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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북을 무릎 위에 깔고 오른손에 쥐고 있는 연필에 힘을 꾹 쥐면서 슥슥 움직이는 진호의 행동을 옆에서 유심히 지켜보는 파뉴의 고개가 크게 기울어졌다. ‘형태를 잡지 않고 바로 그리겠다는 건가?’ 평소 진호가 그림을 그리는 방식을 자주 보아왔던 파뉴였기에, 그가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 무언가 크게 달라졌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전까지 진호가 그림을 그리는 방식은 어느 누가 보더라도 알아보기 쉬웠다. 먼저 점을 찍어 사물이나 인물들의 위치를 잡고, 이후 구도를 정한 다음 뭉툭한 형태들을 집어넣어 부피와 질감을 조금씩 추가해 디테일을 살려나가는 형식이었다. 어쩌면 그림을 그리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이었고, 또 가장 안정적인 방법이기도 했다. 실력만 받쳐준다면 어떠한 종류의 그림을 그려도 무난히 소화해낼 수 있는, 기본적인 방법론에 입각한 그리기 방식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무언가 많이 달랐다. 파뉴의 눈에 지금 진호는 그릴 사물들의 위치만 대충 파악하고, 연필을 넓게 사용해 토닝을 무작위한 공간에 덕지덕지 칠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정도면 조금 바뀐 게 아니라… 아예 다른 길을 걷는 걸로 보일 정도인데? 극에 달한 세밀함을 이용한 디테일을 주로 그리던 녀석이 갑자기 추상적인 그림을 그리려고 하는 거니까 말이야.’ 진호의 갑작스런 변화에 당황했지만 파뉴는 묵묵히 진호의 그림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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