이런 관점에서 유독 끌렸다. 남방계신화를 주제로 삼아, 제주도 본풀이부터 오키나와,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까지 연결한 이 책에서 내 정체성을 구성하고 있는 밑단 이야기도 들을 수 있으리라 짐작되었기 때문이다.
짐작은 적중했다. 출발점이 우리 땅이라 달랐다. 제주도 본풀이와 경기도 ‘시루말’이 눈에 들어와 반가웠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북방계 창조신화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친절하게 설명함으로써 우리 이야기가 갖는 의의와 가치를 충분히 인식시켰다.
그러한 인식에서 신화가 가진 은유와 상징이 가진 중요성도 함께 알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경계영역을 차지하는 기술이다. 인간에게 중요한 의미는 모순과 대립을 넘어서는 모호하지만 분명한 경계선에서 생산되고 전달됨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윤리감각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소녀생매장, 사체절단 및 식인 풍습 등이 유목사회에서 농경사회로 전환되는데 요구되었던 사회적 필요성을 어떻게 확보했는지도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삽입된 그림과 사진들은 몰입도를 더욱 높였다. 이 책이 경기문화재단에서 진행한 ‘신화와 예술 맥놀이-신화, 끝없는 이야기를 창조하다’의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이라 그런지, 각 주제마다 최고의 전문가들이 이해하기 쉬운 입말로 현장감 있게 설명한다. 읽는 동안 밥이나 잠이 생각나지 않았다.
『아시아신화여행』은 신화가 가지고 있는 서사가치가 오늘날의 웹툰, 애니매이션 그리고 소설 등에서 어떻게 되살아나고 있는 지까지 다룬다. 신화가 썩은 화석이 아니라 생명처럼 적응하고 진화하여 오늘날까지 살아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레비스트로스와 나카자와 신이치의 책들, 이야기 중국 신화 등을 읽었던 필자로서는 우리나라에서 시작해서 태평양 한 가운데 있는 작은 섬들까지 한 가지로 묶어내는 신화 이야기에 행복하고 고마웠다. 아쉬운 점도 있다. 그림의 일련번호가 책 중간쯤부터 본문과 어긋난다. 아마도 한 두 장의 그림을 나중에 삽입하고는 본문 수정을 하지 않은 것 같다. 개정판에선 바로잡기를 바란다.
원시인이란 원래 시인으로 태어난 사람인지도 모른다. 내 안에도 봉인이 풀릴 날만 기다리고 있는 원시 상상력과 표현력이 잠들어 있는 건 아닐까. 신화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글은 왜 쓰고 싶어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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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처음으로 읽은 책. 아시아 신화에 관한 강의를 말하기 방식 그대로 옮긴 책이다. 강의식 구성이라 읽기 편해서 좋았다. 이 책은 특히 남방계 신화에 집중하고 있다. 제주도, 오키나와, 인도네시아, 일본 신화 등이 다채롭게 펼쳐져 맛깔나는 메뉴 구성의 맛집을 만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다양한 소재와 흥미로운 설명 등이 몰입감을 가져오기는 하는데 한편으로는 좀 아쉽다. 학술적인 내용이라 하기엔 가볍고 교양 수준이라기엔 무겁기 때문. 특히 처음 소개하는 신화이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신화는 별도로 전체 내용이나 줄거리를 소개하고 그 의미를 분석하는 방식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그런 친절이 모든 장에 나타나지 않은 부분은 아쉽다. 많은 양의 강의를 수록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겠다. 다양한 종류의 신화를 면밀히 설명하여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점은 높이 살 만하다. 신화는 결국 모든 사람, 모든 세상에 관한 이야기다. 서사의 방식으로 드러난 운문일 수도 있고 운문과 산문의 결합체일 수도 있다. 당대 사회 구성원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방식일 수도 있고 현재와 긴밀히 소통하는 인류 공통의 사유 체계일 수도 있다. 그런 다채로운 상상의 자리를 마련하여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한 번쯤 세계에 관한 사유의 폭을 넓혀주는 책이 더 다양한 방식으로, 더 많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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